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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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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킨은 새로운 집의 푹신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어. 아까 오는 길에 너무 잔 탓인지, 너무 좋은 집에 오게돼서 신이 난 탓인지는 알 수 없었지. 원래 덮고 자던 까슬거리고 따갑기만 하던 허름한 담요와 달리, 몸에 착 감기는 보드라운 천에서는 기분좋은 향기도 났어. 아나킨은 침대 위에서 데구르르 구르며 행복감을 만끽하다가 문득 엄마 생각이 났지. 슈미는 여전히 거친 담요를 덮고 딱딱한 침대 위에서 잘 거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아나킨은 시무룩해졌어

결국 잠이 오지 않아 아나킨은 침대에서 나왔음. 복도는 어두컴컴했지만 저 끝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게 보였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쪽이었음. 아나킨은 조심조심 빛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지. 계단 아래로 빼꼼 고개를 내밀자 콰이곤과 오비완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게 보였음. 꽤 심각한 이야기처럼 보여서 호기심이 생긴 아나킨이 꼬물꼬물 계단을 반쯤 내려갔어. 그러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

"솔직히 전 모르겠어요. "
"뭘 말이냐."
"저 아이가 어떤 애인지 모르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덥썩 식구로 받아들이고 제 짝이 될거라고 하시면..."
"날 믿거라. 너와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게야."
"...그냥 돌려보내서 어머니와 살게 하는게 낫지 않나요? 아직 발현도 하지 않은 어린 아이잖아요."
"그러니까 데려온게 아니냐. 그리고 아이의 집을 봤는데 사정이 좋지 못해. 그 주인도 꽤나 험악하고. 아나킨에게도 여기서 지내는 것이 낫다."

헙... 아나킨은 작은 손을 들어 자기 입을 틀어막았음. 알고보니 두사람은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였어.

"하지만...!"
"오비완."
"아버지..."
"이제와서 저 애를 돌려보내는건 더 못할 짓 아니냐."
"......"
"더 할말 없으면 들어가보거라."

콰이곤의 축객령에 오비완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몸을 일으켰어. 아나킨은 혹시나 자신이 보일까 벽에 찰싹 달라붙었음. 하지만 오비완이 자신쪽으로 오기 시작하자 그대로 얼어붙었지. 오비완의 방도 2층에 있는 모양이었어. 아나킨은 최대한 벽 모퉁이에 붙어 몸을 웅크렸지만 오비완이 자길 못볼거 같지가 않았음. 입술을 꼭 깨물고 눈을 질끈 감고 있으려니 자기 앞에서 발소리가 멈췄지.

"아나ㅋ..."

오비완은 아나킨을 부르려다 웅크리고 떨고 있는 걸 보고 멈칫했어. 돌려보내야한다는 얘길 들은걸까 걱정이 됐지. 오비완은 콰이곤쪽을 흘끗 보고는 콰이곤이 모르게 조심스레 아나킨을 안아들었음.

"앗..."
"쉬잇"

오비완은 아나킨을 안아든 채 계단을 올라갔어. 아나킨의 방 침대에 살포시 내려놓자 아나킨은 혼날거라고 생각했는지 입꼬리가 잔뜩 내려가있었지.

"우리 이야기를 들은거니?"
"....죄송해요. 그냥 얘기 소리가 나길래 궁금해서..."
"다음부턴 그러지 않는게 좋겠구나.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건 나쁜 버릇이야."
"네에...."

아나킨이 울음을 참으려 호두턱을 만들었지만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은 어쩌지 못했어. 결국 눈물 한방울이 투둑, 이불 위로 떨어졌지. 울리려던건 아니었는데... 오비완은 아나킨의 눈물을 엄지로 닦아주었음

"화내는거 아니야. 그냥 다음부턴 안 그러면 돼."
"....그치만, 형은 제가 싫은거잖아요. 아저씨한테 저 다시 돌려보내라면서요."

아, 그게 서러웠구나.

오비완은 아나킨의 앞에 무릎꿇고 시선을 맞췄음

"네가 싫어서 그런게 아니야. 그냥... "

오비완은 아이의 동그란 머리통을 잠시 쓰다듬었음. 오비완의 손가락 사이를 스치며 지나가는 머리칼들이 부드러웠지. 잠시 그 감촉에 이끌려 아나킨의 머리를 쓰다듬던 오비완은 그냥 말없이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음.

"늦었구나. 잘 자렴."

아나킨을 눕히고 꼼꼼히 이불을 덮어준 오비완이 방을 나섰지. 그리고 남겨진 아나킨은 여전히 알쏭달쏭한 오비완의 마음을 궁금해하며 손톱을 물어뜯다가 잠이 들었음




그 뒤로 며칠동안 가끔씩 콰이곤와 오비완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아나킨은 자기 방으로 숨었음. 우연히라도 두사람의 얘기를 들었다가 오비완이 자길 나쁜 애로 생각할까봐 그랬지. 오비완은 자기가 싫은게 아니라고 했지만 어쨌든 자기가 여기서 떠나길 바라는 것 같았음. 그리고 아나킨은 오비완이 자길 떠내보내지 않았으면 했어. 오비완의 미움을 받는건 더더욱 싫었고

그러다 아나킨이 온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콰이곤이 사고를 당하게 되었음. 집에 있던 오비완이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뛰쳐나가려는걸 아나킨이 옷자락을 붙잡고 같이 데려가달라 말했지. 오비완은 잠시 망설였음. 콰이곤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아이에게 보여줄만한 모습은 아닐텐데 싶어서... 하지만 아나킨은 혼자 남겨지는게 무서운 것 같았지. 오비완의 자켓 자락을 너무 꼭 쥐어서 아나킨의 손끝이 피도 통하지 않는 것처럼 새하얘져있는게 보였어. 결국 오비완은 아나킨을 덥썩 안아올려 옆자리에 태웠음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오비완은 태연한 척 하려고 했지만 자꾸 손에 땀이 찼어.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바지 위에 닦았다가, 괜히 기어를 만지다가, 멀쩡한 룸미러를 다시 조정하고, 핸들 위를 초조하게 두드리고 있으려니 아나킨이 살포시 오비완의 손을 잡아왔음. 놀라서 아나킨 쪽을 돌아보자 아나킨이 변명하듯 웅얼거렸어

"우리 엄마가...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댔어요... 그래서..."

오비완은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제 손 위에 포개진 작은 손을 가만히 내려다봤음

"....잡지 말까요?"
"아, 아냐, 큼."

오비완은 갈라져 나오는 목소리를 다듬고 다시 말했어

"고맙다, 아나킨."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릴 때부터 중환자실에 들어설 때까지 내내 손을 꼭 잡고 같이 움직였음. 하지만 콰이곤이 누워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오비완은 참지못하고 달려가 콰이곤의 손을 제 두손으로 꽉 잡았음.

"아버지...! 대체, 대체 어떻게 된거예요..."

간신히 눈을 떠 흐느끼는 오비완을 바라보던 콰이곤이 오비완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음.

"나는... 이제... 가야할 것 같구나..."
"안돼요! 안돼요, 아버지. 저 혼자 두고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전 어떡하라고... 제발..."
"아나킨이 있잖니..."
"아버지..."
"약, 약속해주렴. 아나킨을 잘.. 키우겠다고... 키워서... 꼭... 네 오메가로.. 맞이하겠다고...."
".....네, 그럴게요. 그렇게 할테니까 직접 지켜봐주세요, 네?"

떨리는 오비완의 목소리를 들으며 콰이곤은 제 아들을 품에 안아주고 싶었음. 그리고 해주고싶은 말도 많이 남아있었지. 부모에게 버려졌던 기억때문에 오비완은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음. 좋은 알파, 좋은 아버지가 될 자신이 없다고 말하곤 했지. 그런 오비완이 아나킨을 들이는걸 반대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몰랐음. 하지만 콰이곤은 그래서 더 오비완에게 아나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오비완이 세상을 향해 쳐둔 그 벽을 깨고, 내면의 결핍을 채워줄 사람, 곧은 눈으로 막힘없이 오비완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존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입을 열어도 말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고, 어느새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어졌어. 결국 콰이곤은 자신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아들의 품에서 눈을 감았음



콰이곤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오비완은 슬픔을 추스릴 시간도 없이 바빴고, 아나킨은 혼자 오도카니 남겨진 채 집에 있어야했지. 집에 고용인들이 있긴 했지만 누구도 아나킨에게 말을 걸지 않았음. 그저 때에 맞춰 식사를 차리고 치우고 갈아입을 옷을 내어주고... 자신들이 할 일을 할 뿐이었지. 아나킨은 먹지는 않고 포크로 스테이크를 푹푹 찌르며 생각했어. 오비완이 콰이곤에게 자길 키우겠다고 약속을 하긴 했지만 그냥 돌려보낼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며칠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어 나타난 오비완은 크고 따스한 손으로 아나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음

"이제 오늘부터는 너와 나, 우리 둘 뿐이야..."
"...그러면 저 집에 안 돌아가도 돼요?"
"그럼. 이제 넌 내 동생이고, 내 반려이고, 내 오메가가 될거야. 너도 내가 아버지랑 약속하는거 들었잖니."

'만약 그 약속이 아니었다면 날 돌려보냈겠네요?'

아나킨은 차마 그렇게 묻지는 못했음. 대신 고개를 푹 숙인채 그냥 끄덕거리기만 했어.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해서 속에 든 것도 없는데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비완은 아나킨의 등을 토닥여주었음

"그럼 이제 올라가자. 오늘부터는 나랑 같이 자야해."
"....형 방에서요?"
"그래."
"그럼 제 방은... 이제 쓰면 안되는 거예요?"
"아냐, 거긴 앞으로도 계속 네 방일거야. 그냥 잠잘때만 내 방에서 같이 자면 돼."

아나킨에게 방이란 잠을 자는 곳이었기에 오비완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어. 왜 그래야하는지도 몰랐고. 하지만 그냥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거렸지. 피곤해보이는 오비완에게 괜히 따졌다가 오비완이 자길 귀찮아할게 겁이 났거든

"씻고 나올테니까 동화책이라도 읽고 있으렴."
"나 이제 동화책같은거 안 읽거든요!!"
"그래, 그럼 다른거 아무거나 하고 있어."

오비완은 입술을 삐죽거리는 아나킨을 뒤로하고 욕실로 향했음. 아직도 아나킨을 제 오메가로 키우는 게 맞는건지 아닌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어. 어린 아이에게 호르몬제를 투여하며 지속적으로 알파향에 노출시켜 길들이는 것도 그랬고, 자신이 아나킨에게 좋은 알파가 되어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지. 하지만 오비완은 콰이곤에게 약속을 했고,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스스로를 달랬음

씻고 나온 오비완은 몸의 물기를 닦고 침대로 향했어. 아나킨은 자신이 이해하지도 못할 어렵고 복잡한 책을 펼쳐둔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지. 오비완은 아까 사가지고 온 호르몬 약과 물을 옆에 내려두고 조심스레 아나킨을 깨웠음.

"아나킨...? 잠깐 일어나보렴."
"으응...."
"자, 착하지."

졸음에 잔뜩 무거워진 눈꺼풀을 깜빡이는 아나킨의 입에 알약을 밀어넣자, 아나킨이 조금 짜증스럽게 칭얼거렸지만 오비완이 재빨리 물컵을 가져다대자 아나킨은 아무 생각없이 물과 약을 한꺼번에 꿀꺽 삼켰음

"잘했어. 자, 손 들어보렴."

아나킨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자 아나킨이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오비완을 올려다보았음

"근데 형은 왜 다 벗고 있어요..?"
"잘때는 옷을 벗고 자야해."
"우웅... 난 맨날 다 입고 잤는데... 우리 엄마두 입고 자고...."
"이제부턴 벗고 잘거야. 나도, 아나킨 너도."
"왜요..? 안 추워요?"
"괜찮을거야. 형이 꼭 안아줄거니까."

오비완은 아나킨을 달래서 옷을 다 벗긴 다음 제 품에 끌어안고 이불을 끌어올려 꼼꼼히 덮어주었음

"어때, 따뜻하지?"
"으음.... 형한테 좋은 냄새 나요."
"...네가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구나. 자 이제 자자."
"네에... 안녕히주무세여...."
"너도 잘 자렴, 아나킨."

오비완은 알파향을 풀어내며 아나킨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고 자신도 눈을 감았음






별전쟁유안헤이든
2021.09.23 21: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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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어나더라니 내가 꿈을꾸나
[Code: 5f55]
2021.09.23 2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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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완이 불안해하니까 손 잡아주는거ㅠㅠㅠ 이번에도 어려운 형편에서 태어났지만 슈미가 사랑 많이 주고 키운것 같아 더 찌통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콰이곤이 저렇게 가고 자기 오메가로 맞을 생각하는 오비완이지만 아나킨은 저 약속을 다 봤으니 그냥 아버지 유언땜에 그런거라고 의심 쉽게 못거둘듯...ㅠ 아근데 시바 다 벗고 잔다니 큼큼 크흠흠 큼... 아니... 이게...하 꼴려서는 안될것 같은데 아니 근데...근데...들어보세요... 센세가 먼저... 아니 근데...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5f55]
2021.09.23 21: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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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오메가로 크게 만드는거 진짜 너무 좋고..ㅌㅌㅌㅌㅌㅌㅌㅌㅌ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하는 아나킨 크아아아아악 시발 대꼴존꼴 ㅌㅌㅌㅌㅌㅌㅌㅌ 하...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니 벌써부터 조교 들어가는 오비완...진짜 너무 좋고...콰이곤ㅠㅜㅜㅠㅠㅠㅜㅠㅜ그는 좋은 아버지였읍니다...ㅠㅠㅜㅠㅠㅜㅜㅠㅠㅠㅜㅜㅠ콰이곤의 바람처럼 아나킨이 오비완의 두려움을 없애줄 수 있을까....? 근데 아나킨 삽질 들어가는게 엇갈림의 시작인거같은게 허억..허억...개좋아...삽질해! 삽질해! 아 근데 둘이 껴안고 잘거 생각하니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하 개꼴려요ㅠㅠㅠㅠㅠㅠ
[Code: a483]
2021.09.23 2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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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로 키우는 오비완 존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a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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