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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7 00:39



노부는 도서관 사서인데 최근에 이쪽 도서관으로 배치됐을 거임. 마치다는 이 도서관에서 책을 가장 많이 대여하는 회원으로 유명하고. 시골이나 다름 없는 곳이라 최신식 기계 같은 건 없고 무조건 사서 통해서만 대여해야 하겠지. 근데 노부한테 일 가르쳐주던 원래 사서가 마치다 오니까 바로 튀어가서 응대하는 거임. 책 대여 정도는 노부도 당연히 처리할 줄 아는데. 근데 알고보니 마치다가 말을 못해서인 거. 귀는 들리는지 사서가 뭐라고 말을 하면 종이에 끄적끄적 써서 내미는 모습을 보고 알 수 있었겠지. 노부는 옆에서 잘 지켜보다가 다음부터는 자기가 응대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마치다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겠지. 자기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실제로 본 게 처음이라서.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며 눈인사하는 얼굴이 어찌나 맑던지. 노부는 마치다가 자기 보다 연상일거라고 상상도 못했음.

다음주 아니면 다다음주에나 볼 수 있으려나 했지만 마치다는 이틀만에 도서관을 다시 찾았음. 책이 재미 없으셨나봐요. 라고 물었다가 아차 싶었겠지. 그리고 종이에 다시 써서 물어 볼 거임. -책이 재미 없으셨나봐요. 일찍 반납하시네요?- 마치다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노부의 글씨 밑에 자기 글씨를 더했음. -다 읽었어요. 그리고 귀는 들리니까 사서님은 말로 하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노부는 자기가 실례를 한 것 같아 머쓱하게 웃었고 마치다는 노부가 싫지 않았겠지. 그렇게 필담으로 몇 마디 더 나눈 뒤 마치다는 소설책 한 권을 빌려서 집으로 돌아감.

노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회원 정보를 들여다 보겠지. 마치다가 처음 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건 4년 전, 바로 오늘까지 800권에 가까운 책을 대여했던 기록이 남은 걸 보며 적잖이 놀랐을듯. 노부는 마치다가 빌려간 책의 제목들을 천천히 살폈겠지. 그 사람이 읽는 책이 곧 그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 마치다상은 외로운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꼈고 회원 정보에 등록된 전화번호를,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 전화번호를 자기 휴대폰에 저장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