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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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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군, 좋은 아침”

작은 체구에 단발머리, 동그란 눈에 상냥한 말투 나만의 아이돌이자 내 첫사랑이었던 하시모토씨.
응-, 좋은 아침이야 하시모토씨 웃으며 대꾸하자 눈으로 인사를 해주고는 곧 뒤에 있던 앗군에게 긴장하며 말을 건다.

“그, 아이다군도… 좋은아침!”

“오, 좋은 아침”

내 첫사랑도 나와 같이 절찬 짝사랑 중이다. 유독 자기 자신 일에만 둔한 아이다는 남의 속도 모르고 태평하게 대꾸할 뿐이다.
그런 성격 탓에 본의 아니게 내 짝사랑 시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평범하게 나는 친절하고 상냥한 하시모토씨에게 약간 반해있었다. 평범하게 귀엽고 상냥한 여자아이.
가장 그녀를 많이 보고 있었으니까,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눈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

그날은 두 명의 실연을 예상이라도 한 듯, 비가 쏟아지듯 내리는 날이었다. 이런 날은 괜히 우울한 기분마저 드는 그런 우중충한 날.
빨리 집에라도 가고싶어서 갈 준비를 하면, 어쩐 일인지 앗군이 말을 걸어왔다.

“아오키, 같이 체육관 안 갈래? 배구부 연습 구경하러!”

“갑자기 무슨 배구부? 너 배구부 들어가게?”

의아한 듯 묻자 앗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니, 여자친구가 여자 배구부 주장이거든”

움찔, 바로 옆자라의 하시모토씨의 동요가 느껴졌다. 그리고는 여자애들이 다가와 하시모토씨의 어깨를 두드린다.
애써 웃고는 금방 자리에서 일어난다. 애달픈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가면, 앗군이 있었다.

“아-오-키, 갈거야 말거야? 뭐어 너한테도 소개해줄 수도 있는데?”

여자친구라니, 이 자식- 이라기보다 그저 멘붕. 에, 설마? 앗군이라니 그 누구도 아닌 앗군?! 대체 왜?
멍하니 쳐다보니 이제는 그냥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나를 질질 끌고 체육관으로 데려간다.

“저기, 단발에 키 큰 미인. 저 애야”

아-오-키, 듣고 있어? 어떠냐 이 형님, 뭐어 놀라서 말도 안 나오나 봐? 옆에서 아이다가 반응 좀 하라고 닦달을 해도
그냥 고백도 못해보고 실연당한 나는 멍하니 앗군이 이끄는 대로 끌려갈 뿐이었다.

“앗!”

그러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배구공을 보지 못하고 발목을 접질려버렸다.
물론 엄청난 소리와 함께 넘어지기도 하고.

“우와, 미안. 아오키 괜찮아?”

너 말이야 아까부터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거야, 나참. 투덜거리는 아이다가 너무 얄미워서 발목을 부여잡고 소심하게 째려봤다
정신 빼놓은 나도 나지만, 끌고 다닌건 너거든. 단단한 배구공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밟고 넘어진 거라 금방 발목은 부어오르고 있었다.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아, 새로 부임한 이다 선생님. 그러고 보니 배구부 부고문이었나. 주위 여자들이 꺄-하며 비명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꽤 인기 있지. 어쩐지 유난히 사람이 많더라니. 인기절정의 꽃미남 교사와 더불어서 내가 꽤 화려하게 넘어지는 바람에 체육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쳐다보고 있다.
아씨, 창피해.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 일어나 보려 하면 생각보다 꽤 심한 통증에 바로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넓은 등.

“업혀”

“네? 아뇨, 아뇨, 아뇨! 괜찮아요!”

“…일어설 수 없는 거 아냐? 얼른 업혀. 일단은 내가 여기 책임자고.”

“그런 거라면, 앗군이…”

아무래도 별로 안 친한 선생님 등에 업히느니 차라리 앗군이 낫겠지. 사양하며 앗군이 있을 옆을 보니 아무도 없었다. 엥? 이 자식 어디 갔어. 그새!
어느샌가 저 멀리 여자친구 옆에 딱 붙어 서서는 팔로 엑스자 표시를 하며 고개를 젓는 앗군을 발견했다.
아이, 나쁜놈아아- 내가 이 일은 절대로 안 잊을 거야 절교야 절교!

“…그럼, 부탁드립니다”

헤에- 부러워. 나도 이다쌤한테 업히고 싶어-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살면서 이렇게 창피한 적은 없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나는 매번 왜 이러지. 갑자기 서러워져 눈물이 고인다. 아, 여기서 울면 진짜 최악이야.
나도 모르게 선생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많이 아프지? 조금만 참아”

선생님은 내가 아파서 그런다고 생각한 건지, 꽤나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울 것 같을 때 위로해 주면 더 울고 싶다고 하던가. 위로는 아니지만 다정한 그 목소리에 코끝이 찡해져 아무 말 없이 목에 두른 팔을 더 꼭 끌어안을 뿐이었다.
보건실에 도착하니, 부재중 팻말이 걸려 있었다. 다행히 문이 잠겨있진 않아서 이다 선생님은 나를 침대 한편에 내려주고는 익숙한 듯 파스와 붕대를 찾아왔다.

“잠깐, 만질게. 아프면 말해”

음, 다행히 어디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건 아닌 거 같네라고 말하며 발목에 붕대를 감아준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의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단 조금 더 하시모토씨를 꽤 좋아했던 것 같다. 조심조심 다뤄주는 다정한 손길에
순간 눈물이 뚝뚝 떨어졌으니까. 내 눈물에 이다 선생님은 놀란 듯 눈이 살짝 커졌다가 이내 다시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급하게 눈물을 닦으니 툭, 머리 위 무언가 얹어지고 시야가 어두워진다.

“울고 싶으면, 그냥 울면 돼”

그 말에 참았던 모든 게 터지듯, 소리 내 울었다. 어느 정도 눈물이 잦아들고 고개를 들면 보이는 손수건.

“아오키. 지금 얼굴 엄청난데?”

짖궂게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 사람 이렇게도 웃는 사람이었나. 아니, 그보다 내 이름 어떻게 알지?

“어? 내 이름…”

“그야, 부담임이고. 아오키는 귀여우니까”

남, 남자한테 귀엽다뇨! 별로 안 기쁘거든요! 화악, 얼굴이 빨개진다. 뭐지, 왜 두근거리는데. 얼굴인가?
역시 저 얼굴 때문인가. 꽃미남은 위험하네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비는 어느새 그쳐서 노을빛이 나를 올려다보는 이다 선생님 얼굴을 비춰서.
안그래도 빛나는 얼굴이 왜 더 빛나서 그래서 그런가. 이 미친 심장은 왜 자꾸 뛰는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하시모토씨일텐데, 분명 그랬을 텐데.
그러니까 왜 다정해서, 왜 저런 표정으로 날 봐서.

-

“….아오키, 이해했어?”

“네??? 뭐를요?”

너 말이야, 지금 보충수업도 제대로 집중 안 하면 어쩌 잔거야, 응?
짜증 낼 법도한데 그저 귀엽다는 듯이 내 볼을 쭈욱 잡아 늘어트리는 이 사람.
그마저도 아주 최소한으로 살살 잡고는 놓는 가늘고 긴 손가락.

아 역시 좋아해.








이다아오키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