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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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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타는 오늘도 방과후에 무척이나 가기 싫은 학원을 가기 위해 밍기적밍기적 발길을 끌고 있었다. 학원을 다닌다고 해도 딱히 다니기 전과 성적에 차이가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하면서 어디 시간 때울 만한 일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공원 안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 틈 사이로 보이는 남성 교복을 보고 어, 저거 우리 학교 교복인데, 싶어 바라보는데 남학생이 살짝 걸음을 뒤로 뺐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교복의 주인이 히라라는 것을 깨달았다.
히라는 한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황홀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히라는 무엇에게 정신이 팔렸는지 몇번이고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게 열정적이고 생기 넘치는 히라의 모습을 처음 봤다. 히라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녔고, 자세도 구부정해서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녀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자신이 바라보는 곳을 뚜렷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딱히 죽은 것 같아 보였던 적도 없었지만 지금이야말로 히라는 살아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쯤되니 시로타는 히라의 피사체가 무엇일지 매우 궁금해졌다. 그 음침하고 우울한 히라가 저런 표정을 지을 만한 것은 대체 뭘까.
시로타는 걸음을 살짝 옮겨 히라의 반대편이 보일 만한 각도로 이동했다. 꽤 음침해보이는 꼴로 고개를 이리저리 내밀어보다가 시로타는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표정의 히라의 피사체는 처음 보는 표정의 키요이였다.
키요이가 정글짐 위에서 히라를 거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녀석들, 언제 저렇게 친해졌지?
키요이는 늘 시로타네 일행과 함께 어울렸고, 히라는 늘 한 걸음 떨어져 노예처럼 쓰임만 다했다. 시로타와 키요이와 히라가 모여 다니던 그 어떤 날에도, 두 사람이 친해질만한 계기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면 키요이는 히라가 혼자 사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시로타 일행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히라를 따라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기도 했다. 또 두 사람은 비슷한 타이밍에 뒤풀이에서 빠지기도 했다.
왜?
왜 키요이는 히라가 혼자 사는 걸 알고 있었고, 왜 아이스크림을 사러 따라간 걸까.


하지만 그게 계기라고 말하기는 애매했다. 진짜로 계기라곤 없는 것 같았다.


...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고 속이 쓰리지만...




공원에서 노는 히라키요이 짤이 왜 저거밖에 없냐ㅠ

맇쿠유세이
앎그
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