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03110260
view 3512
2022.10.19 16:23
매브는 어릴 때 부모 잃고 친척들 집으로 전전하다가 결국 위탁가정 까지 가게 된거임
친척들도 매브한테 섬세하게 대하지 못했는데 이게 위탁가정까지 가버리니까 학대까지 받아서 잔뜩 위축된 상태였을거야

파양과 입양 반복하다가 어떻게 먼 친척인 배리에게까지 연락이 닿았는데 아이를 원했는데 불임이었던 배리는 흔쾌히 매브를 입양했음 (크리스의 동의따윈 받지 않았음)

크리스 뜬금없는 날벼락에 내가 너 돼지새끼 감당하기도 벅찬데 갑자기 무슨 애새끼냐 항의해도 놀랄정도로 강경한 태도로 아이 갖고 싶다고 하니 환장하는거임
결국엔 화를 못 참고 집 안 물건들 깨부시면서 개지랄 떠는데 그거 보던 배리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흐름
흐느낌도 없이 흐르는 눈물은 예상치도 못했던 크리스가 던지려던 리모콘 내려놓고 쩔쩔 매기 시작함
배리는 잘 울지 않아.
우는 흉내는 잘 내도 저렇게 굵은 눈물방울 뚝뚝 흘리면서 소리없이 우는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단말야

당신과 아이를 키우고 싶었어. 나와 당신의 아이라면 좋았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어떻게든.

배리의 말에 크리스는 잠깐 멍해짐 크리스는 매일 불안했어 배리와 붙어 있던 매일이 그랬음. 일단 범죄자고 내 성질이 너무 개같고 내 속은 너무 가난한데 너는 너무, 그래 환장할 정도로 풍요롭지. 크리스는 매번 구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거절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삼키면서 배리를 안았을거야 배리가 왔어? 자기 잠에 침식당해 가물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자신을 마주 껴안으면, 배리의 따끈한 체온이 제 몸 위에 늘어붙고 설탕가루가 뭍어나는 듯한 달콤한 체향을 느끼면 크리스는 언제든 병신이 됐어 크리스에게 배리는 무너질까 무서운 단 하나의 집이었어. 신도 몰랐으면 하는 제 집.
근데 너도 그래? 너도 나처럼 내가 집이 됐어?

결국 배리의 단호함에 기세를 꺾은 크리스는 웅얼거리듯이 말했음

데려 오던가. 근데 나는 아비 노릇 할 의지도 없고 자신도 없어.

뭐라고?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눈치 보느라 배경에 섞여있던 크리스 부하들 박수소리임. 눈치보는거 치고는 존나게 눈치가 없어서 휘파람 불면서 난리법석임. 보스!! 사모님!! 화해 축하드립니다!! ㅇㅈㄹ 함성 지르고 있어서 개시끄러움. 배리가 뭐라고? 존나 안들려! 크리스의 입에 자기 귀를 바싹 붙였지만 크리스는 아무 말도 없었을거임

그리고 결국 그날이 오고 만 것임. 애새끼가 오는 날.

크리스는 애새끼가 오건말건 상관하지 않는다고 배리한테 신경질 부리는게 의지표현의 마지막 보루같은 거였는데 배리가 상처받은 표정을 지어서 자기가 더 상처받고 결국에는 매브가 집에 오는 날 스케줄을 통으로 비우기로함 그리고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는) 따뜻한 미색 니트에 커피색 슬랙스를 입고 마냥 싱글벙글인 배리 옆에 배경처럼 서 있게 된 거임

집 앞에 낯선 밴이 멈춰서고 거기서 사회복지사 도움 없이 제 힘으로 차 문을 열고 나온 씩씩한 매브가 보임. 나름 신경을 쓴 거였을 텐데도 얼굴 여기저기의 생채기와 너무 커서 쇄골까지 보이는 낡은 티셔츠, 자꾸만 내려와 바지춤을 잡게 되는 해진 바지, 그리고 배리가 어렸으면 저런 모습이었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꼭 닮은 브루넷과 오만감정으로 일그러진 촉촉한 녹안.

아이는 크리스와 배리에게 다가가려 걸어오다 넓은 바지폭에 발이 걸려 넘어지려 기우뚱함. 당연한 통증을 기다리며 눈을 질끈 감는데 자기 머리 뒤를 감싸고 중력을 거슬러 쓱 들어 올리는 느낌을 받았을거임. 크리스는 반사적으로 아이의 목을 받쳐 안아서 들어올려. 그리고 매브에게 느껴지는 아이들 특유의 촉촉한 손의 촉감과 푹신한 젖 비린내 같은것을 느껴

크리스는 당황했어. 아이가 넘어지려는 상황이 아니라 아이의 젖내와 따뜻한 체온에. 예상하지 못한 울컥거림에 아이의 배에 제 얼굴을 파묻어 숨겨. 울것 같이 일그러진 얼굴이 보이면 안되니까. 아이는 맹한 얼굴을 한 것 치고는 기민해서 자신의 배에 얼굴을 파묻고 울먹이는 어른의 뒷통수를 작은 손으로 쓰다듬음.

괜차나! 괜찬다! 내일이면 괜차나져.

누가 널 그렇게 위로해줬어? 나는 그런 말 하나도 모르는데.

크리스는 속으로만 생각해. 아이의 홀쭉한 배에 얼굴을 묻은 크리스는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나. 그래서 얼굴을 들어 올릴 수가 없어. 딱 자신이 아이의 이맘때. 자아가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크리스는 생존하려 온갖 애를 써야했어. 빵 하나가 저같은 고아새끼 하나보다 값지다는 걸 깨달았음. 근데 애도 그걸 아는 눈치였어. 아이의 지친 몸이, 새로운 부모를 본 두려움에 찬 표정이 그걸 알려줌. 근데 크리스는 배리를 닮은 어린 얼굴이 그런 얼굴을 한다는데에 심장이 무너질 것 같았음

아가? 이제 울면 안돼. 존나 아부지 뒤질것 같으니까.

그러고 진짜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육아기 시작 될 것 같음. 유치원 발표회에서 ㅈㄴ 깜찍한 매브를 가까이 찍으려고 조금씩 다가가다 결국에는 무대까지 닿아서 매브가 결국 꺄르륵 웃으면서 공연하다 말고 카메라 이식한것 같은 크리스 머리 헝클어트리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라거나 (크리스는 이걸 육안으로 봤어야 더 좋았을까 아니면 수백번 재생할 수 있는 비디오로 남겼으니 이득인가 계속 고민함. 답은 아직 나오지 않음.)

배리는 지가 데려오자고 한 것 치고는 애한테 손이 갈 새가 없음 크리스가 애 옆에 딱 달라붙어서 온종일 별 참견을 다 하면서 챙기고 있거든 아침 먹으면서 포크 쥐는법 훈계하고 칫솔질 덜했다고 뭐라 하고 눈꼽 남아있다고 뭐라하면서 챱챱 세수 시키고는 야무지게 코도 흥! 하라고 종용함 매브는 주눅들어있고 말 소리도 작아서 매번 되묻게 하는 소심한 아이인데 크리스는 기어코 그런 애한테

"크리쓰!!!!!!!! 짜증나!!!!!!!!!"

소리 들어냄 참고로 매브 온지 일주일도 안됐을때임 그 소리 듣고 크리스가 어땠냐면 말로는 이노무새끼!!!! 어데 아버지한테 짜증난다고 버릇없이!!!!! 이러지만 크리스 광대보면 행간에 ㅎ가 너무 많이 껴서 설득력도 위엄도 없음 크리스는 매브가 더이상 눈치 안보는 것도 좋고 자기 감정 표현 하는게 너무 좋음 질릴정도로 참견하지만 오냐자식 만드는 단초가 된 개기일듯

배리는 크리스가 육아하는 걸 보면 뭐랄까.. 브이로그? 보는 느낌임 힐링됨 크리스는 철없는 여편네 때문에 애 뒤치닥거리가 다 제 일이 됐다고 지랄하지만 입으로만 불평이고 만족감 천장 뚫어 버린거 알고 있음

일반적인 육아에 제 자리가 없음을 깨닳고 배리가 노린 자리는 '애랑 좋은것만 하는 무책임한 엄마'임 크리스 눈 피해서 아이스크림 나눠먹고 몰래 도넛 가게 가고 뻑하면 학원 가야하는 애 하이재킹 해서 비행기 태우고 스피드 즐기게 해줌 그때 매브가 처음으로 말한게 I feel the need. The need for speed. 라 흥이 한껏 오른 배리는 민항기라는거 잊고 한바퀴 돌아줬을듯

그러고 돌아오면 무섭기는 할듯. 당연함 분위기 너무 안좋음 크리스는 경쟁 조직이 배리와 매브 납치한 거라고 생각해서 걔네 기지 습격해서 총알을 퍼부웠음 근데 애엄마랑 애는 안나옴 눈 뒤집어져서 습격한거라 증거가 안나올리가 없고 한동안 경찰이고 언론이고 피곤해질 일만 남았음 제일 괴로운건 배리도 매브도 찾을 수 없었다는건데 집에서 대책회의 하는 와중에 존나 잘못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배리와 그 손에 붙들려 어리둥절한 매브임 그 순간 부하들 눈이 아이롤링 겁나 하겠지. 이놈의 집구석이랑 엮이기 싫은데 존나 그럴수가 없어. 다행히 저번처럼 눈치없이 화해 축하 ㅇㅈㄹ은 안해서 다행임 근데 보스 눈 보니까 너무 돌아있어서 솔직히 사모님 걱정된다 vs 사모님 고소하다 반반임 부하들 썰물처럼 빠지고 애는 올려 보내라는 낮은 크리스 목소리에 매브 방으로 가고 잔뜩 쫄아붙은 배리와 크리스만 남았음.

솔직히 배리는 맞아도 별 수 없다고 생각했음 배리 머리속에 있던건 애 학원 재끼고 무박의 짜릿한 항공여행이었는데 일이 너무 커져 버렸어. 습격이고 총탄전이고 하나도 예상을 못했단 말임. 정체성이 범죄자와 일반인 중간에 걸친 배리는 애도 없고 마누라도 없으면 놀러가느라 튄거라고 생각하지 납치 가능성은 일도 생각 못함. 그래서 죄책감과 두려움에 침묵하고 짜부러져 있었음. 그때 크리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림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인 크리스에게서 터져나오는듯한 숨소리가 들림

아 우는구나

배리는 크리스를 알아 저 버석한 사람이 얼마나 애정에 목말라 있는지. 배리와 매브를 만나고 굶주린 애정을 얼마나 포식중인지 그래서 얼마나 행복하고 정신병적으로 두려워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몰라. 오직 배리만 알았지.

배리는 크리스를 뒤에서 품어 안았어. 크리스는 자신을 감싸오는 손을 풀어내리려는 몸짓을 하다 결국 그 손을 잡았음

"다시는 안그럴게. 자기야."

많이 무서웠어 허니?

크리스는 대답이 없어. 가끔 말로 측량이 되지 않는 감정이 있어. 크리스는 말 없이 배리의 몸에 몸을 파묻듯이 기댔어 난폭한 기분은 사그라든적이 없고 튀어 나올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겠지만 지금 원하는건 오직 배리의 달달한 체향과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약간 빠른 심박, 그리고 잠든 매브의 작은 이마에 키스하는 것 같은 사소한 것들이라 존나 망했다 싶을거야 인간이 참 별 수 없이 행복이란게 단순해 하지만 크리스는 이제 자신이 남과 다르길 원했는지도 기억안나 배리와 매브를 잃었다는 생각에 선명해진 것 외에는 다 흐릿해졌거든

그러고 배리랑 매버릭 우당탕탕 육아하고 헬리콥터 맘처럼 딱 붙어서 입시관리하고 해사 보내놨더니 난데 없이 아이스랑 손잡고 들어오는 매버릭 보고 벙찌는거 보고싶다
입으로만 개딸개딸 했지 존나 보는것도 아까운 고명딸인데 난데없이 들이닥쳐서 멀대같은 사내새끼 들이 밀면서

아 여기는 톰 카잔스키 내 탑건 동료고 여기 애 아빠야

개딸 매브는 제 홀쭉한 배를 가리킴

크리스는 약간 오버클럭된것같은 머리로 애 아빠를 쏴죽이면 다른 문화권에서 말하는 명예살인인가? 생각함 총을 찾는듯 더듬거리는 손길에 배리가 다급하게 안으로 이끌어서 식사대접 하는데 아이스 기를 쓰고 흠을 잡으려고 해도 완벽한 신랑감이라 열받는데 임신했다는 사실이 너무 열받아서 나이프를 쥐었다 놨다 총기 숨긴 서재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거 진짜 너무 죽이고 싶은데 개딸년 너무 행복하게 웃잖아 닭다리따위는 통채로 입에 넣고 발골하는 개딸인데 아이스인지 톰인지 병신같은 놈은 그걸 살을 발라 제 딸 입에 넣어주잖아 어쩔수가 없나봐

배리가 서재 앞에 우뚝 서서 고개 떨군 크리스 발견하고 목에 얼굴 파묻음

자기야, 괜찮아. 우리 같이 놀자.

상실은 없어 오히려 늘어날거야

결국 다시 거실로 복귀한 크리스는 아이스랑 닌0도나 존나 함 닌0도 처음 해보는 아이스는 당연히 필패인데 모르긴 몰라도 크리스 너무 꼬수워해서 배리 약간 민망했을듯ㅋㅋㅋ 아이스는 아이스대로 매브 너무 사랑받고 잘 자란게 보여서 행복한데 내심 좀 속이 허전할 것 같음. 자기는 친 부모에게서도 받아본적이 없는 사랑이라 그거 꽤뚫어 보는게 배리였으면 좋겠음 이제 아들 생긴거냐며 아이스 뒷통수 쓰다듬고 친히 만든 치킨수프도 줬으면.. 맛은 존나게 없는데 아이스 너무 맛있게 먹고 행복하게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아이스매브 크리스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