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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 히라 억겁의 세월을 산 용신수인거 보고싶다.

몇 만년 방해받지 않고 열심히 잠자고 있는데 어느 날 히라가 잠든 산에 골프장 개발이라나 뭐라나 공사 소음 진동에 깨서 순식간에 살 집 잃어버리는 거..

무례한 인간쉑들에게 따지고싶었지만 히라에겐 그럴 권리가 없었음. 현대에 이르러 용은 이질적인 존재고 그리고 애초에 히라는 이 산 주인이 아니었음;;;
그제야 소유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히라용 망연자실해서 인간놈들 싹 다 밀어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또 다시 폭력적인 흑룡이라는 이야기는 듣기 싫었을거임.
아 옛날에 딱 한번 시 뭐시기라는 이무기인가.. 한번 다툰적이 있는데 그 사건 이후로 점잖던 흑룡의 이미지가 확 바뀌었음.
그 이후 빡치고 억울해서 자기 산으로 두문불출한 채 몇 만년이 흘렀지만... 여튼 새로운 집(산) 찾아야 하니까 일단 인간화해서 도심으로 섞여들겠지. 용신수인 덕에 배우지 않아도 어렴풋이 고대, 중세 근대를 넘어 현대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깨우치게 되는데 어쨌든 미래의 터전을 찾아야하니까 부동산 순례.... 가 아닌 먼저 학교로 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을거임. 땅 매입하기 전에 일단 전국에 산이 뭐뭐 있는지 당분간 학생 행세 하면서 꼼꼼히 지리를 배우고 조사해볼 심산이었음. 그동안 인간사회 적응 겸으로.
안그래도 잠만 자느라 기 잔뜩 모아둬서 향후 백년간은 인간으로 있어도 거뜬했음.

그래서 일단 서류 위조로 고2 전학생으로 설정해서 근처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첫날 자기소개부터 아주 낭패였음.



사실 히라는 자기 이름을 까먹었던 것임....


그야 몇 만년동안 자기소개할 일이 없었으니까..
아 내 이름 뭐였지 히 뭐로 시작했는데,, 기억이 잘 안나서 히,히,히.. 하고 있으니 애들 웃고 난리나고 고등학생 양기에 질린 소심한 흑룡 더 쭈굴했겠지. 아 이대로 이 어린놈의 새키들 기억 삭제 시켜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그때 문 딱 열리면서 벚꽃과 함께 샬랄라~ 예쁜 애가 하나 걸어들어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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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곳엔 네가 있었다.



히라용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에 멍하니 그 애를 쳐다보다가 그제야 자기 이름이 생각났음. 사실 생각해낸게 아니라 자기 입이 멋대로 "히라 카즈나리" 라고 뱉은거였지만.



그 예쁜이는 히라용의 예상대로 모두의 인기인이였음. 이상하게 그 애를 보면 자꾸 기시감이 느껴지는데다 자꾸 마음이 쿡쿡 쑤셔서 처음엔 부정맥을 의심하는 히라용이었음. 하지만 설레임, 슬픔, 안타까움 등 묘한 감정이 생겨나 그제야 자신이 이 인간을 좀 특별하게 여긴다고 생각할거임.

여튼간에 몇 만년 산 짬빠로 한눈에 반 분위기 파악한 히라용은 그냥 조용히 짜져있었음. 사실 고등학생 양기에 질려 너무나도 무섭고요,, 용 세계에선 창창한 청년이지만 인간세계에선 탈인간 산신령급이라 애들 노는데 어른이 끼기엔 너무 세대차이가 났음.
그래서 그 아이, 몰래 대각선 뒤에서 키요이 쳐다보기 바빴겠지. 똑같은 교복이라고 해도 그 키요이가 입으니 교복모델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음.

'참 예쁜 인간이구나..'

남몰래 감탄하면서 혼자 오타쿠마냥 벅차오르는 나날 보내는데 고딩 히라용에게 또 좋은 날만 있는건 아니었음.

수학 국어 사회 과학 제 2외국어 예체능 등등.. 끊임없는 수업러쉬에 용신수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한걸 후회한 순간이었음.
그나마 수학, 과학 특히 물리는 압도적인 지식으로 어찌어찌 넘겨서 교내의 제물포들에게는 시기심과, 과학 덕후에겐 선망과 선생님들에겐 칭송을 받게 되었음. 사실 이 흑룡은 이과맞춤형이었던거임.

그래서 그런지 시로타라는 이 짜증나는 녀석이 이번엔 태도를 달리해 친근한 말투로 자기 무리로 끌여들이게 되었는데 딱 봐도 저를 숙제 셔틀로 쓰려는 의도가 엿보여 '이 어린놈의 새키가' 하고 거절하려했으나.. 그 순간 예쁜 키요이랑 눈이 마주쳤음.
아 키요이는 이 녀석들이랑 지내고 있지 하고 생각을 달리한 히라용이 즉각 태도를 바꿔서 고개를 끄덕였음. 여기 끼면 키요이랑 말해볼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여튼 그 무리에 끼게 된 히라 흑룡파워로 열심히 고딩생활하는데 다른 과목 공부하기 바빠서 새집 찾기(산) 더뎠으면 좋겠다,,
그리고 염원하던 키요이랑 말해볼 기회? 는 당근이고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사실은 찐찐찐 어른인) 히라를 편하게 생각한 키요이가 히라 임시거처에 놀러오거나 자고가는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키요이만 보면 지켜주고싶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서 한번 몰래 안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고 분위기 묘했겠지.. 고소하면 어떡하나 안절부절했는데 딱히 싫어하는 티 안내서 키요이 자고 갈때마다 끌어안고 자는 히라키요이...
여튼 점점 예쁜이와 싹트는 썸 때문에 난 흑룡이고 넌 인간이야...! 하고 갈등하는것도 보고싶다.

사실 흑룡은 억겁을 살지만 인간의 생은 유한하니까ㅠㅠ




앎그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