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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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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ㅅㅅㅊㅈㅇ
ㄴㅈ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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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는 어깨에 맨 더플백의 끈을 고쳐 매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삼삼 오오 모였다가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샤링의 모습이 보였다. 시큰둥한 표정인 샤링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서있다 샹치를 보자 고개를 까닥였다. 샤링의 다른 손에 조그마한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샹치가 가까이 다가가자 샤링이 그가 맨 더플백을 훑어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그 집에서 자고 가게? 얼마나?"
"삼 일? 아, 케이티가 이거 너 주래."


그러면서 그는 들고 있던 쇼핑백 중 하나를 샤링에게 건넸다. 샤링은 받아든 쇼핑백 안을 열어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 사이, 샤링을 살펴본 샹치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샤링, 짐은? 옷 안 가져가?"
"무슨 옷을 가져가?"
"자고 가려면 입을 옷 필요하지 않아?"
"내가 미쳤어? 할 일도 많은데, 거기서 삼 일이나 있으라고? 오빠나 그래."
"너 안 자고 가? 그 격투장 때문에? 그러지 말고 이틀만 있다 가면 안 돼?"


그 말에 샤링은 미묘한 얼굴로 샹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말고도 하는 일 있어. 그래서 이틀이나 자리 못 비워. 오늘 돌아올 거야."
"나 비행기표 삼 일 후에 가는 걸로 끊었는데......"
"내가 그러라고 했어? 그럼 오늘 있다가 여기로 같이 오던지. 호텔 잡아줄게."
"...아냐. 아버지께도 그때 간다고 했는데, 그냥 있다 갈게."


잠시 갈등했지만 샹치는 눈썹께를 긁적이며 말했다. 얘길 안 했으면 모를까, 이미 자고 가겠다고 말 다 한 마당에 무르는 것도 영 아니었다. 샤링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케이티랑 같이 왔어야지. 그랬으면 아버지랑 단 둘이 삼 일이나 있을 일도 없잖아."
"걔도 오고 싶어했는데, 내일 잡혀있는 면접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
"그럼 그냥 당일에 왔다 가면 되잖아. 아버지가 자고 가래?"
"아니, 그런 건 아닌데...사실 케이티 할머니께서 그러시더라고. 자식이 하루만 있다 가버리면 얼마나 적적하시겠냐고, 못해도 이틀은 있다 오라고 하시는 바람에......"
"미국 살더니 물러진 거 맞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그 말 듣고 그렇겠다고 생각했단 게 말이 돼?"


혀를 찬 샤링의 말에 샹치는 머쓱히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부렸다. 안 그래도 충동적인 판단이었나, 싶어서 심란했던 터에 샤링이 정곡을 찌르자 할 말이 없었다. 할머니 말씀을 듣고 나니 정말 그런가 싶어서 돌아오는 항공권 날짜를 덜컥, 삼 일 후로 예매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얘길 들은 그의 아버지도 딱히 반겨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이 살지 않겠냔 샹치의 권유를 거절한 게 웬우이기도 했다. 그들의 관계는 이전보단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전처럼 살가워지지도 않았다. 그래도 서로가 다시 가족으로 묶였단 인식은 조금이나마 생겨난 상태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공항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자 샤링이 검은 SUV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곤 주머니를 뒤적여 차키를 꺼내더니 샹치에게 던져주었다. 날아온 차키를 날렵히 잡아챈 샹치의 소매 아래에서 팔찌들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샤링이 힐끗 그 쪽을 보았다가 별 관심 없다는 듯 금방 시선을 돌리곤 조수석 문을 당겨 열었다. 안으로 들어간 샤링은 케이티가 준 쇼핑백 안에서 포장된 선물을 꺼냈다. 뒷좌석에 짐을 내려놓은 샹치는 운전석으로 와 시동을 건 후, 안전벨트를 당겨 맸다. 옆에서 포장지를 뜯으며 샤링이 말했다.


"키 줄 테니까 올라올 때 이거 타고 가. 거기 택시 부르면 한참 걸릴걸. 난 이따가 시간 맞춰서 오라고 하면 되니까 쓰고 나서 공항에 세워놔."
"누구 올 사람 있어? 존 존?"
"아니. 딴 놈 있어."


심드렁히 대꾸하면서 샤링이 포장 안에서 재킷을 꺼냈다. 화려한 그래피티와 장식이 들어간 재킷을 꼼꼼히 살펴본 샤링이 맘에 든 건지 씩 웃었다. 그리곤 새 재킷의 라벨을 뜯어내더니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뒤에 던져놓았다. 바로 케이티가 준 재킷으로 바꿔 입은 샤링은 매무새를 다듬은 후,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그 사이,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한 샹치는 샤링의 어깨를 톡 치곤 안전벨트를 가리켰다. 샤링이 귀찮다는 듯 당겨 매자 샹치는 바로 출발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동안 글로브 박스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쓴 샤링이 의자에 푹 기대곤 고개 돌려 샹치를 바라보았다.


"다음 달에 일 있어서 미국에 갈 예정인데, 그때 볼까?"
"그럴래? 언제?"
"일정 정확히 잡히면 문자 보낼게. 케이티한테도 시간 비워놓으라고 말해야겠네."
"너 본다고 하면 케이티가 엄청 좋아할걸."
"당연히 그래야지."


만족스럽다는 듯 웃은 샤링이 나른히 대답했다. 길을 따라 달리면서 둘은 간간히 얘길 나눴다. 대개는 그저 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사이, 창 밖을 스치는 풍경은 도시였다가 벌판으로 바뀌었고, 또다시 숲으로 바뀌기도 했다. 쉼없이 풍경이 바뀌는 동안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왔다. 황혼이 어스름 속으로 사라지고 짙은 청남빛이 깔릴 때쯤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들렸다.

아버지의 집은 들어가는 입구가 대나무들로 한 가득 둘러싸여 있어 다른 곳보다 더 어둑했다. 울창히 자라나 느릿히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다 보면 탈로를 지키고 있던 숲이 떠오르곤 했다. 어쩌면 일부러 이런 곳을 고르신 걸지도. 올 때마다 했던 생각을 또다시 하며 샹치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집에 가까워지자 웬우가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웬우의 모습은 어둠 속에서 유달리 눈에 띄었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는 소박하단 평가를 받았다. 물론 그건 샤링의 평가였고, 샹치는 차마 그런 평을 할 수 없었다. 과거에는 그보다 큰 집에서 살았지만 현재는 차고를 개조한 집에서 살다보니, 방이 네 개나 되는 집을 소박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멈춘 차로 다가오던 웬우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한쪽 눈을 가늘게 좁혔다. 내린 샹치가 뒷좌석에서 짐을 챙기는 동안 샤링은 트렁크에 기대서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웬우는 샤링을 보고 뒤이어 뒷좌석을 기웃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뤼옌은?"
"네? 누구...아, 케이티요?"


더플백을 매던 샹치는 난데없는 질문에 눈을 꿈뻑였다. 방금 뒷좌석을 살펴보신 게 케이티 때문인 건가?


"그래. 왜 안 온 거지?"
"케이티는 일이 있어서 같이 못 왔어요. 참, 이거 케이티의 부모님께서 아버지께 드리라고 하셔서요."


샹치는 손에 들고 있던, 길죽한 쇼핑백을 내밀었다. 웬우는 샹치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물끄러미 보더니 받는 대신 눈만 들어 샹치를 올려다보았다.


"뤼옌의 부모가 날 안다고?"
"...모르셔야 하는 거였어요? 말씀드린진 꽤 됐는데요."


사실 말한지가 두 달이 넘은 차였다. 아버지와 왕래할 일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그래도 앞으로 오게 될 테니 미리 말하는 편이 속 편하기도 했다. 게다가 케이티의 부모님이시니 알려드리는 게 마땅하다 생각해서였다. 아버지를 찾았다니 축하한다며 기뻐하시는 분들 앞에서 여러 복잡한 문제는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어 세세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웬우는 묘한 얼굴로 샹치를 쳐다보다 다시 쇼핑백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흠, 하고 짧게 목을 울리더니 받아들었다. 쇼핑백의 손잡이를 만지작대던 웬우가 샤링에게로 고갤 돌렸다.


"샤링, 네 짐은 안 가져온 거냐?"
"전 오늘 안 자고 가요."


웬우의 질문에 샤링이 시큰둥히 대꾸하며 샹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지은 죄가 있어서 샹치는 뒷목을 긁적이며 슬쩍 눈치를 봤다. 내일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일이었기에, 별 생각없이 샤링도 자고 가려니 했다. 하지만 샹치보다 더 웬우와 데면데면한 샤링이다보니 웬우와 지내는 시간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훈련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지만 적어도 웬우는 종종 어린 샹치를 들여다보곤 했다. 하지만 그동안 샤링은 완전히 등한시되었다. 몇 차례 없는 용기를 쥐어짜 어떻게든 아버지와 대화를 시도해보던 어린 샤링이 결국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그런 샤링에게 이제 와서 아버지와 잘 지내라고 할 순 없는 법이다. 그래도 때에 짧게나마 들렸다 가는 것 자체가 샤링으로선 상당한 노력이었다.

본인이 지은 죄가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웬우는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샹치에게 받은 쇼핑백을 들고는 먼저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갔다. 샤링과 샹치도 그 뒤를 따라갔다.

5월 초에 접어 들면서 날이 많이 풀렸는데, 여긴 대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어서인지 아직도 쌀쌀했다. 대문과 현관 사이엔 작은 마당이 있었는데, 한 켠에 긴 의자가 놓여있었다. 웬우와 샤링을 따라가면서 샹치는 무심코 의자로 시선을 돌렸다. 옆에 설치된 전등에서 약한 빛이 흘러나와 긴 의자 위에 잡다히 놓인 물품들이 보였다. 펼쳐진 책이 아무렇게나 놓여 낱장이 팔락 날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다반에 담긴 다기들이 보였다. 반쯤 채워진 찻잔의 표면에 전등빛이 어른거렸다. 방금 전에 여기 계셨던 건가?


"뭐해?"
"어? 아, 갈게."


현관에 선 샤링이 불러 샹치는 고갤 돌렸다. 둘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웬우가 거실 오른편에 난 복도를 턱으로 까닥 가리켰다.


"네가 쓸 방은 저기 있다. 어머니께 먼저 인사 드리고, 짐 놓고서 식당으로 오거라."


그 말을 남긴 웬우는 몸을 돌리더니 거실과 식당을 분리하는 가림벽 너머로 사라졌다.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 거실에서 제일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 잡은 불단으로 향했다. 불단엔 어머니의 사진과 위패가 놓여있었고 그 앞에 자그마한 향로와 방금 딴 것처럼 생생한 꽃가지 하나가 보였다. 가지 끝이 가지런하게 잘린 꽃은 흠 하나 없이 맑은 빛깔을 띄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짙은 향기가 물큰히 풍겨나왔다. 기억에 있는 냄새였다. 어린 그의 손을 잡고 화단 앞에 쪼그려앉던 어머니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어제 아버지가 사오신 거야. 좋은 냄새가 나지? 짙은 녹색의 잎사귀들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 꽃송이들은 마치 그림 속의 별들을 한 움큼 모아둔 것처럼 보였었다. 그때 어머니가 알려줬었는데, 꽃의 이름이......


"자스민이네."


샤링의 목소리가 들려 샹치는 기억에서 벗어나 샤링을 보았다. 손가락으로 꽃잎을 쓸어보던 샤링이 손을 내리곤 어머니의 사진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하루 이르지만 생일 축하해요, 엄마."


그러면서 샤링은 가져온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꺼내 꽃가지 옆에 나란히 내려놓았다. 작은 장식이 달린 머리끈과 솜씨 좋게 어머니의 얼굴을 그린 종이였다. 향을 집어든 샤링이 불을 붙인 후, 향로에 꽂았다. 잠시동안 눈을 감았다 뜬 둘은 향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흩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지금 그들을 보고 있을까. 그렇다면 부족하게나마 가족이 다시 모인 걸 기뻐하실까? 타들어간 향의 재가 조용히 스러지는 동안 묵묵히 있던 샤링이 입을 열었다.


"여기 있을 테니, 얼른 짐 두고 와. 아버지랑 단둘이 있게 하지 말고."
"알았어."


샹치는 피식 웃곤 그의 아버지가 알려준 방향으로 갔다. 복도에 들어서자 먼저 오른쪽 벽에 나무로 된 덧살창들이 자리잡은 게 보였고, 뒤이어 왼쪽 벽에 두 개의 문이 간격을 두고 선 게 보였다. 아무 방이나 들어가도 되나? 샹치는 고민하다 첫번째 문을 열어보았다. 안이 어두워 손으로 벽을 더듬자 스위치가 닿았다.

불 켜진 방 안은 필요한 가구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중앙에서 살짝 비껴난 위치에 침대가 있었고, 그 위에 어두운 색조의 침구가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침대 옆에 서랍장이 하나 있었고, 맞은 편에 옷장이 놓여 있었다. 창 아래, 의자가 덩그러니 자리잡은 게 보였다. 안으로 들어간 샹치는 우선 침대 발치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챙겨온 짐은 얼마 되지 않아 정리하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을 터였다. 나가려는데, 방 안에서 희미하게 자스민의 향이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던 샹치는 침대 옆, 벽에 난 창으로 다가갔다. 환기를 위해서였던 건진 몰라도 창이 비스듬히 열려있었다. 열린 창문을 밀어 젖히자 바람이 안으로 밀려오면서 꽃냄새가 더 짙어졌다. 그동안은 이 집에서 자고 간 적이 없어서 구조를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집이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정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저만치에 다른 방인지 창이 난 벽이 어둠 속에서 어렴풋히 보였다.

밤의 정원은 그림자에 잠겨 또렷히 구분할 수는 없었다. 군데군데 석등이 있긴 했지만 불빛이 약했다. 그 흐린 빛 아래 설핏 덤불과 나무의 형태가 보였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나는 걸 봐선 정원 내에 연못이 있는 듯 했다. 한참 꽃이 필 시기인 건지, 자스민의 향이 제일 뚜렷했지만 그 뒤를 따라 다른 냄새들도 잔잔히 났다. 풀과 이름 모를 꽃들, 그리고 나무의 묵직한 냄새...아버지가 여길 가꾸신 건가? 어쩐지 그런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질 않았다. 저만치에서 대나무 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일었다. 바람결에 실린 자스민의 향이 곧 다가올 여름을 속삭이며, 얼굴을 간지럽혔다. 오래 전, 어린 시절의 기억이 천천히 떠올랐다.

샤링과 나란히 정원의 의자에 앉아있는 어머니의 모습. 아버지는 호스를 들고 서있었다. 물이 안개처럼 뿜어져나올 때마다 작은 무지개가 공중에 아른아른 번졌다. 아마 아버지에게 호스를 쓰게 해달라고 졸랐던 것 같다. 몸을 굽힌 아버지가 그의 손을 감싸쥐고 스프레이 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일러주고 있었다. 여길 이렇게...누르면 되는 거다. 그렇지. 잘 하는구나. 혼자서 해볼까? 그리곤 어쨌더라. 아, 그래. 가르쳐준 대로 물이 나오는 게 신기해서 아버지한테 자랑한다고 몸을 돌리다가 아버지는 물을 흠뻑 맞았다. 뒤에서 어머니와 샤링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아버지는 같이 웃었던가?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적도 있었다. 아득한 추억이 묻혀있다 떠오를 때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애쓰지 않아도, 당연한 것처럼 가족이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그렇게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을 소모할 터였다. 가족의 구심점이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너무 오랜 시간을 동떨어져 지내면서 그들은 서로 다른 곳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가 여기가 아닌, 케이티와 그 가족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자신의 자리로 여기는 것처럼. 샹치는 어두운 정원을 바라보다 창을 닫고 방에서 빠져나왔다.


"뭘 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어머니의 불단 앞에 선 샤링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샤링도 그때 일을 기억할까? 물어보고 싶은 맘이 들었지만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샹치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6인용 식탁에 음식이 차려져있었고, 웬우는 홀로 식탁에 앉아있었다. 그는 식탁에 두 팔을 올리고, 생각에 잠긴 것처럼 입가에 손을 대고 있었다. 내리깔고 있어 속눈썹 아래에 가려져 있던 눈동자가 느릿히 떠오르면서 시선을 맞춰왔다. 이제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 속의 그때와는 달라져있었다. 웬우를 가운데 두고 샤링과 샹치는 양 옆으로 마주 보고 앉았다. 의자를 빼다 무심코 웬우의 앞에 놓인 술병의 라벨을 눈으로 읽었던 샹치는 잠시 주춤, 했다. 저거 전에 케이티 아버지께서 보여주셨던 술인데?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힘들게 구한 술이라며, 샹치에게 술의 이력을 줄줄 읊어주시던 기억이 났다. 저걸 아버지한테 주신 거야? 뭉클함과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그의 아버지에게 저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을 해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샹치는 좀처럼 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힐끗 힐끗 쳐다보았다. 둘이 자리에 앉아 웬우가 입을 열었다.


"한 잔 할 테냐?"
"...아, 네. 그럴게요."
"샤링, 너는?"
"전 됐어요."


샤링은 젓가락을 집어들며 대답했다. 웬우는 샤링을 보다 고갤 돌려 샹치 앞에 놓인 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샹치는 아버지가 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엔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고, 그 후에는 아예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대개 그는 고된 훈련에 지쳐 식사 자리에서 다른 일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그즈음에 아버지는 텐 링즈를 재건하느라 바빠 자리를 비울 때도 많았고.

웬우가 잔을 들어 마시는 모습을 보며 샹치도 잔을 들었다. 소매 아래서 팔찌들이 짤깍, 미끄러져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웬우는 듣지 못한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는 힐끗 아버지를 보았다가 이내 쭉 잔에 가득 차있던 술을 비웠다. 목을 넘어가는 술의 맛과 향은 담백하면서 깔끔했다. 독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목이 후끈하긴 했다. 그가 다 비운 잔을 잘 보이게 내려놓자 웬우가 잔을 보곤 술을 한 잔 더 따라주었다. 그런 다음, 자신의 잔에도 다시 술을 따르더니 입을 열었다.


"술 마시는 법은 누가 가르쳐준 거지?"
"성인이 된 후에 케이티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셨어요."
"제대로 알려준 걸 보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듯 하군."


좋아하시기만 할까. 샹치는 피식 웃었다. 케이티와 나란히 앉혀둔 후, 각자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하시던 말이 떠올라서였다. 모든 술은 각자의 향미가 있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술을 알아야 하고, 술을 알기 위해선 먼저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즐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마셔봐야겠지? 생각해보면 그 분들은 케이티에게 뭔가 알려줄 때마다 당연한 것처럼 그를 포함시켰다. 덕분에 그는 그 가족 속에서 단 한 번도 소외받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웃는 그를 보던 웬우는 시선을 잔으로 돌렸다. 잔의 옆면을 만지작대던 웬우가 다시 잔을 들어올려 마셨다. 샹치도 그를 따라 잔을 비웠다.


"술도 맛이 나쁘지 않은 편이고."


잔을 내린 웬우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샹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케이티가 같이 오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뭐, 케이티의 아버지께서 애지중지하던 술이란 걸 웬우가 알 리가 없다지만, 고작 '나쁘지 않다' 정도의 평가라니. 어쩐지 입맛이 씁쓸해졌다. 샹치는 그의 아버지가 다시 병을 들어올리자 고개를 저었다. 살짝 취기가 돌기 시작해 그만 마시는 게 나을 듯 싶었다. 웬우는 잠깐 멈칫했지만 곧 자신의 잔에만 술을 채웠다.

한동안 그릇이 달그락대는 소리만 들렸다. 홀로 술을 두어 잔 비운 웬우가 술병을 잡았다가 놓았다. 손가락으로 입가를 쓸던 웬우가 입을 열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


탕을 뜨던 샹치와 밑반찬을 집어들던 샤링의 눈이 마주쳤다. 지금 누구한테 묻는 말인 거지? 눈살을 찌푸린 샤링이 웬우를 곁눈질하곤 고개를 살짝 저었다. 자긴 아니란 뜻이었다. 샹치는 주춤, 수저를 그릇에 걸쳐 놓았다.


"지금은 할 생각이 없어서요."


뜬금없이 무슨 결혼이란 말인가. 친구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딱히 그런 필요성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스로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말이 맞지만. 사실 항상 케이티가 옆에 있다보니 외로움 같은 건 느껴볼 새가 없었다. 웬우는 샹치를 보더니 식탁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라. 그런 시간은 짧을 수록 좋아. 될 수 있다면 빨리 하는 게 나을 거다."


누굴? 지금 손주 보고 싶으니 아무나 잡아서 얼른 결혼하란 소린가? 약간 욱, 하는 기분이 저 아래서 몰려왔다. 해묵은 감정은 사라졌나 싶다가도 이렇게 불쑥 얼굴을 드러내곤 했다. 당신 자신이 이런 것까지 왈가왈부해도 되는 사람이라 생각하나? 욱한 마음 그대로 입을 벌렸던 샹치는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하고 천천히 말했다.


"아직 하고 싶은 사람도 없고, 결혼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아니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샤링은 고개를 비스듬히 틀고, 젓가락을 든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었다. 샹치를 지그시 쳐다보던 웬우가 한 쪽 눈을 좁혔다.


"하고 싶은 사람이 없다니? 그럼 뤼옌의 부모가 나한테 왜 이걸 보낸 거냐?"
"...네?"
"그 애가 너랑 결혼할 예정이라서 보낸 거라 생각했는데."


아, 젠장. 골머리가 아파와 샹치는 한 손으로 이마를 눌렀다. 그러니까 그거였군. 케이티의 할머니께서 하시던 오해를 아버지한테도 받고 있자니 기가 막혔다. 아니, 대체 왜 아버지한테까지......고개를 든 샹치는 속에서 솟구쳐오르는 한숨을 꾹꾹 눌렀다. 케이티의 부모님께서 선물하신 술이 얼마나 좋은 건지 설명하지 않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라면 아버지의 오해를 푸는 일이 더욱 힘들어질 터였다.  


"사귀지도 않았는데, 결혼을 어떻게 하겠어요. 걔랑 전 그런 사이 아니고, 친구에요."
"친구라고?"
"네, 친구요."
"뤼옌은 널 따라 오기도 했고, 얘길 들어보니 넌 그 애의 가족들과 친한 걸로 보이는군. 그리고 그 부모는 나한테 선물을 보내기까지 했지. 그런데 넌 지금 그 애를 친구라고 하는 거냐?"


미치겠네......샹치는 이 돌고 도는 대화에서 간절히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는 그나마 유일하게 도와줄 만한 사람인 샤링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샤링은 여전히 고개를 비튼 채, 샹치의 시선을 외면했다. 입가를 가린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입술이 웃음을 참느라 꿈틀대는 게 보였다. 이 상황이 재밌는 모양이었다. 체념한 그는 이상한 놈 보듯이 쳐다보는 웬우의 시선에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아버지와 이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기분이 영 이상했다.


"왜 오해하신 건진 알겠지만, 정말로 그냥 친구에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저걸 보내신 건...그냥 호의이신 거예요. 다른 의도가 있으시다거나 한 게 아니에요. 그러니 그 문제엔 신경 쓰시지 마세요."


샹치를 물끄러미 보던 웬우가 병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빈 잔을 보았다. 납득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샹치가 이 문제로 더 얘기하길 원하지 않는단 건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다시 조용해지자 샤링이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입가를 가렸던 손을 내렸다. 샹치는 샤링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은 샤링이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잔을 내려다보고 있던 웬우가 술을 다시 따르더니 입을 열었다.


"샤링, 솜씨가 좋더구나. 카자흐스탄에서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 걸 보니. 내심 감탄했다."


그 말을 들은 샤링이 멈칫, 젓가락질을 멈추더니 웬우를 쳐다보았다. 잠깐 샹치를 흘끗 봤던 샤링은 눈을 내리깔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무심히 대꾸했다.


"무슨 일을 말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네가 나와 같은 방식이 아니다 보니 처음엔 눈치 못 챘지. 하지만 대부분이 내 밑에 있던 자들이라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정도는 알아. 그래서 네가 한 일이란 걸 알게 된 거다."


잠깐동안 대화의 맥락을 짚지 못해 어리둥절한 얼굴로 둘을 봤던 샹치는 곧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가 샤링에게로 고갤 홱 돌리자 이번엔 샤링이 골치 아프게 됐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슬쩍 시선을 피하는 걸 본 샹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텐 링즈 네가 정리하겠다고 했잖아, 샤링."
"정리했는데? 이젠 내가 수장이고, 그 팔찌도 없고. 그럼 정리된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샤링은 웬우를 보았다가 그 다음엔 샹치를 쳐다본 후, 어깨를 으쓱했다. 샹치는 잠시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속으로 심호흡을 했다. 둘을 번갈아 쳐다본 웬우가 양미간을 좁히더니 입을 열었다.


"네 오빠한테 얘기 안 한 거냐?"
"...그건 해체한 게 아니라 개편이잖아. 둘은 다르다고."
"그럼 걔넬 다 실업자로 만들어? 그런 애들 밖에다 풀어놓으면 그게 더 위험한 거 알지?"
"아니, 내 말은...이전에 텐 링즈가 뭘 하고 다녔는지 몰랐던 거 아니잖아. 걔넨......"


샹치는 말을 하다 멈췄다. 현재 그의 맞은편에는 범죄 조직의 현 수장이 앉아있었고, 옆에는 그 범죄 조직의 전 수장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한때나마 그 조직에 속해있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조직의 현 수장과 전 수장은 앞으로도 쭉 얼굴을 봐야 하는 그의 가족이었다. 할 말은 많은데, 말을 골라야 하니 오히려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걸 대체 어디서부터 짚어봐야 하는 거지? 샹치가 할 말을 정리하는 동안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기댄 샤링이 팔짱을 꼈다.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합법적이거든? 격투장 기억 안 나?"
"거기 합법이었어? 아니, 그보다 방금 대부분이라고 말한 거 맞지?"
"수단이 가끔 불법적일 때도 있긴 하지. 걱정 마. 그건 사소한 부분이니까."
"그게 어떻게 사소한 일이 되는 건데?"
"내가 여기 앉아있잖아. 큰 문제였으면 여기 올 시간도 안 났을걸."
"...그래서 해체 안 할 거지만, 개편은 했으니까 그대로 가겠다고?"
"문제 있어?"


정말 미치겠네......샹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샤링이 정리했다고 믿었던 때가 속 편했다. 그 모습을 보던 샤링은 짜증난다는 듯 눈동자를 위로 굴리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다 먹었어요."


그리고는 식당을 나갔다. 남겨진 둘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웬우는 식탁에 팔을 올리고 양손을 깍지 낀 채, 샤링이 나간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 숙인 샹치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웬우가 맞닿은 엄지손가락들을 서로 톡톡 두드리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저녁식사는 이만 마쳐야겠군."

 


 


-

 

아버지를 도와 뒷정리를 대충이나마 마친 후, 샹치는 샤링을 찾아 나왔다. 차에 가있을 줄 알았는데, 샤링은 마당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있었다. 꼰 다리의 무릎을 깍지 낀 손으로 감싸고 있던 샤링이 샹치를 힐끗 보곤 시큰둥하니 시선을 돌렸다. 뒷머리를 긁적인 샹치는 샤링에게 다가갔다. 그가 긴 의자로 다가가자 샤링이 옆으로 살짝 비켜주었다. 샹치는 의자에 있던 다반을 밀어내고 털썩 앉았다. 마당은 긴 의자 옆의 전등과 내부의 불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어 그리 어둡진 않았다. 저만치에 놓인 수련 화분을 바라보던 샹치가 자기 무릎을 두어 번 툭툭 두드리다 입을 열었다.


 

"저녁은 좀 먹긴 한 거야?"

"어. 먹을 만큼 먹었어."


 

샤링은 샹치를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샹치는 그런 샤링을 가만히 보다 슬쩍 어깨를 밀어 샤링의 어깨를 툭 쳤다.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샤링이 샹치를 쳐다보자 샹치가 씩 웃었다.
 

 

"네 부하들은 언제 데리러 온대?"

"...한 시간 안에 올 거야. 아버지랑 삼일 간 잘 버텨봐."

"별 일이야 있겠어? 최악의 순간은 아까 지나갔으니까 앞으론 괜찮겠지."

"케이티랑 결혼 안 하냐고 또 물어보면?" 

"아, 그건 좀......"


 

샹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샤링이 슬쩍 웃었다. 기분이 좀 풀린 듯한 샤링을 본 샹치는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다음 달에 미국 온다는 것도 텐 링즈 일로 오는 거야?"

"맞아. 하고 싶은 말 있어? 들어는 볼게."

"...그냥, 나중에 내가 뭐라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음 말해줬으면 해서."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은 샤링은 긴 의자의 등판에 몸을 파묻듯 앉더니 고개를 까닥 기울였다. 


"글쎄, 그런 일이 생기려나? 뭐, 격투장에 한 번 더 와주는 정돈 괜찮겠네."
"또 너랑 붙으라고?"
"무서워?"


놀리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와 표정을 본 샹치가 샤링처럼 등판에 몸을 기대면서 팔짱을 꼈다.


"케이티한테 베팅금 넉넉히 준비해두라고 해야겠다."
"이번에도 나한테 걸라고 해. 그래야 돈 안 잃지."
"내가 질 거란 보장도 없거든?"
"그러다 다시 지면 더 쪽팔릴 거 알고서 그런 말 하는 거지?"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거고."


 

입씨름을 이어가다 둘은 자연스럽게 말을 멈췄다. 저 멀리서 바람이 대나무 숲을 쓸면서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 민가가 거의 없는 곳이라 지나칠 정도로 고요해 잎사귀 부딪히는 소리들이 꽤 크게 퍼져나갔다. 탈로에 있을 때가 생각났다. 용이 머무는 강과 움직이는 숲 속의 마을. 때로 그 기억은 마치 꿈처럼 느껴지곤 했다. 샹치는 팔을 내려다보았다. 티셔츠 소매 아래로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팔찌들은 그 때 일이 꿈이 아니라고 알려주곤 했다. 또한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과 지금 여기에 있는 것 역시 꿈이 아니라고. 그는 깍지 낀 두 손을 허벅지 위에 올리고 엄지 손가락들로 턱을 받쳤다. 한참 동안 아무 말 없던 샤링이 양 팔을 긴 의자의 등받이에 걸치더니 길게 숨을 내쉬었다가 뱉었다. 
 

 

"난 아버지랑 달라. 오빠가 걱정할 만한 일 같은 건 안 해."

"...알고 있어."

"알고 있단 사람이 잔소리를 그렇게 해?"

"그게 무슨 잔소리야? 여태까지 감추고 있던 게 서운해서 그런 거지."

"때 되면 말할 생각이었지. 아버지가 그 얘길 꺼낼 줄 알았나."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댄 샤링이 신경질적으로 머릴 넘겼다. 그 모습을 본 샹치는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 샤링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집어들어 확인한 샤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이제 가야겠다. 줄 거 있으니까 차까지 같이 가."

"줄 거?"

"오빠 말고. 케이티한테 줄 거야. 나중에 갈 때, 가지고 가라고."


 

샤링의 말대로 도착한 건지 대문 너머로 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샹치가 샤링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현관이 달칵 열렸다. 안에서 나온 웬우가 그들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가는 거냐?"
"네."

 

간단히 대답한 샤링이 먼저 등 돌려 대문으로 나갔다. 그런 샤링을 따라 나가던 샹치는 등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몸을 돌려보았다. 웬우가 그를 따라 나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샤링을 배웅하시려는 건가. 사실 전에도 그들이 갈 때면 웬우가 나와서 가만히 지켜보긴 했었다. 가끔 그런 순간들은 평범한 가족이 할 법한 일 같아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의 아버지가 노력하고 있단 걸 실감하기도 했다. 딱히 특출나게 대단한 노력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대문 밖을 나서자 그들이 아까 타고 온 SUV 옆에 지프가 한 대 서있었다. 차창이 어두워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샤링이 지프로 걸어가더니 뒷좌석 문을 벌컥 열어 젖혔다.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 샤링을 보았다. 어. 샹치는 레이저 피스트를 알아보곤-잠깐, 이름은 뭐더라?-눈썹을 들어올렸다. 눈을 굴린 레이저 피스트가 샹치를 보곤 그 다음으로 웬우를 보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명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건지 짧은 순간, 다양한 표정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다 레이저 피스트가 머뭇,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다 알고 있으니까 내가 말했던 거나 가지고 나와."

"...다 아신다고요?"
"그래."


 

샤링의 대답에 납득한 건지 아님 변명할 말이 마땅치 않았던 건진 몰라도 레이저 피스트는 주섬주섬 쇼핑백들을 챙겨서 나왔다. 내린 그가 샤링의 옆에 서서 쇼핑백들을 정중히 건넸다. 내용물을 확인한 샤링이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 사이, 레이저 피스트는 미묘한 표정으로 웬우를 보더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잘 지내셨습니까?" 
 

 

웬우는 그저 가볍게 고개만 까닥였다.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것처럼 레이저 피스트는 입을 열었지만 이내 별 말 없이 다물었다. 어쩐지 복잡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전 수장 앞이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샤링이 샹치에게 손을 까닥하더니 쇼핑백들을 내밀었다. 


 

"하난 오빠 꺼야. 나머진 케이티한테 주면 돼."
"내 것도 있어?"
"거기 파란 거. 그래, 그거."

"와, 고마워. 잘 쓸게."

"그러던지. 난 이만 가야겠다."
 

 

웃는 샹치에게 짧게 웃어보인 샤링이 돌아섰다. 레이저 피스트가 차문을 잡아주자 샤링이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서있던 웬우가 입을 열었다. 
 

 

"조심히 가거라."


 

잠시 샤링은 웬우를 쳐다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에선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곧 그는 얼굴을 돌렸고 그러자 레이저 피스트가 문을 닫았다. 레이저 피스트는 웬우에게 몸을 돌려 정중히 인사하더니 반대편으로 돌아서 차 안으로 들어갔다. 출발한 차는 금방 저만치로 멀어졌다. 샹치와 웬우는 나란히 서서 차츰 사라져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곧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더니 소리조차도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지막하게 숨을 내쉰 웬우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들어가자."

"네."


 

샹치는 샤링이 가버린 방향을 돌아보았다가 웬우를 따라 집으로 들어섰다. 대문을 지나 현관으로 가다 멈칫한 샹치는 쇼핑백들을 주렁주렁 팔에 끼곤 마당의 긴 의자로 다가가 주섬주섬 다반과 책을 챙겨들었다. 한 손엔 다반을, 한 손엔 책을 들고서 돌아섰던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웬우를 보곤 눈을 깜빡였다. 다가온 웬우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건 내가 들고 갈 테니 이리 주거라."

"아, 그럼...이거 들어주세요."


 

그러면서 샹치는 책을 웬우에게 건넸다. 샹치가 내민 책을 보던 웬우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 그는 책을 받아들면서 여전히 웃음기가 담긴 얼굴로 샹치를 올려다보았다. 은은한 불빛 아래서 아버지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부드럽고 온화해보였다.  
 

 

"둘 다 달라는 말이었는데. 내가 못 미더운가 보지?"

"...네? 아니, 그게 아니라...이 정도는 들 수 있으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샹치."


 

언뜻 들으면 타박처럼 들릴 어투였지만 미소 짓는 얼굴 때문인지, 그 목소리엔 장난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어쩐지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뒷덜미에서부터 열이 훅 퍼졌다. 왜인지 말이 엉켜 쩔쩔매는 샹치를 보던 웬우가 슥 손을 내밀어 다반의 아래를 잡았다. 샹치가 반대편을 잡고 있던 터라 손가락이 살짝 맞닿았다. 건조하면서도 단단한 손 끝이 샹치의 손가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대로 다반을 끌어당겨 안정적으로 잡은 웬우가 시선을 다반 쪽으로 옮기면서 벌어진 셔츠깃 너머로 목덜미가 유연한 선을 그리며 드러났다. 무심결에 그 움직임을 따라갔던 샹치는 다시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을 느껴 고갤 들었다. 밤보다 짙은 눈동자 속에 불빛이 어른어른 빛나고 있었다.
 

 

"내가 정리할 테니 들어가서 그만 쉬거라."

"아, 네......"
 

 

웬우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선 문을 연 다음,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를 따라 가면서 샹치는 손가락이 가려운 듯한 기분이 들어 손을 쥐었다 폈다. 왜 이러지. 마치 멀미라도 하는 것처럼 속이 일렁였다. 웬우는 식당의 식탁에 책을 내려놓더니 연결된 주방으로 들어가 다기들을 개수대에 내려놓았다. 샹치는 좀 떨어진 곳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개수대에 서서 다기들을 닦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동시에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일렁이던 속이 차츰 가라앉았을 때, 웬우는 씻은 다기들을 건조대에 올려놓았다. 젖은 손을 털어낸 웬우는 주방에서 쓰는 수건에 물기를 닦아내면서 뒤를 돌아보더니 의아한 듯 미간을 좁혔다. 


 

"자러 간 줄 알았는데."

"...인사 드리고 자려고요."
"그러냐. 잘 자거라."

"네,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지."
 

 

처음으로 그의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좀 가라앉았다 생각했던 속이 다시 일렁거렸다. 샹치는 애꿎은 뒷목을 벅벅 긁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선 돌아섰다. 
 

 

"샹치."


 

식당을 나와 거실로 향하는데, 뒤에서 웬우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 웬우는 주방의 식탁에 손을 대고 서있었다. 그는 잠시 가만히 샹치를 바라보더니 미미한 웃음을 지었다.
 

 

"네가 이 집을 편히 느끼게 된 거라면 기쁘구나." 

"......"

"그 말을 하려고 부른 거다. 잘 자렴."


 

샹치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둔 웬우는 식탁에 놓아뒀던 책을 집어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입을 벌렸던 샹치는 곧 입을 다물고 이로 입술을 꾹 눌렀다. 다시 돌아서서 거실을 빠져나온 샹치는 그의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어쩐지 무척이나 지친 기분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기까지 온 데다 험난한 저녁 식사까지 거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쇼핑백들을 서랍장 옆에 내려두고, 침대에 털썩 앉았던 샹치는 그제야 떠오른 생각에 아, 하고 짧은 소리를 냈다. 자기 전, 어머니 불단에 인사 드리고 온다는 걸 깜빡했다. 아, 진짜. 그는 앉아있던 자세 그대로 벌렁 누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제 와서 다시 나가기도 머쓱했다. 한숨을 푹 쉰 샹치는 손을 내리고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길 편하게 느끼게 되었냐고? 그럴 리가. 아버지의 그 말은 어쩐지 가슴을 쿡 찌르는 구석이 있었다. 오는 내내 괜히 자고 가겠다고 했나, 생각했던 터라 양심에 걸려서 그런 듯 싶었다. 그는 잠시 불편한 자세 그대로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가 부스스 일어났다. 내일부터 잘 해드리면 되지. 

 

놔뒀던 짐의 정리를 마치고, 방과 연결된 욕실에서 씻고 나온 샹치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털다가 힐끔 창문을 보았다. 수건을 느슨히 어깨에 걸친 그는 아까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었다. 뜨거운 물로 인해 체온이 올라간 몸에 바람이 시원하게 와닿았다. 후, 숨을 깊게 내뱉은 샹치는 창가에 놓여있는 의자를 빙글 돌려 등받이 쪽에 두 팔을 올리고 앉았다. 팔 위로 턱을 괸 그는 밤의 정원을 바라보았다. 청남빛 하늘 귀퉁이엔 초승달이 가느름히 걸려있었고, 깊은 어둠 속에서 물소리가 단조로운 음악처럼 흘러나왔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림자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샹치는 맞은편 벽에 난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서 약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버지가 저기 계신 건가. 깊이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나른한 자스민의 냄새가 풍겨나왔다. 샹치는 눈을 감았다. 그의 숨 속으로 들어와 가득 채우는 그 향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들떴다. 마치 주체할 수 없이 더운 열기가 피부 아래서 한 가득 흐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

사실 술 마시는 예의 같은 거 잘 모름...걍 넘어가줘라ㅠ
읽어주는 모든 붕들 코맙!




샹치 샹치웬우 샹우
 

2021.09.16 03: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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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어나더를 주셨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Code: ef4c]
2021.09.16 0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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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센세 너무 좋아요............ 나는 이걸 보기위해 안자고있었나보다.......... 분위기 미쳤다 진짜
[Code: a517]
2021.09.16 03: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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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읽는데 간질간질 설레서 미칠 거 같아요... 센세는 천재다 ㅠㅠㅠㅠㅠㅠㅠ
[Code: b404]
2021.09.16 0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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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너무 좋다 아슬아슬하고 간질간질 거려ㅜㅜㅜㅜㅜ
[Code: 859a]
2021.09.16 03: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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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개오진다 줄거리도너무흥미진진하고 존잼임 센세사랑해
[Code: 0b14]
2021.09.16 03: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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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어나더 들고 와줬어!!!!! 허어 센세 쩔어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너무 좋다 ㅠㅠㅠㅠㅠ
[Code: 7e79]
2021.09.16 04: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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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진짜 등단 ㅅㅌ 하는 거 아니지...??? 분위기 너무 좋고 캐릭터들이 ㄹㅇ 살아있는 것 같아 존잼이야 진심 ㅠㅠ 억나더로 돌아오다니 분부니 죽어도 여한이 없소
[Code: ba1c]
2021.09.16 04: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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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웬우가 비록 어색하지만 다정한 아버지로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샹치가 웬우에 느끼는감정이 더 간질간질하고 배덕하게 느껴지는거같아 (아직 시작단계지만) 처연하고 단정한 아버지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샹치 생각하니까 너무 좋아서 기절할거같아요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담편도 기다리고있을게요 ㅠㅠㅠㅠㅠㅠㅠ
[Code: b6cf]
2021.09.16 04: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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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ㅠㅠㅠㅠ내 센세가 어나더를 들고 돌아오다니ㅜㅠㅠㅠㅠㅠ센세 존나 천재만재 맏따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샹치랑 웬우가 같이살면서 어떻게 감정을 풀어나가는지 억만대장경으로 써준다는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5ec]
2021.09.16 05: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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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센세 기다렸어ㅠㅠㅠ 3일동안 같이 지낸다 하니깐 어나더에서 더 풀어준다는거지?? 또 기다릴게
[Code: a063]
2021.09.16 07: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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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ㅈ바지춤 잡고 달려왔는데 왜 떡씬이 없는데 야한거지ㅌㅌㅌㅌㅌㅌㅌ둘사이 텐션이 오른거도아닌데 설레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46b3]
2021.09.16 08: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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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숫자를 달고 오셨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조한데 텐션이 왤케 숨못쉬게 긴장되는지 ㅌㅌㅌㅌㅌㅌ 샹치가 웬우 목덜미 보는 장면 진짜 너무 좋아서 몇번 읽었는지몰라요 ㅠㅠㅠㅠ
[Code: ba7c]
2021.09.16 08: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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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크아아아 너무 기대됩니다 센세ㅠㅠㅠㅠㅠㅠ감정선 섬게한거 미쳐ㅠㅠㅠㅠㅠㅠㅠㅠ어나더ㅠㅠㅠ어나더ㅠㅠ
[Code: b5b4]
2021.09.16 08: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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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Code: 4ba0]
2021.09.16 11: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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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좋아...ㅜㅠㅠㅠㅠ
[Code: 0ffd]
2021.09.16 11: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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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셨습니까ㅜㅜ 분위기 너무 좋다 기다리고 있었어요ㅜ
[Code: 9aa3]
2021.09.16 1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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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텐션맛집
[Code: 2954]
2021.09.16 1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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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어나더를 들고 와주시다니 진짜 감격스럽습니다ㅠㅠㅠㅠㅠㅠ센세 사랑해ㅠㅠ 분위기 쩔어 진짜ㅠㅠ
[Code: 05f8]
2021.09.16 23: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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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향기처럼 은은하게 웬우와 샹치 사이의 미묘한 기류가 계속되는게 너무 좋아ㅜㅜㅜ웬우의 어딘가 처연하면고 삭먁하고 차가우면서도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그모습이 뭔가 너무 좋으며...꼴리고...샹치가 어서 자기 맘 자각하는것도 보고싶은데 사실 이런 아슬아슬한 기류도 너무 존맛이라 그냥 흑흑 너무좋다ㅜㅠㅠㅠ센세 어나더 기다릴게ㅠㅜㅜㅠ
[Code: 0d9f]
2021.09.17 0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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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문학 수인이야????? 마쳤다ㅠㅠㅠㅠㅠㅠㅠ마블놈들아 여기 스크립트가 유출됐는데 뭣하냐ㅠㅠㅠㅠ센세 샹치2 나올때까지 조만나더로 함께하자ㅠㅠㅠㅠ
[Code: 2e63]
2021.09.17 1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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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는 진짜 감명받았어. 어떻게 이런...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너무 대단하고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게 나는 정말 행복해 ㅜㅜㅜㅜ
[Code: f0f3]
2021.09.18 13: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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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맛집
[Code: b5b8]
2021.09.20 08: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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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정말.... 정말 감사하고.... 내가 이런 글을 무료로 봐도 되는 걸까....? 진짜 닳을까봐 하나 하나 아껴읽었는데도 죄송스럽고 황송하다 진짜.......... 센세 정말 나붕이 말 주변이 없어서 죄송하지만 정말 사랑하고 이건 진짜 마스터피스야 모든 캐들이 살아있고 묘사에서 향기 공기 분위기 소리 온도가 생생하게 다 느껴져......
[Code: 51c7]
2021.09.20 08: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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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진짜 행복해 사랑해 정말 진심으로 지하실로 모시고 싶다 진짜 ㅠㅜㅠㅠㅠㅠㅠㅠ.... 우리 둘만의 공간에서 영원히 행복하자 센ㅅㅔㅠㅠㅠㅠㅠㅠㅠ
[Code: 51c7]
2021.09.23 1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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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또 왔어... 사랑해... 센세 덕분에 너무 행복해....... 정말.......
[Code: 710b]
2021.09.28 07: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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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장인 센세의 촘촘한 설계 덕분에 눈을 감으면 탈로의 녹음을 닮은 그 곳의 풍경이나 세 사람의 어색하지만 전에 비해 누그러진 공기가 느껴져요ㅜㅜㅜㅜㅜ웬우의 오해에 곤란해하는 오빠 보며 웃음 참다 왕꿈틀이 되는 샤링 찐혈육미가 넘치는구낰ㅋㅋㅋㅋ둘이 짐 나눠들다 손가락 스치는 부분이랑 웬우의 뒷모습 가만히 지켜보는 부분에서 옛기억의 익숙함과 아직은 알 수 없는 간질간질한 텐션이 지나가는데 나붕까지 자스민향에 취하는 기분이라 넘 좋았어ㅜㅜㅜㅜㅠ
[Code: ae7c]
2021.10.04 05: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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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쓰러진다 여기에
[Code: 3c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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