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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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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는 종종 시니어에게서 엽서를 받았음. 두 주를 걸러 연달아 올때도 있고, 반 년이나 소식이 끊긴 적도 있지만 어쨌든 엽서는 슈슈에게로 날아들었음.
슈슈는 엽서를 기다리기도 하고, 기다리지 않기도 했음.
첫 번째 엽서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혹 궁금하지 않다면 엽서를 반송하기 바랍니다.
두 번째 엽서
-아마 지금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을 겁니다. 혹 궁금하지 않다면 엽서를 반송하기 바랍니다.
세 번째 엽서
-반송되지 않으니 당신이 읽고 있다는 뜻이겠죠. 여전히, 궁금하지 않다면 엽서를 반송하기 바랍니다.
네 번째 엽서
-날이 차가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궁금하지 않다면 엽서를 반송하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 엽서
-내가 당신에게 엽서를 보내도 됩니까?
여섯 번째 엽서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은 독일에도 있나 봅니다. 내 소식을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엽서를 반송해도 좋습니다.
일곱 번째 엽서
-미안한 말이지만 사람을 시켜 당신이 살아있는지, 혹 의문의 엽서를 받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감시하려던 의도는 없으니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여덟 번째 엽서
-지금 우리는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습니다. 보러 가고 싶은데, 혹 내가 그래도 된다면 답장을 보내주십시오. 어떤 말도 쓰여있지 않아도 좋으니.
아홉 번째 엽서
-이제는 우리의 시차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직 멀지는 않으니 내가 그대를 보러 가도 된다면 답장을 보내지 마시오.
-미안합니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내 비좁은 마음이 서둘러 엽서를 부쳐버렸습니다. 재빨리 한 장 더 보내니 내 마음을 의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언제든, 당신의 뜻대로.
열 번째 엽서
-부끄럽지만 내 사진을 동봉합니다. 이거야말로 정말 원하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만. 언제고 내 소식을 원하지 않거든 반송하기 바랍니다.
열한 번째 엽서
-감기에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이 엽서가 도착할 즈음에는 쾌차하였길 바랍니다. 당신 소식을 알아보는 게 불쾌하지 않기를.
열두 번째 엽서
-오해할까봐 급히 보냅니다. 신문에 난 그 오메가와 나는 절대로 아무 관계도 아님을 명확하게 알리는 바입니다. 나는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소.
열세 번째 엽서
-어제 보낸 엽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겠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혹 모를까봐 하는 말인데, 내가 당신을 좋아합니다. 여전히. 틈이 날때면 엽서를 쓰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당신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으면서도 부담이 되길 바라기도 합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까?
열네 번째 엽서
-아주 바쁜 날을 보냈습니다. 당신의 하루가 평안하길 빕니다. 혹 바라지 않는 엽서를 받고 있다면, 끝내는 방법은 당신도 잘 알리라 생각합니다.
열다섯 번째 엽서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부치치 못한 첫 번째 답장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야. 그대의 덕에 나도 잘 지내고 있어.
부치치 못한 두 번째 답장
-지구의 반대편에도 해가 뜨겠고, 달이 뜨겠군. 바보같은 추신은 덧붙이지 않아도 좋아.
부치치 못한 세 번째 답장
-답장을 쓰고 있네, 카잔스키. 다만 부치지 못하는 것은..
부치치 못한 네 번째 답장
-몸을 걱정해야 할 것은 그대가 아닌가. 무운을 빌겠네, 늘.
부치치 못한 다섯 번째 답장
-내가 그대에게 편지를 보내도 될까? 여러 모로 옳지 못한 일이겠지.
부치치 못한 여섯 번째 답장
-침묵은 금이라.
부치치 못한 일곱 번째 답장
-우리가 함께 지낼 때, 난 나를 감시하는 게 톰 카잔스키라 좋았던 것 같아. 보내지도 않을 편지이니 솔직해도 나쁠 건 없겠지.
부치치 못한 여덟 번째 답장
-자네의 고집스러운 그리움이 힘을 잃기를 바라고 있어. 남은 건 내가 품고 살지.
부치치 못한 아홉 번째 답장
-답장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한 통이 더 도착했군. 나의 고민이 짧았다면 답장을 처음으로 그대에게 갔을텐데. 그대가 그것을 핑계로 들이닥쳤을지도 모를 일이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카잔스키.
부치치 못한 열 번째 답장
-제법 군인 티가 나는군. 좋은 짝을 만나길 바라고 있어.
부치치 못한 열한 번째 답장
-욕심이 늘 화를 부르는 법이라는 걸 난 잘 알고 있어. 그대는 내가 갖기엔 지나치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 창문을 닫는 걸 잊었지.
부치치 못한 열두 번째 답장
-결백을 왜 나에게 증명하는가.
부치치 못한 열세 번째 답장
-카잔스키, 기어이 그 말을 입에 담는군. 그대의 그 마음이 그저 흘러가길 바라는데, 어째서 흘러가는 건 시간 뿐일까.
부치치 못한 열네 번째 답장
-이 관계는 내가 끊어내야 함을 알고 있는데, 좀처럼 마음 먹기가 쉽지가 않아. 그대가 멈춰주길 바라고 있어. 영원토록 지속되길 바라고도 있고.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할까?
“슈타우펜베르크님? 왜 여기서 주무셔요.”
슈슈는 눈을 느리게 떴다가 다시 감기를 반복함. 집안일을 봐주는 허니가 슈슈를 부축하겠다며 팔뚝을 답싹 안아왔지. 비몽사몽 간에 슈슈는 침실로 걸음을 옮겼음.
“약은 잊지 않고 드셨어요?”
“응..”
나른하게 늘어지는 대답에 키득대던 허니가 눈을 반짝이며 슈슈가 정신없도록 말을 붙여옴. 어휴, 오늘 날이 얼마나 차던지.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셔야죠. 응.. 아, 그리고 찰리 아시죠? 스미스 씨가 키우는 강아지요. 그 개가 없어져서 완전 난리였어요. 슈타우펜베르크님은 뭐 보신 거 없으시죠? 정원을 산책하시다가요. 응.. 서재의 책상은 제가 알아서 정돈할까요? 응..
“제가 알아서 정리할게요?”
“응.. 고마워.”
슈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침실로 빨려들어갔고, 문이 닫히자마자 허니는 서재로 달려감.
미처 갈무리하지 않은 편지지가 덩그러니 남아 있겠지. 허니는 아는 바가 없지만, 이 편지를 부치는 게 슈슈에게 좋은 일이 될거라는 확신이 있었음. 근거는 없었지만 허니는 감이 좋았으니까.
-나도 같은 마음이야.
반듯하게 우표를 붙인 엽서는 그제야 처음 제 주인에게로 날아감. 그들이 헤어지고, 수년 만에 처음으로.
시니어슈슈 아이스매브 크오
슈슈는 종종 시니어에게서 엽서를 받았음. 두 주를 걸러 연달아 올때도 있고, 반 년이나 소식이 끊긴 적도 있지만 어쨌든 엽서는 슈슈에게로 날아들었음.
슈슈는 엽서를 기다리기도 하고, 기다리지 않기도 했음.
첫 번째 엽서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혹 궁금하지 않다면 엽서를 반송하기 바랍니다.
두 번째 엽서
-아마 지금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을 겁니다. 혹 궁금하지 않다면 엽서를 반송하기 바랍니다.
세 번째 엽서
-반송되지 않으니 당신이 읽고 있다는 뜻이겠죠. 여전히, 궁금하지 않다면 엽서를 반송하기 바랍니다.
네 번째 엽서
-날이 차가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궁금하지 않다면 엽서를 반송하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 엽서
-내가 당신에게 엽서를 보내도 됩니까?
여섯 번째 엽서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은 독일에도 있나 봅니다. 내 소식을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엽서를 반송해도 좋습니다.
일곱 번째 엽서
-미안한 말이지만 사람을 시켜 당신이 살아있는지, 혹 의문의 엽서를 받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감시하려던 의도는 없으니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여덟 번째 엽서
-지금 우리는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습니다. 보러 가고 싶은데, 혹 내가 그래도 된다면 답장을 보내주십시오. 어떤 말도 쓰여있지 않아도 좋으니.
아홉 번째 엽서
-이제는 우리의 시차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직 멀지는 않으니 내가 그대를 보러 가도 된다면 답장을 보내지 마시오.
-미안합니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내 비좁은 마음이 서둘러 엽서를 부쳐버렸습니다. 재빨리 한 장 더 보내니 내 마음을 의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언제든, 당신의 뜻대로.
열 번째 엽서
-부끄럽지만 내 사진을 동봉합니다. 이거야말로 정말 원하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만. 언제고 내 소식을 원하지 않거든 반송하기 바랍니다.
열한 번째 엽서
-감기에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이 엽서가 도착할 즈음에는 쾌차하였길 바랍니다. 당신 소식을 알아보는 게 불쾌하지 않기를.
열두 번째 엽서
-오해할까봐 급히 보냅니다. 신문에 난 그 오메가와 나는 절대로 아무 관계도 아님을 명확하게 알리는 바입니다. 나는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소.
열세 번째 엽서
-어제 보낸 엽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겠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혹 모를까봐 하는 말인데, 내가 당신을 좋아합니다. 여전히. 틈이 날때면 엽서를 쓰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당신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으면서도 부담이 되길 바라기도 합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까?
열네 번째 엽서
-아주 바쁜 날을 보냈습니다. 당신의 하루가 평안하길 빕니다. 혹 바라지 않는 엽서를 받고 있다면, 끝내는 방법은 당신도 잘 알리라 생각합니다.
열다섯 번째 엽서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부치치 못한 첫 번째 답장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야. 그대의 덕에 나도 잘 지내고 있어.
부치치 못한 두 번째 답장
-지구의 반대편에도 해가 뜨겠고, 달이 뜨겠군. 바보같은 추신은 덧붙이지 않아도 좋아.
부치치 못한 세 번째 답장
-답장을 쓰고 있네, 카잔스키. 다만 부치지 못하는 것은..
부치치 못한 네 번째 답장
-몸을 걱정해야 할 것은 그대가 아닌가. 무운을 빌겠네, 늘.
부치치 못한 다섯 번째 답장
-내가 그대에게 편지를 보내도 될까? 여러 모로 옳지 못한 일이겠지.
부치치 못한 여섯 번째 답장
-침묵은 금이라.
부치치 못한 일곱 번째 답장
-우리가 함께 지낼 때, 난 나를 감시하는 게 톰 카잔스키라 좋았던 것 같아. 보내지도 않을 편지이니 솔직해도 나쁠 건 없겠지.
부치치 못한 여덟 번째 답장
-자네의 고집스러운 그리움이 힘을 잃기를 바라고 있어. 남은 건 내가 품고 살지.
부치치 못한 아홉 번째 답장
-답장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한 통이 더 도착했군. 나의 고민이 짧았다면 답장을 처음으로 그대에게 갔을텐데. 그대가 그것을 핑계로 들이닥쳤을지도 모를 일이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카잔스키.
부치치 못한 열 번째 답장
-제법 군인 티가 나는군. 좋은 짝을 만나길 바라고 있어.
부치치 못한 열한 번째 답장
-욕심이 늘 화를 부르는 법이라는 걸 난 잘 알고 있어. 그대는 내가 갖기엔 지나치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 창문을 닫는 걸 잊었지.
부치치 못한 열두 번째 답장
-결백을 왜 나에게 증명하는가.
부치치 못한 열세 번째 답장
-카잔스키, 기어이 그 말을 입에 담는군. 그대의 그 마음이 그저 흘러가길 바라는데, 어째서 흘러가는 건 시간 뿐일까.
부치치 못한 열네 번째 답장
-이 관계는 내가 끊어내야 함을 알고 있는데, 좀처럼 마음 먹기가 쉽지가 않아. 그대가 멈춰주길 바라고 있어. 영원토록 지속되길 바라고도 있고.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할까?
“슈타우펜베르크님? 왜 여기서 주무셔요.”
슈슈는 눈을 느리게 떴다가 다시 감기를 반복함. 집안일을 봐주는 허니가 슈슈를 부축하겠다며 팔뚝을 답싹 안아왔지. 비몽사몽 간에 슈슈는 침실로 걸음을 옮겼음.
“약은 잊지 않고 드셨어요?”
“응..”
나른하게 늘어지는 대답에 키득대던 허니가 눈을 반짝이며 슈슈가 정신없도록 말을 붙여옴. 어휴, 오늘 날이 얼마나 차던지.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셔야죠. 응.. 아, 그리고 찰리 아시죠? 스미스 씨가 키우는 강아지요. 그 개가 없어져서 완전 난리였어요. 슈타우펜베르크님은 뭐 보신 거 없으시죠? 정원을 산책하시다가요. 응.. 서재의 책상은 제가 알아서 정돈할까요? 응..
“제가 알아서 정리할게요?”
“응.. 고마워.”
슈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침실로 빨려들어갔고, 문이 닫히자마자 허니는 서재로 달려감.
미처 갈무리하지 않은 편지지가 덩그러니 남아 있겠지. 허니는 아는 바가 없지만, 이 편지를 부치는 게 슈슈에게 좋은 일이 될거라는 확신이 있었음. 근거는 없었지만 허니는 감이 좋았으니까.
-나도 같은 마음이야.
반듯하게 우표를 붙인 엽서는 그제야 처음 제 주인에게로 날아감. 그들이 헤어지고, 수년 만에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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