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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ㄴ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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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 부생한천 웨이란 주일룡백우




눈을 뜨면 당신이 있다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테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에 반짝 눈을 뜬 부생은 제 옆에서 곤히 자는 한천을 보며 가슴이 뜨겁게 울렁이는 것을 느꼈다. 어제의 일이 전부 꿈만 같았다. 정말 당신이 내 곁에 있구나. 그 생각 하나만으로 세상을 손에 넣은 듯 짜릿한 성취감이 전신을 훑었다. 이제 더는 혼자가 아니다. 외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나의 사랑을, 우리의 사랑을 허락함으로써 비로소 완벽해진 것이다.

마치 홀린 것처럼 한천을 바라보던 부생이 뒤늦게 손을 들어 조심히 그의 이마를 짚었다. 다행히 열이 완전히 내린 듯했다. 어제 자신과 긴 대화를 끝내고는 곧장 열이 올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 이제야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문득 안절부절못하는 저를 보고 금방 나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던 한천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당신은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사람이다. 이미 애초부터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확실했으면서도 막상 상황이 닥치자 불안해하던 나와 달리, 한번 확신하자 곧바로 나를 붙잡아주는 당신이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당신은 내가 품기에는 너무나도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나처럼 추악한 존재와 함께하는 건 용납할 수 없을 만큼 고결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신을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부생의 눈이 일순간 번들거리는 찰나, 한천이 작게 앓은 소리를 내더니 가늘게 눈을 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서늘함을 갈아치운 부생이 부드럽게 웃었다.


"깼어요?"

"일찍 일어났네요..."


제 눈가를 매만지며 묻는 부생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천이 아직 졸음기가 가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잠깐 깬 거예요."

"그렇구나..."

"어, 어?"


거의 웅얼거리듯이 대꾸하더니만, 그대로 허리를 끌어안으며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는 한천에 당황한 부생이 다소 큰 목소리를 냈다. 한천은 그러거나 말거나 몇 번 몸을 뒤척여 편한 자세를 찾고는 나른한 숨을 내쉬었다.


"더 자요..."

"아, 어, 이, 이건... 이거, 그러니까..."


부생은 얼굴이 그야말로 터질 듯이 붉어져 한천에게 손을 댈 생각도 못 하며 허둥거렸다. 손만 안 댔다 뿐이지 꽤 부산스러운 몸짓에 미간을 살짝 찌푸린 한천이 부생의 허리를 조금 더 세게 안았다. 헛숨을 들이킨 부생이 꼼짝없이 굳어 눈을 크게 깜빡였다. 그가 조용해지자 한천은 금세 다시 잠들어 고른 숨소리를 냈다.


"한, 한천?"

"...."

"자요?"


부생이 들릴 것 같지도 않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고, 한천은 당연히 대답이 없었다. 아무것도 못 하고 눈만 깜빡이고 있기를 한참, 허공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부생의 손이 천천히 한천을 감싸 안았다. 마르지만 단단한 몸이 품에 꼭 들어맞았다. 순간 울컥 차오르는 눈물에 눈을 지그시 감은 부생이 바짝 긴장하고 있던 몸에 힘을 풀었다. 내가 당신을 마음껏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감격스러울 줄이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끝에야 마음이 통하게 된 것은 대단히 감동적인 일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부생과 한천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 있었다. 새벽에 제 심장을 그렇게 뒤흔들 때는 언제고, 알람이 울리자마자 칼같이 일어나서는 빠르게 준비를 끝낸 한천에 부생이 입을 비죽였다.


"그냥 오늘까지만 쉬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어요?"


자기도 준비를 끝냈으면서 침대에 걸터앉아 투정을 부리는 부생에 한천이 푸스스 웃었다. 그 웃음마저도 달게 다가오니, 부생은 괜히 발을 한 번 굴렀다.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한 한천이 부생의 앞에 섰다.


"사람이 왜 이렇게 극단적입니까?"

"원래 그런 거 몰랐어요?"

"알긴 알았죠."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한 한천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여유가 있긴 했다.


"퇴근하면 갈게요."

"어딜요?"

"당신한테요."


퍽 당연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부생은 언제 툴툴거렸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맹한 표정을 하고서는 살짝 벌어지는 입술에 웃음을 터뜨린 한천이 직접 부생의 턱을 닫아주며 말했다.


"맨날 당신이 왔었으니까."

"...진짜 꿈이면 어떡하지?"


한천의 말에도 한동안 멍하니 있던 부생이 별안간 앓는 소리를 내며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고, 괜히 속이 간질간질해서 발이 곱아들었다.


"얼른 일어나요."

"진짜 오늘만 안 가면 안 돼요?"

"퇴근하면 간다니까요. 일 열심히 하고 있으세요."


손목을 잡고 일으키려 하자 깍지를 껴오며 다시 한번 묻는 부생에 한천은 작게 웃으며 그를 끌어당겼다. 순순히 몸을 일으키는가 싶던 부생이 그대로 한천을 품에 안고 어깨에 이마를 파묻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제 등을 감싸는 두 팔에 심장이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 쳤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변해요?"

"그래서 불만입니까?"

"아니,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아."


벅차오르는 마음이 미처 억눌러지지 못해 한천에게 오롯이 쏟아져 들어왔다. 자신을 단단히 안은 팔이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굳이 숨기지 않은 한천이 부생을 좀 더 세게 껴안았다. 그저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생전 느껴보지 못한 충족감이 차올랐다.




"너 오늘 기분 좋아 보인다?"


교대 시간에 맞춰 돌아온 한천을 유심히 바라보던 허 서장이 대뜸 말했다. 저도 모르게 우뚝 멈춰선 한천이 이내 멋쩍게 웃으며 제 자리로 향했고, 헛웃음을 흘린 허 서장이 그에게 다가갔다.


"아프대서 걱정했더니, 멀쩡해 보이네."

"예? 저 아픈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뭘 어떻게 알아, 션 처장님이 말해줬지."

"션 처장님이요?"

"그래. 어제 갑자기 서에 찾아오더니, 나중에 문자 보내줬어."


그러고보니 어제 부생이 허 서장의 말을 듣고 왔다고 했던가. 허 서장의 반응을 보니 역시나, 거의 반협박으로 물어본 모양이다.


"너 찾아가려는데 마침 딱 오더라고. 너 안 왔냐고 물어보길래 설명해주니까 바로 자기가 간다고 하더라."


한탄하듯이 말하는 허 서장에 한천은 가볍게 웃으며 경찰모를 벗었다. 그러자 무어라 더 이야기하던 허 서장이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만 물었다.


"그런데 너 션 처장님한테 주소는 언제 알려준 거냐? 그렇게 질색하더니."


그걸 생각 못 했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입을 꾹 다문 한천이 눈동자를 도록 굴렸다. 생각해보니 서에서는 부생을 쫓아내려 하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몇 번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얼른 나가라며 축객령을 내린 적이 더 많았다. 이렇게 되새겨보니 정말 극적인 변화긴 했다. 역시 지금은 말 안 하는 게 낫겠지. 갑자기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다고 하면 쓸데없는 혼란만 안겨줄 것이다.


"전에 어쩌다가 알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런 거면 다행이고. 아무튼, 상태 괜찮은 거지?"


금세 의아함을 떨치고 걱정스럽게 묻는 허 서장에 한천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 의원한테서 연락은 없습니까?"

"응. 션 처장님 덕인 것 같아."

"아무래도 그렇겠죠."

"설마 창문을 깨뜨릴 줄 누가 알았겠냐."


허 서장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고, 한천은 맞장구를 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야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생각해보면 창문을 깨뜨린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짓이던가. 아무리 부생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해도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당분간은 그 짜증 나는 얼굴 안 봐도 되니까 좋긴 하다."

"그러게요. 그냥 이대로 안 오면 좋을 텐데."


웃으면서도 진심을 가득 담아 말한 한천이 책상 구석에 놓여있는 사탕 무더기로 손을 뻗었다. 언젠가 부생이 한 움큼 놓고 간 것이었다. 한천에게 주는 것이라 했지만 실상은 놀러 온 그가 몇 개씩 까먹는 것이 더 많았다. 부생의 말간 웃음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린 한천이 사탕의 껍데기를 벗겼다.




제법 성가신 사건을 처리하고 돌아온 부생은 처장실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는 다칭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은 고양이는 무척이나 진중하고 심각한 눈빛으로 부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가에 서 있던 부생이 천천히 들어와 문을 닫았다. 다칭은 평소와 달리 부생이 제게 가까이 올 때까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꼬리를 한 번 흔들 뿐이었다.


"삼촌?"

"왕차이 의원에 대한 세부 자료야."


부생이 자신을 부를 때야 몸을 일으킨 다칭이 앞에 놓인 서류철에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부생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


"저번에도 줬지만 한 번 더 조사했어. 더 자세하게 알아본 거니까 겹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을 거야."


다칭의 목소리는 언뜻 듣기에는 차분했으나 부생은 그 속에 눌려있는 분노를 기민하게 알아챘다. 잠시간 다칭을 바라보던 부생이 책상을 돌아 의자에 앉았다. 다칭은 여전히 서류철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네 짝이, 한천이 쿤룬의 일부라고 했지?"

"응, 아마 엄마의 신력으로 만들어졌을 거야."


다칭이 별안간 한천에 관해 묻자 부생은 되묻는 것 없이 바로 대답했다. 이미 출근했을 때부터 어제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는데도 다시 물어보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생의 말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 다칭이 다시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의 주위로 스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3년 전에 백화점 테러 사건이 있었어. 규모가 큰 테러였는데, 너도 아는 사건일 거야."


그 말마따나 그것은 부생도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사건이었다. 백화점 건물은 뼈대도 남지 않고 완전히 무너졌고, 사망자는 셀 수도 없이 많았던 끔찍한 테러였다. 몇 달이 지나도록 온갖 언론사와 대중매체가 떠들썩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부생에 다칭이 말을 이었다.


"당시 테러가 벌어졌을 때 생존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어. 모든 입구를 동시에 폭파해서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지. 범인들은 팀을 나눠 안에서 인질 네 명을 잡았고, 바깥에서 협상을 시도했어. 하지만 그놈들은 살인광인 미친놈들이라 협상하는 척만 한 거였고, 결국 인질들은 모두 죽었지."


거기까지 말을 마친 다칭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동시에 부생은 알 수 없는 불쾌함이 발밑에서부터 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분명 언론에는 그렇게 보도됐고, 공식 발표도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자세히 찾아보니까 알려진 사실과는 조금 다르더군."


다칭의 날카로운 발톱이 서류철을 긁었다. 그 짧은 움직임에서 숨길 수 없는 살의가 드러났다. 부생은 새삼 그가 쿤룬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영엄한 신묘임을 느꼈다. 평소 장난기 많고 다정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질은 네 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었어. 그리고 단 한 명의 생존자가 있었지."

"...설마 왕 의원이야?"

"맞아."


일순간 서늘한 표정을 지은 부생이 물었고, 다칭은 간결하게 대답하며 서류철에서 발을 뗐다.


"너도 알다시피 진압을 위해 공안에서 직접 팀을 지정해서 보냈었어. 검은방패라는 팀이었고, 그런 사건에 특화된 팀이라 실력이 좋기로 유명했대. 실제로도 왕 의원을 구출했지. 하지만 유일한 생존자인 왕 의원은 알려지지 않았고, 당시 파견됐던 팀 전체가 좌천됐어."

"...."

"그 검은방패의 팀장이 한천이야. 지금 한천이 일하는 서의 사람들은 같은 팀원들이었고."


다칭이 말을 끝맺는 동시에 처장실에 매서운 한기가 찾아들었다. 의자의 손잡이를 틀어쥔 부생의 손이 하얗게 질렸고, 다칭을 마주 보는 두 눈은 어느새 깊게 가라앉아있었다.


"샤오션, 한 번만 양보해줄 수 있을까?"


그러나 부생이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다칭이 먼저 물었다. 다칭은 부생의 숨 막히는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게 짝이 정말 중요하다는 건 알아. 옆에서 지켜봤으니 모를 수가 없지."

"...."

"하지만 나도 그만큼 쿤룬이, 조운란이 소중해."


다칭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부생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노란 눈동자에 부생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세월을 담은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순식간에 차분해진 부생은 지난날 자신이 봐왔던 쿤룬을 되짚었다. 전 귀왕이 쿤룬을 죽였을 때, 환생한 조운란이 귀족의 손에 놀아났을 때.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다칭. 다칭이 부생에게 짝이 얼마나 간절하고 소중한가를 모르지 않듯, 부생 역시 다칭이 쿤룬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를 모르지 않았다.


"나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 친구를 위한 일인데 내가 뭐라고 하겠어?"

"고마워."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부생에 마주 웃으며 대꾸한 다칭이 책상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퇴근 시간이 되자 곧장 서를 빠져나온 한천이 다소 성급히 차로 향했다. 부생을 만난다는 생각에 이만큼이나 들뜨는 것이 우습다 싶으면서도 급한 걸음을 늦추지는 못했다. 간식이라도 가져갈까. 아니면 아예 밥을 사서 가는 게 나으려나.


"한천씨?"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 문을 열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한천을 불렀다. 한천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귀에 익은 목소리에 의아해하며 돌아섰다.


"잠깐 시간 있어요?"


상대가 빙긋 웃으며 물었고, 그의 얼굴을 마주한 한천의 눈이 크게 뜨였다.


"차 안에서 얘기해도 괜찮아요."


한천과 똑같은 생김새의 남자가 고개를 까닥이며 덧붙였다. 입술을 달싹이던 한천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당신이 쿤룬이군요."

"바로 알아봐주다니, 고마워라."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 운란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한천은 그의 존재가 이질적이라 느끼면서도 그보다 더한 익숙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부모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면서 속이 은근하게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가 쿤룬이 맞았다.

잠시간 운란를 바라보던 한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열었고, 운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수석으로 향했다.


"이야, 미친놈 소리 들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다."

"어제 부생한테 전부 들어서요."

"알고 있어. 그래도 직접 보는 건 다르잖아?"


태연한 투로 말하며 눈을 찡긋거리는 운란에 멋쩍게 뒷목을 쓸어내리던 한천이 문득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내가 이야기를 들었다는 걸 어떻게 아는 거지? 어제 그 일이 있고 부생은 자신과 함께 잤고, 오늘 아침 특조처 사람들에게 전부 이야기했다며 자랑하듯이 보낸 문자에서는 운란에게 말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미간을 좁힌 한천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운란을 바라봤다. 그러자 낮게 웃은 운란이 말했다.


"부생이 말해준 건 대부분 사실이지만, 틀린 게 몇 개 있어."

"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전부 비밀이야. 부생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절대 말해서는 안 돼."

"그게 무슨..."


일순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운란에 한천은 말끝을 흐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한천이 이내 마음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살풋 웃은 운란이 눈을 내리깔았다. 길고 괴로운 이야기가 될 것을 알기에 마음이 아팠다.




마침내 운란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을 때, 한천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의 말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머리를 의심했다. 도대체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고, 애초에 꾹 다물린 입술은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혼란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절대 말하면 안 돼. 알겠지?"


그런 자신을 배려해 조용히 당부하는 운란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운란의 얼굴에는 어느새 짙은 슬픔이 스며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천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이건 절대 말 못 해..."


그저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뿐인데도 지친 목소리로 말한 한천이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그것만큼은 분명하게 알았다. 이 일은 절대 부생에게 알려서는 안 됐다.


"미안해. 원래는 혼자 해결하려 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어쩔 수가 없어."

"아니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저한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만약, 그럴 리는 없겠지만 부생에게 이야기했다면 저가 운란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왜 그 사람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도대체 왜 너만. 한천은 착잡한 마음에 허리를 숙이며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고, 쓰게 웃은 운란이 한천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었다.
2020.02.15 (17:59:37)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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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통한 두 사람은 벌써 달달하다 달달해ㅠㅠㅠㅠㅠ 부생에게 절대 말하면 안되는 비밀이 대체 뭘까 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ㅠㅠ
[Code: a5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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