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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6 17:58
키요이 평소처럼 히라 껴안고 잠들었는데 강한 햇빛에 찡그리다가 눈을 뜸. 눈을 뜬 곳이 낯설지는 않지만 이상함.

"하?"

키요이 자기가 있는 곳이 독립하기 전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본가에 자기 방인 거 알고는 이게 무슨 개꿈이지 함.

"소, 오늘 신학기 시작이잖아. 학교 가야지."

동생들 챙기기 바쁘면서도 학교에 지각할까 봐 깨워주는 엄마의 목소리에 키요이 꿈이니까 깨겠지 하고 일어남. 어쩌다 보니 학교 갈 준비하고 가방 들고 밖으로 나옴. 생각보다 꿈이 현실적이어서 좀 키모한데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학생 때 진짜 음침하고 정말 기분 나빴던 히라를 다시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음. 키모한 말을 얼마나 많이 할까.

키요이는 용수로를 보며 꿈이지만 그래도 일찍 가기보다 히라 앞에서 전처럼 멋지게 등장해줄 생각이었음. 그렇게 일부러 지각하고 교실 앞문을 열어 젖혔음. 하지만 말을 더듬으며 자기 소개하다가 곤경에 처해 있어야 할 히라는 없고 멀쩡하게 생긴 남자애가 신나게 자기소개를 하는 중이었음.

분명 그거 빼고는 전부 익숙한 사람들 뿐이었음. 선생님도 똑같고 시로타 무리에 반응도 모두 똑같았음. 키요이 이때까지는 꿈인데 다른 반일수도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자꾸만 아까 용수로에 오리대장이 없던 게 신경 쓰임. 그래서 종이 치자마자 같은 학년 반을 모두 돎. 음침한 히라라 한 번에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히라가 말도 더듬으니까 음침해도 아는 애들은 알 텐데 아무도 히라를 모름.

키요이 조금씩 불안해졌지만 그래 꿈이니까 학년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다른 학년에서도 히라를 찾을 수 없었음. 이 학교에는 히라 카즈나리라는 학생이 없었음. 키요이 옆 학교까지 물어서 히라를 찾는데 거기도 히라라는 학생이 아예 없다고 함. 키요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가 바로 히라 집으로 달려감.

"왜...?"

넓고 멋졌던 히라네 집은 다른 주택으로 변해 있었음.

"히라?"

키요이는 꿈속이지만 히라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음. 히라가 없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근처 다른 학교에도 히라 카즈나리라는 학생은 없었음. 키요이는 히라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다시 히라네 집 앞으로 갔음. 히라 따위 없는 꿈속 빨리 깨고 싶다고 생각함.

"키모..."

키요이 눈에서 곧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렸음.

"현실일 리 없잖아..."

키요이는 소매로 눈을 박박 닦고 집으로 돌아갔음.

"소?"

우는 아들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키요이의 어머니는 현관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람. 엄마를 본 키요이의 눈에서는 셀 수 없는 눈물방울이 계속 쏟아져 내렸음.

"소?! 혹, 혹시 괴롭힘이라도 당한..."
"엄마, 행복한 거 맞지?"

뚝뚝 눈물이 떨어지던 키요이가 잔뜩 울음이 섞인 작은 목소리로 물었음.

"소..."

키요이는 엄마가 재혼한 후로 사실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음. 물론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금방 동생들이 태어났고 어리광 부리기 쉽지 않았음. 그래서 티비 속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했음. 무섭기도 하지만 열광 어린 사랑이 좋았음. 키요이는 히라의 집 앞에 처음 간 날 꿈속이 현실이고 현실이라고 생각한 곳이 꿈속이라는 걸 깨달았음.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음. 히라 없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았고 살 이유 또한 없었음.

"행복하다고 대답해줘."

키요이는 자신이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꾼 건, 히라라는 존재를 만들어서 세상에 다시 없을 사랑을 받은 건 그만큼 자신이 힘들고 외로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음. 꿈속에 나온 히라가 없는 세상 따위에서 살고 싶지 않을 만큼 어느새 마음이 전부 망가져버렸음. 하지만 키요이는 엄마가 재혼해서 행복하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음. 엄마가 행복하고 계속 웃을 수만 있다면.

"소."

키요이의 어머니는 설마 했지만, 행복해서 모른 척했던 키요이의 외로움을 마주보게 됐음. 키요이의 어머니가 키요이에게 미안하다며 엄마가 잘못했다며 울었지만 키요이는 한 가지만 계속 물었음. 엄마 행복한 거 맞지, 행복하다고 대답해줘 하고.

일주일이 넘게 열이 올라 앓았던 키요이 옆에는 항상 쿨한 키요이가 아프니 난리 난 아버지와 동생들이 옆에 있었지만 키요이는 히라가 보고 싶었음. 차라리 다시 꿈속으로 돌아가 히라와 만나고 싶었음. 다행히 열이 내려 키요이는 학교로 다시 등교할 준비를 하고 나옴. 언제 아팠는지도 모르게 원래 쿨하고 든든했던 아들로 돌아와 키요이는 가족들 앞에서 쿨한 모습을 보여줬음. 키요이는 히라가 없는 세상 따위 싫지만, 엄마가 웃고 행복해한다면 그걸로 됐다며 다시 한 번 자신을 타이르고 교실 앞문을 열었음.

지이잉.

"히라...?"

키요이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깸. 키요이는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히라라는 두 글자를 보며 자기가 꿈을 꾸는 건가 함. 정말 원하는 대로 꿈속으로 돌아왔나. 하지만 그러기에는 지금 있는 곳이 너무 익숙하고 따뜻했음. 하지만 히라가 왜 아침에 자기를 깨우지 않고 전화했는지 의문이 들었던 키요이는 히라가 노구치상 작업실에서 야근한다고 했던 게 떠올라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음.

"키요이, 일어났어? 저번에 맛있다고 했던 거 사서 가는 길인데... 키요이?"

히라는 키요이의 침묵이 평소와 다르단 걸 바로 알아챘음.

"키요이?"

히라는 야근을 한 김에 그리고 키요이가 쉬는 날이라 전에 키요이가 맛있다고 한 디저트를 사오는 길이었음. 이쯤이면 키요이가 일어났을 거란 생각이 들어 전화도 했음. 히라는 키요이의 침묵에 혹시 키요이가 우는 건가 싶어서 걱정됐음. 그럴 리가 없는데.

"키, 키요이?! 무슨 일이야?"

히라는 손에 든 디저트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함.

"히라아..."
"키, 키요이 금방 갈게!"

히라는 어린 아이처럼 울음이 터진 키요이의 목소리에 바로 뛰기 시작함.

"히라아... 빨리 와..."

키요이는 당장 자기 눈앞에서 움직이는 히라를 보고 싶었음. 그러면 여기가 꿈이 아니라 현실일 테니까. 설사 꿈이라도 히라만 있다면 꿈속에 살아도 정말로 좋으니까 당장 제 눈앞에 있는 히라를 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았음.

"키, 키요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히라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꽉 껴안고 우는 키요이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무사한지 확인부터 하려고 했지만 키요이는 꽤 오래 히라를 놔주지 않고 히라를 꽉 껴안고 울었음. 키요이는 실컷 울고 히라가 있는 세상이 현실이라는 걸 깨닫고는 히라가 너무 황송하다 못해 이러다 정말 천국에 갈지도 모른다며 기절하기 직전까지 붙어있었음. 밤이 되어서도 떨어지지 않고 히라를 꼭 안고 잠.

"키레..."
"키모..."

키요이 편하게 히라 품에 안고 잠 듦.



근데 결국 히라가 있는 세상으로 못 돌아가고 너무 외로워서 만들어낸 꿈속에 인물인 히라 그리워하며 사는 키요이도 보고 싶음.





앎그 히라키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