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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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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얘 좀 봐라 많이 컸네 어른한테 장난을 다 치고.
7 한 번만 더 버릇없게 굴어 봐 아주


결국 노부는 아저씨한테 원하는 생일 선물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부의 생일마다 그랬듯이 아저씨가 차려 준 화려한 생일상과 근사한 생일 케이크를 받은 노부에게 아저씨가 건네 준 건 노부가 얼마 전부터 계속 눈독 들이고 있었던 고가의 블루투스 헤드폰이었다. 노부는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질이 진짜 탁월하다는 이 헤드폰을 정말 갖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가성비가 좋다는 저렴한 헤드폰을 살까, 눈 딱 감고 살까 오랫동안 고민하게 했던 헤드폰이었다. 그 헤드폰을 받은 것만 해도 기뻤지만 노부에 관해서는 항상 걱정이 많은 아저씨의 당부가 더 기뻤다. 

"내가 아저씨라서 그런 거겠지만, 솔직히 걱정이다. 네가 하도 갖고 싶어하니까 사 주기는 했지만, 길 걸어갈 때는 노이즈 캔슬링은 꼭 끄고 다녀야 된다. 알았지? 혹시 길 건널 때는 꼭꼭!!! 끄고 다녀야 되고,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까 길 건널 때도 아니라도 주변 소리가 어느 정도는 들리게 하고 다녀. 아예 주변에 관심 끄고 다니면 위험해. 알았지? 아저씨랑 약속할 거지?"

노부가 이걸 갖고 싶어했던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아저씨가 늘 노부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럴 때마다 가슴이 뛰어서 노부가 갖고 싶었던 헤드폰 상자를 껴안고 고개를 끄덕이자 아저씨는 여전히 걱정된다는 얼굴을 하고도 다정하게 말해줬다. 

"18살이 된 걸 축하한다, 노부."

노부는 다시 한 번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사랑해요, 아저씨."

아저씨는 잠깐 말이 없다가 아저씨가 싱싱한 랍스터를 직접 사 와서 손질하고 치즈를 듬뿍 뿌려서 구워 낸 랍스터를 한 마리 노부의 접시 위로 옮겨 줬다. 

"맛있을지 모르겠네. 먹어 봐."

노부는 얼른 포크를 들고 쭉 늘어나는 치즈를 랍스터 살에 돌돌 감아 입에 넣었다. 레몬향과 버터향이 가득 느껴지는 랍스터는 치즈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과 어울리는 달큰한 맛을 가득 풍기고 있었다. 

"진짜 맛있어요. 랍스터 처음 먹어 보는데."

아저씨도 노부처럼 랍스터에 치즈를 돌돌 감아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네. 처음 해 보는 거라 어떨지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
"고마워요. 아저씨."
"다음에 또 해 줄게."

랍스터는 정말 맛있었고 아저씨가 골라온 케이크도 물론 맛있었다. 노래를 잘 못해서 노래하는 걸 싫어하는 아저씨가 쑥스러워하며 불러준 생일축하 노래도 기뻤다. 식사 후에 개봉해서 사용해 본 헤드폰은 노부의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모든 것이 좋은 밤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가장 좋은 것은 노부가 갖고 싶어하는 걸 확인해 두고, 생일에 맞춰 선물해 주고, 매년 어떤 특별한 요리를 해 줘야 할지 고민해서 준비해 주는 아저씨였다. 

"오늘 아저씨랑 같이 자도 돼요?"

아저씨는 잠깐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노부의 생일이라 마음이 너그러워졌는지 결국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아저씨의 침대에 함께 누운 노부는 가슴이 너무 떨려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럴 만도 했다. 

원래 아저씨는 노부를 구하고 난 후 몇 년 동안 노부를 이 집에서 데리고 살았었다. 아저씨가 노부를 구한 건 노부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였다.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아저씨는 노부를 구하고 나서 노부의 나이를 알고 깜짝 놀랐었다. 새아버지가 밥을 제대로 안 줬기 때문에 또래보다 한참 작고 마른 상태였기 때문에 노부의 실제 나이보다 3~4살 어리기 봤던 모양이었다. 그 후에 아저씨는 노부를 집에 데려가서 키웠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3년 반 정도. 

아저씨는 그때 너도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네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아파트는 방이 하나뿐이라서 네 방을 내어 주기 어려우니까 옆집을 얻어주겠다고. 그러면서 아저씨는 원래 노부가 살던 집이 아닌, 아저씨의 집 반대편 집을 얻어 주었다. 노부는 아저씨와 계속 같이 살고 싶었지만 군말없이 아저씨의 집을 나와서 바로 옆집으로 짐을 옮겼다. 같이 살면 안 되냐고 한 번 물어보지도 못했던 건 아저씨가 옆집을 얻어주겠다고 하기 한 달 전에 노부는 처음으로 몽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꿈에 아저씨가 나왔다. 

아저씨는 늘 어른의 얼굴을 하고 노부를 보살펴 주던 평소와 달리 매혹적인 얼굴로 웃으며 노부의 뺨을 쓰다듬었고, 그때는 아직 아저씨보다 조금 작았던 노부의 목에 팔을 감으며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입술을 노부의 입술에 부딪쳐왔다. 그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이 닿는 순간 아저씨는 눈꼬리를 접으며 다시 유혹적으로 웃었고 그 순간, 잠에서 깬 노부는 속옷이 젖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노부의 바로 옆, 한 침대 위에서 아저씨가 자고 있었는데!

그날 밤 노부는 서둘러 화장실로 가서 조용히 속옷을 빨고 빨래줄에 걸려 있는 빨래들 사이에 잘 숨겨서 걸어놨는데.

아저씨가 그 사실을 눈치챈 것 같아서 안 나가겠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아저씨의 침대에서 함께 자는 건 3년 만이라 노부는 두근두근대는 심정으로 아저씨와 나란히 누웠다. 아저씨는 눈을 반짝거리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 노부를 보고 픽 웃더니 손을 들어서 노부의 눈을 덮었다. 

"자라. 쳐다보고 있지 말고."

노부는 눈꺼풀을 덮는 손의 따뜻한 체온에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단속하며 헤헤 웃었다. 

"네, 잘 자요, 아저씨."
"잘 자라."





노부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편이라 보통은 아저씨가 아침에 일어나 전화로 깨워줬다. 그 전화를 받고도 또 잠들어버리는 날도 있어서 아저씨가 밥 먹으러 오라고 또 전화를 하는 날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18살이 되고 맞이한 두 번째 날 아침, 노부가 눈을 떴을 땐 아직 창 밖이 조금 어두웠고 언제나 일찍 일어나는 아저씨는 푹 잠들어 있었다. 고개를 돌려 아저씨의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시계를 보자 시간은 아직 6시 조금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저씨는 6시에 일어나니 곧 눈을 뜨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자 아저씨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예쁜 빨간색을 띄고 있는 아저씨의 입술을 바라보는 노부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날 그 꿈이 떠올랐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달콤하던 입술. 심장이 멎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짜릿하던 그 접촉.

정말로 의도한 게 아니었다. 

꿈에서의 그 감각을 떠올리자 저절로 얼굴이 다가갔고, 저절로 입술에 입술이 닿았다. 정신이 돌아온 건 아저씨의 입술이 정말로 노부의 입술과 닿았을 때였다. 그저 입술만 붙이고 있을 뿐인데도 온몸으로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감각이 치달았다. 아저씨의 입술은 꿈에서 느꼈던 것 이상으로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러나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저 입술이 닿았을 뿐인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손발이 덜덜 떨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찔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노부가 입술도 떼지 못하고 여전히 아저씨의 입술에 입술이 닿은 채로 얼어붙어 있자, 아저씨가 노부의 얼굴을 부드럽게 밀어냈다. 

"얘 좀 봐라 많이 컸네 어른한테 장난을 다 치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물론 노부가 잘못했지만. 자는 사람 입술에 몰래 입을 맞춘 건 잘못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장난 아니에요."

아저씨의 표정이 엄격해졌다. 노부가 잘못한 일이 있거나 고집을 부릴 때 아저씨가 보여주는 표정이었다. 

"장난이 아니면?"
"아저씨도 알잖아요. 내가 아저씨 좋아하는 거, 정말 좋아하는 거!"
"너도 알잖아."
"... 뭘요?"
"나는 너를 그런 감정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노부가 아무 말도 못하고 쳐다보고 있자, 아저씨는 침대에서 내려갔다. 

"한 번만 더 버릇없게 굴어 봐 아주."

노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니까 난 모르겠단 말이에요. 정말로 아저씨가 날 그런 감정으로 좋아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아저씨는 어른이라 아닌 척하는 건지. 
정말로 모르겠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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