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학원생테교수로 머학원생 박사과정 하는 동안 만난 둘인데 연애도 하고 머학원생 학위 따고나선 결혼하고 포닥이나 강사일 하면서 신혼생활 즐기고 했는데, 머학원생에서 교수님으로 진화하게 된 브라이언이 임용장 받고 얼마 안돼서 헤어지자고 하는 거... 

사실 테교수님도 예상 못한 건 아니었겠다. 최근에 브라이언 일이랑 시험, 면접에 바쁘다 어떻다 핑계로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고 연락도 뜸하고 예전같지가 않았으니깐. 언젠가 브라이언이랑 헤어지는 거 이혼하는 거 자기보다 젊고 앞길 창창한 애니까 언젠간 벌어질 일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던 거긴 한데, 생각보다 타이밍이 빨리 와서 고작 그거에 놀랐겠지. 브라이언 생각보단 덤덤하게 받아들인 테교수님이었음.

브라이언은 헤어지자 이혼 얘기 꺼내면서도 테교수한테 엄청 미안하기도 하고, 예쁜 파란 두 눈 마주치고 이야기하기도 힘들었겠지. 안 좋게 헤어진 것도, 바람피운 것도 뭣도 아니고 그냥 자기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서 헤어지자고 한 거였겠지. 어렵게 어렵게 테교수님한테 말 꺼냈는데 붙잡는 것도, 정말이냐고 되묻는 것도 아니고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는 이야기 듣고만 있었겠지. 네가 그렇다면 그렇게 해. 라는 짧은 대답밖엔 없어서 교수님이 장난인 줄 아나... 생각하던 브라이언인데 다음날 정말 테교수님한테 전화 와서 알아보니까 합의 이혼은 금방 끝나는 거 같다면서, 자기는 너한테 다 맞춰주겠다고 변호사한테 네 번호 알려줘도 돼지? 하고 물어보겠지. 집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물어보는데 단순히 헤어질 마음만 갖고 있었고 바로 현실적인 일처리 할 생각은 못하던 브라이언이 더 당황하겠다. 

이렇게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겠지. 단번에 그러자고 너한테 맞춰주겠다고 자기 의견 묻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결혼 할 때도 테교수님 자금이 더 많이 들어갔으니까 자기가 나가겠다고는 하는데 당장 집도 구해야하고 할 일이 많겠지. 그런 브라이언 속내도 다 아는지 갈데는 있냐고 천천히 해도 돼 하고 말해주는 테교수님이었겠지. 

그렇게 변호사랑 이야기 오고가고 착착 일이 진행될수록 기분 이상한 브라이언이었음. 말하기 전까지 시뮬레이션 교수님 울면 어쩌나 등등 머릿속으로 돌려보기도 했는데, 테교수님이 이렇게 나오는 건 생각해본 적 없겠지. 나쁜놈 개새끼 될 각오 하고 말 꺼낸 건 자기인데, 테교수님은 괜찮은 건지 괜찮은 척 하는 건진 몰라도 태연한 것 같고 그럴수록 기분 이상한 브라이언임. 사실 워낙 연애할 동안 그리고 결혼 할 때 까지 싸운적도 없고 좋기만 해서 연인들이라면 다들 서로 너무 익숙해져서.. 한 번씩 겪는 권태기 같은 거 이제야 온 건데 그런 자기 마음도 몰랐을 브라이언이겠다. 게다가 임용 전까지 강사하면서도 그렇고, 시험에 면접 준비 등등 몇 달간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멘탈 좀 나간 상태에서 권태기 와서 더 그렇게 느껴진 거였겠지.


근데 사실 알고 보면 테교수님도 이혼 준비 했던 거.. 최근 들어 좀 피곤하고 어지럽고 그런 거 신경 날카로워져서 그런가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한번 집에서 픽 쓰러지고 나서야 병원 갔었는데, 안 좋은 소식 들은 테교수님이었겠지. 앞으로 살 가능성이 몇 프로고 얼마 살 수 있다.. 수술 하면 더 오래 살긴 하겠지만 성공률도 아주 낮다 뭐 이런 이야기 들었겠다. 

브라이언은 테교수님 몸 안 좋은 것도 몰랐겠지. 자기 일에 바빠가지고. 테교수님도 최근에 브라이언 바쁘고 힘들어하는 거 눈에 보이니까 안쓰럽기도 하면서 좀 섭섭한 마음도 많았는데, 이렇게 되니 잘됐다 싶었겠다. 면접 한창 앞두고 있던 시기여서 일부러 영향 주기 싫어 기다린 테교수님 이었을 거임. 얘는 앞으로 앞길 창창한데 오래 살지도 못할 자기랑은 떼어낼 수 있으면 지금 같을 때 관계 끊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자기 뒷바라지시키기도 싫고.. 뭐 그런 마음이었겠지.

그렇게 테교수님도 타이밍 좀 재는 중이었는데, 합격하고 임용장 받고선 브라이언이 먼저 이혼얘기 한 거겠지. 아주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자기 입에서 말 못할 것 같았는데 브라이언이 먼저 말해줘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섭섭하고 속상하고 울고 싶은 테교수님이었겠다. 브라이언 좀 변한 것 같고 그래도 힘든 시기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랑이 끝난 게 맞다고 확인시켜준 것 같아서. 처음엔 밀어내던 테교수한테 불도저처럼 직진해서 연애하고 결혼했던 거라서, 브라이언에게 그런 말 들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테교수님이겠지. 자긴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차라리 잘 됐다고.. 그렇게 자기위안 하는 테교수님이겠지.

이혼 진행하면서 브라이언은 교수님 얼굴 계속 보기도 뭐하고.. 한 침대 계속 쓰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손님방 쓰자니 염치도 없는 것 같고.. 짐 하나둘 챙겨서 어디 나가서 임시로 살 곳 구해서 살겠지. 대부분 변호사 통해 이야기 하는데, 괜히 미련 남아서 밤에 테교수님한테 불쑥 전화해서 사소한 거 물어보고 집에 뭐 가지러 가도 되냐고 묻고 한 번씩 이상하게 굴 때 있는 브라이언이겠다. 

그래도 다 진행 되고나서, 브라이언은 망설이다가 서류에 싸인 하고 변호사가 이혼 끝난 서류 테교수한테 전해주겠지. 받으면서 테교수는 좀 씁쓸해 하겠지. 그러면서 연구학년 신청하려다가 마음 접고 병가 서류 작성하고 있던 테교수님일듯. 변호사이자 동료인 법대 친구 교수가 진짜 이렇게 끝내는 거 괜찮겠냐고 한 번 더 묻겠지. 이제라도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이미 이혼 마음먹은 애한테 어떻게 그래요 하는 테교수님이겠지. 그래봤자 브라이언 마음에 짐만 달아주지, 그렇다고 달라지는 거 하나 없는데 싶어서. 



머학원생 뒤늦게 정신차리고 후회하는 거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