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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11:25



 꼭 마치다가 짠 데이트날이 아니어도 일상 속에서 즈그 돼지가 하자는 거 많이 들어주는 노부일 것 같음. 무슨 사진 못 찍어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싶게 인생세컷 가게만 보면 오! 저거 해요 우리! 라고 끌고 들어가겠지. 마치 매번 처음인 것처럼. 대부분 중고등 학생들, 뭐 많아 봐야 20대, 아니면 부모님이랑 추억 남기러 온 애들만 잔뜩임. 그 사이에서 올블랙 수트 입고 명품 구두에 금시계 찬 노붘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봐도 여기 사장 아니면 예쁜 애들 캐스팅하러 온 기획사 대표쯤? 근데 그런 남자가 백팩 달랑이며 열심히 가발 써보는 재수생 애인인 거 너무 좋아. 이런 애기랑 사귀다 보니 이미 인생세컷 짬도 좀 쌓였겠지. 처음엔 절대 안 쓴다던 하트 선글라스도 억지로 써주고... 같이 손하트도 만들어주고... 그냥 보기만해도 유치한 똥모자도 머리에 얹어줌. 그러다 한번쯤은 노부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도 한 컷 찍자고 해서 마치다 신나서 방방 뜀. 드디어 형이 인생세컷 매력에 빠졌구나 하고. 숫자 카운트 5 4 3 2 까진 멀뚱히 서있다가 1 되는 순간 노부가 마치다 허리 확 당겨서 키스하면 좋겠다ㅎㅎㅎㅎㅎ 근데 이제 사진 고르라는 안내 음성 나오는데도 노부가 안 놓아줌... 애기 남친 숨 모자랄 때까지 입술 부비고 혀 넣고... 커튼 바깥쪽에선 두 사람 종아리랑 발만 보이는데 정말 수상할만큼 가까이 붙어있어서 다 수군거릴 것 같음. 마치다가 겨우 노부 밀쳐내고 헥헥대며 사진 고르고ㅋㅋㅋㅋㅋㅋㅋ 정해진 시간에 맞춰 꾸미는 동안 노부는 약간 달아오른 맘 누르려고 괜히 전신 거울 보며 머리 만지고 옷매무새 정리하겠지. 

그래도 키스하는 사진 맘에 들었는지 마치다가 골라서 예쁘게 꾸며줌. 솔직히 노부는 그 사진 뽑든 말든 상관 없을 거임. 그냥 맨날 이런 곳 안 지나치고 끌고 들어오는 즈그 케이 한 번 골려주고 싶었을 뿐이지. 사진 뽑혀 나온 거 나눠 갖는데 노부는 몇 번 슥 보고 그냥 자켓 안주머니에 넣을 거고 마치다는 길 걸으면서도 계속 사진만 들여다볼듯. 앞에 보고 걸으라고 해도 사진만 봄. 그러다 갑자기 "우리가 키스하는 걸 누가 본다면 이런 모습이겠네요...! 신기해요." 이런 소리나 해가지고 노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질 뻔 했겠지. 그러더니 이 사진 너무 야하다면서 이거 엄마한테 걸리면 나 맞아 죽으니까 이거 형이 다 갖고 있으라고 할 거임. 혼자 얼굴 빨개져가지고... 노부는 너 그런 변태같은 머리로 어떻게 대학 갈래? 이러는데 마치다 계속 사진 노부 주머니에 쑤셔 넣으면서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고 할듯. 보고 싶을 때마다 갖고 오라고 할 거니까. 약간 성가신 얼굴로 사진 챙긴 노부는 그날 집에 와서 사진 한 줄은 냉장고에 마그넷으로 붙여놓고 나머지 한 줄은 회사 책상에 갖다 놓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키스하는 사진만 딱 확대해서 찍어가지고 마치다한테 보내줄 거임. 근데 그때 마침 마치다 핸드폰 엄빠가 뭐 검색한다고 보고 계셨고... ^^ 영문도 모르고 쿠션으로 두들겨 맞은 마치다는 다른 거 걸린 줄 알고 제 발 저려서 다시는 책 값 안 빼돌릴게...!!! 하고 도망다니는 거 보고 싶다ㅋㅋㅋㅋㅋㅋ (책 값 빼돌린 이유도 노부형 향수 사주고 싶어서였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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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