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는 항상 아무도 없는 다 낡아가는 은신처에서 혼자 살았을 테니까 그래도 집에 가면 항상 있는 페리를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비록 지 기분 내키는대로 손찌검하고 목도 조르고 바닥에 내던지지만 항상 같은 침대에서 자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은 집에서 사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겠지. 멸시도 모욕도 혼자 길거리 전전하면서 다 받아봤고 주먹질도 씹질도 살려고 다 받아낸 적 있으니까 페리 하나쯤은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국 그런 환상도 다 깨지는 날이 오겠지. 아기 가지려고 그렇게 붙어먹었는데도 바비 몸이 약해서인지 애가 잘 안 들어서는거야. 어렵사리 얻은 아이도 금방 유산되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아기를 다신 못 가지게 된다니까 페리가 넌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집에 버려두고 밖으로 나돌겠지. 바비가 울면서 매달렸지만 페리는 들은 척도 안하고 아무하고나 붙어먹겠지. 이제 집에 돌아가도 페리가 자신을 맞아주지 않으니까 페리마저도 자길 버렸다고 절망한 바비는 더 못 버티지 않았을까. 죽을 때마저도 제 죽음이 페리에게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을 서러워하겠지.






슼탘 페리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