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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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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래? 볼래?

나오토상 크랭크업도 마쳤고, 공연까지는 텀이 있어서. 우연한 기회에 정말 오랜만에 사시노미. 많이 마실 생각은 없어, 근데 왔다갔다 하기도 싫은데. 이야기는 먼저 꺼내놓고 이런 사정이라 미안해하는 얼굴이라 나오토상의 등을 슬쩍 떠밀며 이야기 했음

-와인셀러에서 비싼거 꺼내 마실 기회가 드디어 왔네요. 
-와, 약았어. 나 되게 좋은 와인 선물받은 거 어떻게 알았대?

그렇게 나오토상의 집으로 옮긴 술자리였어. 선물받은 와인이며, 나오토상이 좋아하는 와인. 거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까지 꺼내다보니 과음아닌 과음을 하고 말았지. 많이 마실 생각은 없다는 소리가 무색하게. 다행인건 그래도 집이니까. 마음대로 굴어도 괜찮잖아. 보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는 눈이라봐야 자기 혼자니까. 어지간히 술이 센 사람이라 평소엔 낯빛도 변하지 않더니. 이제는 자기도, 나오토상도 나이가 나이인가봐. 화장기 없는 매끈매끈한 두뺨이 꺼내놓은 로제와인만큼이나 달아올랐거든.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이와타의 드라마이야기. 거기에서 더 나아가 나오토상, 드라마 잘 봤습니다-하고 두 손을 모았더니 하지마! 놀리지마! 허공에 손을 휘저어. 

-아니, 정말로 잘 봤어요. 나 그런류는 약해서 눈물 흘리면서 봤는데.
-하지마. 정말로, 창피하다니까. 
-연기 좋았어요.

칭찬에 약한 사람이지. 알사탕같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며 뺨을 긁는게 좋아하는걸 표시내지 않으려고. 그러더니 말을 돌리려고 그러는지. 드라마 찍는 내내 아이들과 친해졌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토상 정말 아빠같이 아이들이랑 닮았던데요? 하니까 그치? 셋이 사진 찍으면 정말 그렇게 보였어!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나게 웃어보여. 

-아. 하루짱한테 편지 받았는데 '아빠에게'라고 써있어서 큥-했어.
-정말로요?
-어, 정말로. 그래서 소중한 것들 모아두는 서랍에 고이 넣어놨다니까. 
-그런게 있어요?
-나오키는 없어? 이야, 동심이 없네. 보물상자 같은거잖아. 볼래? 볼래?
-봐도 괜찮아요?
-다는 안돼. 하루짱이랑 켄지아빠의 추억이니까. 이리와 봐.

푸-입으로 술기운을 내뱉으며 덥다, 중얼거리고는 입고있던 옷 하나를 꾸물꾸물 벗어두더니 조그마한 손으로 자기를 초대해. 짜잔-평소에 어패럴 일도 좀 보는 모양인지 책상위는 조금 부산하겠다. 그 책상 아래 서랍 하나를 열어서 편지를 꺼내는 손이 느릿느릿한 게 귀여워서 작게 웃음이 터지겠지. 나오토 그 반응이 뭔지 잘 아니까 웃지마-목소리를 높일 테고.

삐뚤빼뚤하지만 정성들여 쓴 편지가 너무 예뻐. 그리고 잠시 눈을 돌렸을 때였어. 나오토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오키의 눈엔 확실히 들어왔지. 벌써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지만 자기가 부러 골랐던 봉투였고, 겉에 쓰인 필적은 본인거라. 쿵-떨어지는 심장이 회복되는데는 한참이나 걸렸어. 겨울이었던가? 여름이었던 것 같아. 아니, 여름이 확실하지. 나오토상이 좋아하는 계절. 겨울이라고 떠올린건 닿았던 입술이 긴장으로 차가워서.

넘치는 마음을, 감정을 말로 전달하기엔 부족해서. 좋아해요-입으로 고백하면서도 놀라 제대로 쥐지도 못하는 두손에 들려준 편지. 얼른 정신을 차린 얼굴로 너 엄청 문과라니까. 웃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던 것까지 또렷하게 기억나. 울 것 같던 처진 눈. 잔뜩 힘을 주어 구겨져버린 봉투. 머뭇거리던 걸음으로 살그머니 다가와 손목을 붙들던 축축한 손. 한껏 까치발을 한 나오토상의 차가운 입술이 닿았을 때 알았어. 아, 거절이구나.

-좋아해, 나도. 그치만 이것뿐이야.

정상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는 시기긴 했어. 사이좋게 나눠가진 리더라는 자리가 아직도 어색할만큼 저도, 나오토상도 어렸고. 연애와 그룹일을 병행할수있을 정도로 여유있었던 때는 아니라. 절절하게 넘어오는 나오토의 마음을 안 정도로 만족하고 뒤로 물러나야 했지.

그랬는데.

저 편지를 여기서 볼줄은 몰랐어. 게다가 소중한 것들을 모아두는 서랍이라자나. 그 보물상자를 열었는데, 근데 거기에 과거 고백했던 제 마음이 담겨있다는걸 안 순간 마음이 무너져. 그 날 이후 자기도, 나오토상도 다른 사람을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우리 두 사람은 그냥 좋은 동료로 어깨를 빌려주며 이곳까지 왔는데. 서로 향하는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시간들. 그리고 눈을 마주치고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던가.

나오토상이 편지를 차곡차곡 접어 도로 봉투에 넣는 걸 가만히 내려다보았어. 소중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봉투를 여미는 낯을 보니까 자기 편지를 여기에 넣을 땐 어떤 얼굴을 했을까 궁금해. 아마도 저 얼굴은 아니었겠지. 소중한 것들을 모아놓은 곳에 넣어두긴 했지만. 막 고백을 했을때처럼 울것 같은 표정을 했을 것 같아. 아니, 어쩜 울었을지도 모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때처럼은 아니지만 마음이 아파서. 술기운을 몰아내는척 후-깊은 숨을 내뱉어야 했지. 

-술 올라와?

서랍을 닫으며 나오토상이 올려다 봐. 올려다보는 눈매가 예쁜건 저만 알았으면 좋겠다는 욕심. 나오키는 가만히 웃으며 나오토의 어깨를 붙들었지. 

-자랑 끝났으면 얼른 나가서 다른 병 따야죠.
-뭐야, 다 마신 거 아니었어? 정말 내 와인냉장고를 거덜낼 셈이야?

소중했던 추억으로 서랍 속에 남아있고 싶지 않아. 

-다음엔 우리집 셀러 털면 되잖아요. 아, 나 그거 선물 받았아요. 

이름 뭐라고 했더라. 괜히 생각이 안나는 척. 그리고 이야기한 와인이름에 눈이 동그랗게 커져. 

-그거 귀하잖아! 그냥 마셔버리기엔 너무 아까운데. 중요한 날 열어야 하는 정도라고 그거.

거실에 잔뜩 벌려놓은 와인병 앞에 앉아 턱을 괴며 그렇게 대접하면 안되는 술이라고 타박을 하길래.

-그럼 나오토상한테 다시 선물할게요. 저기 저 소중한 서랍에 넣어놔요.
-오이, 나오키.

그렇게 흘겨봐도 하나도 안무서운데 어떡해요.

-물질적인 걸로 잴 수 없는 거거든. 아무리 귀한 술이라도 거기 들어갈 순 없다고.

얼마나 깊은 마음으로 넣어두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대답에 나오키의 눈이 한층 더 부드러워져.

-그럼, 좋은 날 생기면 열까요? 그때 같이 마시면 되겠네.
-뭐, 그럴까?

좋은 날이라. 

비어있는 와인잔을 쪼르륵 채워주며 웃는 얼굴에 마주 웃어주었어.  한참 달리기만 하던 우린. 이제 조금 숨을 돌리는 참이고, 누군가를 돌아볼 여유도 생겼지. 서랍 속 기억으로만 남는 건 싫으니까. 서랍 속이 아닌, 소중한 사람으로 곁에 있고 싶어. 하지만 어린 시절처럼 조급증을 부릴 나이는 아니라. 얼마든지 기다렸다가 괜찮은 시기가 오면 그 때 넌지시 이야길 꺼내볼까. 그날이 좋은 날이 되면 좋겠어.

얼른 그거 마셨으면 좋겠다-눈 앞에 와인잔을 흔드는 나오토의 말에 나도요, 대답한 나오키였겠다. 






나오키나오토
나오토 모우파파 찍으면서 아역한테 편지받았을 때 좋다고 한것도 귀여웠는데, ㅅㅂ집에 그런게 잇어??소중한거 넣어두는 서랍??????귀여워서 이마 존나침 에그자일매거진 보다가 나오나오생각나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