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63844999
view 2456
2023.09.13 22:40
이런거 좋아하면 안되는데 취향 참 병들엇다 그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00011562.jpg
0f160684a6de2a66f17305b607bde32a.jpg




나오토는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었음 좋겠다.  9to6인 직장인도 좋겠지만, 집에서 일하는 것도 좋을 거 같고. 아무튼 나오키는 유명인 이었음 좋겠어. 그게 연예인이 됐건 뭐가 됐건 간에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직종ㅇㅇ 그래서 연애하기도 힘들 거고. 본인도 젊어서는 황색언론에 엄청나게 시달렸던 터라 몸 사리는 것부터 배웠을 거고 그러다 보니 연애도 뜸해지고, 만남도 길어지진 않을 듯. 

그렇게 접점 없던 두 사람이 계기가 되어 만나는 일이 생기겠지. 나오토는 유명인과 첫 대면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로 놀랄 거고. 생각했던 것보단 외계인 같지 않아 두 번째로 놀라겠지.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라 별나라 사람 같을 줄 알았더니 보편적 범주 안에 드는 인간이었던거지. 

나오키도 주변에 비슷한 부류들만 상대하다 자기와는 동떨어진 일상을 사는 사람을 만난 거라 새로울 거고. 뭐 발단이 어떻게 되었건 간에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연애 비슷한 걸 시작하게 될 테지. 두 사람이 생각하는 '연애'라는 정의가 상당히 달라서 그렇지, 사전적인 의미로는 근사했으니까.  

몇 번이고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을 연 나오토였음. 사는 세계가 너무 다르니 다툼도 잦아질 수밖에. 차 안에 앉아서 한참이나 고민하던 나오토는 메시지 창을 열었다가 도로 닫고는 한숨을 내쉬었어. 전화를 할까? 짜증을 부리고 나온건 자기였지만 한 번쯤은 먼저 잘 도착했는지 물어봐 주면 좋겠어. 나오키의 전화번호를 누르고도 망설이느라 통화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겠지. 전화를 걸었다가 차가운 목소리가 돌아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한 거잖아. 사과하고 위로받고 싶어서 전화한 건데. 상대가 냉정하게 나오면 미안했던 마음은 오간 데 없어져 버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저도 인간인지라 서운한 감정이 먼저거든. 그래도 아침부터 발칵 화를 내고 나와 버린 건 잘못이니까. 통화버튼을 누른 손가락에 힘을 준 나오토가 중얼거렸음. 제발 상냥하게 받아줘.

>....네.

한참 만에 받은 전화 너머로 들리는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나오토는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잠시 망설였어. 목이 콱 막혀서 바로 미안하다고 할 수 없었거든. 제 전화인 줄 알면서도 냉랭한 나오키의 목소리에 한없이 어깨가 쳐져.

>미안해. 아침부터 그렇게 화내면 안 되는 거였어. 기분 상했지? 
>그러면 안되는 줄 아는 사람이 왜 매번 그래요?

그렇게 나온다면 나오토 역시 반문할 거리는 있었음. 하지만 아침나절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나오키를 잘 알면서 화를 내면 안 됐던 거니까. 나오토는 서러움을 꿀꺽 삼키고 다시 한번.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전화..
>미안하다고 전화하면, 그럼 상황이 해결돼요? 사람마다 감정 추스르는 데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고 몇 번이고 말했잖아요. 나오토상은 지금 당장 불편한 기분에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잖아. 근데 난 그게 안 된다고. 시간이 필요해요. 미안하다고 하면 아- 그래요. 나도 미안했어요, 하고 받아줘야 하는 거야?
>...그런 말이 아니라.
>늘 이런 식이잖아요. 나오토상은 당장 나랑 다툰 걸 수습하고 싶어서 사과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아니에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나오키...

깊은 한숨 소리에 움찔 나오토의 어깨가 떨렸음.
 
>나도 감정 정리할 시간을 좀 줘요. 추스르면 연락할 테니까 전화하지 마.
>나오키!
>끊을게요.

나오토는 입술을 꾹 깨물었음.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데? 이렇게 서로 감정이 엇갈린 채로 연락이 닿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을 나오키는 모르는 것 같아 속이 타겠지.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라 싸움도 잦았는데. 감정을 다루는 법도 너무 달라서. 

나오토 같은 경우는 그랬어. 서로 미워서 싸우는 게 아니니까. 의견이 맞지 않은 것뿐이고. 그러니까 서로 마음이 상하기 전에 빠르게 사과하고 회복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지. 다툰 후에 그 공백을 못 견디겠는 거. 

하지만 나오키는 바로 사과하고 수습하는 타입은 아닌 거지. 한발 물러나서 뒤돌아보고 잘못된 부분과 고쳐야 할 부분을 판단한 후에. 그리고 서로 격앙된 감정이 가라앉은 뒤 조용하게 이야기 나누는 게 좋은 거. 그건 공인이라 더 그랬는지도 몰라. 그 누구와도 분란이 커지면 공론화되는 건 시간문제니까. 싸움이 되기 전에 한발짝 먼저 물러나는 게 버릇이 되어버려서.

그래도 나오키는 나오토의 방식을 여전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었어. 

나오토 쪽이 잘못한 일도 있을 테지만, 태반은 주로 나오키 쪽이 잘못한 경우가 많아서. 갑자기 바뀌는 일정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하다 보니 어깨를 가까이 하고 걸을 일도, 손을 잡을 일도 드물었지. 

언제였더라. 사랑을 나눈 뒤에 나오토는 침대에서 농담이 반쯤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 했어. 나 꼭 정부 같아-하고 말야. 그때마다 미간을 모으며 그런 소리가 어디 있어요, 할라치면 미안, 농담이야-눈을 반달같이 접으며 웃었거든.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게 아니었지. 순전히 자기에게 맞추느라, 연인이면서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것도. 좋아하는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양보하는 나오토를 아니까. 

그러니까 요는 나오키 쪽의 잘못이 확실할 때에도 나오토는 먼저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며 거릴 좁혀왔어. 화났어? 미안, 허리를 끌어안고 올려다보며 이야길하지. 자기 잘못도 아니면서. 시간이 필요한 것뿐인데 늘 숙이고 들어오는 나오토의 심리를 모르겠는거. 

-나오토상!

대기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목소리에 나오토가 깜짝 놀라 고갤 들었어. 나오키? 나오키가 여길 왜, 아니 어떻게 알고 왔지? 나오키랑 전화를 끊고 정신을 놓고 운전한 모양이야. 가벼운 접촉사고. 수습하느라 보험사에 연락하고, 설계사를 소개해주었던 친구랑 통화한 것 뿐인데? 그 친구가 나오키한테 전화한걸까. 왜? 아직도 얼얼한 이마에 얼음팩을 대고 있느라 엉거주춤. 성큼성큼 자기에게 걸어오는 나오키의 뒤로 웅성거림이 커졌고,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지.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얼마나 다친 거예요? 
-잠깐, 잠깐만.
-연락도 않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당신 다친 일을 남의 입을 통해 듣게 해요?
-아니. 그게...
-별일 없어도 뽀르르 전화하는 사람이 왜 이럴 땐 또 가만히 있고.

상처 부위를 살피며 격양된 목소리를 내는 나오키 앞에 쪼그라드는 건 나오토였지. 미안-버릇처럼 중얼거리자 잔뜩 화가 난 얼굴이 더 굳어져. 그치만...

-전화, 하지 말라고 해서.
-...허. 그걸 곧이곧대로 들었다고?

자꾸만 목소리가 높아지는 나오키에 나오토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오키의 옷깃을 붙들어 당겼어.

-왜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잠깐만..

나오토는 그에게 더 이목이 쏠리기 전에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 손을 붙드는 편이 더 빨랐겠지만, 그랬다가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어떡해. 옷깃을 붙들고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계단 아래로 몸을 피하고서야 붙들었던 손을 놓았지. 

-꿰맸어요? 도대체 왜?
-...한눈팔았나 봐. 별거 아니야 몇 바늘..
-별거 아니긴. 이마에 멍이 새파래요. 도대체 왜 전화 안 했어요? 정말 내가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다고? 아침에 있었던 문제로 싸움이 커질까 봐 전화하지 말란 거지. 다쳐서 병원에 있다는데 연락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내가 친구 전화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미안..근데...
-근데, 뭐요. 변명할 말은 있고? 나한테 화나서 연락 안 한 것밖에 더 돼요?
-그런 거 아냐!
-그런 게 아니면. 나오토상은 싸우고 나간 사람이 다쳤다고 연락 오면. 그것도 다른 사람 통해 들으면 기분이 어떨 거 같은데. 내가 그랬다고 생각해봐요.

나오키와 다투고 나서 연락도 되지 않던 사람이 다쳤다며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해서 나오토 자기 사고 생각도 못하고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겠지. 툭툭 뺨으로 떨어지는 눈물 때문인지 나오키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들었어. 왜 또 울고 그래요. 조심스레 쓸어주는 커다랗고 따뜻한 손. 싸운 일로 화가 나서 전화하지 않은 게 아니야. 전화하지 말래서도 아니고. 그냥..그냥.

-왜 전화 안 했는지 말 안 해줄 거예요?
-...여기 병원이고.
-다쳤으니까 당연하죠.
-사람들 많으니까....나오키 그거 싫어하잖아. 괜히 왔다가 구설수라도 오르면 어떻게 해. 그래서...그래서 안한거지. 화나서 그런거 아니야. 정말이야. 

순간 머리를 한대 쾅 얻어맞은 기분이 드는 나오키일 거야. 나오토와 사귀면서도 그랬지. 말이 나면 골치 아픈 직업이니까,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합시다. 그랬었어. 그래서 많은 걸 양보한 나오토였던 걸 알아. 근데 뭐? 다친 사람이 본인 생각은 않고, 괜히 말이 나면 자기가 귀찮아질까 봐 부르지 않았다는 소리에 가슴이 콱 조여왔지. 그동안 난 무슨 짓을 한걸까, 이 사람한테? 코를 훌쩍이며 정말이야, 집에 가서 연락하려고 했어-눈물을 닦는 나오토를 확 끌어안는 나오키였음. 

-뭐..갑자기 왜..피, 피 묻어!
-나오토상.
-사람들 보면 어쩌려고! 놔, 나오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 무서웠죠?

나오키에게 안겨 버둥거리던 나오토가 그제야 뚝, 행동을 멈추더니 흑-울음을 삼켜. 나오키 그 울음소리에 더욱 꽉 나오토의 작은 몸을 끌어안았지. 훌쩍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싶더니 곧 엉엉 우는 나오토를 달래느라 애를 먹는 나오키였을 거임. 등도 토닥이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만져주며 커다란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 안았지. 가십 그깟 게 뭐라고 이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했나 싶어서 마음 아픈 나오키였지.

-흐...나, 무서웠어.
-응, 미안해요. 혼자서 수습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어요.
-아니 이런 거야 얼마든지 해. 혼자 할 수 있어. 근데 나...흐으. 나오키랑 싸우고 나면 흑, 연락 안 되는 동안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 유치한거 아는데...그래서 자꾸 싸우고 사과하고...그러는거 미안해.

가슴팍에 안겨서 눈물 그득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하는데 나오키 그제야 나오토가 왜 그랬는지 아는 거지. 왜 그렇게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사과하며 안겨 오는지. 불안했구나. 그런 것도 모르고 감정 상하지 말자고 밀어내기만 했으니 얼마나 초조했을까. 그리고 이제라도 이야기해줘서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겠지. 그리고 몰라줘서 너무 미안한 마음도 잔뜩.

-불안했구나, 나오토상.
-...응.
-미안해요. 내가 너무 몰라서 불안하게 했네.

나오토는 으응, 고갤 흔들며 나오키의 품으로 파고들었어. 이거면 충분해. 그렇게 한참이나 나오키의 옷을 눈물로 흠뻑 적신 후였지.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은 나오토의 손을 붙드는데 고갤 흔들더니 조금만-그러는거.

-왜요? 어디 불편해?
-아니. 너무..진 빠져서 그런가 봐. 조금만 앉았다 가자.
-업혀요.
-...뭐?
-계단 밑에서 너무 오래 있었어, 우리. 얼른 집에 가서 쉽시다.

나오토 눈이며 코끝 빨개져가지고 쪼그려 앉아서 웃을 거야. 이 남자가 왜 이러나 싶어서. 그러면서도 싫진 않겠지.

-그러니까 좀 앉았다가 가면 된대도.
-내가 안되겠어서 그래요. 자주 오는 기회 아닌데?

평소 같았으면 아니라고 몇 번이고 거절했을 텐데 정말이지 오늘은 너무 고단해서. 나오토 못이기는 척 뒤돌아 앉은 나오키한테 업힐 거야. 그리고 고개를 폭 수그려 얼굴을 숨기겠지. 나오키 역시 얼른 돌아가서 쉬게 해야겠단 마음 뿐이었을 거야. 그렇게 걱정했던 언론이며, 기타 것들은 생각도 안날 만큼. 그리고 나오토 불안해하는 마음 알았으니까 자기가 바꾸도록 노력할테고. 싸우는 일이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으니 여전할테지만 금방 풀고 먼저 안아주고 무서워하지 않게 해주며 만날 거 같다.  




나오키나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