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나자마자 노부는 알바 시간이 아닐 때는 항상 도서관에 쳐박혀 있었다. 혁명 이후에 공화국으로 재탄생한 이 나라에서 당시의 혁명은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자료가 풍부했는데 정작 노부가 원하는 자료는 많지 않았다. 

노부도 혁명의 주동자들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혁명이 어떻게 준비됐고, 어떻게 불붙었고,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당연히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역사서에서 주되게 다루는 것은 노부가 알고 싶었던 내용들이 아니라 혁명이 일어나던 시대의 어떤 조건들이 혁명을 촉발했는지, 어떻게 불이 붙었는지, 그리고 혁명 이후의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등이었다. 물론 혁명 이후의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노부도 잘 모르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노부가 진짜로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케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노부는 어떻게 죽었는지. 

하지만 케이와 노부가 혁명의 주동자들 중에서도 무척 중요한 핵심인물들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혁명의 마지막 단계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수도에서 진행하기로 한 가두시위는 당시 황자 중 하나, 마치다의 바로 위 이복형인 4황자가 애꿎은 사람 하나를 때려죽이면서 어마어마하게 대규모로 번졌다. 황자의 잔혹한 행패에 분노한 민중들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거기까지는 노부도 기억하고 있었다. 

역사서에서는 거기에서 노부의 기록이 뚝 끊겨 있었다. 그 이후의 부분에서는 노부가 갑자기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노부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이때쯤 죽은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런 아닐 게 분명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에, 혁명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공화정을 막 시작하려던 시점에 마치다의 죽음이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혁명정부의 임시총리를 맡았고, 이후 공화국 정부에서도 초대 대통령을 맡았던 쿠로사와 유이치는 '마치다 케이타'의 사망에 관해서 이렇게 발표했다. 
 
혁명단의 부단주를 맡았던 아마미야 료이치로의 본명이 마치다 케이타였으며, 그가 전 황제의 5번째 아들이자 8번째 자식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혁명 이후 퍼진 마치다 케이타에 관한 소문은 모두 거짓으로 마치다 케이타를 음해하기 위한 세력이 퍼뜨린 날조였다. 마치다 케이타는 황실의 피를 이었음에도 혁명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왔다. 그런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혁명을 저지하고자 했던 세력이 퍼뜨린 거짓말이 낳은 오해였다.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은 없지만, 우리는 이 혁명의 과정에서 무고한 피가 너무나 많이 흘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쿠로사와의 발표문에는 어떤 거짓말, 어떤 소문, 어떤 음해가 있었는지 말하지 않았고, 케이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알 수 있는 건 케이를 음해하려는 소문이 퍼졌고, 그 소문 때문에 분노한 민중이 어떤 식으로든 케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뿐이었다. 

노부의 기억 속에는 케이의 묘 앞에 서 있던 자신의 모습이 분명히 있었고, 그때 가슴 속에 가득하던 참담한 후회와 절망도 있었다. 그러니 노부는 혁명 중에 죽은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혁명이 마무리된 후, 케이가 죽은 후에 노부가 죽었다. 그건 확실했다.

그런데... 대체 나는 어떻게 죽은 거냐고...

그리고 케이... 당신은... 대체 어떻게 죽은 거예요....





그동안 노부는 케이도 여러 번 만났다. 케이는 무슨 도서관 지박령이 된 것처럼 늘상 도서관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을 뱅뱅 돌면 찾을 수 있었다. 노부를 약올리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아침에 늦게 나와서 자리를 못 잡기 때문인지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날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어쨌든 도서관 내에 있기는 했다. 노부가 쓰러졌을 때 기숙사까지 데려다 준 보답으로 노부가 케이에게 한 번 밥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노부가 기절하기 전에 들은 '노부!!!!'라는 외침이나 노부의 실신에 당황해서 울면서 소리를 지르던 것들은 역시 전부 환청이었는지, 그리고 케이타가 울고불고 했다는 미야무라의 말은 과연 사실이긴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케이는 늘 냉랭했고, 늘 차갑게 '스즈키'라고 불렀다. 

그리고 쿠로사와도 만났다. 쿠로사와는 이전 생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과 선배였기 때문에 쿠로사와는 비교적 빨리 재회할 수 있었는데 이전 생과 마찬가지로 딱딱하고 재미없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미야무라가 그랬듯 쿠로사와도 노부가 아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라서, 딱딱한 얼굴을 하고도 유심히 노부의 얼굴을 살폈다. 

"너 며칠 전에 서문 앞 식당에서 쓰러졌다며. 마치다가 너 업고 가는 거 누가 봤다더라. 괜찮냐?"
"네. 괜찮아요."

사실 노부도 왜 쓰러졌는지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기억이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같은 것인 듯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부작용이 있더라도 당장 기억을 찾는 게 급하기도 했고. 그러자 쿠로사와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도 영 걱정되는지 자기가 점심으로 먹으려고 싸 왔던 것 같은 샌드위치와 직접 과일을 갈아만든 생과일주스까지 전부 노부에게 건넸다. 

"너 요즘 기숙사에서 밥도 잘 안 먹는다며. 비타민이 부족한 거 아니야?"

그래놓고 1인분이라기엔 지나치게 많은 도시락 가방을 통째로 노부에게 안겨준 쿠로사와는 도시락통은 씻어서 내일 갖고 오라고 하고 쿨하게 떠나 버렸다. 안을 보니 그리 대식가는 아닌 쿠로사와가 누구 다른 사람과 먹으려고 했던 건지 아무래도 2인분으로 보이는 양이라 (일단 샌드위치 2개가 각각 별개의 통에 담겨 있었고 주스를 담은 텀블러도 두 개였다) 노부는 쿠로사와가 건넨 도시락 가방을 들고 오늘도 케이를 찾아 도서관을 헤맸다. 케이는 도시락을 같이 먹자는 말을 거절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쿠로사와 선배가 너무 많이 줬다는 말에 같이 휴게실로 향했다. 1700년대 말에도 쿠로사와가 음식을 잘해서 좋다며 나중에 같이 여행가자고 조르던 케이를 떠올린 노부는 샌드위치를 꺼내다 피식 웃었다.

장난인 걸 알면서도 그때는 그런 말들 하나하나가 때로 너무 서운했는데, 지나고나니 그때가 좋았던 시절일 줄 모르고...





먼 과거 그때 당시 혁명 세력의 핵심인물들 중 이 대학에 다니는 사람은 다섯 명이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줄 알았으니 알고 보니 4명이었다. 그때는 학생이었던 이가 지금은 학생이 아니어서. 케이와 노부, 미야무라, 쿠로사와 그리고 츠지무라. 츠지무라는 1700년대 당시에는 노부와 동갑이었기 때문에 처음 만났을 때는 아직 의대 1학년이었다. 의대 1학년이라고 해도 원래 의사 집안 출신이고 집안에서도 계속 병원을 운영해 온 지라 보고 들은 게 많아서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수 있긴 했었다. 그때는 의사 자격증의 허가 절차도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더 시절이라. 그런데 미야무라에게 은근히 '슌짱'이 누군지 물어보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의사라고 했다. 뺨이 발갛게 달아오른 미야무라는 더운지 얼굴에 연신 손부채질을 했지만 애인 자랑은 쉬 멈추지 않았고, 노부는 이번 생의 츠지무라는 어째서인지 미야무라보다 10살이나 많아서 노부보다는 12살이나 연상인 걸 알게 됐다. 

케이와 노부, 쿠로사와와 미야무라는 그대로인데, 게다가 미야무라에게 들어보니 그들과 죽마고우인 아몬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야무라, 쿠로사와, 케이와 동갑이라고 하는데 어째서 츠지무라만?

그때 노부가 츠지무라와 친해진 건 츠지무라가 쿠로사와와 같은 하숙집에 묵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쿠로사와가 대학가 원룸에서 자취하고 있어서 어떨까 했는데 쿠로사와가 사는 원룸 건물 근처를 서성거리자 츠지무라도 그 건물에 사는지 건물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말은 안 걸었지만 침착하고 진중해 보이면서도 다정한 눈빛이 그때의 그 츠지무라 그대로였다. 그때 노부는 츠지무라와 꽤 죽이 잘 맞았으나 20xx년에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는' 생전 처음 만나는 사이라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나 하고 일단 다가가는데 츠지무라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1700년대 말 츠지무라의 목소리와 표정이 떠올랐다. 

[... 틀렸어... 마치다는 이미... 죽었어...]

혁명의 과정에서 아주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기 때문에 츠지무라는 많은 죽음을 봤고 늘 생사의 경계에서 사람들을 살려내는 일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는데 그 힘든 시간 속에서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츠지무라가 자기가 우는 것도 모르는지 멍한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피범벅이 된 케이의 시신에서 시뻘건 손을 떼지도 못한 채 고장난 로봇처럼 다시 속삭였다. 

[마치다는... 죽었어... ]

그 기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다시 머리가 깨지는 통증이 찾아왔다. 안 돼. 지금 정신을 잃으면 안 돼. 

케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여 줘!!!!!

그러나 무정하게 다시 의식은 멀어졌다. 

케이...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고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다. 노부가 눈을 깜빡거리며 낯선 상황에 당황하고 있자, 츠지무라가 차분한 표정으로 노부를 바라봤다. 

"인사 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전 츠지무라 슌타로입니다. 소라나 케이타와도 잘 아는 사이에요. 그때 의식이 없어서 몰랐겠지만 스즈키 군이 쓰러졌을 때, 저도 소라와 함께 발견했습니다. 그때 본 것도 있고, 오늘 또 쓰러진 걸로 봐서 아무래도 걱정돼서 병원으로 데려왔습니다. 일단 기초적인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이후의 검사는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심도 깊은 검사는 아직 진행하지 않았습니다만... 입원해서 검사를 받아보시겠습니까?"

츠지무라는 노부가 대답없이 쳐다보고만 있자 차분하게 웃었다. 

"어쩌다보니 제가 목격자가 된 터라 보호자로 잠깐 앉아 있었습니다."

노부는 그때처럼 진중하고 차분하면서도 다정한 츠지무라의 눈빛을 바라보다가 한탄하듯 답답한 속을 털어놨다. 

"17xx년 혁명, 잘 아세요?"
"이 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니까요. 입시 공부할 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긴 이 나라 최고의 대학이라고 평가받는 이 대학 의대를 들어갈 정도면 웬만한 성적으로는 안 될 테니까. 

"그때, 혁명 주동자들 중에 이름이... "

네 이름과 똑같은 사람이 있는 걸 알고 있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츠지무라는 노부를 본 적이 있어도, 노부는 츠지무라를 본 적이 없었던,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 전에 미야무라에게 이름을 들어봤다고 해도 '그런데 네 이름이 혁명단 핵심인물들 중에도 있더라. 동명이인.'이럴 순 없잖아. 굉장히 이상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묻고 싶은 걸 가슴 속에 담아두고 문장을 바꿨다. 

"제 이름과 똑같은 사람이 있었...있더라고요."
"네, 압니다. 제 이름과 똑같은 사람도 있더군요."

럭키. 노부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츠지무라를 바라봤다. 

"저도 얼핏 이름을 보긴 했어요. 그때 도와주셨다는데 제가 인사는 미처 드리지 못했지만 미야무라 선배한테 이야기는 들어서 이름을 알고 있었거든요. 츠지무라 슌타로 선생님 되시죠?"
"선생님은요."

노부는 어른스럽게 웃는 츠지무라를 바라봤다. 

"혁명 때 많은 사람을 구했다고 하는 의사도 이름이 츠지무라 슌타로였죠?"
"혁명 때는 의대생이었던 것 같지만... 혁명 후에는 의사가 됐다고 하더군요."
"혁명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아세요?"

역사서에는 혁몀 이후 시기에 쿠로사와나 아몬, 미야무라에 대해서는 제법 낳은 기록이 남아 있지만 혁명 이후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이 없었는데. 

"네. 고토 타다오미가 남긴 회고록이 있습니다. 거기서 봤습니다."
"고토 타다오미?"

케이의 이복동생이었다. 황제의 사생아인 게 분명한데도 황제는 어떤 이유에선지 고토에게 황자 작위를 주지 않아서 케이와 성이 달랐고 고토는 어머니의 성이라고 했다. 케이를 잘 따르고 혁명단의 모두에게 사랑받는 귀여운 소년이었다. 노부와도 사이가 무척 좋았던 해맑고 귀여운 소년이 생각나서 싱긋 웃었는데, 그 순간 계속 침착하던 츠지무라의 얼굴이 조금 어색하게 굳었다. 

"왜 그러세요?"
"아닙니다."

츠지무라의 얼굴에는 괜히 이야기를 했다는 후회가 진하게 보였다. 뭐지. 그러고보니 혁명사와 관련된 기록에서 고토 타다오미의 기록은 누가 작정하고 지운 것처럼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고토가 그 혁명 당시에 노부나 케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타민 역할만 해 주고 아무 것도 안 했냐하면 그건 아니었다. 고토는 정말 글을 잘 써서 선전문을 쓰는 건 고토가 전담하고 있었고, 혁명 사상을 퍼뜨리기 위한 연극 대본 같은 것도 직접 썼을 정도로 글솜씨가 좋았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글을 쓰는 재주가 뛰어났었는데...

그러고보니 왜 역사서에 고토의 이름이 전혀 없었지?

그 미스터리한 존재의 증발과 츠지무라의 후회 사이에 관계가 있나? 노부는 츠지무라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 회고록의 제목이 뭡니까?"
"... 고토 타다오미의 회고록은 어디서도 정사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상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야사 중의 야사입니다만... 혁명 당시 쿠로사와나 미야무라, 아몬 및 많은 사람이 남긴 기록이 꽤 발굴됐는데도 그 기록 어디에도 고토 타다오미에 대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사실 그런 인물이 진짜로 존재했었는지, 자기가 회고록에서 밝힌 대로 선전 일을 한 게 맡는지도 논란인 상황이라."
"... 제목이 뭔데요?"

애써 책 제목을 알려주기 싫어하는 것 같던 츠지무라는 쓴 침을 삼키는 것처럼 굳은 얼굴을 하고 느릿하게 책 제목을 말했다. 

"<단풍의 기록>입니다."

단풍. 그 해 혁명의 상징이 단풍이었다. 혁명 준비는 케이와 노부가 처음 만났던 가을로부터 몇 달이 지나 다음 해의 봄부터 진행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불 붙고 결실을 맺은 건 3년 후 가을, 단풍이 한창 예쁘던 시기였기 때문에. 게다가 타다오미가 글재주가 뛰어났던 걸, 글쓰는 걸 좋아했던 걸 생각하면 '단풍의 기록'이라니 타다오미다운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풍이나 혁명, 그리고 그때 혁명을 함께 준비했었던 모든 사람의 이름을 다 넣어서 도서관에서 대대적인 검색을 해 봤던 노부는 도서관 검색기록에서 고토 타다오미의 이름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단지 이 대학의 도서관에 책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은 1700년대가 아니라서 당연히 인터넷으로 전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도서 기록을 다 조회할 수 있는데도 그 어디에서도 고토 타다오미의 이름은 없었는데. 

"제가 단풍 혁명에 관심이 많아서 책을 많이 찾아봤는데, 그런 책이나 고토 타다오미란 이름은 본 적이 없는데요."

츠지무라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내줬다. 단풍처럼 붉은 색의 표지에 '단풍의 기록'이라고 적힌 책을 펼쳐 읽어본 노부는 왜 츠지무라가 그 회고록은 야사일 뿐이며, 정사 취급받지 못한다고 강조했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도 아니고 진의가 의심스러운 능력 혹은 초능력이라고 해야 할 힘들에 대한 기록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상관없었다. 노부는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저녁도 먹지 않고 책상 앞에 붙어 앉아 회고록을 읽기 시작했다.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케이와 노부의 죽음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했던 다른 이들과 달리 타다오미의 기록에는 케이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 그리고 노부가 왜 죽었는지도 전부 기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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