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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3 02:04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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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거짓말처럼 흐른다. 에디의 촬영은 계절이 바뀔 동안 이어졌고,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의 롱디도 그럭저럭 무탈하게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이만큼 지나는 동안 둘은 꽤 무리해서 세 번을 만났다. 두 번은 에디가 런던으로 갔고, 한 번은 칼럼이 LA로 와서 짧게 머물다 떠났다.

운동 선수라죠?
아, 그 선수 저도 팬입니다.

에디에게 묻는 질문은 아닌 줄 알았으나 역시나 저들끼리 묻고 답하느라 신이 났다. 귓전에 들리는 그의 이름이 딴청을 피우던 에디를 다시 현실로 소환한다. 오전부터 이어진 작품 미팅은 어쩌다 보니 식사 자리로 연결되었다. 언질도 없이 제작사에서 나온 이들 몇을 대동하여 점심을 한다는데, 의지와 무관하게 거기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모처럼 런던에서의 일정에 설렜던 것도 잠시 불편하고 지루한 자리에선 시간 마저 더디게 갔다. 높으신 분들은 온갖 화젯거리에 대해 한마디씩 보탤 기세로 아주 정력적으로 떠들었아. 에디는 말을 잃은 석고상처럼 우두커니 앉아 시간을 죽였다.

연애가 참 좋아요. 에디도 요즘 더 얼굴이 폈잖습니까?
그럼요.
역시 어리고 몸도 좋고 봐야 돼요.
그럼요. 얼마나 좋아요.

돌연 그들은 무슨 심산인지 에디의 데이트 상대를 자신들의 도마 위에 올리지 뭔가. 그 선수 허벅지 보셨느냐며, 역시 어린 게 좋다며 들으란 듯 껄껄 웃는 이들에게 달리 대꾸할 말이 없어 에디는 그저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만 할 뿐이었다. 네가 몸만 밝혀 만나는 네 어린 애인이랑 놀아나느라 신수가 훤한 건 좋은데, 우리가 늙다리라고 고고하게 굴었다간 영 재미없을거라는 무언의 경고처럼 들렸다. 다분히 성희롱적인 발언이었으나 동석한 누구 하나 제지하거나 면책을 주는 일은 없었다.

근데, 에디는 그 친구랑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되는 거야?

왜 선수들은 일찌감치 가정을 꾸리고, 원정 경기를 갈 때도 가족 단위로 이동을 하는 일도 흔하지 않냐며. 하물며 상황이 그럴진대, 이렇게 떨어져 지내도 괜찮은 거냐며 오지랖 넓게 지껄이는 것이었다. 자기 애인 그렇게 어리고 잘 생겼는데, 따르는 사람 좀 많겠어? 그런 얘기도 못 들어 봤냐며 그저 잠자코 있는 에디를 나무라듯 훈계했다. 원정 경기를 가서 호텔 생활을 하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며. 잘 나가는 선수들은 경기 끝나고 호텔에 돌아오면 으레 누가 기다리고 있다지 않냐며 저희들끼리 이야기에 살을 보태느라 퍽 신이 났다. 이 업계에서 힘깨나 쓰는 어른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라는 에이전시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나 저를 이런 자리로 내모는 이들이 맞은편에 앉은 저 사람들 만큼이나 경박하고 무례하기가 다르지 않단 생각 마저 들었다. 그저 지나가는 거라고. 이런 상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해도 기운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몹시 굴욕적인 그날의 점심 식사는 진한 체기를 남겼다.

그런 탓이라고 해야 할까. 에디는 부쩍 칼럼이 보고 싶었다. 런던에 들른 김에 당연히 보고 갈 생각이었으나 불행히도 칼럼은 원정 트립 중이었다.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봐야겠어서 에디는 급히 공항으로 향했다. 충동적으로 날아오는 동안은 생각지 않았는데, 막상 정말 도착하고 보니 이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가라앉았다.

훈련 끝났으면 얼굴 좀 보여 줘. 자기네 팀 묵는 호텔에 왔어.

메시지를 보내니 벼락처럼 곧장 전화가 윙윙 울린다. 진짜냐고. 당신이 진짜 여길 왔느냐고. 무슨 일 있냐고 쉬지 않고 묻는 칼럼에게 에디는 짧게 룸넘버를 불러 주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와, 내가 꿈을 꾸나. 혼잣말인지 칼럼이 거듭 뭐라 중얼거렸다. 버선발로 달려온 칼럼에게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자 그는 아프게도 끌어안았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듯 둘은 한참을 부둥켜 안고서 서로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토로했다. 사실 몇 초에 한 번씩 이어진 입맞춤 때문에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디는 죄 발가벗은 채 칼럼을 온몸으로 받아 냈다.

땀에 젖은 몸을 끌어안은 채 헐떡이며 숨을 고르고 있자니 그제야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없이 몸을 섞는 동안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생각이 다시 머릿속을 잠식한 탓이었다. 결국 그 노인네들이 떠든 게 하나 틀린 것도 아니잖아. 머릿속에서 누군가 에디에게 비아냥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 사람은 당장 내일 경기가 있어서 커디션 조절에 유념해야 하는데. 원래 경기를 앞두고는 초저녁이면 자는 남자를 데리고, 내가 지금 무얼 하는 걸까. 칼럼은 얼른 곯아떨어져야 하고, 에디는 자고 나면 이제 눈 붙일 새도 없이 새벽같이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칼럼은 에디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채로 입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더는 늑장을 부릴 수 없어 후다닥 씻고 나와 드러누운 침대에서 칼럼은 팔베개 해 주려 들었다. 그의 고집을 이기지 못해 어쩌지 못하고 인형처럼 안겨 있었다. 에디는 칼럼에게 미안해 차마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정말이지 자괴감이 들어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볼 자신이 없었다. 말로는 좋아한다면서 정작 누구보다 자신들의 관계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웠다. 겨우 이런 마음으로 당신을 욕심내고 보고 싶었다 말하는 게 너무 이기적이잖아. 부끄럽고 죄스러워 에디는 마음이 내내 가라앉았다. 칼럼은 기분이 좋은지 자꾸만 장난을 치는데, 에디는 힘없이 입꼬리만 당겨 웃을 뿐 맞장구를 칠 여력이 없었다. 그의 코 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시 눈을 붙였고, 거짓말처럼 금세 또 날이 밝았다. 이튿날 아침, 에디가 겨우 일어나 비몽사몽간 헤매고 있는데, 진작 씻고 준비도 마친 칼럼이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식사 거르지 말고 일어나서 아침 먹어라, 휴대폰 충전은 까먹지 말고 제때 해라, 귀찮아도 운동 꼭 해야 된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남자친구의 잔소리에 에디가 성의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자니 칼럼이 바람 빠진 소리를 내고는 픽 웃었다. 구단에 말해서 티켓 빼놨다고, 좌석은 어딘지 이따 경기장까지는 어떻게 이동할지 얘기해 주는데 에디는 난감하게 손을 문지르다 이실직고했다. 나 경기는 못 봐. 그러자 칼럼은 황당한 얼굴이 되어 비로소 말을 멈추는 것이었다.

말했잖아. 그냥 보고 싶어서 왔어. 경기는 다음에 볼게.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왔는데.
미안, 사실 지금도 늦었어. 빨리 가야 돼.

대화가 이렇게 흐른 결과 칼럼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고, 그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디 가는데. 한참 만에 그가 물었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이다. 일하러. 에디는 달리 챙길 짐도 없으면서 가방을 꾸리는 척 딴청을 피우며 대답했다. 일하러 가야 되는데 여긴 왜 왔어. 칼럼 제 딴엔 너무 황당하니까 되는 대로 뱉은 거겠지만 알면서도 에디는 좀 마음이 상했다. 말했잖아. 보고 싶어서 왔다고. 그러자 칼럼은 에디의 어깨 잡아 돌려 세워 저를 보게 만들고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뻔히 걱정되게끔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에디는 또 오리발을 내밀 수밖에.

나랑 수수께끼 해요?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야.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
뭐가.
자기 방에도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
누가 뭘 기다려요.

그 공기가 너무도 숨막히게 느껴졌다. 불시에 찾아가면 누구랑 뒹구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잖아. 그들이 떠드는 대로 에디 자신이 한참 어린 남자를 만나는 것도, 그의 육체를 탐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 할 말이 없잖은가. 되는 대로 지껄이자 이내 그의 얼굴색이 변했다. 칼럼은 전에 없이 날선 눈으로 에디를 보면서 당신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좀 낫냐고 다그쳤다. 그러다 에디가 등을 돌리기가 무섭게 팔을 확 잡아챘다.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해요? 좀 봐요!

자길 좀 보라고 팔을 확 잡아채는데, 흥분해서 힘 조절도 안된데다 반동으로 인해 에디는 침대 위로 거의 던져지고 말았다.

다쳤어요?

화 내던 것도 다 잊고 칼럼은 웅크린 에디의 몸을 살폈다. 에디는 아무 말 않고 얼굴을 가린 채 둥글게 몸을 말았다. 때문에 칼럼은 에디가 지금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팠어요? 미안해. 내가 미쳤나 봐. 에디...

죄는 에디가 지었는데, 오늘도 사과는 칼럼이 하게 됐다. 자꾸만 미안하다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그러나 웅크린 몸 위로 제 몸을 겹쳐 누운 그의 무게가 무거워 그만 눈물이 찔끔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아직 서로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 해도 저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왜 모를까. 에디가 아는 그는 운동하고 가족들 챙기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선수 생활을 해서인지 독립적이었고, 대단히 성실했고, 경쟁심이 투철하고, 자신감도 넘치는 사람인 줄 잘 알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동료들도 분명 그럴 것이었고. 개중에는 개차반 같은 선수도 물론 있을테지. 그러나 그건 어떤 세계를 가든 매한가지일 테다.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그의 목을 그러안고서 에디가 느지막이 사과했다. 칼럼은 느릿한 손길로 에디의 등을 쓸었다. 그가 괜찮다 말하지 않았지만 에디는 섭섭하지 않았다. 여즉 그의 너른 품에 얼굴을 감춘 채 에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사랑에 빠지기는 그렇게 쉽더니 그 다음은 이렇게 온통 난관일 수가. 아무 것도 거저 되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설령 피차 사랑에 눈이 멀었다 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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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슨 마치 호텔에 들이닥친 날 에디 이랬을 늨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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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축구선수 양반은 에디가 서운하게 하면 겉으로 타격없는 듯 보여도 뒤에 가선 뭐 어쨌는지 퉁퉁 부어있을 늨힘....


칼럼에디 테세뉴트
2019.09.13 (02:31:08)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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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
[Code: 2b6d]
2019.09.13 (11:42:40)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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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윽시 화내다가도 에디한테 바로 지는 축구선수양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존좋 ㅠㅠㅠㅠㅠㅠ
[Code: 321a]
2019.09.13 (12:32:43)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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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넘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에디가 겪는 수치와 고민도 공감되고 칼럼의 반응도 이해가 된다 ㅠㅠㅠㅠ 어나더도 기다릴게요!!!!
[Code: 7dbb]
2019.09.13 (13:39:23)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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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단 에디의 미운 말 뱉는 오리입술 좀 때찌해주고 시작해야겠어 센세ㅠㅠㅠㅠ 둘의 나이차나 직업 때문에 원치 않게 도마에 오르는 에디의 처지는 너무 안타깝지만 에디가 저런 말을 함으로써 결국 자기 자신을 난도질하게 돼버리잖아ㅠㅠㅠㅠㅠㅠ 칼럼도 자기가 받은 상처보다 에디가 자꾸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점에 더 울컥한 것 같음 물론 에디 말이 진심이 아니었어도 그 말 자체가 너무 아파서 칼럼 마음 역시 다쳤겠지만ㅠㅠ
[Code: 0780]
2019.09.13 (13:46:28)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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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한테 상처 받아도 에디 앞에선 의연한 체 하려고 애쓰는 축구선수양반 모습을 보니 에디가 어서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싶다가도 센세가 보여주는 교제를 시작하는 단계의 서투름이 너무 현실적이고 디테일해서 좀 더 오래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셑세༼;´༎ຶ ۝ ༎ຶ༽ 선수양반 미안하다..
[Code: 0780]
2019.09.13 (13:54:53)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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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가 칼럼과 만나기 직전 연애가 에디에게 큰 영향을 미친 건지 아니면 배우 생활 동안 여기저기 치이고 다친 끝에 지금처럼 자기방어적인 사람이 되었는지 칼럼은 에디와 처음 만나 표정을 굳힌 순간부터 열렬한 사랑에 빠진 건지 몸 트자마자 피임 생각도 안 하고 덤벼들 정도로 이미 그전부터 열병을 앓아온 건지 궁금한 거 보고 싶은 거 너무 많아요༼;´༎ຶ ۝ ༎ຶ༽ 에디 시점의 섬세한 감정표현이 넘 쫀쫀쫄깃해서 칼럼의 속내도 얼른 들여다보고 싶어짐ㅠ 셑세 사랑해요 연휴 동안 맛난거 많이 드시고 풀충전하셔서 우리 억나더로 오래오래 만나 희희
[Code: 0780]
2019.09.13 (14:38:59)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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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진짜 속마음은 확인하려는거보다 보고싶다가 더 컸을텐데ㅜㅜㅜㅜㅜㅜㅜ
[Code: 988f]
2019.09.13 (14:39:38)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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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알지만 롱디라서 삐걱댈수밖에 없는거같다
[Code: 988f]
2019.09.13 (23:01:55) 신고
ㅇㅇ
센세 제발 영원히 어나더 쪄주세요 ㅠㅠㅠㅠ 진짜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 ㅊㅔ고의 명절 선물임 ㄹㅇ ㅠㅠ
[Code: cdd4]
2019.09.15 (03:45:18)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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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좋다ㅠㅠㅠㅠㅠ
[Code: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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