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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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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짱이 취중고백을 하고 며칠이 지났음. 며칠사이 강짱이 많이 수척해졌다고 아름아름 들리는데 선뜻 연락하기에는 좀 망설여지겠지. 강짱의 고백도 고백이지만 저와 오미의 관계에 대한 오해도 풀어야겠는데, 그냥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하기엔 냄새를 언급한게 너무 신경쓰이는거야. 강짱 얘기를 곱씹을수록 일하러 다니면서 저만 보면 잠깐 뒷걸음질 치거나 표정이 어색한 사람 몇몇이 떠올랐으니까. 그 사람들이 수인이였다면 대충 앞뒤가 맞는 것 같아.

그렇다면 오미를 만나서 얘기를 해보긴 해야할 것 같은데.. 최근엔 거의 매일매일 만나다 갑자기 바쁘다며 피하니 얜 또 왜 갑자기 이러는지 미치겠는 나오토였음. 강짱은 강짱대로 술 취해서 저에게 폭탄을 던지질 않나.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은 오미는 잠수타질 않나. 이것들 지금 둘이 짜고 치고 나 놀리는 건가? 왜 둘 다 술 취해서 수밍아웃을 하지? 니들 다른데서도 술 마시고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그러냐?

어쨋든 둘 다 수인이니 다른 사람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음. 저기, 나 고민이 생겼어. 아는 동생이 나한테 누구랑 사귀냐는거야. 근데 펑펑 울면서 날 좋아한대. 자기가 먼저였다고. 안 사귄다 말하려해도 나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이미 확정짓고 펑펑 울어서 말도 못했어. 그래서 일단 그 원인한테 물어보려는데 얘는 갑자기 날 피하잖아! 어떻게 하지 진짜?! 라고 고민을 털어놓을 순 없잖아?!! 이 골칫덩이들을 어떻게 해야할 지 속만 답답해졌음.


하아...
왜 계속 한숨이예요
으응? 아무것도 아냐
또 무슨 일인데 그래요
..나오키는 모를 일이야


나오키의 의심어린 눈을 애써 무시하며 오미에게 만나자는 문자를 넣었지. 그리고 바로 수두룩하게 쌓인 거절문자에 하나가 또 추가되었음.

아아아!! 진짜 왜 이러는거냐고! 뭐가 문제인데! 테이블에 머리 박고 몸부림치며 소리지르는 모습에 나오키가 몸을 뒤로 뺀걸 못본게 다행이랄지. 나오토가 진정하고 고개들으니 이마만 시뻘개져 있었음.


나오키!! 얘들 나한테 뭐 악감정이 있나??
나오토상이 누군지 모르는 얘들에게 악감정이 생긴것 같은데요
왜 갑자기 나한테 폭탄을 떨구는 거냐고오...
그러니까 누가요


나오키에게 얼버무려서 털어놓을까. 그래도 괜찮을까. 며칠사이 스트레스 받은 나오토도 속이 답답해 제정신은 아니었음. 왠지 나오키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믿음 반, 답답해 죽을 것 같은 마음 반 으로 나오토는 입을 열었음.


며칠 전에 누굴 만나 술을 했는데..

갑자기 취해서 나한테 다른 애랑 만나냐고 묻더니 펑펑 울어 자기가 먼저 좋아했다고
나오토상 만나는 사람 생겼어요?
아니, 그러다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자기 혼자 수긍을 하더니 갑자기 나한테 커다란 비밀까지 보여줬어
생략된 게 너무 많아서 뭐라 말 하기 어렵네요
그래서 우선 그 알 수 없는 말의 원인한테 물으려했더니 바쁘다고 날 피하잖아!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씩씩거리는 나오토의 모습에 나오키는 한숨을 내쉬었음. 생략된 말이 많지만 대충 알 것 같았거든. 아마 강짱이랑 술 마시고 나오토에게 취중고백을 한 것 같지. 강짱이 저에게 나오토상에게 실수를 했다고 어떡하냔 문자를 엄청 보냈으니까. 거기다 커다란 비밀이라니 수인인 것 까지 보여준건가. 한숨만 다시 나왔음. 그리고 원인인 오미는 요 며칠 나오토를 피하는 것 같고. 대체 뭐가 문제라 이러는 걸까.

오미가 저와 만난 이후부터 나오토에게서 오미 냄새가 짙어진 건 나오키도 알고있었음. 그래서 오미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구나를 짐작했는데 아직 관계에 진전은 커녕 후퇴중이라니. 더군다나 강짱이 자기 마음을 고백했다는 말에 나오토 못지않게 나오키 속도 답답해졌음. 강짱이 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알기에 제 마음은 접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 파국에 자기도 그냥 뛰어들까 고민이 되겠지. 오미와 대화를 나눈 날 자기도 한발 걸치긴 했지만 여기서 나서면 빼도 박도 못할테니. 그리고 자기도 이 짝사랑의 결말을 볼 때가 되었고.


타카노리가 취해서 나오토상한테 고백한거죠? 수인인 것도 보이면서 그리고 오미는 갑자기 나오토상을 피하고
...어? 네가 그걸 어떻...
나도 수인이니까 계속 숨겼지만 지금 상황에선 밝혀야 할 것 같아서
하아???? 잠깐 잠깐, 진짜로? 내 주변에 수인이 이렇게 많았다고? 설마 그럼...
내가 아는 나오토상 친한 지인 중에선 우리 셋이 끝이예요
아 그래? 아니, 잠깐 너는 왜 갑자기 밝히는 건데!


사실 이거 꿈? 생각치 못한 정보에 현실도피하는 나오토 앞에 진정하라며 물을 따라줬음. 급하게 물을 꼴깍꼴깍 마신 나오토는 푸하, 숨을 내뱉고 좀 진정된 듯 했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오키?


타카노리가 나오토상과 오미가 사귄다고 오해한 이유는 나오토상에게서 오미 냄새가 너무 나서 그런거고요
그니까 그 냄새가 대체 뭔데 그래
아직도 모르겠어요?
나오키.. 제발 그냥 말해줄래?
동물들이 흔히 하잖아요 영역표시
...뭐?
게다가 옅게 나는게 아니라 심하게 나니 그렇게 생각이 들 수 밖에
잠깐잠깐잠깐, 그러니까 오미가 나한테 영역표시를 계속 했다고? 왜??
진짜 모르는거야, 모르는 척 하는 거예요 당신이 모를 사람은 아니잖아


오미가 나오토상을 좋아해서 그런거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심하게 남겼지만. 눈이 튀어나올 듯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란 나오토의 모습을 보며 나오키는 끓는 속에 목을 축였음.

저런 반응을 보니 오미가 대뜸 무작정 표시를 한게 이해되겠지. 자기 외에 노리는 사람이 있는것도 있지만 이 사람은 그 쪽을 아예 연애대상으로 생각치를 않았어. 그러니 며칠의 시간에도 감도 못잡고 의미를 모르지. 눈치도 빠른 사람이.


강짱 입장에선 나오토상에게 오미 페르몬이 나니 그런거고요
그럼 오미 얘는 갑자기 날 왜 피하는데?
글쎄요 그보다 나오토상은 이제 어쩌고 싶은데요?
내가 뭐가?
강짱이 그랬던 원인을 명확히 알 게 됐잖아요 그럼 할 말이 많을텐데
아, 아직은 좀 혼란스러워서.. 일단 알게됐으니 좀 나중에...
오미한테 마음이 있어요? 아니면 강짱한테? 그도 아니면 모두 거절?


오미는 대체 왜 만나려 했던 거예요? 나오키는 나오토에게 대답을 종용함. 나오토는 혼란스러운 머리가 터지지 않게 나오키의 물음을 한 자 한 자 풀어 들었음. 연신 타는 목을 축이지만 부족했지.

사실 나오토도 짐작은 했음. 나오키 말을 듣고 강짱은 몰랐지만 오미가 저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 정도는. 그야 이 나이먹고 그것도 모를리가 없잖아. 저한테 매일 집으로 초대하거나 만나서 치대고 비비고. 아무리 애교가 많다지만 나한테만 너무 과했잖아. 분위기 읽는건 내 특기나 다름없는걸. 근데도 모른척 덮었던건 제 마음을 아직 몰라서. 그것보다는 관계의 변화가 두려워 그냥 안주해있던 걸지도.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몸을 수그리고 눈을 굴리며 우물쭈물 거리는 걸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건 아니였나 보지. 나오키는 제 앞에 놓인 물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남. 의자가 끌리는 소리에 움찔거리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지. 저 머리속에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이 아예 없나? 아니면 수인인게 걸리는 걸까. 아무래도 인간과 수인간 거리가 있으니. 차별하는걸론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연인관계로 발전하는건 꺼려질 수 있어. 그 문제는 나오토 탓을 하면 안됐지.


나오토상
어, 어? 왜?
고민하는게 누구예요? 오미? 강짱?
그게...
수인인게 꺼려졌어요? 뭐라하는 건 아니예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서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인데요?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네?


이녀석이고 저녀석이고 술 취해서 나한테 갑자기 비밀을 떠안기더니 둘 다 나를 좋아한다잖아. 대체 내 어디가 좋다고? 그간 쌓아온게 한순간에 바뀌기 시작했어. 그거 알아? 나한텐 아무말도 안하고 갑자기 그냥 일방적으로 나한테 쏟아내기만 했어. 나한테 냄새 묻히는게 뭐! 난 알지도 못한다고! 갑자기 자기가 먼저 좋아했다 이러는데 내가 뭐라해야하는데! 걔들은 나랑 뭘 하고싶다는건데! 너한텐 이도저도 않는 내가 나쁜놈이고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근데 나보고 뭘 어쩌라는거야..

막 쏟아내더니 엉엉 우는 나오토에 나오키는 당황했음. 자기가 실수했어. 같은 수인이니까 그쪽만 생각했던거야. 티슈를 챙겨주고 나오토의 컵에 물을 좀 더 따라줬어. 히끅거리며 간심히 물을 삼키는 모습에 죄책감이 더해졌지. 저도 오미도 강짱도 자기 마음에 급급해 나오토가 어떨지 생각조차 안 한거야.


내가 잘못했어요 나오토상에게 이러면 안됐는데
킁, 아니.. 됐어 나오키 너도 속 쓰렸을텐데... 일단 강짱한텐 제대로 전해야지...더는 미룰 수도 없고..
..저요?
응.. 너 강짱 좋아하잖아 근데 강짱이 날 좋아했다니 속이 안 쓰리겠어..드라마에 나올법한 다각관계다 아주
어떻게 알았어요?
에? 왜 몰라..?
아니 자기한테 향한건 몰랐으면서 내 마음은 어떻게 안건데요?!
하? 너 지금 나 까는거지 티는 다 내놓고 어떻게 몰라! 걔들은 티를 안 냈잖아!
아니아니 진짜로 이해 못하겠는데요
어휴 몰라 일단 강짱부터 만나야지 오미 얘는 나중에 다시 연락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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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진행할수록 내가 보고싶은건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나오긴 하냐 이거.. 급발진에 불친절한 무순 봐주는 붕들에겐 항상 감사하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