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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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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가 다람쥐 수인인데 그래서 겨울만 되면 신체대사 점점 느려지다가 동면상태에 들어갔음 좋겠다. 수인이라서 진짜 동물들처럼 몇개월 자는건 아니고 닷새 정도 푹 자는 정도로. 

겨울잠 자는 수인들이 한동안 일을 쉬는건 흔한 일이었지만 토니는 아무래도 토니다 보니 며칠을 비우려면 그전에 바짝 해결할게 잔뜩이었고 혹시나 무슨 일이 터지면 수습할 수 있게 대비해야할 것도 많았어. 덕분에 눈코 뜰새없이 바빴지. 그래서 그런 토니 대신 스팁이 토니의 겨울잠 준비를 했으면.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아담한 포치 안에 야생에서 쓰는 낙엽이나 건초 대신 토니가 유독 좋아하는 촉감인 키친타올 잘게 찢어 폭신하게 깔아놓고, 중간중간 깨서 먹을수 있게 도토리랑 밤이랑 블루베리 열매랑 캐슈넛도 챙겨넣겠지. 호두는 별로 안좋아하니까 쪼끔만 넣고. 

그렇게 준비를 다 마쳤는데도 토니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 새벽부터 나가면서 오늘은 해가 지기 전에 들어와서 자기 시작해야겠다고, 아무래도 점점 체온도 떨어지고 혈액순환도 안되는것 같다고 했었는데. 가뜩이나 동면 시기라 몸이고 정신이고 예민해졌는데 무슨일이 생긴건 아닌지 걱정이 됐던 스팁이 직접 회사로 향하겠지.

토니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페퍼를 만났는데 반갑다면서 마침 잘 왔다고, 방금 전에 필요한 마지막 전달 토니로부터 전달 받았으니 이제 자유라고 아까부터 가물가물 눈 감기고 있던데 벌써 잠들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었어. 스팁은 좀 더 잰걸음으로 순식간에 토니 개인 사무실 문앞에 도착했지. 큰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문을 열자 조금은 건조하고 고요한 내부 공기가 느껴졌어. 앉아서 졸거나 엎드려 자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토니에 서둘러 데스크 가까이 다가갔겠지. 

그리고 토니는 이미 다람뒤 모습을 한 채로 가죽의자 가운데에 폭 파묻혀 잠들어있었어. 

오랜만에 보는 다람쥐 버젼 토니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버릴뻔 한걸 꾹 참고 스팁은 의자 옆에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춰 조그만 토람쥐를 아주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옮겨 안았어. 너무 긴장을 해서 살짝 손을 떨기까지 했겠지. 토니는 매번 안 터진다고 안 부서진다고 대충 그냥 만지라고 승질을 냈지만 스팁에게 토람쥐는 언제나 너무 작고 무해해보였거든. 

토니를 자기 겉옷 주머니에 넣어놓고도 걸을때마다 흔들릴까 걱정돼서 결국 귀가하는 내내 옷을 벗고 손에 조심히 들고서 갈것 같다. 회사를 빠져나오는 동안 마주쳤던 사람들이 스팁을 발견하고 인사를 하려면 한손으로 쉿쉿, 손가락 입에 가져다대고 말못하게 시키면서 입모양으로만 뻥끗뻥끗 안부를 묻고, 사람들은 그제야 스팁이 손에 올려둔 소중한 옷더미 안에 토니가 있구나- 알아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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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는 준비해둔 포치 안에 토니를 눕혀두고 그 옆에 담요랑 베개 들고 와서 스팁도 같이 누웠음 좋겠다.

가뜩이나 닷새동안 얼굴도 못볼거라 잠들기 전엔 꼭 몇마디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아쉬웠거든. 다람쥐 수인들은 겨울잠 잘 때 10-12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나서 먹이를 먹고 다시 잠들고 하니까 그때라도 잠깐 움직이는걸 볼 수 있을까 기다리면서. 물론 깬다고해서 완전히 각성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다운 대화같은걸 할순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족굼한 토람쥐 옆에서 언제 한번 일어날까 기다리다 댕스팁도 까무룩 잠들어버리는데 일어나니까 포치 밖으로 견과류 껍질 같은게 흩어져있어서 아 벌써 일어났다 먹이 먹고 다시 자고있구나 알아채고 시무룩해진거 보고싶다. 자꾸 타이밍 안맞아서 한번도 움직이는 토람쥐 못봐서 속상한 댕스팁...

그렇게 어느새 닷새가 지나고 여느때처럼 포치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 문득 몸이 간지럽다싶어 깼더니 토람쥐가 댕스팁 옆구리 갉작갉작 파헤치면서 도토리 묻고 있었음 좋겠다. 원래 야생에선 미리 구해둔 먹이를 여기저기 흙 속에 숨겨놓고 나중에 먹는데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돼서 본능이 강해진 상태라 스팁 털 사이사이에 먹이 숨기고 있던거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