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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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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와 결혼한 뒤로 기상 시간이 빨라졌다. 뭐 토끼 같은 오메가 5분이라도 더 보려는 건 아니고,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이 집 오메가는 알파가 기상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요리하는 재주까지 있어 8첩반상을 차려놓고. 물론 된장국은 가스렌지 위에 대기.

"일어나셨어요? 씻고 나오세요 주인님."
"그... 무릎 꿇고 있는 거 하지 말라니까요..."

서른두 살에 결혼을 했으니 오메가치고 아주 늦은 케이스이긴 했다. 알파들이야 여러 오메가와 결혼할 수 있고, 나이가 몇이든 이제 막 발현한 어린 오메가들까지 데리고 살 수 있기에 상황이 다르지만 오메가는 20대 중반까지 제 짝을 찾지 못하면 살아갈 길이 없다. 그런 자신을 선택해준 알파가 고마워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옛날 오메가라 그러는 건지 몰라도 필요 이상으로 순종적이었다. 

"케찹 뿌려야겠다."

계란말이에 케찹을 뿌리려고 엉덩이를 떼니 오메가가 벌떡 일어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춘 알파는 아직 머리가 부스스했다.

"케찹 먹지 마세요."
"왜요...?"
"음식에 케찹 뿌려서 먹으면 미각이 점점 둔해져요."
"그런 게 어딨어요..."
"있어요. 앉으세요."

순종적이지만 고집이 엄청 세고 고리타분한 면이 있어 무서웠다. 밥풀 한 톨 남기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된장국에 들어있는 유부 한 조각조차 절대. 사춘기 때보다 식탁에서 잔소리를 많이 듣게 되니 피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나 갈게요. 저녁에 봐요."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주인님."

현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알파의 발에 구두를 신기는 손이 무척 고왔다. 시간에 쫓겨 발을 무작정 욱여넣으면 그 고운 손에 발등을 맞게 되지만, 대체로 친절했다. 

점심 시간엔 다른 알파들과 달리 도시락을 먹었다. 오메가가 도시락을 싸주는 건 부장급의 윗 세대들 뿐이었으므로 동년배 알파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도시락 양이 너무 많았고, 일에 쫓기다 보면 몇 숟갈 떠 먹고 덮어야할 때가 태반이라 반도 못 먹는 상황이 생겼다. 차라리 밖에 나가 사 먹으면 더 빠르고 쉬운데. 언젠가 반쯤 남은 도시락통을 그대로 가져갔다가 난리가 났다.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왜 남기신 거냐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다음날은 어마어마한 잔치 음식을 싸줬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남겼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너무 바빠서 도시락을 느긋하게 먹을 수가 없다고 말한 뒤에야 메뉴가 조금 간단해졌지만 어쨌든 하루도 빠짐 없이 싸주는 도시락은 부담스러웠다.

"스즈키, 오늘 퇴근하고 한잔 하자."
"아... 안 돼."
"오메가 때문에 그래? 걔도 나오라고 해."
"글쎄... 케이가 거절할 것 같은데."

일단 말이라도 해보겠다며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저녁 식사 다 차렸는데요? 15분 뒤 도착 예정이시라 가스렌지 앞에 서 있는데. 아직 출발 안 하신 건 아니죠?"

밖에서 같이 놀려면 최소 이틀 전엔 말해야 식단을 짜고 장을 보는 일에 지장이 없었다. 그런 사람인 걸 알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즉흥적인 구석이 있지 않을까 싶어 물어 봤다. 역시 괜히 물어 봤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운전대를 잡았다.

현관문 비밀 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니 오메가가 알몸에 앞치마를 두르고 서 있었다. 저녁엔 항상 이런 차림이었다. 두 달 동안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아직은 낯설었다. 옛날 오메가라 고리타분한 게 어떨 땐 장점이었다. 성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헌신적이었고 열려 있었다. 요즘 오메가들은 입만 살았고 정작 할 줄 아는 것도, 쉽게 오케이하는 법도 없었다. 결혼 전엔 그런 오메가들과 심심찮게 놀았었지만 결혼은 옛날 오메가와 한 이유가 그런 부분 때문이기도 했다. 순종적이고 내조를 잘 한다는 말에 홀린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집이 오메가의 룰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 순종적이긴 했다. 내조도 잘 했다. 그런데 오메가의 말을 잘 들어야 했다. 알몸에 앞치마를 두른 주제에 만지지는 못하게 했다.

"저도 항상 스무 살 정도 많은 알파들과 만나 오다가 주인님 같은 연하랑 살게 되니까 이것저것 적응해야할 게 많아요. 이런 행동들..."

통통하고 뽀얀 엉덩이에서 급히 손을 거두며 헛기침 하니 오메가는 쌩하니 돌아서서 국을 떠왔다. 식탁 예절에 예민한 오메가는 그래도 식사 시간이 끝나면 알파에게 아낌 없이 몸을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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