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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3 19:33
키요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 와서 잠깐 고민하다가 받았는데.

키요이 소 핸드폰 맞나요?

교양 넘치고 우아한 중년 여성 목소리에 이상한 팬은 아닐 거라고 생각함.

히라 카즈나리 엄마에요.

순간 키요이 핸드폰 떨굴 뻔했음.

네?


며칠 뒤 룸 형식에 일본 전통 찻집에서 키요이는 히라 어머니와 만남. 히라 어머니는 약속 시간 보다 이르게 와있던 키요이를 본 순간 눈을 빠르게 깜빡거리셨음. 이렇게 예쁜 애가 있구나 하고. 물론 자기 아들인 히라도 잘생겼지만. 자리에 앉아서도 히라 어머니는 키요이를 멍하니 보심. 그리고 아까부터 드는 불안감이 맞는다는 생각을 하심. 이 아이가 정말 히라랑 사귀는 걸까 하고.

히라 엄마에요.

히라 어머니는 멍하니 키요이를 보다가 말씀 하심.

키요이 소에요.

키요이는 오늘 한껏 꾸몄음. 상견례 프리패스 복장이지만 아름다움이 드러났음. 히라에게는 어머님 만난다고 말하지 않았음. 어머님이 부탁하기도 했고.

점원이 와서 차부터 시킴. 키요이는 히라 어머니가 추천하는 차를 같이 마시기로함. 차가 나왔을 때도 또 자기도 모르게 키요이를 멍하니 보시던 히라 어머니가 다시 먼저 입을 여심.

핸드폰 번호 물어보지 않고 안 거 미안해요.
아니에요.

키요이는 정말 괜찮아서 아니라고 빠르게 답했음.

고마워요. 키요이군 카즈랑 연인 사이가 맞나요?
네.

키요이는 수더분 하고 차분하지만 강하게 답했음. 사실 오늘 각오를 많이 했음. 이렇게 히라 모르게 부르신다는 건 좋은 일은 아닐 테니까.

카즈와 결혼할 생각인가요?
에?

키요이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깜짝 놀람. 마음만은 이미 그렇지만 속으로 결혼식이요?! 함. 잠깐 자기도 모르게 행복한 상상함.

아닌가 보군요...

어딘가 살짝 아쉬워 하는 목소리로 히라 어머니는 테이블 위로 하몽처럼 두꺼운 돈 봉투를 올려 놓으심.

키요이는 히라가 도련님인 줄은 알았지만 엄청나게 두꺼운 돈 봉투에 말이 없어짐. 하지만 히라 어머니는 돈 봉투를 들고 오셨지만 너무 우아하고 평소에도 굉장히 다정하실 느낌이셨음. 키요이는 돈 봉투에 얼마가 들어 있을지 궁금했음.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사실 집에서 아직까지 남자 며느리를 드린 적이 없어서요.
아니에요.
카즈랑 헤어져 줄 수 있어요? 이건 이런 말을 그냥 하는 게 너무 미안해서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니까 성의라고 생각해줘요. 키요이군을 아프게 하는 일이니까. 히라랑 헤어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주세요. 미안합니다.

키요이는 자신의 손을 잡아 살짝 돈 봉투를 올려주는 미안함이 가득한 히라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히라와 닮은 곳을 찾았음.

용돈 받았다고 생각해줘요.

키요이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히라 어머니는 히라가 집에 온 날 우연히 보았던 히라의 핸드폰을 보며 설마 했다가 알아 보시고 고민 끝에 키요이에게 연락하심.

키요이는 남은 차를 마시고 예의를 다해 히라 어머니를 배웅하고 매니저님이 기다리고 있는 차에 탔음. 매니저님이 돈 봉투 보고 깜짝 놀라서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데.

후.

키요이는 돈 봉투를 불어봤음. 그 쿨한 모습에 매니저님 위로할 말을 떠올리다가 아 역시 키요이군 진짜 쿨하구나 생각함.

키요이는 엄청난 액수에 몇번 눈을 깜빡임. 사실 좀 쿵함. 앞으로 3배 정도 열심히 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였음. 키요이 어머님 배포에 감탄함. 고민하는 정도로 이렇게 주시다니 하고.

히라.

키요이는 돈 봉투를 가방에 고이 넣어 집에 옴. 자기를 기다리다 잠든 히라를 보며 몰래 입맞추고 웃음. 찬찬히 히라와 어머님의 닮은 구석을 찾던 키요이는 긴 히라의 속눈썹을 보다가 그저 히라를 이 세상에 있게 해준 히라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생각함.

으음. 키요이.

히라는 잘 때도 키모하지만 사실 잘 때 꽤 귀여워서 키요이는 히라의 앞머리를 톡톡 쓰다듬음. 부모님의 세계에 있던 네가 내 품으로 왔어. 우리의 세계로.

히라.

키요이는 히라와 맛난 것도 사먹고 평소처럼 쇼핑하고 더 즐겁게 지냄.


카즈?

히라 어머니는 히라가 바빠서 연락이 안 되자 히라가 실연 당해서 상처 받은 줄 알고 웬만해서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 히라 집에 오심.

엄마?

히라는 에비코로 만들어 나오다가 엄마 보고 깜짝 놀람. 키요이랑 같이 사는 건 아시지만 그래도 갑자기 오셨으니.

히라.

키요이는 막 집에 온 참이라 옷 갈아 입고 나오는 중이었음. 오늘은 히라와 저녁 먹으려고 빨리 와서 머리를 쫙 핀 상태였음.

어머.

히라 어머니는 곱슬 홍합 머리에 키요이만 보셨다가 머리 핀 모습은 처음이라 어머 하고 놀라심. 무슨 머리를 해도 예쁘다며 그리고 히라와 키요이가 커플 잠옷을 입고 있는 걸 보심. 히라 어머니 눈에는 색깔만 다르지 같은 후드티와 잠옷 바지가 커플 잠옷으로 보이심.

엄, 엄마?
카즈. 연락 없이 와서 미안해.

히라 어머니는 이제야 히라가 키요이가 헤어지지 않았다는 걸 아심. 히라 어머니의 말은 히라와 헤어져 달라는 얘기를 그렇게 하신 거였음. 하지만 히라와 키요이가 커플 잠옷을 입고 있기에 너무 그런 둘의 모습이 잘 어울려서 그냥 이제 감동 받으심. 그럼에도 헤어지지 않았구나 하고. 사실 키요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예쁘고 예의 바른 아이라 좋으셨음.

카즈.
으응.

히라는 잔뜩 긴장했음. 어머니에게 죄송하지만 나중에 오시면 안 되냐고 하려는데 키요이가 같이 저녁 드시자고 했음. 물론 히라 어머니는 차 한잔만 하겠다고 하심.

카즈, 키요이군이 네 연인이니?

사실 히라 어머니는 한편으로는 여전히 키요이가 히라 연인인 걸 믿기 힘드셨음. 히라 옆에 이렇게 반짝거리는 아이라니 확인해 보셔야 했음.

에? 으아아아아아?!

히라 깜짝 놀라서 튀어 오르는 거 키요이가 손 꼭 잡아줌.

네.

히라 키요이가 잡은 손 힘 주어 잡더니 키요이 응원 덕에 똑부러지게 네라고 답하고는 키요이가 얼마나 좋은 연인인지 줄줄 읊기 시작함.

히라.
그래? 응. 응. 어머.

이럴 때 히라는 키요이가 말려도 소용 없지만 키요이 어머님 반응 때문에 히라 더 못 말림. 눈이 총총 빛나는 히라를 보며 히라 어머니께서 너무 행복해 하셔서 그저 키요이 얼굴 홍당무 될 때까지 자기 칭찬 들음.

히라가 정신 돌아와서 말이라도 연인 생긴 거 말씀 드리려 했는데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 하려는데.

두 사람 너무 예뻐. 키요이군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카즈, 키요이 엄마가 힘 써볼게.

그 말에 아 하던 키요이가 방에 가서 열어 보기만한 하몽 같은 돈 봉투 들고 나옴. 히라 어머니는 이걸 왜 안 썼냐며 다 쓰라며 눈물 짓고 전의를 불태우며 가심. 히라 그 모습에 어리둥절함. 자기랑 키요이 꼭 안아주고 가는 엄마의 모습에 안심하고 행복했기는 한데 돈 봉투나 사과에 대해 물어보려고 하니 키요이가 소매를 잡는 바람에 못 물어봐서 히라 다급하게 어머니 가시자마자 키요이한테 물음.

키요이, 그건 뭐야? 아니 엄, 엄마가 키요이한테 왜 미안하다고 하셔?

키요이는 그저 이제 히리랑 결혼식 올리겠구나 생각하고 웃기 바쁜데.

키, 키요이, 미, 미안해! 나를 죽여...

얘기 듣고 전후사정 알게 된 히라가 바로 도게자함. 돈 봉투가 너무 고급지고 비싼 장식이 되어 있어서 히라는 그게 돈 봉투일 줄은 꿈에도 몰랐음.

죽기는 뭘 죽어? 그럼 결혼은 나 혼자해?
키, 키요이 결, 결혼해?
하?

키요이 진짜 또 신의 수정이니 뭐니 하는 표정 된 히라 보며 어이 없어 하다가 그저 피식 웃음.

아, 아니야?
내 연인은 너 잖아!
그, 그럼 키요이 결혼식 옆에는...내, 내가...
히라?

히라 생각만 해도 벅차서 열 오르며 쓰러짐. 순백에 턱시도를 입은 키요이라니. 흰 왕국에 킹이라니.

히라 어머니 집으로 돌아가셔서 설득 금방된 남편 두고 고지식한 가문 어른들 설득함. 키요이 일사천리로 인사 드리러 가는데 누가 히라 일족 아니랄까 봐 히라 집에서 키요이한테 완전 반해서 환영식 하고 바로 결혼 날짜 잡음. 키요이네 집에서도 훤칠하게 잘 꾸민데다 키요이 바보인 히라 보고 환영하심. 키요이 정식으로 결혼하고 히라 집 보물 됌.

키요이는 정말 그 돈 봉투가 히라랑 헤어지는 거 고민하는 이유로 주신 건 줄 알아서 아예 기억도 못하고 그냥 어머님 쿨하시다고만 생각함. 키요이 집안 어른들한테 지금은 그 돈 봉투 보다 더 뚱뚱해진 돈 봉투 받고 봉투에 수놓아진 벚꽃 후하고 불어 보는 게 취미 중 하나가 됐음. 나중에 아이 가졌을 때는 매일 엄청 큰 돈 봉투에 벚꽃 불음.






앎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