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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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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메가는 알파의 양기를 빨아 먹고 불운만을 가져온다. 한때는 오메가를 거느리는 것이 알파의 특권이었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끊이지 않던 전투에서 늘 승리만을 취하던 부족이 오메가를 전혀 거느리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진 뒤로, 오메가는 패전의 요인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가장 어둡고 좁은 곳 또는 아예 마을 밖으로 내쫓긴 오메가들의 인생은 더 이상 알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우연인지 뭔지 오메가를 모두 내쫓은 뒤로는 침략이 점차 줄어들었고 평화를 되찾게 됐다. 이로써 오메가의 처지는 불운의 상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2
나뭇잎이나 엮어 장식품을 만들어 파는 삶은 성에 차지 않았다. 아무리 오메가 처지가 바닥이 되었어도 이런 건 싫었다. 마을 중앙쪽으로 가면 커다란 과일 나무가 잔뜩 심겨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치다는 과일을 따다 오메가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걸로는 청을 담가 팔 생각으로 바구니를 챙겼다. 쫓겨난 지 오래라 가는 길이 가물가물했다. 조금 더 일찍 출발했어야 했던 걸까, 아직 과일 나무는 보이지도 않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도 사람들이 오가지 않다 보니 길에 잡초가 잔뜩 자라 있어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3
마치다를 두려움에 떨게 한 건 어둠만이 아니었다. 하필 억제제를 챙기지 못한 날 숲에서 발정이 나다니. 이대로 계속 페로몬을 흘려대다가는 알파에게 겁탈 당할 게 뻔했다. 오메가를 멀리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하룻밤 정사 정도는 누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겨우 나무에 기대 앉아 숨을 골랐다. 과일 나무는 보이지도 않고 지금 여기가 마을 중앙으로 가는 길인지 아니면 더 끝으로 가는 길인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다리 사이가 간질거리고 등 뒤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짐승이라도 좋으니, 누구든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아래를 게걸스럽게 빨아줬으면 싶었다.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하의 안으로 손을 넣어 구멍을 찾아 지분 거렸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손가락 두 개를 쑤셔 박았다. 원하는 곳에 닿기엔 한없이 짧은 길이여서 더 갈증만 났다. 길고 굵은 것이 필요했다. 뱃속을 짓이기고 더이상 뚫리지 않는 곳까지 닿아 쿡쿡 쑤셔줄 살덩이가. 쿨쩍쿨쩍 소리를 내며 손가락 두 개로 여린 속살을 헤집는 동안 나무 뒤로 검은 인영이 다가왔다.





4
이물감에 눈을 떴고 밑이 찢어질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커다란 사내의 가슴팍과 어깨였고 얼굴은 높아서 보이지 않았다. 등 밑에 깔린 나뭇가지와 돌뿌리 때문에 피냄새가 풍겼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아래를 파고 드는 알파의 좆이 너무 황홀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뛰어 넘어 자꾸만 교성이 튀어나왔다. 두 다리를 오므려 알파의 몸통을 조이면 그의 손이 허벅다리를 잡고 강제로 벌리게 했다. 몇 번이나 물을 뿜고 허공으로 허리를 쳐올려 바들거려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숲이 아니라 아늑한 방 안에 누워있었다.

"일어났군요. 가만히 있어요."

그는 손가락으로 마치다의 밑을 쑤시고 있었다. 바닥에 놓인 연고 뚜껑을 보니 아마도 약을 바르는 모양이었다. 알파의 좆이 너무 뜨거워 질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몸 속에 들어와 있는 굵은 손가락은 치료의 목적이 아니었다. 손가락 마디를 구부려 내벽을 긁듯 누르면서 움직였다.

"하윽... 흣... "

"이 마을 놈들에게 전부 벌릴 게 아니라면 소리를 참으세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고통스럽기보다는 행복해 보였다. 오메가들의 가장 큰 행복이 알파에게 쑤셔지는 것이니 신기한 광경도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기절하고 깨어나길 반복하다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렸을 땐 문 밖에서 알 수 없는 소란이 일고 있었다. 잠시 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이는 한나절 동안 몇 번이고 자신을 안았던 그 알파였다.

"숲에서 당신 옷이 전부 찢어졌으니 이거라도 입어요."

그러고 보니 알몸이었다. 더 이상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가 건넨 옷은 엉덩이를 겨우 덮는 상의 한 장 뿐이었다. 옷에서 페로몬 냄새가 나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적으로 배꼽 안쪽이 찌릿했다. 알파와 배를 맞춘 게 몇 년 만이었다. 페로몬 냄새에 정신을 잃고 잔뜩 흐트러져 다리를 벌린 것이, 발정난 채로 엉덩이를 흔들던 것이 모두 꿈 같았다.

"감사합니다... 과일을 조금 얻으려고 나왔는데 그만 길을 잃었어요. 조금만 쉬다가 금방 돌아갈게요."

"당분간은 여기 있어야 합니다. 지금 마을 사람들이 전부 칼을 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있거든요. 오메가 냄새가 난다나 뭐라나. 음기가 느껴진다고, 마을에 곧 나쁜 일이 생길 거라며 다들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자기를 두고 하는 말임에도 마치 아닌 것처럼 말을 돌려서 하는 게 더 소름 끼쳤다. 마치다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살려만 주세요..."

"살고 싶으면... 조용히 이 방 안에 있으십시오. 내 집 만큼은 아무도 뒤지지 못하니까."

10년 전 이 마을의 우두머리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어린 소년의 얼굴이 그와 겹쳐졌다. 스즈키 노부유키는 아직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일개 오메가는 우두머리 알파를 대면할 일이 거의 없으니 생김새를 잊고 있었다. 마치다의 고개가 방바닥에 거의 쳐박혔다.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 제발 돌려보내 주세요... 어차피 오메가 따위는 불운만 불러 올 뿐이잖아요... 제가 이곳에 있으면 마을에 안 좋은 일이..."

그의 손이 뺨 위로 부드럽게 닿았다.

"난 그런 거 안 믿어요."

"......"

"시키는 건 뭐든 한다고요? 그럼 부탁 하나만 하죠."

"네, 뭐, 뭐든... 뭐든지요."

"이 납작한 배에 내 새끼를 배는 게 어때요. 한 다섯 정도만 낳아요. 그럼 돌려보내 주겠습니다."

오메가가 재수 없어 멀리 하는 세상에 오메가의 피가 섞인 자식을 만들자니. 진심인지 장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천천히 입술을 벌리고 들어오는 손가락을 얌전히 핥으며, 마치다는 조금 전에 입은 상의를 들춰 작은 가슴을 보였다. 일단은 그의 마음에 들어 기분을 풀어주고 다시 설득해야겠다는 미련한 계획으로. 우두머리 알파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분홍색 유두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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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