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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2 13:36
  노웨홈ㅅㅍ




  원래 전투 끝나고 바로 돌아가지만 조금 텀을 두고 돌아가는 두 사람으로.
  소올직히 드류슾 토비슾 보고 한눈에 반했으니까. 어차피 못 이룰 사랑 키스라도 하라고.ㅠㅠ






  해마다 눈비가 내려와
  저는 또 겨울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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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크리스마스,
  피터 파커는 곰팡내 가득한 원룸과 낡은 철제 의자에 묻힌 채, 창밖으로 몰아치는 눈보라를 아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현재는 동명인이 셋이나 되므로 여기서 가리키는 피터 파커가 어느 피터 파커를 가리키는 것인지 조금 더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으리라. 피터 파커. 그러니까, '피터 3'라고 불리는 쪽. 세 명의 피터 파커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늘씬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거미이자,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슬픈 청년. 
  피터 3는 가로등 불빛 아래 반짝이는 금빛 눈송이로부터 죽은 제 연인을 떠올렸다. 하염없이, 순리를 따르는 것처럼 당연하게도, 그것은 피터 3에게 그웬의 찬란한 금발을 연상시켰다. 피터 3는 어쩐지 평소보다 더욱 침잠한 심정을 느꼈다. 평소라면. 부러 상기할 일 없이 항상 그웬의 빈자리를 곤히 슬퍼하던 피터 파커에게 이러한 작용은 으레 그러했던 일로서 치부되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피터 3는 익숙하지만 낯선 이 세계에서 자연히 가라앉아갔다.
  '그웬-, 어쩌면 너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어둠에 가려진 눈물의 밑바닥이 알 수 없는 힘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그런 피터 3를 뭍으로 건져낸 것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무구한 목소리였다. 

  "피터 3?"

  피터 3를 부른 이는 피터 2였다. 피터 1이 기억을 잃은 그의 두 친구, 엠제이와 네드를 보러간다며 집을 나설 때 같이 나갔던 그가 거기에 있었다. 피터 3는 페인트가 벗겨진 벽에 머리를 기대며 웃는 낯으로 피터 2를 맞이했다. 

  "언제 왔어요, 피터 2? 같은 피터 파커라 그런가. 피터 찌리릿 ― 피터 팅글 ― 도 안 울리네!"
  "오..., 방금 왔어. 문을 두드렸는데 안 들렸나 보다."

  말갛게 맺은 말에 피터 3는 피터 2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저 말에 어떤 수다스러운 대꾸를 곁들여야 할까? '오-와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안 들렸다니, 난 스파이더맨 실격인가 봐! 대체 멍을 얼마나 심각하게 때리고 있었길래 그걸 못 들었지?' 뭐, 그런 식으로.
  그게 피터 3가 하는 평소의 행동 패턴이긴 했으나 피터 3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는 숱한 견딤 끝에 무너지기를 선택한 인간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댈만한 사람이 코앞에 있었다.
  '피터 2는 강한 사람이지...'
  조금은 기대어도 좋지 않을까, 피터 3는 조용히 눈 감으며 생각했다.

  '저벅'

  피터 3의 귀에 발소리가 들려오고, 거미의 오감은 예민해서 피터 3는 감긴 눈으로도 피터 2의 움직임을 그려볼 수 있었다.
  곧고 단정한 걸음걸이. 다부진 무릎이 뻗어나오며, 부대낀 바지 자락이 내는 바스락한 마찰음. 그 소리는 피터 3의 고막을 간지럽혔다.
  피터 2는 어느새 피터 3의 발치에 도달해 구두 앞코를 맞붙여왔다.

  "피터 3, 잠시 나랑 산책 다녀오지 않을래?"

  다정함. 눈꺼풀 너머 아른거리는 그림자와 때묻지 않은 목소리로 건넨 제안이란 수락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것이었다. 피터 3는 감았던 눈을 뜨며 대답했다.

  "좋아요."


.

  두 사람은 눈 내리는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는 단 한번도 스파이더맨이었던 적 없었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인파 속을 거닐었다. 뽀득뽀득, 신발이 눈 밟는 소리와 사람들의 행복한 대화 소리가 그들을 뒤따랐다. 피터 3는 주홍빛 가로등 사이로 초저녁 어스름한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손을 뻗었다. 피터 3의 너른 손바닥에 작은 눈송이 몇 개가 내려앉고, 그것들은 이내 녹아 물기로 맺혔다.

  "금방 녹네요."
  "그러게. 그래도 좋지 않아?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니."
  "으음~, 좋은 걸까요?"

  딸랑이는 종소리, 캐롤, 산타가 올라간 케이크,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과 오순도순 정다운 가족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하이얀 눈송이. 모든 것이 환상적이었지만, 글쎄...

  피터 3는 의문을 가졌다. '왜 나는 좋은지 모르겠을까?' 답을 아는 의문이었지만 피터 3는 잠시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나는 모르겠어. 저런 게 뭐가 좋다는 건지. 응, 모르겠어.'

  "피터2, 짜증나요. 눈이 금방 녹아서 꼭 비가 내리는 것 같아."

  피터 3의 메마른 신경질에 피터 2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답했다.

  "그럼 눈비라고 부를까?"

  그 말과 함께, 마침 그들이 지나던 가게의 고장난 네온 간판이 피터 파커들을 점멸했다.

  "눈... 비요?"
  "그래, 꼭 비가 내리는 것 같다며."
  "...... 그거 좋네요. 스파이더-맨처럼 하이픈 붙여서 Snow-Rain! 어감이 괜찮네. 갑자기 막 들뜨는 기분인 걸?"

  인파 사이로 양팔을 짝 벌린 피터 3 덕에 길을 걷던 이들이 순간 주춤거렸다. 피터 3는 제게 흘겨지는 눈초리를 손등으로 막으며 뻘쭘한 듯 팔을 오므렸다.

  "너무 오버했나봐요, 피터 2."
  "난 괜찮은데? 보기 좋아, 피터 3."

  큽, 웃음 참는 소리가 두 사람의 콧바람과 함께 새어나왔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어느덧 참지 못한 폭소를 흘려댔다.

  "아하하-! 우리 좀, 큭, 미친 사람들 같아요. 크큭-큭."
  "뭐 어때? 픕! 어차피 돌아가면 아-학! 아무도 모를 텐데!"
  "그러게요! 으핳-학!"

  아하학! 하하-...

  웃음이 점점 사그라들 즈음, 피터 3는 자신이 피터 2의 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단 사실을 자각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눈길이 가던, 푸르고 투명한 눈동자. 그 눈을 계속 보고있자니 조금씩 정신이 몽롱해져가는 기분이었다. 피터 3는 이왕 거리의 미친놈이 된 거, 더 미친놈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늘에선 비 같은 눈이 내리고, 캐롤이 들뜬 환희로 음을 채우는 날이었다. 더 미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는 오른손을 뻗어 피터 2의 뺨에 얹었다.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리고 키스했다.

  거리는 여전히 시끄러웠고, 하늘은 축축한 눈을 흩뿌려댔으며, 눈 덮인 도보 위 갑작스레 끊긴 발자국에도 사람들은 저들끼리 끌어안기 바빴다.


.
.
.

  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피터 3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왔다. 피터 2 역시 그의 세계로 돌아갔다.

  "하... 하핫. 여기도 눈비가 내리네."

  하얀 눈송이 속, 피터 파커가 홀로 진 하늘이 초라했다.


  당신의 세계도 눈비가 내리고 있나요?

 
2022.01.22 13: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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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렇게 설레냐ㅠㅠㅠㅠ센세 이건 문학이야.......
[Code: 55c7]
2022.01.22 14: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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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ㅠㅠ 마지막키스가 홀로남은 드류슾에게 위로와힘이될까 아니면 계속 그리워하게만 되는 슬픈 추억이될까 ㅠㅠㅜ....
[Code: f6dc]
2022.01.22 14:14
ㅇㅇ
모바일
드류슾은 돌아가서 또 혼자가 될거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ㅠㅠ
[Code: 9392]
2022.01.22 14: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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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ㅠㅠㅠㅠ 눈내리는 거리에서 키스하는 모습 상상완...
[Code: 49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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