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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 05:04



"마치다 경은 어때?"
"쉬고 계십니다. 내일 일정은 그대로 진행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편히 쉬실 수 있게 준비 잘해 드려라."
"네, 전하."

시종이 밖으로 나가고 나서 아사히나 야마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황좌에 기대앉았다. 아직 즉위식은 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 선황제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면서 황태자였던 아사히나 야마토가 황위를 이어받기로 돼 있었다. 문제는 태자비가 쓰러졌다는 것이었다. 태자와 태자비, 야마토와 노보루는 어린 시절부터의 죽마고우였다. 두 사람이 10살이 되자마자 혼례를 치렀고 두 사람이 성년이 되자마자 경사스러운 합방도 하고 꽁냥꽁냥 잘 살고 있었는데 태자비가 갑자기 각성할 조짐을 보였다. 신성 라소르제국과는 사막과 정글을 사이에 두고 있는 라센느제국은 보석의 힘을 가지고 마법을 사용하는 보석술사들이 지배하는 나라였지만 야마토가 이끌어갈 신성 라소르제국은 신성력으로 유지되는 나라였다. 황제보다 대신관이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는 이 신성제국에서 황후가 돼야 할 이가 보석술사로 각성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야마토가 떠올린 건 몇 년 전 그가 구해줬고 그를 구해줬던 라센느제국의 보석술사가 해 준 이야기였다. 그는 아주 강한 보석술사였는데 신성력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신성력만으로 그를 쓰러뜨릴 수 있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그가 황태자 부부를 지키려다 부상을 당해서 약해져 있을 때 그가 신성력을 거부하는 몸이라는 걸 모르고 치유사제가 힐링 스킬을 쓴 탓에 그 보석술사가 정신을 잃어서 난리가 났었다. 애초에 그가 부상을 당한 것이 황태자 부부를 구하느라 그런 것인데, 은인을 오히려 쓰러뜨리고 말았으니. 

그때 깨어난 그가 스스로 치유를 한 뒤, 황태자가 거듭 사과하며 치유사제의 목숨을 거두겠다고 하자 그 보석술사가 치유사제의 탓이 아니라고 하며 자신이 혼돈의 힘을 받아들여 인위적으로 2차 각성을 한 탓에 몸 속에 혼돈의 힘이 있어서 신성력을 거부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었다. 혼돈의 힘이 뭔지 궁금해하는 황태자 부부에게 그 보석술사는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진 않았다. 그저... 

그 보석술사가 각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8살 때 혼돈의 힘을 지닌 이를 만나 그가 인위적으로 2차 각성을 이끌어내 준 덕분에 자신이 강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보석술사들은 다 그런 걸 할 수 있냐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었다. 

- 그가 혼돈의 힘을 지녔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소. 혼돈의 힘으로 각성을 누르거나 끌어낼 수 있다더군. 

좋은 능력 아니냐며, 그런 능력이라면 라센느제국에서 무척 인기가 많겠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또 저었었다.

- 그가 내 각성을 끌어내줬을 때 그는 열흘간 의식을 잃었었소. 그에게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니 능력이 있다는 것조차 밝힐 수 없지. 

그 보석술사는 황태자 부부가 그를 살려주었기에 거기까지라도 이야기해준 것이라 말하며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말고 그가 누군지 찾지도 말라 했었다. 물론 야마토는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야마토가 이 제국만큼 사랑하고,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그의 태자비가 보석술사로서의 각성 전조를 겪으며 쓰러지기 전까지는. 

야마토는 결국 그 혼돈의 보석술사를 찾아냈고 그가 보석술사로서의 힘을 감추고 있다는 걸 확인한 뒤에는 은밀하게 접근했다.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 부탁하자 예전에 야마토가 알던 보석술사가 선량하고 다정한 이라고 한 사람답게 그는 기꺼이 라소르제국까지 달려와 줬다. 그리고 내일 그는 노보루가 영원히 각성하지 않도록 힘을 완전히 억눌러 주기로 돼 있었다. 

"스즈키 대공이 알면 죽이려 들 텐데."

야마토가 혀를 찬 순간이었다. 암흑의 힘이 실린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무형의 기운이 야마토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알긴 아는군."

야마토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자 눈앞에 온통 새카만 옷을 입고 귀와 목, 손가락과 허리 등등에 검은색 보석들로 장식을 하고 있는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야마토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라소르제국에서는 은혜를 이렇게 갚나?"
"... 노보루한테 각성 조짐이 나타났네."

암흑의 보석술사라서 보통 술사들을 부르는 호칭대로 부르려면 암흑의 술사라고 불러야 하지만 스즈키 노부유키는 라센느제국의 유일한 대공이기도 하기 때문에 암흑의 대공으로 더 많이 불리웠다. 그 암흑의 대공은 신성 라소르제국의 황태자비, 곧 황후가 될 이가 보석술사로서 각성하게 됐다는 말을, 그러니까 신전에서 노보루를 죽이려 할 거란 말을 듣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 냉정함이 서운하기는 하나, 야마토도 스즈키가 아끼는 이를 살리기 위해 노보루를 사지로 내몰아야 한다면 당연히 반대할 거라 서운함은 가슴에만 묻었다. 

"절대로 들키지 않을 걸세. 마치다 케이타 경이 노보루의 각성을 막았다는 건 누구도 알지 못할 거야."
"이미 라센느제국의 황실로 정보가 들어갔다. 라센느의 정보력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
"광휘의 황자가 이미 알았다."

광휘의 황자는 라센느제국의 황자로 라센느제국은 황가의 핏줄 중 보석술의 힘이 가장 강력한 이가 황제가 되는 탓에 황제가 퇴위하거나 사망할 때까지 태자를 정하지 않는 풍습이 있었으나 현재는 광휘의 황자가 다음 황제가 될 것이라 보는 의견이 우세했다. 황가의 핏줄들 중 가장 힘이 강한 이가 그였으니까. 그리고 황가의 핏줄 여부를 따지지 않고 라센느제국 전체에서 가장 힘이 강한 이를 꼽으라면 눈 앞의 이 암흑의 대공이지. 그래서 광휘의 황자는 암흑의 대공을 정말로 싫어했고 사사건건 위협을 가해왔다. 하도 여러 번 목숨의 위협을 받아서인지 암흑의 대공도 광휘의 황자를 싫어하는지 전에 광휘의 황자 이야기를 할 때 속이 음험하고 이기적이며 뱀같은 자라 한 적이 있었다. 

"... 라센느의 3황자가 어떻게 나올 것 같나?"
"청혼하겠지."
"청혼?"
"마치다 케이타가 보석술사의 각성을 끌어낼 수 있고 보석술사로서의 능력을 억누를 수 있다는 걸 알면 당연히 그 자가 제일 먼저 욕심을 낼 거다.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 그 자의 성정을 고려하면 제 밑에 두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찰 테고 혼인으로 묶어서 영원히 제게만 그 능력을 쓰게 하려 하겠지."

야마토는 이 암흑의 대공이 웃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야 뭐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끈끈한 사이도 아니고, 라센느제국에서 보석 무역을 위해서 상인들을 신성 라소르제국으로 보냈을 때 호위대를 이끌었던 이로 만나서, 이런저런 사고를 겪고 서로의 목숨을 구한 사이였을 뿐이다. 그러니 딱히 웃는 얼굴을 못 본 게 이상하지 않지만 정말 심하게 무뚝뚝했다. 이 자는 웃기는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차갑고 무감한 얼굴이었으니까. 그러나 이 얼음덩어리 같은 인간이 그 '혼돈의 힘을 가진 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은 입술 끝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눈빛이 부드러워졌었다. 

그런데 지금 야마토가 이 암흑의 대공에게 그렇게 소중한 이를 다른 자, 그것도 이 암흑의 대공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숙적의 손에 들어갈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것 참 암흑의 대공이 여기서 날 죽여 버려도 할 말이 없겠군. 

그러나 죽을 수야 있나. 야마토에게도 소중한 이가 있고, 야마토도 그 소중한 반려를 지키기 위해 살아 있어야 했다. 

"어차피 마치다 케이타 경에게는 큰 보답을 하려고 했었네. 그걸 이용해서 자네가 청혼을 하면 안 되겠나."
"뭘 주려 했지?"
"원래 주려고 한 건 4대보석 광산 소유권들일세.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광산 하나씩."

신성 라소르제국은 보석광산이 정말 많았다. 그 사실을 알고 라센느제국에서는 몇 번이나 침공을 계획했었지만 신성제국의 힘을 우습게 본 것이 패착의 원인이었다. 라센느제국 놈들은 신 따위는 없다고 하지만 신은 존재하며, 신성력 또한 존재하는 힘이다. 신성 라소르제국에는 역사상 그 어떤 인간도 결계를 친 적이 없는데 신성 라소르제국 전체를 덮고 있는 신성 결계가 있다. 그래서 라소르제국에서는 누구나 그 결계를 친 신의 존재를 믿지만 라센느제국은 라소르제국의 사제들이 '신성력'이라고 부르는 어떤 힘으로 결계를 쳤을 것이라 주장했다. 어쨌든 그 결계 때문에 라소르제국은 보석을 절실히 원하는 라센느제국에게 보석을 빼앗기지 않고 팔아치워 부를 쌓아갈 수 있었다. 

당연히 황실 소유의 광산도 많고 황태자 개인 소유의 광산도 많았다. 야마토는 그 중 4대보석 광산을 하나씩 줄 셈이었다. 

"황실 소유의 광산들이라면 질 좋은 보석들이 날 테고 확실히 마치다 케이타가 그 4대보석 광산을 소유하게 되면 청혼서가 빗발치겠군."
"보석술사들은 전부 최대한 질 좋은 보석을 사서 사용하느라 일생을 보석값에 허덕인다니 그렇겠지. 하지만 4대 광산 소유권 대신 검은 다이아몬드가 나는 광산으로 바꿔주겠네. 그럼 자네가 청혼해야 할 이유가 생기지 않나."

이 암흑의 대공이 '암흑'의 대공이 된 건 암흑 계열의 힘을 쓰기 때문이었다. 암흑의 길, 암흑의 장막, 암흑의 검, 암흑의 창 같은 건 그렇다치고 이 대공은 치유술도 암흑의 손길이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암흑이라는 이름답게 암흑의 대공이 쓰는 보석은 전부 검은 보석들이었다. 그러니, 라센느제국에 검은 다이아몬드 광산 소유주가 생긴다면 당연히 이 자가 제일 먼저 청혼해야겠지. 

그 순간 여태 야마토의 목을 조이고 있던 암흑의 기운이 삭 사라졌다. 드디어 분노가 풀린 건가 하고 고개를 다시 들자, 방금 전까지 앞에서 살벌한 기운을 흘리고 있던 암흑의 대공이 사라지는 뒷모습이 보였다. 은신술이나 이동스킬도 있는 자라 커튼 뒤쪽으로 휘리릭 사라지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방금 귀가 빨개져 있지 않았나...

뭐야 청혼할 생각만으로 귀까지 빨개져서 도망친 거야?

이미 노보루와 오래 전에 혼인을 하고 몇 년이나 부부로 살고 있는 야마토는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모습을 보인 스즈키 대공이 어이없어서 허허 웃다가 일어섰다. 걱정하고 있을 노보루를 달래줘야지. 





마치다 케이타는 자신이 노보루의 능력을 흡수하고 눌러줄 때 아무도 곁에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거절한다면 돌아가겠다고. 마치다 케이타가 돌아가 버리면 노보루는 죽은 목숨이라 야마토가 방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2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마치다 케이타가 시체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방 문을 열었다. 서둘러 방 안쪽을 확인하자 노보루는 이불을 덮고 얌전히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다 끝났... 곧 일어... 날..."

말을 채 다 마치지도 못한 마치다가 눈앞에서 스르륵 무너져서 얼른 받아안으려 했지만 어느샌가 마치다가 열고 나온 문 뒤 그림자 속에서 스르륵 나타난 암흑의 대공이 더 빨랐다. 스즈키는 다 큰 성인남자 - 마치다 케이타는 웬만한 남성들보다도 큰 키였다 - 를 가뿐하게 안아들고는 야마토를 바라봤다. 

"방."

예의없는 말과 행동에 야마토 뒤에 서 있던 호위들이 발끈했지만 노보루가 살 수 있게 된 건 이 두 사람 덕분이라 야마토는 살기가 짙어진 호위대에게 손을 흔들어 진정시키고 시종장을 불렀다. 

"옆방 준비해 뒀지?"
"네. 바로 가시면 됩니다."
"가지."

그리고 바로 옆방으로 가자 시종장이 침대와 마실 물, 씻을 물, 수건 같은 것들까지 다 준비해 놔서 암흑의 대공은 침대에 바로 마치다를 눕히고 대야에 수건을 적신 다음 땀범벅이 된 마치다의 얼굴과 손, 목 등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암흑의 대공은 자기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풀어서 마치다의 목에 걸었다. 검은 다이아몬드 팬던트가 마치다의 옷 위로 걸쳐지자 암흑의 대공은 마치다의 상의 단추를 몇 개 풀어 맨가슴에 검은 다이아 팬던트가 닿게 해 주었다. 

야마토는 그제야 마치다 케이타도 원래 검은 보석이 걸린 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야 마치다 케이타가 한 번도 타국의 태자 앞에서 옷을 마구 풀어해치고 목걸이를 드러낼 일은 없었으니까. 무슨 보석인지 자세히 보려 하자 마치다의 손을 잡아서 자신이 걸어준 검은 다이아 목걸이와 원래 걸려 있던 검은 보석 목걸이의 팬던트를 함께 마치다의 손 안에 쥐어주던 암흑의 대공이 야마토를 노려봤다. 

"뭐지?"
"다이아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보석인지 궁금해서 봤을 뿐이네."

그제야 야마토가 남의 맨가슴을 빤히 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암흑의 대공은 작게 혀를 찬 후 답했다. 

"...이가 걸고 있는 건 에메랄드다."
"에메랄드가 검은색이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원래는 검은색이 아니다. ...이와 나의 힘 때문에 검은색으로 빛나게 됐을 뿐."
"아... 혼돈과 암흑..."

그때였다. 

"괜찮아... 노부... 형아가 해 줄게... 형아가... 노부 지켜줄게."

눈앞에서 마치다 케이타가 쓰러지는 걸 본 탓에 살기를 뿜어내고 있던 암흑의 대공, 그러니까 스즈키 '노부'유키는 마치다가 잠꼬대처럼 중얼거린 말에 언제 살기를 방출하고 있었냐는 듯 한숨과 함께 웃었다. 

"나에 관한 기억은 싹 다 잊어버렸으면서... 노부는 무슨..."

야마토는 마치다 케이타에 대해서 조사를 했었고 마치다 케이타가 정말로 10살 때 열흘 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던 적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치다 케이타는 열흘 후 깨어났을 때 10살 때까지 살아온 기억을 모두 잊은 상태였었다고...

암흑의 대공이 너무 서글프고 쓸쓸해 보였기 떄문에 야마토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려다 여전히 검은 다이아몬드와 검은 에메랄드 펜던트를 쥐어준 마치다의 손을 쓰다듬고 있는 스즈키 노부유키를 돌아봤다. 

"어제 말한 보상 말이네. 4대보석 광산에 검은 다이아몬드 광산까지 얹어서 마치다 경에게 주지."
"..."
"그러니 꼭 청혼하도록 하게. 광휘의 머시기한테 뻇기지 말고."





다음 날 깨어난 마치다 케이타는 약속했던 4대보석 광산 외에 검은 다이아몬드 광산까지 주겠다고 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검은 다이아몬드 광산이요? 검은 보석을 쓰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을 텐데, 그 사람과 우리 집안은 교류가 없어서... 어떻게 하지?"

잠꼬대로 "노부"를 부른 걸 보면 무의식에는 스즈키 노부유키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역시 스즈키 노부유키와 있었던 일을 완전히 잊은 건 맞나 보군.

"우리 호위기사들이 마치다 경을 라센느제국의 마치다 가 저택까지 모시고 갈 것이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요?"

마치다는 지금 라센느제국이 자기 때문에 발칵 뒤집히고 있을 것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밤 또 암흑의 대공이 황궁의 침실로 몰래 숨어들어와 목을 조르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제대로 호위를 해 줘야지. 어차피 마치다가 깨어나기 직전에 검은 다이아 목걸이만 다시 챙겨서 사라져 버린 스즈키가 몰래 숨어서 호위를 하긴 하겠지만 성의를 보여야 할 테니.

"그래도 우리의 은인인데 그럴 수야 있나. 그리고 나의 태자비 안위가 걸린 일이니 경이 우리에게 무슨 일을 해 주었는지는 함구해 주었으면 하네."
"물론입니다. 부모님과 형은 제 힘을 알고 있으니 짐작하겠지만 입 밖에 낼 분들은 아닙니다."
"그래, 믿고 있네. 정말 고맙네."





며칠 뒤 몸을 회복한 마치다는 신성 라소르제국의 근위기사단과 함께 라센느제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일행 사이에 온몸을 검은색으로 휘감은 암흑의 대공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숨어서 따라가고 있겠지. 

그리고 며칠 뒤, 마치다를 호위하러 갔던 기사단이 미처 돌아오기도 전에 라센느 제국의 모든 보석술사 가문이 마치다 케이타에게 청혼서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신성 라소르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야마토는 원래도 언제나 노보루와 함께 잠들긴 했었으나 그날밤에는 분노한 스즈키 노부유키가 또 처들어올까 봐 노보루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 

어떻게 살린 목숨인데 반드시 지켜야지. 

그러나 스즈키 노부유키는 마치다 케이타를 지키느라 바쁜지 다시 신성 라소르제국의 황궁에 쳐들어오지 않았고, 대신 호위로 갔던 기사단은 광휘의 황자가 마치다 케이타를 초대한 연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고 돌아왔다. 그날밤 또 다시 노보루를 꼭 껴안고 잠들며 야마토는 빨리 스즈키와 마치다가 혼례를 치러 그의 밤이 평안해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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