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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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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오세븐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정예 요원을 조금 더 뽑은 정보부였음. 너붕은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특출난 신체 능력과 두뇌 회전 때문에 고아원에서도 너붕을 모르는 애기들이 없었겠지. 어찌저찌 하다가 너붕의 존재를 마횽이 알게 되고 너붕이 어렸을 때부터 마횽은 영국 정부 그 자체였으니까 너붕을 정보부로 데려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


그렇게 해서 너붕은 갓 교복을 입기 시작할 때부터 쭉 정보부 소속 하위 기관에 훈련을 받았음. 전투수영부터 각종 총검술, 격투기까지 성인들도 버거워할 훈련을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는 너붕이 흥미로웠고 딱히 기대도 하지 않았던 터라 마횽은 너붕에게 꽤 기대를 가졌겠지. 잘 키우면 더블오세븐 후임으로 붙여놔도 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해서 너붕은 성인이 됨과 동시에 대학 조기졸업을 마친 뒤 MI6 정식 요원으로 최종 발탁에 성공했음.


그 말인 즉슨, 너붕은 이제 영국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너붕의 목줄을 쥐게 된 건 결국 마횽이라는 거지.


그날따라 힘들었던 합동 작전을 마치고 더블오세븐과 더블오나인(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항상 B라고 불리는 너붕)은 국장실로 보고를 하러 갔는데 마횽 앞에서 칼같이 보고를 마친 너붕이 유난히 조용한 거야. 평소 같았으면 더블오세븐한테 시비 걸고 늙었다고 핀잔도 좀 주고 둘이 투닥투닥 해야 하는데. 마횽이랑 본드는 예상과 달리 조용한 너붕을 보고 눈썹을 휘었겠지.

아니나 다를까 너붕이 푹 마횽 책상 앞으로 푹 고꾸라지는 거임. 반사신경 빠른 본드가 일차적으로 너붕을 받쳐 주고 마횽이 메디컬팀에게 연락해서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된 너붕이겠지.


얼마 되지 않아 제일 먼저 너붕을 찾은 건 다름아닌 Q였음. 걱정도 걱정인데 일단 너붕을 혼내러 왔겠지. 브랜치에서 백업 맡으면서 너붕에게 할 수 있겠냐고 몇 번을 물었는데 무리하게 몸을 혹사시켜서 결국 그 사단이 난 거라고, 이런 식으로 가다간 다음 임무 때 까딱 잘못하면 너뿐 아니라 다른 요원들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거 아냐고 따끔하게 혼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덤덤하게 사과하고 Q랑 잠깐 병실에서 임무 피드백 받고 있었는데 병실 문 겁나 크게 열리고 본드가 놀람 반 빡침 반으로 막 소리지르려고 하는데 Q가 본드 질질 끌고 나가주고 너붕은 고개 절레절레 흔들면서 간만에 휴식을 취하려고 했음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척이 들려옴. 너붕은 현장 요원이라 감이 뛰어난데, 걸음 소리만 듣고 마횽이구나 하는 거임. 그래서 자세 고쳐 잡고 빳빳하게 앉아 있는데 마횽이 들어와서 인형 하나랑 꽃 하나 협탁에 놓아줬으면 좋겠다. 기껏 데려와서 키우긴 했는데 살면서 자기 나이대 사람들이 받을 만한 선물 하나 주지 못했구나 싶어서 준비했겠지.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아이스맨이어도 자기 손으로 거둬들인 작은 여자애 하나가 몹시 신경 쓰였던 마횽이었음. 알게 모르게 너붕이 참여하는 작고 큰 미션들 하나하나 실시간으로 확인하지는 못해도 꼭 모니터링까지 마쳐야 직성이 풀릴 정도였겠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선물만 물끄러미 보다가 고맙다고, 당신 덕분에 특별한 인생을 선물받았으니 그걸로 됐다고 걱정 시켜서 미안하다고 너붕이 말했음

그렇게 그 사건 이후로 너붕은 마횽에게 셜록 다음으로 아픈 손가락이 되어 있겠지



그리고 나서 연말에 요원들끼리 작은 파티 같은 거 하는데 그날 시간이 좀 남았던 마횽이 잠깐 들르는 거임. 너붕은 작은 체구에 걸맞게 검은색 미니 드레스를 입었는데 작은 몸이 더 앙증맞아 보여서 티 안 나게 속으로 아빠 미소 짓는 마횽임. 본드랑 너붕이랑 투닥투닥거리고 Q는 좀 어른답게 굴라며 본드를 나무라는데 그래도 얼마 안 되는 화목한 순간 중 하나라 다들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겠지.


마횽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너붕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작은 드레스를 입은 작은 여자아이의 몸이 유난히 단단했고, 노출된 부위며 잘 안 보이는 곳까지 멍 투성이인 게 한편으로는 안쓰러웠고 꽤 자랑스러웠음. 그나마 금붕어들 투성이인 이 세상 속에 정보부 요원 중 특출난 너붕이 얼마나 빛나 보였을까.


그렇게 한참동안 너붕을 바라보다 너붕이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는데, 자기랑 눈이 마주치고 마횽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이는 너붕을 보고 마횽은 한 번도 뱉은 적 없던 욕을 읊조렸을 거임.



그리고 깨닫겠지. 아,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누가 좀 써줘라... 마횽너붕붕 얼마나 좋은데 왜 이거 안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