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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5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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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 케이타가 나가고 난 후 츠지무라가 놓아 준 약이 독했는지 노부는 의식을 잃는 것처럼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뜬 건 옆에서 부시럭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눈을 떠 보자 노부가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 뇌진탕이 완화됐다고 여겼는지 머리를 고정한 띠는 제거해서 고개를 돌릴 수도 있었다. 침대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어려 보이고 순한 인상의 남자가 큰 눈을 동글동글 뜨고 노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누구...십니까?"

어제 마치다 케이타한테 함부로 말을 놓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던 게 생각나서 조심스럽게 묻자, 귀여운 얼굴의 남자는 눈썹을 모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대답했다. 

"고토 타다오미예요."
"... 안녕하세요?"

고토라고 한 남자는 굉장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노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른손에 소환사용 장갑을 끼고 있는 걸 보면 어제 마치다 케이타가 '우리 쪽'이라고 한 게 어떤 집단을 가리키는지는 몰라도 그 '우리 쪽'에 속한 소환사인가. 아직 어려 보이는데. 

"불냥이가 너무 불안해하고 있어요. 피닉스가 날뛰고 있대요."
"... 불냥이?"
"플람마 카투스요."

노부는 고토를 빤히 바라봤다. 미성년자인 줄 알았는데. 플람마 카투스, 불고양이는 이름이 고양이라서 귀엽게 여겨지지만 사실 고양이는 아니었고, 사실 굉장히 강하고 사나운 녀석이라서 A급 이하의 소환사는 계약을 맺을 수도 없고 다룰 수도 없었다. 

"A급 소환사입니까?"
"네, A급 화염의 소환사 고토 타다오미! 입니다."

정말 미성년자 아니야? 노부는 미심쩍어하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노부는 의식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각인이 거의 깨져서 날뛰는 피닉스 때문에 내내 악몽에 시달렸었다. 화염의 소환수들의 왕인 피닉스가 날뛰고 있으니 다른 화염의 소환수들도 불안해하고 있겠지. 그러나 어제 츠지무라는 상처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상처가 어느 정도 낫기 전까지는 각인을 확인할 수도 없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푹 내쉬자, 고토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붕대가 감겨 있는 노부의 오른손 안쪽에 따뜻한 돌을 하나 쥐어주었다. 시선을 내려보자 역시 순도가 높아 보이는 선명한 붉은빛의 커다란 루비였다. 그러나 노부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들어와서 그 루비를 빼앗아서 다시 고토의 손 위로 올려놓았다. 

"이제 막 A급 된 녀석이 언제 성장하려고 네 루비를 넘겨? 제정신이야?"
"하지만..."

고토는 입술을 삐죽거렸지만 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마치다 케이타에게 대들 수 없었는지 눈을 내리깔며 루비를 꼭 쥐었다. 소환사들은 자신이 타고난 속성에 맞는 보석으로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그 힘을 다루는 법을 익히고 소환수와의 연결을 강하게 했다. A급 이하의 화염의 소환사들이 쓰는 보석은 루비였다. 미성년자로 의심될 정도로 아직 어려 보이는 이 남자는 자신의 루비를 다친 노부에게 넘겨주려 한 모양이었다. 마치다는 여전히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고토를 내려다보며 팔짱을 꼈다. 

"여기 왜 왔어? 오지 말라고 했잖아."
"불냥이가 불안해하고 있어서..."
"불냥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마치다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토라는 남자의 머리를 마구 흩트려놨다. 

"츠지무라가 잘 치료하고 있으니까 네 카투스도 좀 진정하라고 해."
"그치만 스즈키 상은 보석이 없으니까."

고토가 그걸 어떻게 아는지 몰라도 노부의 보석은 전 약혼자가 번개로 깨 버렸다. 눈 앞에서 반으로 쪼개지는 걸 직접 봤다. 반만 남은 채로도 힘을 얻는 데 쓸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그 방에서 뛰어내릴 때 가져오지 못했으니까... 아마 그가 버리거나 완전히 파괴했겠지. 노부가 전대 S급 화염의 소환술사에게 선물받았던 보석이자 스승인 그가 노부에게 남겨줬던 유산이었던 그 보석을 떠올리며 쓴 침을 삼키는 걸 흘긋 본 마치다는 고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금 내가 스즈키의 보석을 안 만들어준다고 시위하는 거야, 고토 타다오미?"

마치다가 앉아 있는 고토를 내려다보며 엄한 표정으로 묻자, 어깨를 움찔 떨었던 고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S급 화염의 소환사도 루비를 쓸 수 있고, S급 빙결의 소환사도 다이아몬드를 쓸 수 있지만 S급이 되면 소환사들이 기존에 사용하는 루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흑요석 등 기존의 보석들로는 힘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보석을 만들어냈다. S급 소환사들이 쓰는 보석은 S급 소환사만 만들 수 있어서 자기가 직접 만들거나 전대 S급 소환사들에게 선물받는 경우가 많았다. 노부도 전대 S급 화염의 소환사에게 선물받은 붉은 보석을 쓰고 있었고. 고토는 마치다에게 노부를 위한 붉은 보석을 만들어달라 청했다 거절당한 건가. 사실 마치다가 노부를 위해 S급 보석을 만들어줄 정도로 정성을 들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노부는 S급 보석을 전대 소환사에게 선물받아서 자신의 보석은 안 만들었지만 전 약혼자가 푸른 보석이 깨졌다고 해서 만들어준 적이 있었다. 손바닥 4분의 1만한 푸른 보석을 만들어주는 데 한 달이 걸렸다. 노부는 그 한 달 내내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만 빼고 모든 시간을 다 투자해서 푸른 보석을 만들어 주었었다. 마치다가 노부에게 그렇게까지 해 줄 이유는 없지. 

마치다가 포슬포슬해 보이는 고토의 머리를 슥슥 휘젓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고 노부는 처음 보는 남자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와서 고토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내가 잠시 눈 뗀 사이에 튀었어, 고토?"

목소리가 익숙하다 했더니 전날 노부가 누워 있을 때 마치다와 'A급 화염의 소환사'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그 남자였다. 마치다는 고토의 뒷덜미를 움켜쥔 남자의 손을 탁 가볍게 쳐서 손을 떼 내고 남자가 뒷덜미를 잡아채 흐트러진 고토의 옷차림을 바로 정리해 주었다. 

"여러 가지로 논의할 게 있으니까 넌 걱정하지 말고 카투스나 잘 달래줘. 일단 스즈키가 나아야 뭘 해도 할 수 있으니까 얌전히 기다려."
"네."

고토가 고개를 끄덕이자 좀 전에 들어왔던 남자는 고토의 어깨에 팔을 툭 걸치고 고토를 끌어당겼다. 

"가자, 사고뭉치 꼬맹이."
"꼬맹이 아니야."
"그래, 사고뭉치 안 꼬맹이. 가자."

남자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는 고토를 끌고 나간 뒤, 고토가 앉아 있던 자리를 대신 차지한 마치다는 그제야 노부와 눈을 마주쳐 왔다. 

"보석은 깨졌어? 아니면 뻇긴 거야?"
"깨졌습니다."

한때 노부와 마치다는 분명히 누구보다 편한 친구였는데, 고작 두 살 많은 동료에게 존대말을 해야 하나 싶긴 했지만 이 남자가 비가 내리던 골목에서 노부를 구해온 은인인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얌전하게 존대말로 대답하자 피식 웃은 마치다는 노부의 침대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괸 채 노부를 바라봤다. 

"몸에 없던데. 깨지고 뺏겼나?"
"네. 챙겨나올 여유가 없었습니다."
"만들어 본 적 있어?"
"네."
"네 거?"

노부가 입을 다물자 마치다는 피식 웃었다. 

"약혼자 걸 만들어 줬었나 봐?"

노부가 여전히 대답을 안 하자 마치다는 턱을 괴고 있던 손으로 머리를 한 번 쓸어올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그럼 보름 이상 걸린다는 걸 알겠네."
"네."
"제가..."
"넌 못 만들어. 알잖아. 각인이 완전한 상태가 아니면 보석을 못 만든다는 걸."
"..."
"몰랐어?"
"네."

마치다는 아무 말 없이 노부를 바라보고 있다가 노부가 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자, 혼자 또 피식 웃더니 일어나서 노부의 환자복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노부가 흠칫 놀라서 마치다의 손을 붙잡으려 하자, 마치다는 빙글빙글 웃으며 노부를 내려다봤다. 

"뭐합니까?"
"네 옷 벗기잖아."
"... 왜?"

마치다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더니 붕대가 칭칭 감겨 있어서 마치다의 손을 잡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막고만 있던 노부의 손을 털어냈다. 

"설마 내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사람을 덮칠까 봐?"
"..."
"너 밤새 앓으면서 잤기 때문에 온몸이 땀범벅이야. 몰랐어?"
"... 밤에 지켜보고 계셨습니까?"

노부는 밤새 피닉스가 발광하는 걸 느끼면서 시달려야 했고, 반쯤 깨진 각인도, 칼을 맞은 배도 여기저기 번개에 지져진 상처도 너무 괴로워서 정말로 밤새 앓았었다. 잠들었을 때는 날뛰는 피닉스 때문에 악몽에 시달렸고 정신이 반쯤 깨어 있을 때는 상처의 고통 때문에 괴로워해야 했다. 악몽과 통증에 시달리느라 계속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지만 그 와중에 밤새 옆에서 식은땀을 걱정스럽게 닦아주고 가슴을 토닥여주는 다정한 손길을 느끼긴 했었다. 그게 이 사람이었나. 노부가 깨어있을 때는 내내 차갑게 굴기만 하면서.

"어렵게 구해 온 사람이 죽어 버리면 안 되니까."
"..."
"자, 그러니까 얌전히 옷을 벗읍시다."

그리고 마치다는 노부가 말릴 틈도 없이 환자복을 휙휙 벗기더니 배에 감긴 붕대를 풀었다. 그리고 촘촘하게 꿰매놓은 실밥 주위에 맺힌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낸 다음 소독약을 슥슥 바르고 다시 깨끗한 붕대를 꽁꽁 감은 뒤에 땀에 젖어 있던 팔과 가슴, 등을 따뜻한 물수건으로 꼼꼼하게 닦아 주었다. 번개에 지져진 다른 상처들에도 소독약을 다 바르고 다리까지 꼼꼼하게 다 닦은 뒤에 환자복을 다시 입혔을 때는 거의 1시간이 지나 있었다. 마치다는 정말 집중한 얼굴로 노부의 모든 상처를 꼼꼼히 소독하고 온몸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그리고 노부는 내내 마치다의 그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노부와 친하게 지냈던 시간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낯선 사람 대하듯 쌀쌀맞게 굴면서 왜 이렇게 정성스럽게 돌봐주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가만히 누운 채 시중을 받던 노부야 그렇다치고 마치다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지만, 마치다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노부의 오른손에 감긴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노부는 그제야 마치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서 붕대가 풀리는 걸 바라봤다. 각인이 얼마나 심하게 훼손됐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때 직접 보기도 했고 피닉스가 계속 발광하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붕대가 풀리고 드러난 상처를 보자 저도 모르게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타다오미가 놀라서 달려올 만하네."
"..."
"화염의 소환수들이 전부 날뛰고 있겠어."

마치다는 담담하게 그렇게 말하면서 전격의 푸른 늑대가 다 찢어놓은 각인 위로 소독약을 묻힌 솜을 부드럽게 살살 눌렀다. 소독약이 닿을 때마다 끔찍한 통증 때문에 이가 갈렸지만 각인에 소독약이 닿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피닉스가 날뛰어서 더 괴로웠다. 그렇게 한참을 소독한 마치다는 다시 붕대를 꼼꼼하게 감고 나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제야 땀에 젖은 제 이마를 닦고는 노부를 바라봤다. 노부가 소독하는 동안 느꼈던 통증 때문에 힘이 빠져서 눈을 감으려고 하자 마치다가 노부의 뺨을 쿡 찔렀다. 

"뭡니까?"
"잠들지 말라고."
"... 네?"
"약은 링거로 들어가고 있고, 포도당도 넣고 있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그래야 빨리 낫지."
"..."
"곧 죽 가지고 올 거니까 잠들지 마."

이 손으로 죽을 먹을 수 있을 리가. 전격의 푸른 늑대가 손바닥 전체를 지져놨기 때문에 오른손 전체에 붕대가 감겨 있어서 손이 평소의 세 배쯤 될 정도였다. 숟가락을 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왼손 역시 번개에 지져져서 붕대가 감긴 건 마찬가지라 왼손으로도 숟가락질은 못하는데. 노부가 떨떠름한 얼굴로 마치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단정한 인상의 남자가 죽그릇인 듯 싶은 그릇 두 개를 받친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깨어 있었네요."
"응. 우리 아마미야가 죽을 끓여왔는데 버릇없이 자고 있으면 안 되니까 내가 못 자게 괴롭히고 있었지."

마치다가 쟁반을 받아들자 아마미야라고 불린 남자는 솜씨 좋게 노부의 환자 침상에 달려 있는 식탁을 끌어올려서 고정하고 침대 등받이를 일으켜 주더니 마치다를 보고 눈을 찡긋거렸다. 

"환자 괴롭히지 마세요."

마치다는 '흥!'하는 작은 소리를 내더니 들고 있던 쟁반을 식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숟가락을 들어서 죽을 뜨더니 조심스럽게 후후 하고 불었다. 노부가 멀거니 바라보고 있자 마치다는 몇 번 불어서 식힌 숟가락을 노부의 입가에 대 주었다. 

"직접 먹여주시려고요?"
"그 손으로 먹을 수 있어? 먹을 수 있으면 먹고."

양 손을 다 쓸 수 없는 건 사실이라서 노부가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자 마치다는 죽을 다 먹여줄 때까지는 시비를 걸지 않고 전부 다 먹여 주었다. 얌전히 받아먹은 노부가 다시 입을 연 건 마치다가 마시라고 강요한 국까지 다 비운 다음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 주십니까?"
"말했듯이 상황이 너무 수상하니까 나도 죽을 수 있잖아."
"..."
"난 죽기 싫어."

노부가 삶에 대한 의지나 애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무덤덤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마치다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 문 앞에 쟁반을 놓고 온 마치다가 다시 침대 옆 의자에 앉으며 툭 내뱉었다. 

"그리고 널 돌봐주는 건 목숨값이야."
"... 목숨값은 제가 갚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구해 준 건 그쪽인데."
"물론 내가 널 구한 목숨값은 네가 나중에 갚아야지. 그러니까 빨리 나아."
"...?"

노부가 그럼 무슨 목숨값을 말하는 건지 몰라서 마치다를 빤히 바라보자 마치다가 침대 옆에 있던 태블릿을 집어들며 무심히 대답했다. 

"네가 예전에 구했던 목숨에 대한 목숨값."
"... 내가 당신을 구한 적이 있습니까?"
"설마."

마치다가 너무 비웃어서 얼굴이 빨개진 노부가 헛기침을 하자, 마치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노부의 침대 상판을 다시 내려서 노부가 누울 수 있게 해 주며 노부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모르면 됐어. 알 거라고 생각도 안 했고. 네가 구한 목숨이 있고 내가 그 목숨값을 갚아야 된다는 것만 알면 돼."
"..."
"자라."
"..."
"빨리 나아야지, 얼른 자."

노부는 눈을 감으며 마치다 케이타와 꽤 자주 만났던 몇 년 전을 떠올렸다. 노부가 전격의 소환사와 사귀기 전, 아직 소환사 협회가 없던 시절에 노부는 마치다와 꽤 여러 번 마주쳤었다. 노부는 화염의 소환술사고 마치다는 빙결의 소환사라 전투시에 서로 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몬스터 토벌에 나간 적은 별로 없지만 몬스터 토벌전이 시작되면 S급 소환사들이 다 모여서 회의를 하기 때문에 자주 봤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도와줄게.]
[넌 정말 잘할 수 있을 거야.]
[좋은 사람이라고, 너.]

마치다가 했던 말들은 노부의 기억 속에 여전히 선명했다. 그때 마치다는 노부에게 누구보다 친절하고 다정했는데. 

마치다와 만나서 어울리기 시작한 몇 달 후에 소환사협회가 생기고 소환사협회가 모든 행정적인 일을 처리하면서 몬스터 토벌 건도 각 S급 소환사들에게 직접 연락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마치다와 마주칠 일이 없어지기는 했었다. 방어의 소환사들이나 치유의 소환사들은 다른 소환사들과 함께 나가는 일이 많고 전격의 소환사나 빙결의 소환사, 화염의 소환사나 전격의 소환사가 같이 나가는 일은 많아도 화염의 소환사와 빙결의 소환사가 페어로 나가는 경우는 좀처럼 없어서. 

둘 다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지만 노부의 전 약혼자는 질투가 많고 단속이 심한 타입이라서 노부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런 집착이 버거웠어도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겠거니 하고 견뎠는데... 

노부는 다시 떠오르는 전 약혼자의 생각을 털어버리고 태블릿으로 뭔가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지 태블릿에 집중하고 있는 마치다를 흘긋 바라봤다. 

몇 년이나 서로 연락이 없었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다정했던 사람이 몇 년 사이에 왜 저렇게 쌀쌀맞아진 거지. 




#소환사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