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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4 02:25
음슴체와 노잼과 날조주의
문제시삭제
영화에선 매버릭이 먼저 빠졌지만 살짝 날조를 섞어서..
다들 뒤엉켜 웃고 떠들고 구르느라 자기 한 명쯤은 빠져도 눈치가 안 보일 틈을 노려 슬그머니 빠져나온 밥은 매버릭이 누워있던 선베드(선베드 주인은 저쪽에서 풋볼에 한창임)를 슬그머니 꿰찼음. 엉겁결에 터치다운도 하고 모두의 환호를 받았던 게 즐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보고만 있어도 충분히 즐겁거든. 솔직하게 말해서 20kg 가까이 차이 나는 덩치들에 더 치이고 싶지 않기도 했고...
라고 하기에는 자기보다도 작은 피닉스와 헤일로도 저기서 한창 뛰고 있지만. 안경 쓴 사람은 잘못 부딪치면 곤란하다고. 합리화를 마친 밥이 등받이에 기댔음
근데 또 막상 자기가 빠진 줄도 모르고 웃고 즐기고 난리가 난 걸 보고 있자니 약간 꽁해지기도 함. 뭐야, 정말 내가 빠진 줄 모르나? 하는 생각을 하는 자기가 기가 막히기도 해서 푸, 하고 한숨과 웃음 사이의 뭔가를 흘렸음
-트위티야?
그런 밥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음. 역광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목소리는 누군지 모를 수가 없지. 육탄공격을 해오던 근육덩어리들 중에서도 가장...가장, 뭐랄까. 그게.
감정을 정의하는 것보다 정강이에 근지러운 열기가 오르는 것이 더 빨랐음. 바로 저 목소리의 주인이 풋볼 중에 쓰다듬었던 곳이.
그래서 밥은 생각을 그만두고 무시를 택했음. 낯선 감정과 감각을, 행맨을. 너만 내 말 씹냐? 나도 씹을 수 있거든. 다만 밥의 행먹금이 무색할 만큼 재빠르게 뒷말이 따라붙었음
-온통 노란데 부리가 삐죽하잖아.
그 말을 들은 밥이 입술을 도로 꾹꾹 말아넣음. 그 탓에 사람 입에 부리라는 표현을 쓰는 건 무슨 말뽄새냐, 또 열받게 하네? 하는 대꾸는 속으로만 했음. 그런데도 굴하지 않고 주절주절 목소리가 들려왔음. 심지어 웃음기가 잔뜩 밴.
-옷도 노랗고 선글라스도 노랗고. 노란색 좋아해? 하여간 베이비 아니랄까 봐...
-쿼터백, 풋볼 안 해?
결국 먹금에 실패한 밥이 누워 있던 몸을 반쯤 일으키려던 순간, 은은한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던 시야가 새하얘졌음
찌르는 듯한 햇빛에 밥이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고, 벗겨진 밥의 선글라스는 행맨의 손에 가 있었음
-...눈도 파랗고.
진짜 트위티네.
밥이 시린 눈을 바삐 깜빡이는 사이, 밥의 선글라스를 제 눈가에 대 보던 행맨이 눈살을 찌푸렸음
-아, 여기도 도수가 있어?
-그래, 그거 없으면 안 보이니까 줘.
그러면서 손을 내밀자 행맨은 의외로 순순히 선글라스를 돌려주었음. 물론 그게 손에 쥐여준단 말은 아니었다만.
밥의 선글라스를 든 채로 가까워진 행맨의 몸이 햇빛을 가리고 그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게 된 밥이었지만 시야가 흐릿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 지금 행맨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다만 아주 순간적으로, 마치 두 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 쥐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가 관자놀이를 스치고 멀어져 간 커다란 손의 온기며 땀냄새와 섞인 샤워코롱 향 같은 것들이 잔상처럼 남았을 뿐
노란 렌즈가 눈을 덮어 시야와 초점이 돌아오자, 맞은편에는 쏟아지는 열기와 햇빛을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얼굴이 있었음. 선글라스를 썼는데도 어쩐지 눈이 부셨지
-행맨! 뭐 해! 튀었냐!
뒤늦게라도 그 표정을 읽어 보려 했던 밥의 시도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행맨이 돌아보며 수포로 돌아갔음
-나 참, 이길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차다니. Your hangman is here!
다 죽여버리겠다고 으르렁거리며 행맨이 몸을 돌려 일어났음
-요 입, 입, 입.
미처 다물리지 못하고 살짝 튀어나와 있던 밥의 입술을 가볍게 잡아 흔들고서.
-------
-응? 웬일일까, 베이비가 보호자도 없이 나를 찾고?
평소처럼 빙글거리며 수작을 부리려던 행맨의 입매가 굳었음. 바로 그 입 앞까지 밥의 손이 뻗어왔거든.
입술에 닿을 듯 말 듯한, 하지만 결국은 닿지 않을 거리에서 멈춘 밥의 손이 금세 멀어졌음
-그, 이거 말고...치실로 갈아타는 건 어때? 잇몸에도 안 좋고 잇새가 벌어질지도 몰라.
밥의 손가락 사이에는 행맨이 질겅거리고 있던 이쑤시개가 들려 있었음.
남의 입술을 가지고 장난질을 쳤으니 자신도 리벤지를 하고 싶은데-가급적 입과 관련된 쪽으로 말이야-, 행맨은 입술 삐죽거리는 버릇은 없고...물론 가끔 아니 좀 자주 틀어막고 싶을 때는 있었지만...아, 맞아! 하고 행맨의 입술 사이에서 진기명기를 선보이는 이쑤시개에 생각이 미친 거지. 그리고 과연 밥의 이번 일격은 제법 효과가 있는 듯했음.
행맨이 얼이 나가서 입도 못 다물고 있는 사이 밥은 웅얼웅얼 준비했던 말을 이어 갔음.
-뭐 하나를 계속 씹는 건 치아건강에도 안 좋고... 우린 또, 참아야 할 일이 많잖아? 이 악물 일이 많으니까...
-...하...
-행맨?
-하, 하하.. 하하하하핫!
참을 일이 많지 않냐는 밥의 말이 무색하게, 행맨은 참는 기색 하나 없이 시원하게 웃어젖혔음. 그런 행맨을 보며 밥이 뭔가 잘못됐나, 이게 아닌가 싶어질 만큼 한참을.
행맨밥
문제시삭제
영화에선 매버릭이 먼저 빠졌지만 살짝 날조를 섞어서..
다들 뒤엉켜 웃고 떠들고 구르느라 자기 한 명쯤은 빠져도 눈치가 안 보일 틈을 노려 슬그머니 빠져나온 밥은 매버릭이 누워있던 선베드(선베드 주인은 저쪽에서 풋볼에 한창임)를 슬그머니 꿰찼음. 엉겁결에 터치다운도 하고 모두의 환호를 받았던 게 즐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보고만 있어도 충분히 즐겁거든. 솔직하게 말해서 20kg 가까이 차이 나는 덩치들에 더 치이고 싶지 않기도 했고...
라고 하기에는 자기보다도 작은 피닉스와 헤일로도 저기서 한창 뛰고 있지만. 안경 쓴 사람은 잘못 부딪치면 곤란하다고. 합리화를 마친 밥이 등받이에 기댔음
근데 또 막상 자기가 빠진 줄도 모르고 웃고 즐기고 난리가 난 걸 보고 있자니 약간 꽁해지기도 함. 뭐야, 정말 내가 빠진 줄 모르나? 하는 생각을 하는 자기가 기가 막히기도 해서 푸, 하고 한숨과 웃음 사이의 뭔가를 흘렸음
-트위티야?
그런 밥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음. 역광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목소리는 누군지 모를 수가 없지. 육탄공격을 해오던 근육덩어리들 중에서도 가장...가장, 뭐랄까. 그게.
감정을 정의하는 것보다 정강이에 근지러운 열기가 오르는 것이 더 빨랐음. 바로 저 목소리의 주인이 풋볼 중에 쓰다듬었던 곳이.
그래서 밥은 생각을 그만두고 무시를 택했음. 낯선 감정과 감각을, 행맨을. 너만 내 말 씹냐? 나도 씹을 수 있거든. 다만 밥의 행먹금이 무색할 만큼 재빠르게 뒷말이 따라붙었음
-온통 노란데 부리가 삐죽하잖아.
그 말을 들은 밥이 입술을 도로 꾹꾹 말아넣음. 그 탓에 사람 입에 부리라는 표현을 쓰는 건 무슨 말뽄새냐, 또 열받게 하네? 하는 대꾸는 속으로만 했음. 그런데도 굴하지 않고 주절주절 목소리가 들려왔음. 심지어 웃음기가 잔뜩 밴.
-옷도 노랗고 선글라스도 노랗고. 노란색 좋아해? 하여간 베이비 아니랄까 봐...
-쿼터백, 풋볼 안 해?
결국 먹금에 실패한 밥이 누워 있던 몸을 반쯤 일으키려던 순간, 은은한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던 시야가 새하얘졌음
찌르는 듯한 햇빛에 밥이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고, 벗겨진 밥의 선글라스는 행맨의 손에 가 있었음
-...눈도 파랗고.
진짜 트위티네.
밥이 시린 눈을 바삐 깜빡이는 사이, 밥의 선글라스를 제 눈가에 대 보던 행맨이 눈살을 찌푸렸음
-아, 여기도 도수가 있어?
-그래, 그거 없으면 안 보이니까 줘.
그러면서 손을 내밀자 행맨은 의외로 순순히 선글라스를 돌려주었음. 물론 그게 손에 쥐여준단 말은 아니었다만.
밥의 선글라스를 든 채로 가까워진 행맨의 몸이 햇빛을 가리고 그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게 된 밥이었지만 시야가 흐릿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 지금 행맨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다만 아주 순간적으로, 마치 두 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 쥐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가 관자놀이를 스치고 멀어져 간 커다란 손의 온기며 땀냄새와 섞인 샤워코롱 향 같은 것들이 잔상처럼 남았을 뿐
노란 렌즈가 눈을 덮어 시야와 초점이 돌아오자, 맞은편에는 쏟아지는 열기와 햇빛을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얼굴이 있었음. 선글라스를 썼는데도 어쩐지 눈이 부셨지
-행맨! 뭐 해! 튀었냐!
뒤늦게라도 그 표정을 읽어 보려 했던 밥의 시도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행맨이 돌아보며 수포로 돌아갔음
-나 참, 이길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차다니. Your hangman is here!
다 죽여버리겠다고 으르렁거리며 행맨이 몸을 돌려 일어났음
-요 입, 입, 입.
미처 다물리지 못하고 살짝 튀어나와 있던 밥의 입술을 가볍게 잡아 흔들고서.
-------
-응? 웬일일까, 베이비가 보호자도 없이 나를 찾고?
평소처럼 빙글거리며 수작을 부리려던 행맨의 입매가 굳었음. 바로 그 입 앞까지 밥의 손이 뻗어왔거든.
입술에 닿을 듯 말 듯한, 하지만 결국은 닿지 않을 거리에서 멈춘 밥의 손이 금세 멀어졌음
-그, 이거 말고...치실로 갈아타는 건 어때? 잇몸에도 안 좋고 잇새가 벌어질지도 몰라.
밥의 손가락 사이에는 행맨이 질겅거리고 있던 이쑤시개가 들려 있었음.
남의 입술을 가지고 장난질을 쳤으니 자신도 리벤지를 하고 싶은데-가급적 입과 관련된 쪽으로 말이야-, 행맨은 입술 삐죽거리는 버릇은 없고...물론 가끔 아니 좀 자주 틀어막고 싶을 때는 있었지만...아, 맞아! 하고 행맨의 입술 사이에서 진기명기를 선보이는 이쑤시개에 생각이 미친 거지. 그리고 과연 밥의 이번 일격은 제법 효과가 있는 듯했음.
행맨이 얼이 나가서 입도 못 다물고 있는 사이 밥은 웅얼웅얼 준비했던 말을 이어 갔음.
-뭐 하나를 계속 씹는 건 치아건강에도 안 좋고... 우린 또, 참아야 할 일이 많잖아? 이 악물 일이 많으니까...
-...하...
-행맨?
-하, 하하.. 하하하하핫!
참을 일이 많지 않냐는 밥의 말이 무색하게, 행맨은 참는 기색 하나 없이 시원하게 웃어젖혔음. 그런 행맨을 보며 밥이 뭔가 잘못됐나, 이게 아닌가 싶어질 만큼 한참을.
행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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