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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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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안 대청소가 있는 날이라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고용인들은 물론 외부에서 불러 온 정원사, 지붕 수리공까지 모두 제 할 일을 하느라 바빴다. 마치다는 할 일이 없어 저택 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얼굴 도장을 찍었다. 감시하려는 의도가 아님에도 고용인들은 그렇게 느껴 불쾌해했다. 만약 노부가 대놓고 감시를 했다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일을 마치다가 하면 괘씸히 여겼다. 아유, 고양이 털 때문에 못 살겠네. 거실 소파를 청소하던 고용인 한 명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푸념했다. 마치다는 소금이를 찾아 침대 밑이며 식탁 밑을 살피다가 뒷마당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 소리에 뛰어나갔다. "무, 무슨 일이에요?" 소금이는 털을 잔뜩 세운 채 무서운 소리를 내고 있었고 남자 고용인은 그 작은 털뭉치를 향해 씩씩대고 있었다. "저 망할 도둑 고양이새끼가 화단을 다 망쳐놨더라고요. 어디서 들어온 잡놈인지 당장 내다 버려야지." 이틀 전부터 이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그는 긴 막대기로 소금이를 위협했다. "하지 마세요! 착한 애예요." 마치다는 소금이를 억지로 안아올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팔 안쪽에 상처가 생겼다. "사람들이 엄마를 싫어해서 너까지 미워하나 봐. 미안해 소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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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좀... 교육 시킬 수 없어요? 당신 몸에 상처 생길 때마다 저 놈 미워 죽겠는데." 마치다는 미워 죽겠다는 소리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고양이 말고 소금이라고 불러주면 좋을텐데. 자기만의 욕심인 걸 알아서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제가 안 긁히게 조심할게요. 소금이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니까..."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마치다의 허리를 안아 자기쪽으로 당기는 노부였다. 고양이 편을 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깟 고양이에 질투하는 자신이 더 마음에 안 들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더 말라가는 듯한 옆구리가 신경 쓰였다. "하루 세 끼 밥도 잘 먹는데 왜 이렇게 말랐어요. 스즈키 집안 사람 중엔 이렇게 마른 사람 없는데." 커다란 손이 옆구리를 타고 올라와 작고 말랑한 가슴을 쥐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어깨를 움츠리는 마치다를 보면 노부의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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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퀴고 이것저것 넘어뜨리기만 하는 놈이 뭐가 좋아요." 마치다는 식탁 밑에서 발등을 계속 깨물리고 있었지만, 남편이 소금이를 쫓아낼까봐 티내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귀엽잖아요..." 나 같다고. 나처럼 외롭고 약하고 늘 혼자라고. 그래서 사랑해주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비록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랐지만 이 작은 고양이는 내가 사랑해주고 싶다고. 아무리 약해도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품을 수 있는 사람인 걸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고. 뱉고 싶은 말을 입술 사이로 꾹 눌러 잠갔다. 소금이는 마치다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자리를 옮겨 노부의 발등을 깨물었다. 이 집 안에서 만큼은 평생 날아오는 돌멩이 하나 맞아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별안간 자신을 공격하는 고양이 때문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마치다가 헐레벌떡 식탁 아래로 몸을 구겨 넣고 소금이를 안아 올렸다. "미안해요... 아직 아기라서 그래요... 제가 잘 교육시킬게요." 발등 좀 깨물렸다고 해서 화가 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부인의 태도에 놀라고 말았다. 고양이를 해치거나 모질게 내쫓을 마음은 없었다. "당신이 왜 사과를 해요. 이 놈이 깨물었는데." 마치다는 소금이의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제가 소금이 엄마나 마찬가지니까요." 노부는 접시에 남은 마지막 포도 한 알을 입에 넣으며, 소금이를 향한 질투의 시선을 거두며 미소 지었다. "그럼 내가 얘 아빠네요. 원래 아버지랑 자식은 사이가 안 좋으니까. 그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좀 덜 밉네." 처음으로 노부의 손이 소금이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부끄러울 게 없는 상황인데도 마치다는 혼자 얼굴이 붉어졌다.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