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농구를 못 하게 된 건 둘째로 칠 만큼, 일상 생활에 무리에 생겨 우울증까지 걸려 버린 노부였음. 사고 직후부터 2주 정도는 스포츠 뉴스에 노부 얘기뿐이었지만 어느순간 사람들은 잊게됐겠지. 한참 시즌 중도 아니고 시즌 마무리 된 시점에 팬들의 관심이 식는 건 당연하니까. 다음 시즌에 복귀하겠지, 완쾌하겠지, 다들 그렇게 넘김. 그런데 현실은 선수 생활이 문제가 아니었음. 매일 죽어 버릴 거라며 난동을 피우는 탓에 입원실 간호사들이 엄청 고생함. 간병인이 이틀에 한 번씩 바뀌었고 심지어 가족들까지 두 손 놓고 물러났겠지. 노부의 어머니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고용한 간병인은 노부보다 겨우 두 살 많은 또래였을듯. 면접 아닌 면접을 위해 병실로 왔을 때, 키만 크고 말라 빠진 몸에 고개를 내저었을 거임. 어머니도 간호사들도.

"아... 마침 식사 시간이네요. 제가 할게요."

마치다는 환자식을 침대로 가지로 가 매트리스 끝에 걸터 앉았음. 노부는 마치다를 쳐다보지도 않고 창 밖만 내다봤겠지. 또래라는 소리에 이 상황이 더 개같았거든. 혈기왕성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누구는 밥수저도 들지 못해 남이 먹여주기만 기다려야 하고, 누구는 동정심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밥을 먹이는 거니까. 진짜 개같아서 얼굴을 쳐다보기도 싫었음. 얼마나 날 우습게 볼까. 그 사고 당한 농구 선수 간병 알바하고 왔는데 반 불구됐더라 라며 지인들에게 떠들어 대겠지.

조용히 밥을 한 수저 떠서 그 위에 생선살을 발라 올린 뒤 노부 입 앞에 가져갔음. 노부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겠지. 근데 그렇게 한 3초 정도 들고 있더니 그걸 자기 입에 가져가는 거임. "하압"소리 나게 수저를 물고 오물오물 맛있게 씹어 삼킴. 다들 어이없어서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데 두 번째 수저가 올라옴. 이번엔 매실장아찌. 노부가 눈길도 안 주니 또 자기 입에 넣음. 하압... 오물오물... 꿀꺽...

"저기... 지금 뭐 하시는..."

어머니가 보다 못해 마치다의 어깨를 잡고 말렸을 거임. 근데 마치다 눈빛은 단호했음. 세 번째 수저. 이젠 노부도 궁금해서 마치다 얼굴을 슬쩍 쳐다봤음. 속눈썹도 길고 눈썹은 짙고 코랑 입술이랑 다 예뻐보였겠지. 병원에서 간호사만 스무 명은 본 것 같은데 이 간병인처럼 예쁜 사람은 못 봤음. 흰 밥 위에 계란말이 작은 조각. 하나, 둘, 셋. 소리 내어 숫자를 센 건 아니지만 그정도 타이밍이 됐을 때 또 자기 입으로 가려는 수저를 노부가 막았음. 물론 손으로 막지는 못했고 그냥 "아..."라고 소리를 낸 거지. 그 한마디 말에 마치다는 노부 입 앞에 수저를 댐. 딱히 미소 짓지도 않는 얼굴인데 왜 그렇게 예쁜지, 노부는 입 벌리는 걸 잊을 만큼 멍해졌을듯.

"아 하세요. 제가 힘으로 벌릴 수는 없잖아요."
"네? 네..."

조금 무서운 말이었지만 얼굴이 예쁘니까 괜찮았음. 노부는 입을 벌리고 밥과 계란말이를 받아 먹었고 병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 소리 없이 놀랐겠지. 그렇게 몇 수저 더 먹은 뒤에 노부는 마치다가 손수 깎아주는 사과까지 받아 먹고 잠들었을 거임. 이마에 뭔가 느껴져 눈을 떴을 땐 병실 안이 캄캄헀고 마치다만 멀뚱히 서있었겠지.

"움직이지 마세요."
"네...?"
"이마에 뜸을 올려놨거든요."
"뜸이요? 저 그런 거 싫어하는데..."
"제 동생이 어릴 때 뜸치료 하고 달릴 수 있게 됐어요. 잘 걷지도 못하던 애인데."

거짓말, 이라고 생각했지만 노부는 그냥 이마를 내어주고 다시 잠들었음. 뭐 화상 입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노부의 상태를 체크하러 들어온 간호사가 갑자기 풉 소리를 내고 웃음. 뭐야 기분 나쁘게... 간호사가 나간 뒤 무심코 들여다 본 핸드폰 화면에 자기 얼굴이 비쳤음.

"아... 오기만 해봐라..."

이마에 뜸자국이 제대로 남은 노부는 마치다가 출근하는 9시만 목 빠지게 기다림. 이게 뭐냐고 한 마디 할 거거든. 근데 8시 55분에 꽃을 들고 들어온 마치다를 보자마자 입을 굳게 다물고 '그 꽃의 꽃말은... 새로운 시작이라지요?' 라며 자기도 모르게 주접 떨기 시작하는 노부 보고 싶다




재생다운로드10.gif
146c2827ce9578c87850d373ab3ad77b.jpg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