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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04:18


연반ㅈㅇ 알오ㅈㅇ





분명히 노부의 반려도 하늘을 날 때 태워달라고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노부는 대비를 해 두었었다. 아기청룡을 앞발에 묶고 날 때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노부는 미리 생각해둔 대로 수염 하나를 뽑아서 반려의 허리와 아기청룡의 허리에 튼튼하게 묶어 준 다음 전날처럼 노부의 앞발에 수염을 연결해 묶어 주었다. 아기청룡은 전날 밤에도 봤던 그 풍경인데도 날고 있는 게 그저 좋은지 신나서 삐잇삐잇거렸고 노부의 반려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발 아래 풍경과 저 멀리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감탄하다 노부를 돌아보기를 반복했다. 노부는 두 사람의 아이인 아기청룡과 달리 처음부터 완전한 청룡으로 만들어졌기 떄문에 첫 비행 때도 그다지 설레거나 신기하진 않았지만 지금 아기청룡이 얼마나 설렐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청룡의 반려, 노부의 반려도 청룡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경험은 처음인 만큼 당연히 아기청룡만큼 기쁘고 들뜰 거라고 생각했는데 노부의 반려는 의외로 침착했다. 

아니, 물론 처음에는 아기청룡만큼 신나 있었다. 삐잇삐잇 소리를 지르며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는 아기청룡을 품에 안고 있던 노부의 반려는 아름다운 풍경과 품 속의 아기청룡과 자신을 붙잡아주고 있는 노부까지 모든 것이 그저 좋은 듯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 웃음소리가 조금 사그러들었던 것은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위를 날고 있을 때였다. 조용해진 반려가 마음이 쓰여서 바다 한가운데에 작은 섬을 띄우고 예쁜 모래 사장 위에 아기청룡과 반려를 내려준 뒤 인간형을 취하자, 마치다 케이타는 품 안에 아기청룡을 안은 채로 노부의 품에 폭 기대왔다. 

지금 노부의 반려는 산달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배가 상당히 많이 부풀어 있었는데 꿈에서는 아기청룡이 반려의 몸 밖에 나와 있기 때문인지 몇 달만에 배가 납작해져 있었다. 노부의 반려는 아기청룡이 노부와 반려 사이에서 눌리지 않도록 힘을 빼고 노부에게 기대 안겼다. 

"하늘을 나는 동안 무서웠소?"

혹시 무서워하는 걸 몰랐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묻자 노부의 반려는 고개를 젓고, 노부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덩달아 고개를 갸웃하는 작은 청룡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그냥 너무 좋아서 기분이 이상합니다."
"좋아서 이상하오?"
"이렇게 말하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반려는 또 웃더니 아기청룡을 품에 안고 한 손으로는 노부의 손을 쥐고 모래 사장으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쪽으로 조금 다가갔다. 신발바닥이 조금 젖을 정도로 바다에 다가간 반려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아기청룡도 궁금했는지 같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작은 아기청룡의 몸이 크게 부풀었다가 숨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다시 사르르 줄어드는 게 귀엽고 신기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아기청룡은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확 들어오는 바닷가의 짠내음이 충격이었는지 작은 코를 벌름거리더니 고개를 휘휘 젖고 제 모친의 가슴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노부의 반려는 웃으며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바다에는 소금이 있어서 이렇게 가까이 오면 짠내음이 나기도 한단다."

그렇게 말하며 작은 청룡을 토닥거리던 노부의 반려는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나도 책에서만 봤는데 와 보니 정말로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며 머쓱하게 웃는 반려를 보고 노부는 왜 반려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양인과 음인의 차별이 별로 없는 세상이 됐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왕실과 황실에선 음인인 자녀가 태어나면 타국이나 권문세가와의 관계를 다질 때 도구로 사용하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마치다 케이타도 단 6살의 나이에 풍국의 늙은이에게 찍혀서 공물 대신 늙은이의 첩으로 갈 뻔하기도 했었고. 그렇다고 해도 왕이나 황제의 사랑을 받고 든든한 외가를 두고 있는 음인 황자녀들은 어른들을 동반해서 왕실의 별장이나 외가의 별장 등으로 자주 여행을 다닐 기회도 있지만, 마치다 케이타는 아비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외가는 힘이 없다못해 아예 존재조차 없다시피 했다. 

그러니 아마 혼례 전엔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직접 볼 일조차 없었겠지. 

몇 년 전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황실의 온천 별궁에 갔을 때도 노부의 반려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참 동안 대나무 숲을 보고 있었다. 그때 반려는 대나무의 그림이나 대나무에 관한 서책은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푸르고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굵어서 신기하다며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좋아했었다. 

그때는 그저 대나무를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게 많고, 보고 싶은 게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반려가 행여나 제가 너무 욕심을 내는 것일까 차마 제 바람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노부는 속이 상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동안 많이 아끼고 많이 사랑하면서 자존감을 많이 키워줬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아침에 왜 저는 청룡의 자태를 보여주시지 않느냐며 서운해할 때도 이젠 원하는 것도 잘 말하는 게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노력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지금은 산달이 가까워서 장거리 여정이 무리가 될 수 있으니, 아기청룡을 낳고 편안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회복하면 같이 바다에 가 봅시다. 바다의 물놀이는 호수나 강에서 즐기는 물놀이와 다르게 또 독특한 맛이 있으니 날이 따뜻해 물속에 들어가 있기 좋을 때에 같이 여행을 갑시다."

노부의 반려는 배시시 웃더니 괜히 쑥스러운지 제 입술 대신 아가청룡을 들어서 노부의 입술에 입을 맞추게 했다. 물론 아기청룡과의 입맞춤도 기쁘고 감사하지만, 노부의 반려가 입술을 아끼는 게 서운해서 입술을 가까이 대자 노부의 반려는 그제야 입술을 대 주며 웃었다. 

"6살 때의 제가 예뻐서 정말 다행입니다."
"6살 때의 그대? 물론 예뻤지만 왜 그게 다행이오?"
"아무리 찾는 이가 많이 줄어든 제단이었다고 해도 그 제단 앞을 지나며 기도를 올린 이가 저 하나뿐이었을 리 없는데. 그저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었는데 그 인연을 놓지 않고 저를 반려로 맞아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음.'
"제가 그때 그렇게 예뻤습니까?"

기왕 그런 걸 물을 거라면 뻔뻔하게 물어도 될 텐데 노부의 반려는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물었다. 

"물론 6살의 그대는 그냥 흘러가는 인연으로 두고 잊기에는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예뻤소. 제대로 절을 하는 법을 배운 지 얼마 안 됐을 터인데도 절을 올리는 자세가 매우 고왔고, 조막만한 얼굴에 예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큰 눈과 오똑한 코와 작은 입술이 몹시 고왔고, 충분히 맛보지도 못했을 텐데 단 하나 남은 양갱을 올려주는 마음이 고왔소. 그리고 그대의 바람 대신 내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이 고왔지."
"...음.음...."

노분의 반려는 민망한지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고, 아기청룡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모친과 부친을 번갈아보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그대를 그저 흘려보낼 수 있었겠소. 6살 때의 그대는 모든 것이 귀하고 아름다웠소."
"감사합니다."

노부는 노부의 반려를 품에 안고 풀쩍 뛰어올라서 커다란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았다. 귀까지 온통 다 빨개진 노부의 반려를 무릎 위에 앉히고 그 무릎 위에는 작은 아기청룡을 앉히고 앉아 있자, 바다의 짭쪼름한 내음과 섬에 자라난 나무들의 시원한 향기가 섞여서 싱그럽게 불어왔다. 

"또 어디 가 보고 싶은 곳은 없소?"
"메밀꽃이 하얗게 피는 광경이 그리 가슴이 아리고 곱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광경을 한 번 볼 수 있을지."

노부의 반려는 여전히 남은 버릇도 있지만 어릴 때의 버릇 중 없어진 것도 많은데, 다행히 수윤제국에 와서 노부와 함께 지내면서 기분이 좋을 때 나타나는 버릇은 유지되거나 더 생긴 반면, 불안하거나 슬플 때 보이는 습관들은 많이 없어진 편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남은 게 있는데 가끔 노부나 다른 이들에게 뭔가 부탁할 때나 마음이 불안해지고 두려워지면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곤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노부는 그러지 말란 말 대신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을 잡아서 입을 맞춰주곤 했다. 

"메밀꽃 피는 광경은 나도 본 적이 없는데 같이 보러 갑시다. 수윤제국의 북쪽 산간 지역에 메밀을 재배하는 지역이 있으니 때를 맞추면 근사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전하."

노부의 반려는 해사하게 웃으며 입을 맞춰주고, 품 안의 아기청룡도 들어서 입을 촉 맞춰주었다. 아기청룡은 부모와 함께 날아다니기도 하고, 바다도 보고, 노부가 잘 익은 나무열매를 따 주기까지 하자 기분이 몹시 좋은지 신기한 목소리로 재잘댔다. 

"뾰로뾰롱"

역시 아기새에 가깝지 않나. 그런 생각은 들었지만 그 소리가 너무나 귀엽고 노부의 반려가 예쁘다고 좋아했기 때문에 노부는 부지런히 나무열매를 따서 넣어주며 아기청룡의 노래 아닌 노래소리를 즐겼다. 





그 후로 노부의 반려와 아기청룡은 종종 노부의 꿈으로 찾아와서 함께 날아다니거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소풍을 즐겼다. 그러나 그것도 산달이 정말 코 앞으로 다가오자 노부의 반려가 너무 피로해했기 때문에 꿈 속의 밤산책은 건너뛰거나 노부와 아기청룡만 함께하는 날이 늘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이제 며칠 내로 진통이 시작될 것이란 말을 듣고 산실을 꾸며놓았을 때였다. 

노부의 반려는 잠들기 위해 노부의 품에 누운 채, 유독 창백해 보이는 얼굴로 웃었다. 

"전하, 오늘 전하의 꿈에 잠깐 방문하겠습니다."
"괜찮겠소?"
"네, 잠깐만 들를 것이니."

노부도 노부의 반려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아서 말없이 뺨을 쓰다듬고 있자 노부의 반려는 배시시 웃었다. 

"아마 내일 우리 아가를 만날 것 같습니다."
"음..."
"우리 아가는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럴 것이오. 인간으로 현신하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같지만, 다른 신수들은 아기나 어린이로 현신할 때 인간으로서의 성장만 하면 되지만 우리 아기는 인간으로서도 신수로서도 성장해야 하지."

노부의 반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 아가청룡을 보기 힘들어질 테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봐 두려 합니다."

노부는 아기가 태어나면 청룡으로서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라도 종종 꿈길을 밟아 만나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를 대비해서 비늘을 하나 더 뽑아 아기를 위한 꿈길 초대장도 만들어뒀지만.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불안해서 아기를 한 번 더 보고 싶을 반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서 노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내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소. 조심해서 오시오."
"네, 전하.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아기청룡은 이제 곧 저가 태어날 때가 다가온다는 걸 알아챘는지, 노부의 꿈 속에서는 오랜만에 본 모친을 꼭 안아주며 들썩거렸다. 

"아가야, 우리는 곧 너랑 진짜로 만날 거야. 이런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삐잇!"
"너도 기대되지? 모친도 너를 만날 순간이 정말 기대된다. 우리는 널 위해 모든 것을 다해 줄 것이니, 넌 그저 조심해서 무사히 오기만 하렴. 모친과 부친이 널 기다리고 있을 거란다."
"삐잇!"

아기청룡은 노부의 반려에게 한 번, 노부에게 한 번 길게 입을 맞추고 작은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리고 그 아기청룡에게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온 순간, 노부와 노부의 반려에게로 푸르게 반짝거리는 조각들이 투두둑 떨어졌다. 노부는 다른 신수들이 그렇듯 처음부터 완전한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탈피를 겪은 적이 없지만 인간의 태를 빌어서 태어나는 이 작은 아기청룡은 몇 차례 탈피를 거치며 성장할 모양이었다. 물론 예비 신수인 만큼 평범한 동물들의 탈피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반짝이는 조각들은 노부와 노부 반려의 손에 닿자마자 피부에 녹아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이 아기때와 비교해서는 확연히 커졌을 아이의, 이젠 유아 단계는 됐을 어린 청룡의 모습을 보려고 환한 빛 안쪽을 들여다보려고 했을 때였다.





갑자기 꿈속에서 강하게 튕겨나온 노부의 귓가에 끔찍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전하!"

노부의 반려는 식은땀이 가득 맺힌 얼굴로 이를 악물고 신음하며 노부의 침의 자락을 꽉 틀어쥐고 있었다. 노부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으로 반려를 끌어안으며 방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산실을 열어라! 나의 비를 산실로 옮겨라!"

노부와 반려의 아이, 노부와 반려의 아기청룡이 세상에 무사히 태어나 첫울음을 울기 위해 통과해야만 하는 마지막 단계가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노부마치수수께끼의황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