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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1 19:58
점점 말수를 잃어가는 아들과 웬우를 피하는 딸. 

잉리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 삶은 웬우를 반쯤 미치게 만들었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는 보이지 않아 더욱 괴로웠지.

그때 눅눅한 비린내가 나는, 너덜너덜한 고서 한 권이 웬우의 손에 들어온 것은 우연이었을까?

그 불길한 고서는 죽은 자를 돌려받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또 경고하고 있었어.

하지만 광인의 눈에 경고 따위 들어오지 않았지.

그날부터 웬우는 텐링즈의 모든 여력을 쏟아부어 인어의 흔적을 찾았어. 

신화에서 시작해 전설, 설화, 민담, 그리고 알음알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까지. 무려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는 것 치고는 놀랍게도 모든 일이 순조로웠어. 

마치 웬우의 사랑에 감동한 하늘이, 혹은 다른 존재가 친히 이끄는 것 같았지.

헨젤과 그레텔의 흰 조약돌처럼 드문드문 이어진 단서들은 결국 웬우를 한 외진 바닷가로 데려갔어. 

유월에도 파도는 얼음장을 흔들고 바닷가에는 축축한 이끼와 들꽃이 피어있는 곳.

웬우는 어린아이의 숨결을 좋아하는 인어를 유혹하기 위해 해초와 허브를 섞은 연초를 샹치에게 주었어.

"네 차례다."

겁에 질린 눈으로 아버지를 한 번, 연초를 한 번 본 샹치는 옷자락을 꽉 잡은 샤링의 손을 떼고 앞으로 걸어나갔지.

자연스럽게 기구에서 새어나와 하늘로 날아가는 연기와 달리 향을 깊이 들이마신 샹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땅을 기어가다가 잘게 부서지는 파도에 쓸려갔어.

엄지 한 마디만큼 있던 약초 덩어리가 다 타들어가도록 향을 내쉬던 샹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전보다 더 겁에 질린 얼굴로 웬우를 돌아보았지.

끔찍하게 낙담한 웬우는 샹치를 불러들이려 했어.

"어? 저기!"

샤링이 이상한 걸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말이야.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무언가 작은 게 둘 솟아 있었어. 맹세코 조금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야.

아직 새끼손톱보다도 작게 보였지만 웬우는 본능적으로 그것들이 인어임을 알 수 있었지.

"점점 다가와요!"

샤링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한 걸음 내딛던 웬우의 발목을 붙들었어.

어린아이의 숨결을 좇아 인어들이 점점 다가올수록 웬우는 그것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어.

흰자는 없으나 극히 아름다운 인간과 같은 이목구비에 턱에는 비늘이, 귀에는 지느러미가 달려 있고 해초같이 치렁한 머리칼을 진주와 산호로 장식한 인어들은 어느 정도 헤엄쳐오고는 멈췄어.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지.

이해할 수 없는 가사와 자장가 같은 곡조는 귓가에서 울리는 듯, 기억 속에서 메아리치는 듯 아련하고 종잡을 수 없었어. 

그때 처음으로 샹치가 입을 열었어.

"엄마..."

아이의 입에는 희미한 미소마저 맺혀있었지.

"엄마가 절 불러요."

웬우는 당황했어.

"정신 차려라. 저건 인어의 노래일 뿐이야."

"아빠는 안 들리세요? 저기서 저를 부르고 계신 엄마의 목소리요."

그때 아이가 한 걸음 인어들을 향해 다가갔어. 그러자 둘 중 하나가 마치 거울처럼 한 걸음 만큼 가까워졌지.

"샹치!"

"지금 가요 어머니..."

"샹치!!"

아이는 더 이상 웬우의 말을 듣지 못했어.

"너무 그리웠어요..."

느리지만 확실한 걸음으로, 아이는 바다를 향해 걸어갔어. 

"오빠아!!"

샤링이 비명을 지르며 물 속으로 들어가는 샹치를 끌어안아 멈추려 했지만 평소 그녀를 아끼던 오빠에게 아프게 뿌리쳐졌을 뿐이야.

웬우에게는 이해할 수 없을 뿐인 노래가 아이를 밤바다에 내려앉은 달빛의 길처럼 인도하는 듯 했지.

"다음부터는 같이 가요..."

속에서 무언가 확 타오른 웬우는 성큼성큼 걸어가 아이의 어깨를 잡아챘어. 

순간 균형을 잃을만큼 강한 힘으로 당겨졌음에도 아이는 바다만을 바라보고 있었어. 이미 초점이 사라진 아이의 눈은 마치 인어들처럼 검은 부분이 밀물처럼 흰자 위로 번지고 있었지.

분노한 눈으로 아들을 홀리는 인어들을 쫓아내려던 웬우는 순간 멈췄어. 

...잉리?

여전히 인어의 특징을 간직한 하나와 달리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인어는 전과 달리 죽은 잉리의 모습을 닮아 있었거든.

물에 젖어 달라붙은 머리만 아니면 인어는 창백한 잉리와 똑같았어. 그나마도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혈색이 돌기 시작했지.

[여보?]

웬우를 다정하게 부르며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것까지 영락없는 잉리였어.

그제야 웬우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어.

지금, 이 손을 놓으면, 잉리는 웬우의 빈 품으로 걸어들어와 그와 함께 돌아갈 거야.

그리고 끔찍한 비극 따위는 없었다는 듯 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다정하고 안온하게. 

따스하고 평화롭게.

...샹치가 차가운 물 속에서 죽어갈 동안.

인어는 이제 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얕은 물에 서 있었어. 웬우의 선택을 기다리는 듯 했지.

이게 죽은 자를 돌려받는 일의 참 뜻이었던 거야.

아들을 바치고 남은 평생 죽은 이의 그림자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허상을 좇으려 또 한 명의 가족을 잃는 것.

아니. 그건 웬우가 원하는 게 아니야.

그 순간 인어의 눈빛이 바뀌었어.

"꺼져라! 이 아이는 내 아들이야!"

"캬아하아악!!!!!"

잉리를 닮은 인어가 순식간에 변해 사납게 울부짖었어. 그와 동시에 웬우를 유혹하던 노래는 그쳤지만 멀리서 샹치를 부르던 음률은 다급하게 고조되었지.

"놔! 놔아!!"

"샹치!"

"아아, 제발 놔주세요 아빠! 전 가야 해요!"

"아니, 너는 나와 간다!"

"어차피 아빠는 내가 필요 없으면서!! 나 대신 저기 엄마랑 집에 가요!"

발악하듯 소리치며 쇠사슬 같은 손아귀를 벗어나려 버둥거리던 샹치는 곧 방향을 바꿨어.

"샤링! 내 동생아! 엄마가 그립지 않니? 이 아이만 보내주면 너만을 사랑해주는 엄마를 돌려받을 텐데! 샤링! 들려? 이 오빠 말을 들어야 해!"

그러나 샤링은 모든 게 무서워 엉엉 울면서도 똑똑히 외쳤어.

"아빠! 놓지 마세요! 제발 놓지 마세요!"

"아아아아... 제발 놔주세요... 하하, 너무 늦었어! 날 보내줘! 아아아악!! 부탁드릴게요... 엄마... 엄마..."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울다가 웃고 빌다가 발악하는 샹치는 인어들로부터 멀어질수록 더욱 거세게 몸부림쳤어.

결국 웬우가 아이를 기절시키고야 모든 소란이 멎었지. 

[후회할 것이다. 인간이여. 인어들은 결코 망각하지 않으니. 그 아이는 결국 바다의 것이 되리라.]

그러자 웬우에게 차가운 경고를 남기고, 인어들도 물 속으로 사라졌어.



웬우샹치
2021.09.11 20: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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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우가 정신차리고 샹치 구해서 다행인데 인어의 경고 넘 무섭고요...ㅜㅜㅠㅠㅠㅠㅠ인어쉑들 뭔 짓을 하려고(;´༎ຶД༎ຶ`)
[Code: 102e]
2021.09.11 21:31
ㅇㅇ
모바일
ㄷㄷㄷㄷㄷ 샹치한테 무슨짓하려고 ㅠㅠㅠㅠ
[Code: 6e18]
2021.09.12 05:30
ㅇㅇ
모바일
분위기 오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3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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