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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22:13
-크흠.


건조한 날씨, 별 의미 없는 기침 한 번에 주위에 있는 모든 이가 움찔거린다. 희끗한 머리와 달리 다부진 얼굴, 기골이 장대한 마츠다 어른 앞에 제1행동대장이라는 곰 같은 사내와 앳된 얼굴의 사내가 앉아있다.


-어쩐 일인가. 옆에 달고 온 것은 또 뭔고.
-어르신, 잘 지내셨습니까. 별일은 아니고 이 녀석이 오늘 어르신을 뵙고 꼭 인사드리고 싶다 하더군요.


어른께서 오른쪽 눈썹을 까딱이며 어린놈을 슥 보는데, 꼿꼿이 쳐든 새카만 머리통이 눈깔 하나 깜짝이지 않고 마주쳐오는 것이 싹수가 훤히 보이는 것이었다. 마츠다 어른의 입가로 픽 웃음이 새었다.


-퍽 인사하고 싶단 쌍판이구만. 너 같이 성실한 녀석이 잃어버린 자식을 찾은 것은 아닐 테고. 보자, 이 녀석이 그 녀석이구만. 얼마 전에 주웠다던 들고양이.
-예, 어르신. 아주 골치 아픈 녀석이죠. 허허.


"인사드려라, 쿄스케." 행동대장은 너털한 웃음지으며 솥뚜껑 같은 손으로 쿄스케의 머리통을 꾹꾹 눌렀다. 작은 머리통이 위아래로 흔들대더니 이내 저항하듯 목에 힘을 주고 들어 올린다. 듣던 대로 맹랑하기 그지없는 까만 들고양이가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 한들 여전히 건재한 백사자의 눈을 감히 바로 마주쳤다.


-사쿠마 쿄스케 입니다.
-그게 다 더냐?
-...


"어르신." 짧은 시간 머리를 굴리더니 어르신을 이어 붙이는 어이없는 녀석에 실소가 터진 어른을 보니 썩 기분 나쁜 모양은 아닌 듯했다. 그때, 한 덩치가 어른께 다가오더니 말을 전했다.


-아가씨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어른의 얼굴이 확 피더니 금세 일어날 태세를 하고, 곧 멀리서 두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팍! 장지문이 열리고, 방 안에 있던 열댓 명의 사내들의 고개가 일제히 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갔다.


-아부지이~!


인정사정없이 달려오는 꼬마를 어른께서 번쩍 들어 올리자 꺄륵 소리가 퍼진다.


-어이구, 우리 공주! 잘 다녀왔어?
-응! 아부지, 이거 봐! 히데가 만든 거 있찌! 어, 선샌밈이 어, 히데가 쩨일 잘했대! 그치!


자랑스럽게 손을 쭉 뻗어 냅다 눈 근처에 들이미는 통에 어른의 눈이 찌글 감겼다. 제대로 보지도 않았건만 무조건 예쁘다 잘했다 최고다 칭찬 세례를 퍼부으며 한껏 풀린 얼굴로 웃는 이 어른이 정말 그 천하의 백사자가 맞는지 의심될 모양새였다. 호호깔깔 세상 상관없는 둘만의 순간이 지나고, 인제 백사자의 공주께서 먼저 온 손님이 궁금해졌는지 덜렁 안긴 채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러다 홱, 어깨까지 적극적으로 돌려가며 시선을 한곳에 꽂는다. 소란 통에도 관심 없는 듯 가만히 앞을 보던 쿄스케가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눈을 들자 땡글한 눈과 마주친다. 반질반질 까맣고 큰 눈동자가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더니 이어 고사리 같은 손을 들어 올려 콕 그를 가리켰다.


-누구야?









야쿠자 가문 막내딸을 경호하는 신입 야쿠자(?)
이제 막 솜털 벗어나는 중고급식 쿄스케가 될성부른 떡잎이라 어둠의 세계 스카우트(?) 되는데 드물게 싹수가 시커멓다 퍼스널 컬러 딱 알아본 대장 행님이 큰 으른한테 눈도장 찍혀주려고 인사시키러 간 거지. 근데 때마침 큰 으른의 귀하디 귀한 어화둥둥 금지옥엽 늦둥이 독녀가 하원을 한 거야. 우락부락 네모 세모 동그라미 아조씨들만 보다가 이목구비 주차 끝내주는 미미미미남을 보니까 어떻겠어. 세상 무서울 거 없는 히데아키한테 쿄스케 너 내 꺼! 콕 찍혀서 우당탕탕 애기 공주 돌보미 시작하는 거지.


마치아카 쿄스케히데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