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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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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https://hygall.com/267026530




"여기다 두는 걸 본 것 같은데.."

아주 캄캄한 밤, 침의 위에 검붉은 천을 뒤집어 쓴 무선이 주방 안을 열심히 뒤졌어. 그가 찾고 있는 것은 천자소 병이었지. 하루아침에 귀비가 되고 입궁한지 석 달 동안 애주가 위무선이 술 한방울 입에도 못 댔다니. 그의 친구들이 들으면 입을 떡 벌리고 놀랄 일이였어. 처음 한 달은 정신없이 후루룩 지나가 버렸고, 두 달 째 부턴 깐깐한 교사 밑에서 황궁 법도를 익히느라 바빴어. 졸릴 때 자고, 배고플때 먹고, 일 하고 싶을 때 하며 좋을 대로 살던 무선은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 하느라 석 달간 애를 먹었지. 게다가 망기는 술에 약하고, 묵염이 술을 마시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무선이도 자연스레 마실 일이 없어졌겠지.

머리에 쓴 천이 거슬렸는지 냅다 던져버린 무선이 수십개의 찬장을 열었다 닫길 반복했어. 분명 아궁이 옆 서랍에 넣는 걸 봤는데. 무선은 나무 서랍을 맨 윗 칸 부터 하나씩 열었어. 어두워 잘 보이질 않으니 손의 감각 만으로 찾던 무선의 손가락 끝에 매끈한 도자기 같은 것이 만져졌지. 이거구나. 병의 목에 매달린 끈을 잡아 빼내니 흰 색의 천자소 병이 하나 나왔어. 한 병이 다는 아니라 생각한 무선이 더 안쪽을 더듬거리니 큰 술독이 있었지. 무선은 작은 천자소 병은 두고 술독만 가져갈까, 하다가 이왕 꺼낸거 뭣 하러 다시 넣어놓나 싶어 작은 것은 품에 넣었어. 밖으로 나오니 아까 부엌에 왔을 때 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주위가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해져 있었어. 찔릴 것도 없는데 괜히 주위를 휙휙 둘러본 그는 아까 떨군 천을 다시 쓰고 총총 제 처소로 돌아갔지. 초봄이라 밤은 쌀쌀했어. 앗 따거! 순간 휘잉 부는 바람에 이물질이 눈에 들어간 무선이 미간을 찌푸렸어.

"위비."
"으아아아아락!!!!"

하마터면 천자소 단지를 떨굴 뻔 한 무선이 팔로 얼굴을 감싸며 흙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버렸어. 귀신을 부리는게 특기인지라 그건 무섭지 않지만 이런 거엔 면역없는 무선이였지. 뭐야, 뭐지? 누구지?? 입을 꾹 다물고 팔 사이로 흘끗 확인하니 조그만 발이 보였어. 위비, 여기서 무얼 하는 겁니까. 묵염이였어. 차분히 묻는 목소리에 안심한 무선이가 후다닥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했지.

"마마,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서재에서 나오는 길입니다."
"그러시구나..아하하.."
"그것은 술이 아닙니까."
"헤헤.. 부, 부엌에 갔더니 있길래.."

부엌에 갔더니 발견한게 아니라 애초에 술을 찾으러 부엌에 간 것이겠지만 묵염은 별 말 하지 않았어. 왜 주방 궁녀들에게 술상을 준비하라 하지 않고? 오히려 의아하단 말투로 물었지. 궁 내에선 음주가 금지는 아니었으니까. 무선은 단지를 꼭 안고 눈을 도로록 굴렸어. 음, 혼자 마시기엔 조금.. 뭔가 좀 그래서.. 폐하나 마마께서 술을 즐기시는 편은 아니신것 같아.. 묵염은 어물어물 말을 꺼내는 그를 침착히 기다렸어. 사실 무선이가 몰래 숨어든 이유는 따로 있었어. 무선은 하인들 자체가 어색했어. 평생 수발 들어주는 이 없이 혼자 살아왔던 사람인데 갑자기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될 정도로 많은 하인이라니. 무선은 저를 위해 일사불란히 움직이는 이들을 보며 내가 귀비가 되지 않았으면 나보다 신분이 높을 사람들일 텐데, 라는 생각이 항상 들었던거야. 궁 생활 초반엔 궁녀들이 무선을 달갑지 않게 여겼던 일 때문에 매번 눈치를 보고 지내다 보니 명령은 커녕 부탁도 하기 어려워진거지. 묵염은 무선의 얘길 듣고 혼자 무얼 골똘히 생각했어.

"내가 동무가 되어도 되겠습니까?"
"..마마께서요?!"
"마셔 본 적이 없으니, 위비가 술을 가르쳐 주었음 합니다."


-


쪼르르- 묵염은 맑은 소리를 내며 따라진 술을 가만히 쳐다보며 생각했어. 네가 그렇게 유명하다던 천자소로구나. 색으로 봐선 그냥 맹물이라 아직 딱히 감이 안 잡히는 묵염은 진지한 표정을 하고 냅다 한번에 털어넣어 버렸어. 아이고, 목 매우실텐데. 토끼눈이 된 무선이 그의 반응을 살폈지. 혀에 닿는 쓴 맛에 묵염은 눈을 꾹 감고 인상을 찌푸렸어. 술이 들어간 입 안 전체가 뜨거워지는 것 같아 혀를 빼물었지. 순식간에 목구멍으로 넘어간 술은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게 느껴질 정도로 느낌이 요상했어. 그치만 약을 먹은듯한 무거운 씁쓸함이 아닌 깔끔한 쓴맛이 오묘하니 나름 괜찮았어. 이 투명한 액체에서 이렇게 독한 향이 나다니. 열여덟해 인생 첫 술의 충격에 굳어있는 묵염이 귀여워 무선은 씩 웃었어. 어떠십니까? 생각보단.. 나쁘지 않군요. 무선은 자기도 처음 마실 땐 그랬다 말하며 술단지의 천 뚜껑을 뜯었어.

무선의 앞에 술잔이 놓여있지 않다는 걸 안 묵염이 궁녀가 잔 하나를 빼먹은 것 같다 얘기하니 무선이 자신은 괜찮다며 손을 저었어. 그럼 어찌 마신다는 건지 묵염이 궁금해 한 것도 잠시, 천자소 단지를 든 무선이 그대로 그걸 들고 마셨어. 크하- 오랜만에 마시니 맛이 더 좋은 것 같사옵니다.

"정말.. 술을 좋아하나보군요."
"예. 입궁하기 전 까진 거의 매일 마시러 다녔습니다."
"하긴, 폐하도 술 덕에 만났으니."

무선은 안주로 내어온 말린 고구마를 씹다말고 화드득 놀랐어. 묵염은 두 잔 째를 비웠지. 마마께서도 알고 계셨습니까..? 술이 들어가 조금 취했는지 묵염이 푸흐흐 웃으며 대답했어. 알다마다요. 폐하의 호위가 기겁을 하며 내게 알려주었지요. 묵염까지 알고 있단 건 궁 내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단 거나 마찬가지였어. 무선은 제 흑역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 묵염은 한잔을 더 따랐어. 무선이 제가 따라 드리겠다며 손을 뻗었는데 묵염은 괜찮다며 거절했어. 점점 취기가 오르는지 살짝 삐끗해 술이 잔을 따라 조금 흘러버렸지. 그것 아느냐, 위비. 깔끔히 비운 잔을 내려놓은 그는 술기운이 말투가 편해졌지. 무선도 안주 없이 세번째 잔을 넘긴 묵염을 걱정스레 바라봤어.

"무얼 말씀이십니까?"
"폐하께서 말이다- 너를 만난 것, 내게는 처음에 아무 말도 없으셨다."
"그러셨습니까?"
"그래. 정말 너무하시지 않느냐. 네가 이르케 좋은 사람이란 것도 한마디 없으셨다.."
"아유, 제가 무슨.."
"..폐하는 내가 못 미더우신가-"

그러치 않느냐?? 어찌 황후인 내겐 언질하나 안 해 주시고.. 세 잔만에 완전히 혀가 꼬부라진 묵염이 흐릿한 앞을 뚜렷이 보려고 인상을 찌푸렸어. 무선이 자꾸 셋이 되었다가 하나가 되었다가 요지경 이었지. 위비, 요술을 부리는 것이냐? 무선이 묵염의 손 끝에서 아슬히 달랑거리는 술잔을 가져와 탁자에 올려두었어. 아이고, 마마께선 이게 한계신가 보구나. 의자 등받이에 기댄 묵염의 고개가 자꾸 고꾸라졌지. 무선은 점점 행동이 느려지는 묵염을 침상에 눕혀주려 했어. 황후께서 잠이 드실 것 같아 창도 닫아놓아 사방이 조용했는데 미닫이 문 바깥에서 궁녀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지.

"바깥에 웬 소란이냐."
"마마, 폐하께서.."

어쩔 줄 몰라하는 궁녀의 말에 무선이 경악했어. 하필, 하필 이때! 그 순간 '폐하'에 반응한 묵염이 비틀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났어. 어느 누가 보아도 완전히 술에 취한 상태였지. 술 상대가 없어 황후에게 술을 먹였냐며 혼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한 무선은 안절부절 했어.

한편 망기는 아무 소리 없는 묵염의 방이 의아했어. 원래도 매일 조용한 황후궁이긴 하나 제가 찾아오면 항상 금방 문을 열고 맞던 묵염인데. 거기다 제 눈치를 잔뜩 보는 궁녀가 수상했지. 혹시 황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 그래도 방금 무선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지. 급해진 마음에 우물쭈물 하던 궁녀를 제치고 문을 열자 망기는 뚱한 표정의 묵염과 마주했어. 그는 목 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침의 차림으로 서 있었어.

"패하."
"..황후?"
"왜 오신검니까?"
"상소문에 대해 의논 할 게 있어,"
"너무하세요. 그럴 때만 절 찾아오시고!"
"무슨 일 있는 것이냐?"

"위비는 자주 찾아가시면서! 저는 이제 안중에도 업찌요!"

물런 위비가 옙브긴 하지만.. 서운합니다.. 발그스름한 두 볼을 하고 조잘거리던 묵염이 망기의 품으로 고꾸라졌어. 천자소 특유의 냄새가 훅 풍겼지. 깜짝 놀라 그를 받아든 망기가 묵염이 편하도록 그의 머리를 제 가슴팍에 기댔어. 망기는 묵염을 살피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드니 무선이 서서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꾹 물고 있었어. 그 옆의 탁자를 보니 술병과 잔이 놓여 있었지. 상황파악을 한 망기는 어디라도 아픈건가 싶어 걱정했던 마음을 가라앉혔어. 술기운에 머리가 아픈건지 묵염이 미간을 움찔거렸어. 그걸 가만히 내려다 보던 망기가 슬며시 웃더니 무선에게 말했지. 술을 마신 것이냐.

"예. 마마께서 마셔보고 싶다 하셨사옵니다."
"얼마나 마셨느냐."
"마마께선 세 잔 정도.."
"잘했다."
"..에, 예?"
"황후에게 좋은 벗이 생겨 다행이구나."

망기의 말에 무선이 자신은 마마의 벗이 되기엔 한참 모자란 사람이라며 고개를 저었어. 망기는 품 안의 묵염을 조심히 안아올려 침상에 뉘이려 했어. 하지만 묵염이 망기의 목덜미를 감은 팔을 풀고 놓아주지 않았지. 술이 들어간 사람은 힘이 세진다고 했었나. 무선은 매일 황후마마의 냉철하고 똑부러지는 모습만 보다가 석 달만에 처음 보는 그의 어리광이 너무 사랑스러웠어. 편히 눕혀주려 망기가 움직일수록 묵염은 더 꽉 끌어안았지. 수면상태 임에도 고집을 부리는 묵염을 보며 결국 웃음이 터진 망기가 뒤따라 들어와 있던 궁녀들에게 일렀어. 오늘은 황후의 처소에서 잠을 청하겠다고.

"예, 폐하. 서둘러 정리를,"
"되었다."

목소리를 낮춘 망기가 검지를 입에 갖다 대었어. 황후의 잠에 방해가 될 터이니 동이 트면 하거라. 망기는 명 받들겠다며 고개를 숙인 궁녀들에게 나가보라 눈짓했어.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무선은 방을 밝히던 등불 중 가장 밝은 불을 껐지. 작은 양초만 남아 은은하게 어둑해진 방엔 묵염의 뒤척이는 소리만 들렸지. 무선은 소인도 이만 물러가겠다며 밤 강녕히 보내시라 예를 올리며 문을 닫았어.

망기는 묵염을 안은 채 눕히고 비단 이불을 덮어주었어. 가슴팍에 숨이 닿아 따뜻했지. 아직 묵염의 머리카락에 은 비녀가 꽃혀있길래 그것을 살살 빼 주니 흑색 진주같은 머리칼이 스륵 흐드러졌어.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이 간지러울까봐 가만가만 정리해 주는 망기의 손길이 닿으니 살짝 찡그리고 있던 얼굴이 풀어졌지. 묵염은 꼬물거리며 망기의 침의 사이 맨가슴에 코가 닿을 정도로 파고들었어. 망기도 단단히 그를 당겨 안았지.

"..으응..남망기..."

"남잠..나 살구 먹고싶어.."
"그래. 우리 묵염이 먹을 살구, 내일 잔뜩 사다 주마."

잠꼬대로 한참을 웅얼대던 묵염의 목소리는 망기가 등을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색색거리는 숨 소리로 변했어. 망기는 치사량을 넘긴 귀여움에 계속 웃음이 나왔지. 어린 아이일 때 부터 의젓하고 조용하던 사람이 어리광 부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으니. 부모와 떨어져 입궁 할 적에도 울지 않았던 묵염인데, 이 귀여운 걸 같이 산지 13년이 다 되서야 봤다는게 많이 아쉬울 정도였어. 그리곤 이 모습을 가장 먼저 본 무선에게 처음으로 질투심을 느꼈지. 반질한 묵염의 이마에 입을 맞춘 그는 커다란 손으로 묵염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잠을 청했어.





진정령 오나황
망기묵염 망기무선 망선
2020.02.28 14: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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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입갤하셨다네!!! 입갤하셨다네!!!!!
[Code: 8a32]
2020.02.28 14: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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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묵염이 존나 귀여워....망기 존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4f6]
2020.02.28 14: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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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기 싸움 잘하냐... 내가 더 잘할 순 없냐... 하 ㅅㅂ
[Code: c60e]
2020.02.28 14: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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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ㅠㅠㅠㅠ 귀여워ㅠㅠㅠ
[Code: a320]
2020.02.28 14: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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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남망기 싸움 잘하냐.....한국어 대결하자ㅠ
[Code: f55e]
2020.02.28 14:52
ㅇㅇ
마 남망기 싸움 잘하냐!!! 잘하겠지...양손의 꽃 존부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158]
2020.02.28 14:53
ㅇㅇ
모바일
남망기 싸움 잘 하냐 ಥ_ಥ 한번만 져줘라....
[Code: abe9]
2020.02.28 14: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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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묵염이 개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400]
2020.02.28 14: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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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염이ㅠㅠㅠㅠㅠ 살구나무째로 뽑아쥬고시프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7d13]
2020.02.28 14: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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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남망기 싸움 잘하나! 잘하겠지...
[Code: a8d1]
2020.02.28 15: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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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주정 너무 귀여운거 아니냐ㅠㅠ
[Code: 43bd]
2020.02.28 15: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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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으으으으
[Code: f180]
2020.02.28 15:30
ㅇㅇ
와 내가 살구가 되고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황후냥냥 귀여움에 죽을 것 같다ㅠㅠㅠㅠㅠㅠ
[Code: 344e]
2020.02.28 16: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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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이거시 꿀이냐 술이냐 살구냐 뭐냐 도대체ㅠㅠㅠ 스윗해서 도라버린다ㅠㅠㅠ
[Code: adce]
2020.02.28 17: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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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기 니가몬대...존나부럽다
[Code: 4817]
2020.02.28 18: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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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황후묵염이 너무 귀엽잖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c20]
2020.03.01 20: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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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기..늬가 몬대!!!,,, 귀엽고 우아한 묵염무선이 데리고 살어..그래 잘살어..
[Code: b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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