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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4 22:38
축제 흥해라 끼요오오오오옷!
(예에에에에엣날에 다른 데에 올린 적 있는데 수정 좀 거침. 혹시 몰라서...)




약 한 달 전 5학년이 된 그리핀도르 남학생 시리우스 블랙은 유명한 블랙 가문의 장남이라는 것과 그의 화려한 외모로도 유명했지만, 무뚝뚝하고 정 없는 태도의 소유자로서도 이름을 떨치는 소년이었다. 그러한 차가운 면이 여학생들의 마음에 오히려 더 불을 지피기도 했지만, 시리우스는 여학생들의 열광에 별로 연연하지 않고 친구들에게만 훤칠한 미소를 보이곤 해서 다가갈 수 없는 짝사랑의 대상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시리우스 블랙이, 처음으로 여학생의 손길을 밀어내지 않고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리우스에게 최초로 다정한 손길을 받고 있는 대상은 며칠 전 그에게 고백한 레번클로 6학년 코제트 마리라는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장밋빛 뺨과 반짝이는 초록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영국의 장미같은 미인이었다. 밀빛의 부드러운 연갈색 머리칼은 그녀를 한층 더 인형처럼 보이게 했다.

오늘은 둘이 사귀기 시작한 날로부터 3일이 지난 아침이었다.
 

"시리, 오믈렛 정말 맛있어! 네가 먹여줘서 더 그런가 봐, 헤헤."
 

코제트의 눈이 행복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며 시리우스는 그녀의 자연스럽게 구불거리며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눈을 감고 손의 감촉을 느끼던 코제트가 싱긋 웃었고 시리우스는 그녀의 뺨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연회장에 있던 여학생의 반이 짜증과 부러움으로 비명을 질렀다.) 누가 봐도 사이좋은 연인 한 쌍이었다.

하지만 그 주위에 앉아있던 시리우스의 친구들은 그저 거북하기만 한 모양이었다. 제임스가 혀를 내밀며 중얼거렸다.
 

"패드풋이 닭살을 떨어대는 걸 보니 입맛이 싹 달아났어."
"나도 그래, 제임스."


제임스 옆에 자리하고 있던 프랭크가 질렸다는 얼굴로 아무 음식이나 입에 쑤셔 넣으며 대꾸했다. 너무 급하게 밀어 넣은 탓인지 콜록거리는 프랭크의 등을 제임스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두들겨주었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시리우스와 코제트는 여전히 서로에게 웃으면서 입에 음식을 넣어주기 바빴다. 소름까지 돋을 정도의 핑크빛 장면들을 연출해내는 둘의 옆에 앉아있던 피터는 어색한 표정으로 몸을 옆자리로 슬금슬금 옮겼다. 평소 식사 시간이면 세상이 곧 멸망한다고 해도 음식에 집중하는 둔감한 피터까지 그럴 정도면 그 정도가 상당히 지나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둘 다 찬란한 외모이기 때문에 그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아름다웠으나, 그것이 소름 끼치게 느껴지는 이유는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게 시리우스란 것 때문이었다. 선망과 연정의 대상이었던 '얼음 왕자님' 콘셉트가 산산이 깨지고 있던 것이었다. 제임스는 우울한 표정으로 생선구이를 포크로 쿡쿡 찌르며 '우리 멍멍이가 홀렸어'라고 투덜거렸다. 시리우스는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건지 오렌지를 손수 까서 켈리에게 내밀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아무도 꿈조차 못 꿨을 배려였다.

가장 고역을 겪고 있는 것은 하필이면 시리우스와 코제트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리무스였다. 그들이 요구하는 음식이 든 쟁반을 쉴 틈 없이 계속 건네주어야 했고, 서로 입을 문대는 민망한 소리를 그대로 맞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리무스의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이 더 핼쑥해졌다. 제임스는 고개를 돌리다가 리무스를 보고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니, 어디 아픈 것 같은데, 괜찮아?"
"괜찮아, 프롱스. 그냥 눈 둘 곳이 없어 피곤할 뿐이야."


리무스가 맥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제임스는 그만 일어나자며 그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자신의 친구들이 연회장을 떠나고 있는데도 시리우스는 여전히 코제트와의 시간에 푹 빠져있었다.

제임스의 뒤를 따라가며 리무스는 살짝 고개를 돌려 시리우스 쪽을 바라보았다. 입 안이 썼다. 물론 시리우스가 행복하다면 리무스도 기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항상 앉던 자리를 굳이 바꾸기도 어색하니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맞은편에 앉아 행복해 보이는 그들을 볼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가 매우 불편했다. 그것에 대한 이유라면 그는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을 보고 어쩌면 그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 쉴 새 없이 두근거리던 게 먼 옛날에 있었던 헛된 희망으로 느껴졌다. 착잡했다. 며칠 전에 시리우스가 코제트의 고백에 싱긋 웃으며 자신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속삭였을 때의 비참한 기분도 마찬가지였다. 리무스는 스스로 자조했다. 자신이 멍청했다고 자기자신을 비웃으며 그는 한숨을 내뱉었다. 심장 쪽의 아릿한 느낌은 잘 가시지 않았다.

자신의 바람에 가까운 생각이 터무니없었음을 인정하고 지워나가고 있었는데, 두 연인의 서로에 대한 애정표현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리무스는 복잡한 심정으로 제임스의 헝클어진 뒤통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제임스가 몸을 휙 돌리더니 리무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니, 너 무슨 일 있는 거 맞지?"
"아니야, 무슨 일은 무슨......"
"나 눈치 빨라, 리무스. 도대체 무엇이 우리 무니를 한숨 쉬게 만드는 걸까?"
 

제임스의 장난스럽지만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리무스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아무리 제임스가 이해심이 많고 따듯하더라도 섣불리 말할 수는 없었다. 리무스는 자신의 몇 없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시리우스가 벌써 자신과 조금 멀어진 것을 느끼고 있는 최근에는 그 생각이 더욱 절실해져 있었다.

제임스는 정말이지 좋은 친구였다. 시리우스나 피터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리무스는 그들에게 자신이 일순위인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제임스에게도 가장 중요한 친구는 리무스가 아닌 시리우스이긴 했어도, 리무스에게 제임스는 은인으로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여 잃을 수 없는 인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무스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시리우스였다. 언제부터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시리우스를 보면 두렵지만 동시에 행복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고, 우정을 지나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리무스는 그럴 때마다 심란해지는 마음을 시리우스도 그저 친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세뇌시키는 것으로 달래고 있었다.

자신이 간혹 짓는 침울한 표정을 거울로 볼 때면 리무스는 눈을 차라리 뽑아버리고 싶다는 충동마저 일었다. 시리우스에게 느끼는 죄책감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제임스가 리무스의 기색을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시리우스랑 마리 때문이야?"


리무스는 찔끔하는 마음을 숨기며 싱긋 웃었다.
 

"어? 으응...... 아니야. 아니야, 프롱스. 걱정 안 해줘도 돼. 문제 같은 거 없어."
"아니긴 뭐가 아니야. 혹시 마리한테 관심 있었어? 마리랑 시리우스가 사귀게 되니 마음이 복잡한 거지?"


'사실 그 반대야.'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임스의 말에 리무스가 속으로 대답했다. 제임스가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것에 안심한 리무스는 그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마음에 그저 난감하게 웃은 뒤 기숙사로 향했다. '난 무니 취향이 더 모범생 타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라고 중얼거리며 자신을 따라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리무스는 그저 웃어버렸다.

리무스에게 이상형 같은 것은 없었다. 어차피 보름이 다가올 때마다 흉측하게 변하는 늑대인간 따위에게 사랑은 사치라는 생각 때문에 그는 일부러라도 이상형을 확립해 보려는 노력조차 한 적이 없었다. 리무스는 짝사랑도 버겁고 분에 넘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일 뿐이었다.
 







기숙사에 돌아오니 프랭크와 피터가 미리 와 있었다. 그들은 잠시 후에 들을 강의를 위해 책을 챙기고 있었다. 리무스는 자신의 침대로 가서 주저앉은 후 어젯밤에 미리 챙겨놓은 책을 꺼냈다. 두꺼운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과서를 가볍게 쓰다듬은 뒤 펼친 그는 오늘 배울 내용을 예습하기 시작했다. 그의 오랜 습관 중 하나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를 하는 리무스를 신기한 동물 보듯이 구경하던 제임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노는 것이 더 즐겁고 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적당한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제임스로서는 리무스가 반장 업무 때문에 많이 바쁠 텐데도 꾸준히 책을 들여다보는 것이 신기했다. 그는 리무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기대며 작게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너 마리랑 시리우스 앞자리에 앉아 있는 거 많이 힘들었겠다. 이따 점심에는 내가 네 자리에 앉을게."
"배려 고마워, 프롱스. 날 팔걸이로 쓰지 않는다면 네가 최고야."


어깨에 두른 팔에 장난스럽게 잠시 무게를 더 실었다가 뗀 제임스는 리무스가 생긋 웃어 보이는 것에 안심한 듯이 종알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마리가 너보다 키 크지 않아? 리무스 너에겐 좀 가녀리고 작은 여자애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리무스는 제임스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했다. 적당히 깊으면서도 발랄한 목소리는 우울한 기분에서 쉽게 벗어나게 해주었다. 제임스는 리무스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걸 알고 있었다. 리무스가 심란해 보일 때면 옆에서 어떤 말이든 늘여놓는 것이 그 나름대로의 위로법이었다. 리무스는 그의 말을 적당히 귀 기울여 듣다가 기분이 풀리면 고맙다는 의미로 환하게 웃어 보이곤 했다. 제임스는 그것이 좋았다. 꿋꿋하고 영리하지만 마음이 약한 친구에게 제임스는 언제나 보호본능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리무스는 제임스의 수다를 들으며 입꼬리를 올려 미소 비슷한 것을 짓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풀어지지 않은 표정에 제임스가 목소리의 톤을 한층 밝게 바꿔 말을 이어갔다. 그때 창문이 있는 뒤쪽에서 멍한 얼굴로 움직이는 버드나무를 보고 있던 피터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무니, 너 코제트 마리 좋아해?!"


피터가 눈치 없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으며 제임스는 낭패 봤다는 표정을, 리무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리무스는 그렇다고 '사실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우리의 친구인 시리우스를 좋아해!'라고 말할 수는 없어 그저 입을 닫고 억지로 웃었다. 쩔쩔매던 순간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리우스였다.


"누가 코제트를 좋아한다고?"
"아니야, 패드풋. 얼른 책 챙겨. 강의에 늦겠다."
"리무스가 마리 좋아한대!"
 

아직 상황을 알아채지 못한 피터의 외침에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하던 제임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시리우스는 당황한 손짓으로 '아니야!'를 표현하고 있는 리무스를 쳐다보았다.

 
'세상에, 내가 불쌍한 친구의 짝사랑을 깨버린 것인가.'
 

시리우스의 멍한 얼굴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리무스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리무스의 기색을 제때 알아챈 프랭크가 피터의 입에 들고 있던 빵을 쑤셔 넣고, 제임스가 시리우스를 무작정 끌고 나간 뒤에야 방에는 고요함이 찾아왔다.

리무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친구의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못된 인간이 됐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당황으로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감싸 식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리무스는 강의실에 앉아 책을 펴다가 수업을 제임스와 시리우스와 함께 듣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마음이 심란해졌다. 칠판 위의 시계가 수업 직전임을 나타내자 그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상한 것처럼 제임스와 시리우스가 종이 치기 바로 전에 뛰어들어왔다. 숨을 돌리며 리무스의 옆자리에 주저앉는 제임스에게 빨리 좀 다니라는 타박 어린 눈빛을 보낸 뒤 리무스는 시선을 시리우스에게 옮겼다.
 
시리우스는 제임스처럼 숨을 돌리다가 리무스와 눈이 마주치자 약간 멍하면서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리무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시리우스의 눈을 피하자 제임스는 입안으로 음산하게 피터의 이름을 짓씹었다. 시리우스는 자기 세계에 빠져든 건지 아무 말이 없었다. 리무스 앞자리에 앉은 시리우스는 잠시 후 몸을 돌려 리무스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시리우스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리무스는 들고 있는 깃펜을 물려서라도 닫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저 난감하게 웃었다.


"저...... 무니, 처음으로 네가 사귈 의향이 있던 여자애랑 내가 사귀는 건 사과할게."
"패드풋, 아깐 피터의 헛소리야. 뭐가 미안해."
"근데 난 정말 코제트가 좋아."
"......응."


그의 말이 리무스의 가슴에 마치 비수처럼 상처를 냈다. 리무스는 시리우스가 처음부터 자신과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되뇌었다. 침울한 표정을 얼굴에서 지워낸 리무스는 미안함을 담은 눈빛으로 시리우스를 바라보다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나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그 말도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다는 사실에 리무스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널 좋아했던 나를 용서해줘.'
 

리무스의 속마음을 알리가 없는 시리우스는 그의 미소에 마음을 놓으며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가끔 가다가 리무스가 고백을 받을 때면 그는 언제나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웃는 얼굴로 자신이 상대방에게 너무 부족하다며 응할 수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 그게 늑대인간이란 강박관념 때문에 만들어진 태도라는 걸 그의 친구들은 알고 있었다. 제임스가 고백을 받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귀기 시작하는 스타일이고, 시리우스는 웬만하면 다 무시하는 타입이라면, 리무스는 고백을 받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거절하는 신세였다. 늑대인간이라는 틀이 그를 가둬놓고 있었다.

리무스는 자신이 시리우스를 좋아하는 것을 약간이라도 표현해 볼 생각을 한 적 역시 전혀 없었다. 보나 마나 둘 다 상처받을 것이고, 자신이 늑대인간이란 것을 알면서도 친구로 있어준 시리우스와 멀어질 것을 염려한 까닭이었다.

리무스는 이내 시리우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교실 앞으로 돌렸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담당으로 새로 부임한 센달 교수는 키가 크고 깡마른 선생이었다. 그는 교수진 중 젊은 축에 속하는 것에 비해 실습보다는 교과서에 충실한 편이라서 학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편이었다.

리무스는 고개를 흔들어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며 수업에 집중했다. 이미 예습을 해놓은 부분이라서 굳이 집중을 많이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는 모든 수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는 모두가 기피하는 마법의 역사 시간에서조차 졸지 않고 필기를 하려는 몇 안되는 학생 중 하나였다.

이론 수업에 흥미를 잘 느끼지 않는 제임스와 시리우스가 조는 기색을 보일 때마다 쿡쿡 찔러 깨우는 것을 반복하던 리무스는 어느새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것을 듣고 책을 정리했다. 시리우스는 다음 수업 때문에 급하게 가봐야 한다며 뛰어나갔다. 그에게 손을 흔들어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한 리무스는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센달 교수가 교재를 정리하며 리무스를 부르고 있었다.


"루핀, 잠시 남아 나와 얘기 좀 하겠나."


리무스는 잠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임스에게 먼저 가라고 속삭였다. 막 잠에서 깬 제임스는 눈을 비비며 약간 꺼림칙한 눈으로 센달 교수를 훑어보다가 리무스를 잡아당겨 귓가에 조용하게 투덜거렸다.


"난 저 사람 눈이 좀 이상하더라."
"응?"
"아니야, 무니. 문 앞에서 기다릴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소리 질러. 이 기사님이 널 구출해주마."


제임스는 그 말을 끝으로 휘적휘적 걸어나갔다. 리무스는 잠시 어이없어하며 헛웃음을 흘리다가 교탁으로 가 센달 교수를 마주했다.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가 강의실에는 둘 뿐이었다.
 
짙은 안개를 생각나게 하는 진한 회색의 눈동자를 보자 리무스는 문득 시리우스의 눈이 생각났다. 물론 시리우스의 눈동자 색깔이 조금 더 밝긴 했지만 둘 다 흔치 않은 회색이란 것에서 공통점이 나타났다. 몇 년 전 호그와트행 기차에서 시리우스를 처음 봤을 때 눈동자 색이 참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였던 것만 같았다. 멍하니 회상을 하던 리무스는 교수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루핀."
"네, 센달 교수님."
"며칠 전 수업에서 한 번 빠졌더군."
"몸이 조금 안 좋았습니다."
"보름달이 뜨던 날에 심한 장난이라도 치다 다쳤던 모양이로군?"


리무스는 '보름달'이란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센달 교수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 비슷한 것을 지었지만 웃는다기보다는 인상을 찌푸리는 것에 가까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늑대인간. 맞지?"
"......어떻게 아시죠. 몇몇 교수님들이랑 제 친구들밖에 모르는 사실인데......"
"더 이상 네 친구들과 보름 날 같이 있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상당히 눈에 띄더군. 덤블도어가 비밀 장소 하나를 만들어준 모양이던데, 거기서 나오는 건 아무래도 위험한 행동 아닌가."


센달의 눈은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호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약간 비웃음에 더 가까운 기색이었다. 리무스는 그의 표정을 살피다가 자신이 '친구'라는 말을 했을 때 불쾌한 웃음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채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교수의 말을 몇 번 더 돌려 생각하다가 자신의 모습이 그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보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센달은 이내 시큰둥한 얼굴로 시선을 돌리며 가보라고 말했다.

리무스는 비틀거리는 다리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하며 몸을 돌려 걸음을 이어 나갔다. 걱정과 후회가 머릿속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문 밖에는 제임스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리무스가 바닥을 잘못 디뎌 휘청거리는 것에 깜짝 놀라 부축하며 그를 벽에 기대게 했다. 걱정하는 표정에 웃으며 고개를 저은 리무스는 떨어질 뻔한 책을 추슬렀다.
 
제임스는 그들이 자주 다니는 비밀 통로를 지날 때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시리우스 수업 빼먹고 호그스미드 간데. 마리가 허니듀크에 가고 싶다고 하는 걸 듣고 바로 데려가 주겠다고 했다더라. 이 통로로 갔을걸?"
 

리무스는 입을 닫았다. 제임스는 자신이 방금 시리우스와 코제트에 대한 말을 했다는 것을 자각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미안하다고 급하게 사과하자 리무스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가슴이 아릿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리우스가 그녀에게 그만큼의 정성을 보이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서운했다.
 
가끔 초콜릿이 떨어진 리무스가 아쉬워할 때마다 시리우스가 순식간에 허니듀크에서 초콜릿을 사 오던 것을 기억하니 기분이 더 묘해졌다. 제임스가 안절부절하는 것에 등을 가볍게 토닥여준 리무스는 그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살짝 웃었다.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 미소에 제임스는 더 미안해진 건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안, 리무스. 아...... 이번엔 시리우스가 마리한테 깊이 빠진 것 같아 지금 당장 깨뜨리는 건 어렵겠지만, 곧 가서 둘이 헤어질 거야! 우리가 아는 시리우스가 설마 오래 가겠어! 너무 고민하지는 마. 아직 네게 기회는 많아!"
"아니야, 프롱스. 미안해할 거 전혀 없어."


리무스는 손사래를 치며 제임스를 달랬다. 어차피 정리해야 했던 감정이었다는 생각에 그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리무스는 제임스의 옆에서 걸으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코제트와 사랑에 깊이 빠진 시리우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마음을 깨트려 나가는 것이 더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맥 없이 웃음이 나왔다. 가슴이 지끈거렸다.

 
2019.09.14 23: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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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너무 찌통이라 잠이 안와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억나더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Code: be0e]
2019.09.15 0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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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리무스가 짝사랑하는게 너무 마음 아파요... 진심을 들킬까봐 오해하도록 내버려두는것도 슬퍼ㅠㅠㅠㅠㅠ 교수님 뭐지ㅠㅠㅠㅠㅠ센세 어나더ㅠㅠㅠㅠㅠㅠ
[Code: 4175]
2019.09.15 04: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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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넘 어나더가 필요할 것 같애 ㅠㅠㅠㅠㅠㅠㅠ 샌들인지 샌달인지 센달인지 뭔지 쟤는 뭔데 무니한테 아는 척하고 난리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발 어나더
[Code: 171e]
2019.09.15 08: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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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센세 이렇게 가버리는거 아니죠???? 어나더가 있는거죠??ㅠㅠㅠㅠㅠ 센달교수 무슨 꿍꿍이인지도 궁금하고 시리무 어케 될지도 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ㅠㅠ
[Code: 60d8]
2019.09.15 14: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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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센달 너무 흑막 아닙니까ㅗㅗㅗ리무스한테서 떨어져라 이놈아!!! 시리우스 아모텐시아 먹은거라고 해주세요 광광ㅠㅠㅠ
[Code: c992]
2019.09.22 18: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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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ㅜㅜㅜ왜 나 이거 처음 본거야ㅠㅠㅠㅠㅠㅠㅠ이런 대작의 시작을 이제야 보다니ㅠㅠㅠㅠ짝사랑하는 리무스 찌통인데 센달 대체 뭐야 ㅠㅠㅠㅠㅠ
[Code: 5eb6]
2019.09.22 20: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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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ㅅㅂ ㅜㅜ 벌써 찌텅의향기가..
[Code: 3fdc]
2021.04.11 1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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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작을 지금에서야 발견..............
[Code: b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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