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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 21:46
배우 남편을 잃은 행맨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그 배우 팬 루스터 보고 싶다. 첫번째
<여러가지 주의>
1.
'아 그 사람이다'
주말 아침 카페 안 풍경은 흘러나오는 음악 만큼이나 조용하고 포근했어. 브래들리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카페에 들어 왔다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했지. 얼마전에 이 동네로 온 새로운 이웃 이였어. 작은 마을에서 동네 사람 마주치는 건 흔한 일이였지만 브래들리는 남자한테 계속 향하는 시선을 거둘 순 없었어. 예의 그 제이크가 맞다면 말이야.
누구나 한번쯤은 살면서 연예인 누구와 닮았다는 말은 들어보잖아. 브래들리는 청소년 때부터 지금까지 배우 루디와 닮았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였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루디 한테 관심이 생겨서 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고 영화 개봉일에 극장도 가고 소식들도 검색해 보겠지. 항상 가슴 떨리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고 오래된 팬 중에 한명 이였어.
오랫동안 투병 중 이였던 루디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브래들리는 몇날 몇일을 충격에 멍해져 있었어. 병 때문에 배우 활동도 중단하고 치료에 전념 중 인건 알고 있었지만 곧 나을거라는 믿음만 있었을 뿐 아직 젊은 나이에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은 몰랐었지.
브래들리가 새로운 이웃을 더 신경 쓰는 건 루디가 죽고 얼마후에 그의 부모가 티비에 나와서 배우자에 대해서 말하는 영상을 봤기 때문이였어. 루디는 전 부인과 이혼하고 몇달 후에 평범한 회사원이자 오랜 친구 사이였던 남성 J와 재혼 했다고 갑자기 발표해 버려서 팬들을 놀라게 했었지. 루디의 전 부인은 여자였음. 거의 통보하듯 해버린 갑작스러운 커밍아웃 결혼 소식에 한동안 시끌 시끌 했었지.
루디의 새로운 배우자는 공식 석상은 물론 그 흔한 소셜 미디어 에서 조차 모습을 들어내지 않았어. 알려진 거라고는 루디가 말한게 전부 이다시피 했지. 사생활은 지켰지만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건 피할 수 없었어.
팬들은 오래된 친구 였다는 J를 항상 궁금해 했어. 옛날 사진들을 늘어놓고 누굴까 골라 보기도 했었지. 루디가 아프고 나서는 그것도 흐지부지 됐지만. 브래들리도 혼자 점 찍어 놓은 사람이 있었지. 루디가 전부인과 이혼 하기 전에 얼큰하게 취해서 술집 밖에서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파파라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유난히 한 친구가 눈에 들어 왔었거든. 루디를 바라보는 눈빛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보듯이 너무 따스해서.
두번째로 발견한 건 재혼 하고 얼마 후에 찍힌 길을 걷는 루디의 사진에서 였어. 작게 찍히긴 했지만 멀찍히 떨어져서 어색한 표정으로 걷고 있는 남자는 분명 그가 맞았어. 브래들리는 두 사진을 자주 돌려보곤 했지.
얼마전에 브래들리는 J의 이름을 알게 됐어.
루디 부모가 말해 버렸거든. 영상 속 부모는 J가 돈을 보고 결혼 했으며 루디가 배우 생활도 못하고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치료를 중단해서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도망치듯 숨어 버렸다 면서 울분에 가까운 성토를 하고 있었지만 브래들리가 보기에는 자식 잃은 슬픔을 J에게 한풀이 하듯 전가 시키는거 같았어.
브래들리가 알기로는 둘의 결혼 기간은 3년을 조금 넘겼지. 결혼 발표하고 5개월 후에 투병 생활을 시작 했으니까 2년 반 넘게 간병만 했다는 거잖아. 거의 결혼 생활 내내. 돈이 목적 이였다면 아픈 사람 곁에 그렇게 오래 머물면서 돌볼 수 있을까? 루디가 병원비로 재산을 다 탕진할 때 까지 말이야. 사진 속 그 따스한 눈빛이 자꾸 아른거렸지. J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 익숙한 듯 낮선 얼굴을 동네에서 처음 봤을 때 브래들리는 많이 놀랐었어. 우연이란 아주 가끔씩 또 다른 신기한 우연을 만들어낼 때가 있단 말이지. 언젠가 말을 걸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어. 제 오랜 추측이 맞길 바라면서.
2.
"저기 새로 이사오신 분이죠?"
가만히 책을 보고 있던 제이크가 고개를 들었어.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아까부터 계속 같은 페이지만 들여다 보고 있었지. 피곤함에 뻑뻑한 눈가가 붉었어.
수면제를 먹어도 도통 잠이오지 않아서 아침까지 계속 뒤척이다가 무작정 책을 들고 막 오픈한 카페에 첫 손님으로 들어와 있던 참이였지.
말을 거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본 남자의 얼굴이 루디와 닮아서 홀린 듯 계속 쳐다 볼 수 밖에 없었어.
루디가 살아있나?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약을 먹고도 잠을 못자서 정신이 더 멍한가봐. 장례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봤는데 이런 말도 안돼는 생각을 하고..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뚝 떨어졌어.
"저기...괜찮아요?"
브래들리는 자기를 보자마자 빨간 눈을 하고 갑자기 우는 그를 보면서 당황 했지만 자기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거의 확신했어. 루디의 베일에 쌓인 배우자 제이크. 닮은 얼굴을 이런 식으로 어필하고 싶진 않았는데...언젠가 루디를 만나게 되면 보여주고 싶었거든. 우연히 닮아서 팬이 됐고 여전히 당신 팬이라고. 이젠 전할 수 없는 말이였어. 추억하는 사람들 끼리 어색하고 씁쓸한 모습만 남아버렸지.
" 아 미안해요.. 요새 잠을 못자서 많이 피곤한가봐요"
처음 본 사람 앞에서 갑자기 울다니...제이크는 민망함에 눈물을 빠르게 닦아 냈어. 아무리 닮았어도 그는 루디가 아니잖아. 그만 시선을 거둬 버렸지. 가까이서 본 제이크는 말처럼 많이 피곤해 보였어. 야위고 예민해 보이기도 했지. 힘듬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모습에 브래들리는 순간 어떻게든 위로해 주고 싶었어.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낮선 사람이 아니였으니까.
"앉아도 될까요?"
브래들리가 물어보자 다시 한번 올려다 봤어. 같이 있자는 건가? 머리속이 몽롱해서 이해 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지. 제이크는 순간 넘어가지 않는 책 속 활자처럼 카페 안 공기도 답답하게 느껴져서 나가고 싶어졌어. 앞에 남자와 함께 가도 괜찮을꺼야.
"저기....앉지 말고 나가서 같이 걸을래요? 여기선 책도 더 이상 안 읽히네요"
완연한 가을 이였어. 발걸음을 옮기면 낙엽들이 이리저리 밟혀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 나와서 같이 걷고는 있었지만 둘은 서로 어색해서 쭈뼛 거렸어. 막상 위로의 말을 건내기엔 너무 뜬금 없기도 해서 브래들리는 애꿎은 낙엽만 밟아 댔지. 갑자기 루디 이야기를 꺼낼수는 없잖아. 먼저 침묵을 깬건 제이크 였어.
"잠 못잔지는 3개월 쯤 됐어요. 원래 있던 곳은 너무 시끄러워서 괴롭더라구요. 여기는 조용해서 잘 수 있을까 기대 했는데 여전히 못 자네요."
브래들리는 속으로 날짜를 세어 보았어. 루디가 죽은지 3개월이 지나 있었지. 그렇구나.. 루디의 부모는 평소에 제이크에게 무슨 억한 심정이라도 갖고 있던 걸까? 영상 속 모습은 세상 억울해 보였는데 말이야. 브래들리는 갸웃거렸어.
"여기 이사 오신걸 환영해요 사람들도 좋고 마을도 작지만 있을건 다 있고 여기 살기 좋은 곳이에요...하하..."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을 못하게 되자 대화가 어색했지. 나오는대로 말하고 바보같이 웃는 모습을 제이크가 가만히 바라봤어. 웃는 모습도 루디와 닮아 있었지.
"이사...는 아니에요 잠깐 요양이라고 해두죠 거기 다시 돌아가야죠 추억이 있는 내 집인데."
단어를 곱씹어 봤어. 추억이라..썩 유쾌한 기억들은 아니였을 텐데. 하긴 두 사람일은 당사자들만 알겠지. 브래들리는 소문의 배우자를 앞에 두고 묘하게 긴장하고 있었어. 생각해 보니까 통성명도 안할 걸 깨달았지. 이제 이름을 들으면 100퍼센트 확실 해질꺼야.
"우리 통성명도 안했네요.저는 브래들리... 어어?? "
'풀썩'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더니 서있던 제이크가 갑자기 쓰러졌어. 놀란 브래들리가 다치지 않게 재빨리 감싸안고 몸을 낮췄지.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해 하면서도 먼저 제이크의 안색을 살폈어 창백하진 않았고 의의로 평온해 보이는 얼굴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쌕쌕 숨소리가 들려왔지. 3개월동안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제이크가 브래들리를 만나고 몇십 분 만에 길거리에서 쓰러져 잠든 거였어.
"이봐요 일어나 봐요."
흔들어 깨우다가 아까 눈물을 닦던 초췌한 모습이 떠올라서 멈짓했어. 옮기는데 고생은 하겠지만 집으로 데려가서 몇시간 만이라도 편안하게 재우고 싶었어. 제이크를 고쳐 업고 몸을 일으켰어. 온몸에 힘이 빠진 성인 남자를 업는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서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지.
"집으로 가자구요"
지금도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제이크에게 무엇보다 휴식이 가장 필요해 보였어. 모든건 나중으로 미뤄두고 발걸음을 서둘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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