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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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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https://hygall.com/570642663


15 그래봤자 넌 아직 애다
5 내가 너 헷갈리게 한 적 있냐
6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노부는 결국 대입시험을 봤다. 노부의 성적이 너무 준수했기 때문에 선생님은 노부의 성적을 많이 아까워했고 아저씨는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좋다며 시험을 보라고 했다. 정작 노부는 대입에 큰 욕심도 없었기 때문에 시험도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 아니,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홀가분하게 시험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 아저씨와 함께 가채점을 해 보고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에 기뻐하면서 아저씨가 큰 맘먹고 고급 초밥집에 데려가줘서 초밥도 먹고 온 다음이 문제였다. 

노부가 옆집으로 독립한 이후에도 아저씨가 집은 따로 살아도 목욕물 두 군데서 쓸 필요 있냐고 아저씨의 집에서 목욕하라고 했기 때문에 늘 그렇듯이 아저씨의 집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 뒤였다. 목욕물은 충분히 따뜻했는데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한 기분이라서 아저씨가 소파에 늘 걸어두는 얇은 담요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과일을 씻어서 오던 아저씨는 담요를 둘둘 두르고 있던 노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과일을 씻느라 차가워진 손을 노부의 이마에 올렸다가 깜짝 놀랐다. 

"노부! 언제부터 열이 났던 거야?"
"나 열 나요?"
"열이 심하잖아."

아저씨는 얼른 보일러를 켜고 체온계를 가지고 와서 노부의 입에 물렸다. 그동안에도 노부는 내내 아저씨의 차가운 손에 뺨을 비비고 있었다. 열이 올라 뜨끈해진 뺨에 와 닿는 차가운 감촉이 너무 좋았고 그 차가운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너무 좋아서, 노부는 연신 아저씨의 손에 얼굴을 부비며 헤실거렸다. 못된 소리도 툭툭하고 상처도 푹푹 주지만 그래도 아저씨 너무 좋아.

"아저씨 좋아해요. 진짜 좋아해."

아저씨는 한숨을 푹 쉬고 시원한 손으로 노부의 뺨을 쓰다듬어주면서 나무랐다. 

"그래봤자 넌 아직 애다. 진짜 열이 이렇게 오를 때까지 자기 몸 아픈 것도 모르고. 쯧."

노부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도 아저씨의 손에 계속 뺨만 부비고 있자, 체온계를 꺼내 본 아저씨의 눈이 커다래졌다. 열이 심한 모양이었다.

"맙소사."

노부가 여전히 아저씨의 손에 얼굴을 문지르며 아저씨를 바라보자, 아저씨는 노부를 일으켜서 침실로 데리고 갔다. 노부는 아저씨에게 끌려가면서도 아저씨가 집에 가라고 하지 않고 재워줄 것 같아서 계속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아저씨는 정말로 노부를 아저씨의 침대에 데려다 앉히고 해열제와 물을 먹인 다음 해열 패치도 붙여 주고 노부를 침대에 눕혔다. 

"쯧. 시험 준비하느라고 너무 힘들었나 보다."
"나 여기서 자요?"
"그래야지. 이렇게 아픈데 혼자 자다가 밤에 더 심해지면 어떡하려고."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차갑게 얼려둔 냉찜질팩을 꺼내와서 노부의 이마와 목, 겨드랑이에 끼워주고 가슴까지는 도톰한 이불을 잘 덮어 주었다. 

"약 먹었으니까 이제 푹 자. 열이 밤새 떨어져야 될 텐데, 큰일이네."

노부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잠깐 정신이 돌아왔을 때 겨드랑이와 목에 끼워져 있는 냉찜질팩이 여전히 차가운 걸 보니 아저씨가 한 번 갈아준 모양이었다. 그리고 멍한 감각 사이로 꿀과 생강, 그리고 달콤한 과일의 향이 느껴졌다. 아저씨는 또 배숙을 끓이는 모양이었다. 

그때처럼. 

아저씨의 배숙 끓이는 솜씨는 그때보다 더 능숙해졌겠지. 다른 모든 것이 그랬듯이. 

노부는 열에 들뜬 멍한 머리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날도 노부는 새아버지에게 정신없이 맞고 있었다. 이유도 없었다. 새아버지는 노부가 눈에 띄기만 하면 때렸다. 그래서 새아버지가 퇴근할 시간이 되면 항상 숨어 다녔는데 그날따라 새아버지는 일찍 퇴근했고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한 노부를 발견하자마자 현관에 뒀던 당구 큐대를 들고 마구 패기 시작했다. 노부는 머리를 감싸고 이를 악물었지만 너무 아파서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나왔다. 잘못한 것도 없지만 잘못했다고 빌었다. 아프다고 때리지 말라고 울면서 빌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옆집에 사는 아저씨가 뛰어들어와서 새아버지에게 당구 큐대를 빼앗아 반으로 똑 분질러 버리고 새아버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아저씨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늘 숨어 있던 노부와 마주친 적도 별로 없었다. 아저씨가 이사 기념 선물을 돌릴 때 노부 혼자 집에 있었기 때문에 선물을 받으며 인사할 때 한 번 봤고, 며칠 후에 퇴근하는 아저씨와 한 번 마주쳐서 아저씨가 편의점에서 사 오던 푸딩 하나를 줘서 얻어먹은 게 다였다. 그러고보니 만날 때마다 먹을 걸 얻어먹었었다. 아저씨는 키는 컸지만 마른 사람이었다. 덩치가 아주 큰 새아버지에 비해서 아주 마른 아저씨였는데도 힘이 굉장히 센지 아저씨의 펀치를 맞은 새아버지는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새아버지는 욕을 하면서 아저씨를 패려고 했지만 아저씨는 노부의 앞을 가로막고 선 채로 새아버지의 주먹을 피하고 새아버지의 발을 걸어서 다시 넘어뜨렸다. 그리고 새아버지가 다시 비틀대며 일어나서 아저씨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여러 명이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아저씨가 미처 닫지 않은 현관으로 뛰어들어왔다. 

경찰들은 피범벅이 된 옷을 입고 온몸에 멍이 든 채 아저씨의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노부와 노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아저씨, 그리고 쓰러진 채로 시근덕거리고 있는 새아버지를 보더니 바로 새아버지에게 달려가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눌렀다. 아저씨는 경찰들이 오는 걸 보더니 바로 노부를 향해 돌아서서 노부를 안아줬다.

"이제 괜찮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노부는 새아버지에게 반항하기에는 너무 작고 어렸기 때문에 누군가 구해주길 매일 간절히 바랐지만 구해 준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꿈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노부는 경찰들이 담요를 감싸주는 동안 다른 경찰이 아저씨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신고하신 분이십니까?"
"네. 마치다 케이타. 이 옆집에 삽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경찰들은 노부에게 누가 때렸는지, 때린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 얼마나 맞았는지, 언제부터 맞았는지 물었고 경찰들은 새아버지에게 수갑을 채웠다. 세 사람은 경찰들과 함께 경찰서로 갔다. 아저씨는 집에서 목욕을 하고 나오다가 노부의 비명소리에 놀라서 바로 뛰어온 건지 머리는 아직 젖어 있었고 신발도 양말도 없이 맨발이었다. 아저씨는 급히 집으로 돌아가서 신발을 신고 나와서 노부를 안고 함께 경찰서에 가 주었다. 새아버지는 어떤 방으로 끌려갔지만 노부와 아저씨는 간단한 조사만 받고 같이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갔을 때 노부는 경찰이 급히 연락해서 부른 아동복지기관의 직원과 의사,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노부의 작은 몸에 가득한 흉터들과 여전히 피를 흘리는 상처를 본 이들은 모두 침음을 흘리며 말을 잃었다. 사진을 찍고 난 후 의사는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찢어진 곳들을 조금씩 꿰매주는 동안 아저씨를 경계했다. 아저씨가 노부를 때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병원까지 노부와 아저씨를 데려다 준 경찰이 오해를 풀어 주었다. 경찰이 잘 설명해 줬지만 노부는 아저씨가 오해받는 게 싫어서 아저씨의 소매자락을 붙들고 열심히 설명했다. 

"아저씨가 때린 거 아니에요. 새아빠한테 맞았는데 아저씨가 구해 줬어요. 우리 옆집 아저씨예요."

그래도 노부의 오래된 흉터도 많이 본 의사는 아저씨가 영 마뜩찮은지 투덜거렸다. 

"옆집에 살면서 애가 이렇게 맞는 것도 몰랐습니까?"
"아저씨 이사온 지 며칠 안 됐어요. 아저씨가 이사왔다고 과자도 주고, 푸딩도 나눠줬는데."

그러자 착해 보이는 의사는 노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은 분인데 선생님이 아무것도 모르고 욕해서 미안해."

노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 돌아가셨고 노부는 친아버지의 얼굴도 몰랐다. 노부가 너무 아기 때 돌아가셔서. 어머니는 달리 가족이 없다고 했고. 그래서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보육원에 가야 했는데 아저씨가 노부를 맡아 주겠다고 했다. 경찰과 아동복지기관의 직원은 며칠 후에 입양 담당 직원이 심사 및 조사를 하러 나올 거라고 말했지만 아저씨가 노부를 학대에서 구해주고 신고도 해 준 사람이라서인지 집까지 데려다 주고는 돌아갔다. 

아저씨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길에 맛있는 냄새가 났다. 아파트 옆쪽 상가에 있는 가게에서 나는 냄새인 모양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기 때문에 배가 꼬르륵거려서 부끄러워진 노부가 고개를 푹 숙이자, 아저씨가 노부를 돌아봤다.  

"그러고보니 저녁을 못 먹었네. 노부짱도 고로케 먹을래?"

노부가 너무 부끄러워서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자, 아저씨는 노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노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배가 고픈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사람은 밥을 안 먹으면 다 배가 고픈 거야. 그리고 노부짱 너무 많은 일이 있었잖아. 힘들어서 더 배고픈 거지. 아저씨도 배고픈데?"
"... 아저씨도요?"

아저씨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배고프다. 우리 고로케 사 가서 저녁 먹을까?"
"네."

마침 가게도 마감을 준비하는 중이라 싸게 많이 줬기 때문에 두 사람은 종류별로 잔뜩 사 가서 저녁을 먹었다. 노부도 어쩌면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고로케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에 없었다. 노부는 처음 먹어보는 고로케의 맛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맛있어?"
"네. 맛있어요."
"다행이네. 많이 먹어."

밥을 먹고 난 뒤에는 아저씨와 같이 노부의 집에 가서 노부의 짐을 챙겼다. 교과서와 책가방을 챙기고, 친구들이 교실 쓰레기통에 버렸던 걸 주워서 쓰고 있던 짜리몽땅한 연필이나 콩알만해진 작은 지우개 그리고 친구가 제 걸 인심좋게 나눠줬던 공책도 챙겼다. 아저씨는 노부의 옷을 챙기려고 했지만 어떤 옷을 꺼내도 다 너무 낡고 작아서 놀랐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는 노부에게 어머니가 남겨주신 물건들이 있으면 챙기라고 했지만, 새아버지가 전부 다 팔아버렸기 때문에 노부에게 남은 건 어머니가 노부의 아버지에게 받았었다는 목걸이밖에 없었다. 결국 옷이 없어서 아저씨는 노부를 업고 급히 상가에 뛰어가서 노부가 입을 속옷과 잠옷, 그리고 몇 벌의 옷을 더 샀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 좋은 데 가서 더 예쁜 옷 많이 사 줄게."라고 속삭이던 아저씨의 말은 그저 꿈같기만 했다. 

아저씨의 집에 돌아온 뒤 노부에게 씻는 걸 도와줘도 되겠냐고 물었던 아저씨는 노부가 옷을 벗자 드러난 몸을 가득 덮고 있던 상처와 흉터에 경악했다. 그리고 발가벗은 노부를 폭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속삭여줬었다.

"이제 아무도 널 때리거나 아프게 하지 못하게 해 줄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아저씨랑 같이 살자. 아저씨가 지켜줄게."

노부는 그때까지도 여전히 꿈같고 얼떨떨했지만 그 속삭임은 너무 달콤했기 때문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저씨가 노부의 상처가 아프지 않게 조심스럽게 씻겨준 뒤, 노부는 아저씨의 품에 폭 안겨서 잠들었다. 노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노부의 이마에 해열패치가 붙어 있었고, 겨드랑이와 목에는 얼린 생수병에 수건을 감아놓은 것이 끼워져 있었다. 

"... 아저씨?"

아주 작게 불렀는데 누군가 가볍게 타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아저씨가 얼른 다가와서 달콤한 냄새를 풍기면서 침대 옆에 앉았다. 

"노부짱, 머리 아프지?"
"...네."

아저씨는 안쓰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노부의 뺨을 쓰다듬어줬다. 

"감기 걸렸나 봐. 열이 많이 나네."
"아..."

노부는 원래 새아버지에게 많이 맞은 날에는 항상 열이 많이 나서 아팠다. 그러나 노부가 아프다고 차가운 걸 대 주는 사람도 해열패치를 붙여주는 사람도 걱정해 준 사람도 없었다. 이렇게 노부가 아프다고 누가 걱정해 주는 것도 꿈같았는데 아저씨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달콤한 냄새가 뜨거운 김과 함께 새어나오는 그릇을 쟁반에 담아 들고 들어왔다. 

"이거 먹으면 열 날 때 좋대. 이거 먹고 약 먹고 자면 나을 거야."

하얀 게 떡인지 뭔지가 작게 조각나 있는 그릇에서 조그맣고 하얀 덩어리와 국물을 조금 떠서 후후 불어 준 아저씨가 입가에 대 준 것을 받아먹자 달콤하고 말랑한 뭔가가 이 사이로 씹히면서 달콤한 맛이 입 안으로 확 번졌다. 

"먹을 만해?"
"맛있어요."
"다행이다. 원래는 생강을 좀 넣어야 되는 모양인데 너는 아기라 매우면 못 먹을 것 같아서 조금만 넣었더니 너무 달아졌더라고. 나도 처음 만들어 본 거라."
"맛있어요. 이거 뭐예요?"
"배숙이라는 거야. 이거 배야. 과일 배. 마침 선물받은 배가 있어서 다행이다."
"... 맛있어요."

아저씨는 조그만 그릇에 담아온 배숙을 전부 먹여준 후에 미지근한 물과 함께 해열제를 먹여주었다. 

"미처 어린이용 해열제를 준비를 못했네. 내일 좀 사 와야겠다."

배숙이란 것도 처음 먹어봤고 누가 노부가 아프다고 이런 걸 끓여준 것도, 약을 먹여준 것도 처음이라 아픈 와중에도 너무 신기하고 꿈같았다. 노부가 계속 멍하게 있자 아저씨는 팔과 다리를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이불을 덮어준 후에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려줬다. 

"이제 자자. 내일 일어나면 안 아플 거야. 노부짱."

노부는 그 상황이 너무 좋아서 잠으로 빠져들려는 정신을 억지로 깨우며 중얼거렸다. 

"착한 아이가 될게요."

그러니까 계속 아저씨랑 같이 있게 해 주세요. 밥도 조금만 먹을게요. 말썽도 안 부릴게요. 이제 아프지도 않을게요. 집안 일도 잘해요.

횡설수설 중얼거리고 있자, 아저씨의 서늘한 손이 열 때문에 뜨거워진 노부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밥도 많이 먹어야지. 그래야 쑥쑥 크지. 말썽도 조금은 부려도 돼. 집안 일은 네가 안 해도 돼. 아프지 않는 건 좋지만. 아프면 네가 힘드니까 아프지 않는 게 좋은 거지. 내가 성가셔서가 아니야.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잘 크면 돼, 노부짱.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난 언제까지나 널 보살펴 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푹 자."

그날은 아팠는데도 좋은 꿈을 꿨다. 포근하고 달콤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꿈이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아저씨는 노부를 맡기 전까지는 밥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배달음식으로 다 해결했고 집에서는 음식을 그다지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누군가를 간호해 본 적도 처음이었다고 했고, 배숙은 그날 말한 것처럼 처음 끓여봤고. 그러나 아저씨는 노부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밥솥을 샀고 인터넷을 보면서 각종 요리법을 익혔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해열패치나 붙이고 나을 때까지 기다렸다는 아저씨는 노부가 아플 때를 대비해 냉동고 한켠에 냉찜질팩을 잔뜩 쌓아놨다. 지금도 아저씨는 새로운 요리를 할 때는 항상 레시피를 조금도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만드는 편이었는데 노부를 맡게 되고 처음 요리를 배우면서 초반에 아이의 입맛에 맞추려다 실패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 노부가 자다가 나와 보면 아저씨가 실패한 요리를 혼자 먹고 있었다. 알뜰해서 음식을 버리지도 못하고 망한 요리를 노부에게 먹이지도 못해서 혼자 열심히 먹고 있다가 노부가 눈 비비면서 나오면 머쓱하게 웃고는 했었다. 

아저씨는 노부는 잘 보살펴주기 위해서 기꺼이 아저씨의 집에 노부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아저씨의 삶을 바꿔나갔다. 그리고 아저씨는... 노부가 그날 고로케를 먹고 눈이 휘둥그레해진 것은 누군가 노부를 위해 음식을 사 준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아저씨는 노부가 고로케를 정말 좋아하는 줄 알고 툭하면 피곤한 퇴근길을 빙 돌아서 노부를 위한 고로케를 사 들고 왔다. 

정말 아저씨가...





"아저씨가 너무 좋아요. 정말 좋아해요."

열에 들떠서 그날을 떠올린 노부가 작게 중얼거리자 아저씨가 어릴 적 그날처럼 노부의 뺨을 쓰다듬었다. 

"내가 너 헷갈리게 한 적 있니..."

아저씨의 목소리는 꺼질 듯 작았다. 

"다 내 잘못이야..."

그 목소리는 더 꺼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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