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0383845
view 3295
2024.08.13 22:41
https://hygall.com/600229772
6
























빰을 내려쳤던 덩치 큰 하인이 기분 나쁜 웃음을 띠며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어 거친손으로 허벅지를 쓸어내리자 절로 소름이 돋았지 이미 다른 하인들에게 잡혀 아무리 몸부림쳐도 소용없단 걸 깨달은 마치다는 축 늘어져 눈물만 흘릴 뿐이었어 유카타가 거의 벗겨져서 매끈한 나신이 드러나자 다른 이들은 휘파람을 불며 그런 마치다를 조롱했지





“이래서 도련님이 밤마다 그렇게 찾으시는 거구나.”

“아깐 그렇게 죽일 듯 반항하더니 얌전해진 것 좀 봐. 꼴에 오메가긴 한가 봐. ”







뿌연 시야 사이로 보이는 경멸 어린 얼굴들에 마치다는 구역질이 치밀었어

제발 아무나 나를 구해줬으면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간절히 바랬어 아니 실은 누구보다도 도련님이 보고 싶었지

노부.. 나 좀 구해주세요.


















쾅!






“이게 뭣들 하는 짓이냐.”




“... 도, 도련님..!”

“그, 그게 그러니까..”











불현듯 창고 문이 열리고 그곳엔 야차 같은 얼굴을 한 도련님이 서계셨어 마치다를 잡고 있던 하인들은 노기 어린 목소리에 놀라 굳어 버리고 말았지


이러면 안 됐어 저들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단 말이야
마치다를 잔뜩 겁탈한 후 창고에 홀로 남겨놓고 도련님을 이곳에 유인하려던 그들의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지고 말았지 누가 봐도 가해자가 되어버린 그들은 절망하고 말았어

모두 얼어붙은 상황에서 도련님 옆에 있던 하녀만이 얼른 마치다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어




“마치다 괜찮아?”



같이 부채를 사러 갔던 마님의 하녀였지
요즘 일부 하인들이 모여 저들끼리 쑥덕거리던 게 맘에 걸려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치다를 끌고 가는 게 아니겠어? 그 장면을 목도한 하녀가 부리나케 달려가 도련님에게 사실을 알린 덕에 늦지 않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엉성하게 벗겨진 유카타를 정리해 주면서 몸을 살피는 하녀의 물음이 마치다에겐 들리지 않았어 오직 도련님만 눈에 들어온 마치다는 그대로 안심이 된 건지 곧장 기절해버리고 말았지

















“허억!”


“케이 괜찮아? 정신이 들어?”


벌떡 몸을 일으킨 마치다의 눈엔 익숙한 침실이 보였어 그 옆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도련님이 계셨지 그래서 순간 제가 잠시 안 좋은 꿈을 꾼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창고에서 입고 있던 옷이 정갈히 갈아 입혀진 후였거든 하지만 그런 저의 바램은 시퍼렇게 멍이든 양 손목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지

역시 꿈이 아니었던 거야

마치다는 울음이 터졌어 어떡하지 도련님이 저를 헤픈 오메가라고 생각하시면









“흐윽, 도련님..저는..그러니까아..”


“왜 그래? 어디가 아파?”





분명 의원이 진찰했을 땐 충격에 잠시 기절한 것뿐이라 하였는데 일어나자마자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마치다를 보고 노부는 놀라 어쩔 줄 몰랐어 일단 품에 끌어안았더니 울음소리가 더 커졌지








“제가.. 제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망도 못 치게 저를.. 제가.. 잘못했어요. 끄윽, 저 버리지 마세요..”






“... 이런..”






노부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눈앞이 까매질 것만 같았어
그 상황을 목격한 나에게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네가 잘못한 게 대체 뭔데 애먼 마치다에게 화를 내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품에 안긴 제 오메가를 거세게 끌어안고 으르렁댔어






“그만 그 입 다물어 마치다 케이타.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내말 알아들어?”



“흐윽.... 네에.. 네 도련님.”





우습게도 마치다는 그 배려 없는 말에 안심이 되었지
내 잘못이 아니래 도련님은 나를 하인들에게 다리나 벌리는 헤픈 오메가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확신이 들자 안심이 된 마치다는 다시 긴장이 풀려 까무룩 잠에 빠졌어

그 덕분에 다시 기절한 줄 알고 당황한 노부가 의원을 찾으며 요란법석을 떨었다는 걸 까맣게 몰랐지













마치다는 그날 이후 극도로 예민해졌어 밖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음에도 놀라 몸을 떨었지 그러니 방 밖으론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어
노부가 잠시라도 눈앞에서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통에 그 역시 마치다 옆에 붙어 있어야 했지만 노부는 싫은 티 하나 내지 않았어





“어디 가지 마세요. 제 옆에 있어요..”


“그래 그럴게 케이. 네 옆에 있을게.”




품에 파고들며 눈물을 매단 제 오메가를 보고 노부는 이렇게 계속 마치다가 저에게만 의지했으면 좋겠다는 몹쓸 생각을 했어 이 젖은 눈이 나만 바라보고 오직 나만 입에 올리는 상상 만으로도 그는 소유욕이 차올랐지
그러나 계속 이럴 순 없었어



딱 일주일째가 되던 날 마님이 찾아왔지








“케이타. 그 일은 네가 잘못한 일이 아니야.”



“... 네에 마님.”




“하지만 네가 계속 이렇게 숨어있으면 그건 어느새 너의 잘못이 되어버려.”






그 말에 마치다는 움찔 몸을 떨었어 마님 말이 맞아 언제까지고 방 안에서 숨어 지낼 순 없는 노릇 이지
마치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 어리광을 받아주는 노부 품에 기대 애써 모른척하고 싶었어






“... 하지만 무서워요. 마님.”



“케이타. 너는 더 이상 몸종이 아니잖니 아랫것들을 다스리려면 네가 위엄을 보여야 해 언제까지 노부 품에만 있을 순 없어.”








단호한 마님의 말에 마치다는 눈물이 났어 틀린 말씀이 하나 없었지만 버거웠지 그저 도련님의 예쁨만 받으면서 지낼 순 없을까 반려가 그런 거라면 마치다는 자신이 없었어 아니 실은 글공부도 다도도 교양도 이 옷도 모두 벅차기만 했지 역시 도련님의 반려 같은 건 제 분수에 맞지 않나 봐









“저는.. 아무래도 도련님의 반려가 될 수 없나 봐요..”



“쯧, 내가 너를 너무 무르게만 대했나 보구나.”







처음 보는 마님의 차가운 눈빛에 마치다는 굳어 버리고 말았어 저의 한쪽 손을 끌어다 손등을 따끔히 내려치실 때까지 그저 바라만 보고 말았지

마님이 제게 화를 내시다니 고작 한대지만 얻어맞은 손등을 쥐고 마치다는 서러워 눈물을 뚝뚝 흘렸어
마님께 미움을 받고 말았어 이제 어쩌면 좋지?







“흐윽... 마님..”



“네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회초리를 들었을 거란다. 케이타 반려를 무를 순 없어. 너는 노부의 반려가 되어야 해 그러니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남들 앞에 선 감정을 감출 줄도 알아야 해. 처음부터 잘할 순 없겠지. 네가 실수하더라도 나는 널 책하기 않을 거야. 하지만 이렇게 시작도 하기 전에 못하겠다 어리광을 부리는 건 용납할 수 없어. 알겠니?”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파고든 마치다지만 사실 반도 귀에 들어오질 않았어 제가 지금 누구 품에 안겨 든 건지도 몰랐지 마님께 혼이 났다는 충격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거든 마님께서 순순히 저를 안아주지 않았다면 마치다는 아마 공황상태에 빠졌을지도 몰라

그녀는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마치다를 품에 안고 한숨을 내쉬었어 이렇게 여려서 어떡한다
노부가 어릴 때도 받아준 적 없던 어리광을 부리는 마치다에 마님은 한참을 그렇게 달래줘야 했지









어머니가 들어계신 방 안에서 마치다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노부는 문 앞에서서 애간장이 다 녹을 지경이었어
아직 심리적으로 안정 되지 못한 아이인데 너무 몰아붙이는 건 아닐까 염려되었지만 차마 들어갈 순 없었지

그렇게 네가 케이타를 싸고돌면 결국 무너지는 건 케이타란다.

라고 단호히 말한 어머니 때문이었어
아니 그래도 저렇게까지 울리실 필요가 있나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떼길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몰라









“멀뚱히 문 앞에 서서 뭘 하는 게냐.”


“... 아버지.”



어머니의 방문만으로도 벅찰 지경인데 하필 이럴 때 아버지까지 노부가 반갑지 않은 티를 내며 바라보자 가주님 역시 인상을 구기셨어



“네 오메가는 아직도 방 안에서 꼼짝도 않는 게냐?”


“.... 예... 그런데 아버지 설마 케이를 걱정하셨습니까?”



“그런 거 아니다! 그저 지나가는 길에 들린 것뿐이다.”



버럭 화를 내는 아버지지만 제가 쓰는 이곳 별채는 어머니가 계신 안채를 지나야 올수 있었어 그러니 아버지가 계신 본채에서 별채를 굳이 지나갈 일은 없었지 뻔히 드러날 거짓임을 노부도 알고 가주님도 알았지만 노부는 굳이 말을 얹지 않았어
아버지께서 케이를 생각해 주시는 건 좋은 일이니까 말이야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노부는 입을 열었어




“.. 그래서 지금 어머니가 들어 계십니다. ”




타이밍 좋게 말 끝에 마치다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가주님은 짧게 혀를 찼어 굳이 전후 사정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지






“네 어머니가 어련히 알아서 하실까 꼬리 밟힌 강아지 마냥 예 서있지 말고 서재에 가 네 할 일이나 하거라.”




아버지의 말씀에 노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어
사실 내내 마치다 곁에 있느라 제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거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해 노부는 서재로 향했어 그간 내내 붙어있었더니 벌써 마치다가 보고 싶었지






























다음날 마치다는 도련님과 마님 두 분과 함께 그때 자신이 갇혔던 창고로 가야했어 하인을 관리하는 건 엄연히 내실의 소관이니 노부가 낄 자린 아니었지만 아직 마치다의 심신이 안정되지 않았다며 부득불 우겨대는 통에 마님께서 겨우 용인해 주셨지




모든 하인들에게 이번 일로 하여금 본을 보이기 위해
이미 창고 앞에는 저택의 하인들이 모여 대기하고 있었어
그 모습에 겁을 먹은 마치다가 움찔 몸을 떨며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옆에서 손을 꼭 잡아주는 노부에 겨우 진정할 수 있었을 거야

그리고 그 창고 안엔 저를 겁탈하려던 하인들이 포박된 채 갇혀있었지 그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는지 몰골이 엉망이었어
그들은 저와 마님을 보자 허겁지겁 발치에 다가와 고개를 조아렸지





“제발 용서해 주세요. 마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마님은 용서를 비는 하인들에겐 시선 한 줌 주지 않으시고 마치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말씀하셨어





“자 케이타 네가 결정 하렴. 모든 건 네가 말하는 대로 할 거란다.”







그제야 하인들은 마님도 도련님도 아닌 마치다 앞에서 용서를 빌었지만 이미 늦었지 그들은 마치다를 창고로 끌고 왔을 때부터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었어



처절하게 울부짖는 하인들을 무감이 바라보던 마치다는 조용히 말했어


“저들 모두 매를 쳐서 저택 밖으로 내쫓아주세요.”


지체 높은 가문에서 하인에게 매를 쳤다면 그 하인들이 큰 죄를 저질렀다는 낙인이 되었어 평판에 상당히 악영향을 줘 아무도 그들을 하인으로 받아주지 않을 테지 고향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살거나 돌아갈 고향이 없다면 거리를 방황하게 될 거야 그러니 하인들에겐 최악의 형별이나 다름없었어




제법 현명한 마치다의 명에 마님은 잘했다는 듯 어깨를 두들겨 주었지

눈치껏 매를 대령하는 하녀장을 숨죽인 채 지켜보던 다른 하인들도 이젠 인정해야 했어 저 열성 오메가가 도련님의 반려가 될 예비 안주인인 걸 말이야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