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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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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 만날 수 있는건데?]
[죄송해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야!@!! 토사카 히로오미!!!!!!]
[연락할게요]


탁, 휴대폰을 덮고 오미는 울리는 진동을 애써 무시했어. 그날 제 집에서 떠나는 나오토의 모습을 보며 자기성찰을 한 뒤로 나오토를 피하고 있었지. 나오토를 어떤 얼굴로 봐야 할 지 모르겠어서, 조절이 미숙한 어린애나 할 짓을 했다는게 어떤식으로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피하고 있는데 점점 사과할 일만 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었음. 그치만 오늘 선약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니까. 

나오토가 나오키를 만나 얘기를 나눌 때 오미는 강짱과 만나고 있었음. 저 쪽과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게 싸늘했지.

형식적인 인사만 나눈 뒤로 서로 한 마디를 안하고 있으니까. 오미는 제 집임에도 불고하고 자리가 불편해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어. 강짱은 그런 오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심각하게 얼굴이 굳어선 가만히 있었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되니 오미는 목이 텁텁 말라 연신 물을 들이키다 가까스로 먼저 입을 열였지.


그래서 무슨 일이야? 강짱
나오토상... 좋아하죠?


풉-, 켈록- 켈록-. 물이 뚝뚝 흐르는 입가를 훔치며 당황한 눈으로 강짱을 바라봤지만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태연한 모습이였지. 오미는 눈가를 쓸어내리며 진정했어. 얘, 분명 나오토상에게 묻힌 내 페로몬 관련해서 온 거구나. 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오다니.


너도.. 좋아하고 있지? 나오토상
네 그래서 최근에 고백했어요


예상을 뛰어넘어 전혀 생각치 못한 답이 나오자 오미는 놀라 눈을 크게 뜨며 강짱을 바라봤어. 여전히 표정 변화없이 담담한 모습이었지. 평소 알던 모습은 없고 강짱 혼자 외부서 일할 때에나 볼 수 있던 모습으로 짧은 시간동안 예고없이 폭탄을 두 번이나 날리니 오미는 벌써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였음. 근데 이걸 왜 나한테 말하지?


너,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혹시 나보고 포ㄱ..
그 때문에 오미상에게 사과할 일이 있어서요
뭐?


저한테 나오토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건가 싶어 화내려다가 되려 사과한다니 혼란스러워졌어. 나오토상에게 고백한 걸 사과하려는 건... 그럴리가 없고. 그럼 뭐길래 단번에 말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지 알 수가 없었지. 또 무슨 폭탄을 던질지 긴장하던 때에 강짱이 힘껏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어.


죄송해요 그때 술에 취해서 저만 수인이라 해야했는데 오미상도 수인이라 말해버렸어요
어, 아... 난 이미 밝힌지 오래니까 괜찮아
그래도 죄송해요


보통때라면 굉장히 무례하다 못해 물 먹이는 일이지만 괜찮았음. 이미 저가 술 취해 밝힌지 오래인데 뭐.. 그보단 강짱도 술에 취해서 수인인 걸 보였다는 거에 동질감을과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안도감도 함께 와 고백에 관한 건은 잠시 잊었지.

되려 강짱의 머리속은 복잡했음. 추태를 부린 다음 날 선명한 기억에 이불을 발로 차며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거든. 꿈이 아닐까 도피를 했지만 남아있는 나오토의 문자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줬어. 가까스로 진정하곤 기억을 복기하는데 젠장. 자기 혼자면 몰라도 오미가 수인인 것 까지 말해버리다니. 오미가 나오토에게 본인이 수인임을 밝혔을 가능성이 있지. 근데 그게 아니라면? 사귀는 사이임에도 인간에게 본인이 수인임을 털어놓지 않는 경우는 많아. 오미가 냄새만 묻히고 수인인 건 안 밝히고 사귀고 있던 거라면. 나오토가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저가 그 쐐기를 박은 거라면... 오미한테 당장 머리박고 사과해야했지. 

오미에게 연락을 넣고 날짜를 잡았어. 어떻게 사과해야 할 지 고민하던 때에 다른 방향으로 사고가 흘러갔어. 오미상과 만나냐는 물음에 나오토의 반응이 이상했지. 설마 그 둘이 사귀고 있는게 아니라면? 그러면 냄새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도... 말이 되지 않나? 그치만 그럼 수인인 건 어떻게 눈치채고 있지?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오미를 떠봐야했어.

약속 날 오미를 만나고 긴장한 걸 숨기기 위해 말을 아끼고 계속해서 생각을 정리했어. 할 말을 정하고 있을때 갑자기 오미가 먼저 질문을 해버려 저도 모르게 밑도 끝도 없이 말을 내뱉었지. 근데 좋아는 하지만 사귀는 건 아니었고, 수인인 건 본인이 알렸고, 그럼 페로몬은 일방적으로 그냥 묻혔던거야? 그거에 혼자 속아넘어가 나오토에게 그런 추태를 부린거고? 아.. 아 젠장, 젠장.


..아니 페로몬은 그냥 일방적으로....
...그거에 대해선 내가 나오토상이랑 따로 말할거야


그거 이미 불가능한데요. 냄새가 어쩌고 저쩌고 이미 저가 불어버렸는데. 그치만 저쪽이 먼저 반칙했으니까 이 정돈 괜찮지않나? 자기도 억울한 게 없잖아 있으니까. 사실 처음엔 따지려헸지만 강짱도 오미한테 잘못 한 건이 하나 있으니 뭐라 말을 못 꺼내고 이마를 짚은 채 끄응, 앓았지. 오미는 그런 강짱의 눈치를 보며 눈만 굴렸고. 불편한 침묵이 지속될 때,

~🎵🎶

강짱 주머니 속에서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로 침묵이 깨졌어. 확인하니 나오토 전화였지. 아, 타이밍 예술이네. 힐끔 오미를 보고 긴장으로 바지에 손을 한번 훔치고 전화를 받았어.



...네 나오토상
-강짱 시간 있어?
오늘 약속으로 잠깐 나왔는데... 저녁엔 가능해요
-그래? 그럼 저녁에 잠깐 볼까 만나서 해야 할 얘기 남았지 우리?
....네 그렇죠...
-어디서 볼까 저녁먹으면서 얘기할까?
장소는...
-네가 먹고싶은 걸로 메뉴 정해서 문자 보내 내가 식당 알아볼게
네 문자드릴게요
-응 그리고 그... 아니다 좀 있다 봐


전화가 끝나고 강짱은 두 손에 얼굴을 묻고 뭄을 수그렸어. 그날 아야기를 하려는 것 같은데 나오토의 말투를 들으니 어떻게 될 지 짐작이 갔어. 그리 생각이 드니 나오토를 만나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눈물이 나오려 그래. 오미 앞에선 추태부리기 싫어서 겨우겨우 참으며 몰래 눈물을 삼켰지.

그런 강짱의 속도 모르고 오미는 강짱에게 나오토가 전화왔다는거에 초점이 맞춰졌어. 강짱이 나오토에게 고백했다고 했는데 인간보다 훨 배 뛰어난 청력으로 전화통화 내용을 엿들으니 고백에 대한 답을 해주려는 것 같아. 오미는 벽에 머리를 박고 싶었어. 시발 피하는게 아니었는데. 진작 결론 내려서 붙잡기라도 해볼 걸. 벌떡 일어나 주방에서 새로 찬 물을 떠다 들이키며 열나는 속만 진정시켰지.


(차여도... 사과는 해야지...)
(늦었지만 만나서 사과하고 고백이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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