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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0 22:57
개연성 없음, 노잼



bgsd








죄송하지만 혹시 B동이 어딥니까?


대학원에 다니는 석사생인지 아니면 새로 부임한 젊은 교수인지는 유독 어려보이는 얼굴에 알 수 없었지만, 낮고 부드러우며 차분하게 울리는 목소리는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조금 어색한 듯한 미소를 띈 하얀 얼굴이 복도 끝에서부터 눈에 밟혔던 것이 사실이었다



대강당 가시려고요?

일이 있어 가려는데 길이 어렵네요



멋쩍은 듯 웃는 그는 키가 무척이나 컸고 체격도 좋았으나 그럼에도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 부드러운 목소리 뿐 아니라 허리를 약간 숙여 나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려는 모든 몸짓 때문이었을 거다
때마침 수업이 끝나 시간도 남겠다 여기서 이렇게 가세요 저렇게 가세요 말로만 설명했다가는 또 길을 잃고 어딘가에서 헤맬 것이 뻔해서 나는 얼굴이 희고 키가 큰 그 남자에게 나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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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뺏는 게 아닌가 모르겠어서


같이 가주겠다는 말에 미안한 듯 웃어보이며 중얼대던 남자가 조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작은 키가 아니었지만 그 남자의 곁에 서자 어깨에 겨우 닿을 정도였다
그가 다가오자마자 옅은 비누향과 이름 모를 나무향이 코 끝으로 성큼 넘어왔는데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간이었음에도 그와 참 잘 어울리는
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강연 들으러 가세요?


내가 묻자 그는 잠시 동안 이유 모를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웃음도 아니고 화도 아닌 어딘가 이상한 표정이었다
나는 이 질문이 그렇게 어려운가 싶어 다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동시에 그가 답했다


네, 꽤 유명한 정치인이 강연한다고 하던데요


어쩐지 그의 눈빛이 더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순간 그가 정치학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즐기지 않는 편이었기에 (물론 그들도 나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다) 금새 흥미가
사라져서 대꾸했다


그런가요

그쪽은 강연 들으러 가시는 거 아닙니까?

네 저는 안 가요



내가 말하자 그는 또 다시 흥미롭다는 표정과 웃음인지 무엇인지 모를 무언가를 함께 담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 무어라도 해명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쫓기듯 말을 덧붙일 수 밖에 없었다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


내 말에 그는 웃음을 약간 터뜨리더니 말했다


그래 보이네요

맞아요. 공부하는 것도 정치랑은 전혀 관련 없고요

그래도 한번 들어보는 거 어때요?

왜요?

막상 까보면 뭐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의 말이 어딘가 의미심장하게 들렸지만 나의 착각이리라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정치인들이 다 비슷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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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해요?


네. 제일 안 믿는 말이 정치인 말이에요



내가 말하자 그는 생각에 잠긴 듯 정면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그것도 유명 정치인의 강연까지 들으러 가는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한 것에 대해 약간의 미안함과 창피함을 느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후로는 대화라고 할 것도 없이 의미 없는 말들과 호응만 주고 받다가 우리의 목적이었던 대강당이 있는 B동까지 도착했다
그는 계단을 올라서기 전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제 시간 맞춰 잘 도착했네요

아니에요 도움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내가 말하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그가 돌아서려는 순간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미안함이 밀려와 소리치듯 그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저기요


그는 내 목소리에 따로 대답 없이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빛이 어딘가 차가워서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말했다


아까 했던 말은 무시하세요

아까요?

네 그냥.. 도움 없이 힘들었던 시절을 누구의 탓으로라도 돌리고 싶은 마음인가 봐요



맞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던 정치인들은 정작 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떨어지고 나서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나의 이런 고해성사 비슷한 사과에도 그는 말 없이 서 있기만 했다
나는 그가 얼굴과는 다르게 굉장히 뒤끝있는 사람일 것이고 또 이런 사람과 엮이면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뒤돌아서며 말했다


어쨌든 죄송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지만


잠시만요


그가 내 손목을 약하게 쥐더니 나를 돌려세우고는 말했다


미안하면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뭔데요..?



확실히 아까보다는 훨씬 풀어진, 아니 이제 거의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내 눈 앞의 남자는 푸른 눈을 반짝 빛내며 말했다


오늘 강연 한번 들어봐요

그게 부탁이에요?

맞아요. 그게 내 부탁이에요



나는 뭐 그런 부탁이 다 있냐며 됐다고 하려 했으나 그가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기에 도저히 말할 수가 없어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아주 환하게 정말 아이처럼 예쁘게 웃으며 나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게 생각난 듯 소매를 걷어 올려 손목 시계를 흘끗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가야하면 가세요


내가 말하자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만 보았다
그 눈빛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연 들을 거니까 걱정 말고 가세요

정말이죠?

네 갈 거예요



내 말에 그는 미소 지으며 돌아섰다
그리고는 계단을 순식간에 뛰어 오르고 다시 뒤돌아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아직 시간 좀 남았어요 마실 거라도 사 와서 들어요

아 알았어요 급한 사람 먼저 가요



내가 손을 휘휘 흔들며 말하자 그는 웃으며 다시 뒤돌았고 곧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그의 검은 구두가 사라질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꿈에서 깨듯 정신을 차렸다


별 사람이 다 있어...


중얼거리고 뒤를 도려는 순간 내 왼 편에 있던 벽에 시선을 빼앗겼다
벽에는 며칠 전부터 교내에 여기저기 붙어있던 그 종이가 붙어있었다
한 번도 눈길을 준 적이 없어서 강연 시작 시간이 언제인지, 학생 입장 시간은 언제부터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강연자가 누구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던
그 종이에는

'내가 제일 안 믿는 말은 정치인 말'이라고 똑똑히 전했던 그 남자의 얼굴이 아주 선명히 인쇄되어 있었다


스타크 샌즈.
그 남자의 이름을 처음 알아버린 아주 기막히고 머리 아픈 첫 날이었다

































스탘너붕붕 스탘이





 
2022.01.20 2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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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
[Code: a424]
2022.01.20 23:09
ㅇㅇ
모바일
센세 억나더까지 압해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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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0 23:11
ㅇㅇ
모바일
허엌허엌 센세 이건 대작이 틀림없어요
[Code: e1f7]
2022.01.20 23:21
ㅇㅇ
모바일
센세 나 끝까지 숨 참고 읽었어 진짜(거짓말)
이런 마스터피스는 엌나더가 필요한 거 센세도 알지…?
[Code: 3046]
2022.01.21 0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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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요오오오옷 센세가 떨어트린 1을 내가 주워 왔으니까 어나더 줘야해요🧡 그게 내 부탁이에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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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00: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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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와자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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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01:28
ㅇㅇ
모바일
내 센세가 와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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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01: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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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첫 만남부터 개설레네 진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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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02: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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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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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02: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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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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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09: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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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서 대작을
[Code: fc5e]
2022.01.21 10:23
ㅇㅇ
모바일
억나더 ㅠㅠㅠㅠ
[Code: ff1c]
2022.01.21 11:16
ㅇㅇ
나 여기 눕는다 진짜 ㅠㅠㅠㅠ
[Code: 907c]
2022.01.21 21: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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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 나 더 어 나 더 어 나 더 줘어어어이이이이이이잉
[Code: 25eb]
2022.01.22 0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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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선생님 나 여기서 기다린다ㅠㅠㅠㅍㅍ
[Code: 2f25]
2022.01.22 10: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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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친 개존잼
이런것이 대작의 시작이라고 부르는건가
[Code: 39d5]
2022.01.29 00: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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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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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9 21:12
ㅇㅇ
모바일
대작의 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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