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04731367
view 2121
2022.10.29 20:59
ed5b26473962190de747d6d86a536d68.jpg


아이스가 죽고 나서, 사라는 매버릭에게 아이스맨이 마지막까지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사진 몇 개를 챙겨 주었어.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톰도 그걸 원했을 거라며 끝까지 손에 쥐어 주는 바람에 차마 그냥 떠날 수가 없었어.


한 장은 함께 타지에서 복무할 때. 한 장은 아이스가 처음 어깨에 별을 달고 악수를 청한 날. 매버릭은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다 마지막으로 다른 것들보다는 커다란 사진에 다다랐어.


갓스물을 넘긴 저와 아이스가 악수를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야.


매버릭은 그날을 선명히 기억해. 이날이 지나고 두 사람이 어떻게 함께했는지도.


마음을 열고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많이 했어. 놀랍게도, 비행 스타일만 빼면 그럭저럭 잘 맞는 사이였지. 가끔은 같이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러 나가기도 했어.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아이스의 숙소에서 충동적으로 술기운에 입을 맞춘 날 밤, 그는 너무나 다정했어. 몸을 만지는 손길은 '아이스'라는 콜사인과 달리 따뜻했지. 그래서 매버릭은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달아나야만 했어. 자기는 이런 손길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카잔스키는 화를 내지 않았어. 매버릭이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미첼, 잘 잤어? 식사 거르지 마. 살이 빠졌네. 따위의 걱정을 해 주고 안부를 챙겼지. 매버릭도 알아. 자기가 돌아보면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을 거라는 사실 말이야. 하지만 매버릭은 돌아볼 수가 없었어. 이유는 몰라. 뭔가가 무서웠던 것도 같아.


이제는 달라, 뒤를 돌아보아도 자신의 든든한 윙맨은 거기에 없을 거야. 매버릭은 사진을 꽉 쥐려다 구겨지는 것이 아까워 가장자리만 만지작거렸어.


아마 사진은 한동안 격납고에 붙지 못할 거야. 이걸 붙여 버리면, 정말로 네가 이제는 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날 것만 같아서. 이제는 어디에 가도 네 얼굴을 볼 수 없고, 네 목소리를 듣거나 네 품에 안길 수 없다는 것이 생각나서.



매버릭은 달아나는 것이 익숙했어. 36년 동안 그래 온 것처럼. 그는 결국 걸지 못한 사진을 낡은 서랍장 속에 밀어넣었어. 환하게 웃는 톰 카잔스키가 사라졌어. 그의 손을 잡은 젊은 날의 매버릭도 사라졌어.



아, 나는 너를 사랑했구나. 그것도 제법 오랫동안.



매버릭이 뼈저린 깨달음을 얻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지. 그는 경비행기 옆에 몸을 수그렸어. 아이스에게 입을 맞추고, 밤을 보내고. 도망치듯 돌아와서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한참을 소리 없이 눈물 흘리면서.






격납고 사진 얘기 보고 생각나서 찌끄린 아이스매브... 매버릭 이렇게 울면서 비행기에 기대 잠들었는데 다음날 눈떠보니 1986년 작전 성공한 다음날로 회귀하는 것도 bg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