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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04:49


연반ㅈㅇ 알오ㅈㅇ


중반은 태자를 기다리며 고픈 배를 잡고 있을 어린 태자비와 함께 들어야 하기 때문에 태자는 중반까지 몇 시간 동안 빠르게 궁인을 취조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처음에는 그저 귀비에게 수윤제국의 분위기와 태자의 성정을 살펴보라는 명을 받고 왔다고 했다. 그러다 수윤제국 황궁 내의 누구도 어린 태자비를 업신여기거나 함부로 하지 않고 무엇보다 태자가 태자비를 어화둥둥하고 있다는 보고를 했더니 연국의 귀비가 태자비 자리를 욕심낸 모양이었다. 귀비에게는 아들이 둘 있는데 장남은 현재 연국의 세자고 둘째가 음인으로 마치다 케이타보다 4살 많다고. 아직 태자비가 어려서 합방을 못하고 있다고 하니 자신의 둘째 아들을 수윤제국으로 보내 태자비의 연치가 어려 합방을 못 하는 틈에 제 아들을 정비로 밀어넣으려는 발칙한 꾀를 품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태자비에게 지아비를 저만의 것으로 삼지 말라고 압박한 건가? 네 주인의 아들이 정비 자리를 꿰차게 하려고 밑작업을 한 것이냐?"
"네... 태자 전하..."

이미 공포로 눈이 돌아가 버린 궁인은 쉴 틈 없이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살기를 견디기 힘든지 힘없는 혀를 힘들게 움직여 대답을 내놓았지만 태자는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주제를 모르는 것은 주인이나 아래것이나 마찬가지구나. 누구를 들이밀든 감히 나의 비를 밀어낼 수 있으리라 여겼느냐?"

태자가 그 궁인을 직접 고문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살기를 조절하지 않고 풀어놨을 뿐. 그것만으로도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공포에 정신을 놓기 직전인 궁인은 침을 줄줄 흘리며 덜덜 떨고 있었다. 

"주제를 모르고 혓바닥을 놀려댄 대가는 치러야하겠지. 다시는 자발스럽게 혓바닥을 놀려 순진한 이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지 못하게 해 줘야겠다."

태자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궁인의 목에 손을 올리자 곧 궁인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공포였다. 그러나 그보다 그저 손을 대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목소리를 앗아갈 수 있는 눈앞의 이질적인 존재가 더 공포였다. 태자가 한낱 인간이 아닌 걸 눈치챈 듯한 눈동자가 격렬하게 떨렸다. 궁인의 낯은 허옇게 질리고 사슬에 묶인 온몸이 격렬하게 떨렸지만 태자는 무심하게 손을 거둬들였다. 

"너는 그저 네 주인의 명을 따랐을 뿐이니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나의 비가 순진하고 선량하지 않았다면 감히 나의 비에게 함부로 혀를 놀릴 수 있었겠느냐. 순수하고 마음 약한 아이라고 윗전을 우습게 봤으니 주제를 모르고 혀를 놀렸겠지."

태자가 궁인의 이마에 한 번 손을 올렸다 손을 거둬들이자 공포에 질려 있던 궁인의 눈이 멍해졌다. 자신이 어째서 목소리를 잃게 됐는지를 잊게 했더니 기억의 혼란으로 그저 멍한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태자는 그제야 살기를 거둬들이고 청룡궁의 총관태감을 옥 안으로 불러들였다. 

"세답방으로 보내 제일 힘든 일을 맡기라 하고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하루 12시진 내내 감시하라고 해라. 사슬을 풀어주거나 누군가와 어울리게 해서는 안 된다."
"네, 태자 전하."





피 냄새를 풍기며 곱고 고운 태자비를 만나러 갈 수는 없으니 서둘러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은방울꽃궁으로 가자 태자비가 무척이나 들뜬 얼굴을 하고 태자를 맞이했다. 

"좋은 일이 있었소, 나의 비?"
"네, 전하."

뺨이 발갛게 달아오른 게 어지간히 좋은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지만, 식사를 마치고 말해준다고 하길래 그러마했다. 그리고 태자비를 무릎 위에 올려 앉힌 채로 함께 중반을 들고 나서 상을 내가자, 태자비는 아주 예쁘게 생긴 함을 꺼내왔다. 아직 어린 태자비가 자기가 생각하기에 소중하거나 귀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따로 모아 놓은 장에서 꺼내오는 걸 보니 어지간히 귀한 것인 모양이었다. 태자비는 신나는 표정으로 함을 태자에게 밀어주었다.

"이게 무엇이오, 나의 비?"
"오늘 쿠로사와 공이 오셨었습니다."
"음. 즐거운 시간 보냈소?"
"네, 많이 배웠습니다."

쿠로사와는 호부 시랑으로서 내궁의 살림살이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훗날 황후가 될 어린 태자비에게 궁 살림에 대해서 교육을 해 주고 있었다. 태자가 예전부터 능력과 성품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태자비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점찍었던 인물이라 가루베 다이키치 다음으로 은방울꽃 머리꽂이를 받은 이기도 했다. 

"쿠로사와 공이 양갱을 사다 주셨습니다."

어린 태자비는 함을 열어 보여주며 배시시 웃었다. 함 안에는 색과 모양이 예쁜 양갱이 가득 들어 있었다. 태자는 기대와 기쁨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어린 태자비의 뺨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왜 드시지 않고 남겨 두셨소?"
"전하와 같이 먹고 싶었습니다."
"양갱을 좋아하시오, 나의 아름다운 비?"
"네, 좋아합니다."

어린 태자비는 태자가 뺨을 쓰다듬어 주는 게 좋은지 눈가에 꼭 저만큼 귀여운 주름을 만들며 환히 웃고는 태자의 품에 쏙 안겨 들었다. 태자가 수윤제국에 온 이후로 꽤 자랐지만 여전히 콩알만한 작은 태자비를 무릎 위에 앉히고 토닥여주자, 품 속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쿠로사와 공이 워낙 많이 선물해 주셔서 제단에 바칠 것은 따로 두었습니다."
"청룡 제단에?"
"네. 실은 4년 전에 제단에 올렸던 당과가 양갱이었는데 그때 양갱이 한 개밖에 안 남았어서..."

민망했는지 따뜻하게 달아오른 뺨을 쓰다듬자 어린 태자비는 태자의 손에 뺨을 부비며 웃었다. 

"그때는 양갱이 이렇게 예쁜 것도 많고 재료 종류도 다양한지 몰랐습니다. 맛있어서 올린 건데 청룡께서 보시고 우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개밖에 안 남은 양갱을 내어 준 예쁜 마음이 화려하고 예쁜 양갱보다 더 흡족했을 것이오. 그 마음을 몰라준다면 신수라 부를 수도 없지."

태자가 신수를 두고 불경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어린 태자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다급하게 작은 손으로 태자의 입을 턱 틀어막았다. 그 놀란 얼굴이 귀엽고 입을 틀어막은 작은 손이 귀여워서 태자가 입술에 닿아 있는 조그만 손을 핥자, 태자비는 온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또 다급하게 손을 떼고는 엄한 얼굴을 했다.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누가 들을새라 조그만 소리로 혼내는 얼굴이 제법 엄했지만 온 얼굴이 빨갛게 닿아 있어서 무섭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그러나 그 얼굴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에 태자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조심하겠소."
"네, 꼭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신수라면 그때 태자비의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귀한지 분명히 알아주었을 것이란 말은 진심이오."
"그럴까요?"

태자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어린 태자비는 태자를 꼭 끌어안고 태자의 입술에 쪼그만 입술을 촉 맞춰주더니 꽃모양을 닮은 예쁜 양갱을 하나 집어서 태자의 입에 쏙 넣어 주었다. 고소한 밤 맛이 느껴지는 게 밤 양갱인 모양이었다. 

"맛있습니까?"
"아주 맛있소."

태자도 꽃모양의 다른 양갱을 하나 집어서 아기새처럼 입을 벌린 어린 태자비의 입 안에 쏙 넣어줬다. 태자비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마음에 들었는지 앙증맞게 주먹쥐고 있던 손을 흔들며 좋아했다. 너무 맛있다고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온몸으로 좋아하는 어린 태자비의 입에 다양한 색과 형태의 양갱을 쏙쏙 넣어주며 태자는 4년 전, 이제는 거의 5년 전이 되어가는 그날의 그 양갱을 떠올렸다. 모양도 내지 않고 그저 네모낳게 자른 단순한 팥양갱이었는데 그 양갱이 오랜 세월 존재해 왔던 청룡에게도 더할 수 없이 맛있고 소중했다는 것은 진심이었다. 먼지 쌓인 제단을 닦아주고 고운 비단 위에 조심스럽게 단 하나 남은 양갱을 올려놓은 작은 소년이 곱다랗게 절을 올리며 청룡의 행복을 기원해 주는 것을 봤는데 양갱이든 무엇이든 귀하지 않았을 리가 있겠는가. 

태자는 쿠로사와에게 양갱을 산 곳을 알아봐야겠다고 다짐하며 태자비의 뺨을 쓸었다.

"연국에 사절단을 보내려고 하오."
"연국에 말입니까?"

태자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지만 동시에 의아한 기색과 걱정도 어렸다. 어제 그 일도 있었으니 혹여 자신 때문에 모국에 해가 갈까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태자도 태자비를 이용하고 끌어내리려는 연국 귀비의 발칙한 의도가 역겹고 화가 나긴 했지만 연국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아무리 태자가 태자비를 비호하고 보호한다고 해도 모국이 무너지면 태자비의 발 밑이 흔들릴 테니. 태자비의 세력이야 태자가 만들어준다고 해도 고향 잃은 신세가 돼 버리면 태자비의 마음도 무너질 것이 아닌가. 게다가 연국이 화를 입으면 연국에 있는 태자비의 친모도 피해를 입을 것이니. 

"자당께서 그대가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겠소?"
"어머니!"
"마침 교역단이 곧 출발한다고 하니 그 편에 사신단을 보내 자당이 잘 지내고 계신지 알아보고 그대의 소식도 전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소만."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태자비는 태자를 꼭 끌어안고 몇 번이나 입을 촉촉 맞추더니 어머니께 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귀중품들을 보관해 준 장을 다시 열어서 이것저것 꺼내놓고 있었다. 태자는 신나서 이것저것 챙기며 동실동실 흔들리고 있는 작고 귀여운 태자비를 바라보며 웃다가 미리 챙겨온 머리꽂이를 건넸다. 청룡이 없는, 가루베 다이키치와 쿠로사와 유이치에게 줬던 그 은방울꽃 머리꽂이였다. 

"이것도 함께 보내드립시다."

황궁에서 연회가 열렸을 때 가루베 다이키치와 만난 적도 있고 쿠로사와 유이치도 자주 본 태자비는 태자가 직접 만들게 한 머리꽂이라는 걸 알고 활짝 웃으며 머리꽂이를 받아들였다. 

"비단과 진주, 청옥과 백옥, 청보석, 백보석을 따로 보내드릴 것이니, 그대가 꼭 보내드리고 싶은 것들과 서신만 준비해 주시오, 나의 비."

교역단과 사신단이 함께 출발하는 열흘 후까지 태자비는 서신을 쓴다, 은방울꽃궁의 주방에 어머니가 좋아하실 만한 당과를 부탁한다, 예쁜 장신구를 포장한다 하며 바쁘게 보냈고, 태자비를 따라온 유모도 가족에게 서신만이 아니라 선물까지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챙겨 주었다. 

태자는 태자비의 친모에게 화려한 보물들을 보내며 태자비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연국의 왕에게 수윤제국의 황실에서는 태자비 외에 연국의 다른 황자녀를 반려로 들일 생각이 없다는 서신을 보내 경고해 주고자 했다. 그들이 제대로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태자비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진심으로 귀비가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기를 바랐다. 


*****


언제까지나 10살일 것 같던 태자비는 물론 언제까지나 10살에 머무르지 않았고 빠르게 잘 자랐다. 금은 예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태자와 함께 연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좋아져서 태자는 눈물을 머금고 금 스승 자리를 전문 예인에게 넘겨 주어야 했다. 검 실력도 뛰어나져서 아몬이 이젠 자신이 연습을 해서 익혀야지 본인이 더 가르칠 것이 없다고 한 탓에 검은 홀로 익히되 따로 궁술 스승을 두어 궁술 수업도 시작했다. 그리하여 활 실력으로 아몬을 사로잡았다는 가루베 다이키치에게 궁술을 배우게 된 지도 오래였다. 

그리고 태자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태자비의 16살 생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2차 발현은 끝났으나 태자비가 관례를 치러야 합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함께 태자비의 성년식인 관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태자는 식사 때 은방울꽃궁을 찾아 함께 식사를 했고 은방울꽃궁에서 함께 취침을 했기 때문에 중반 시간에 맞춰 은방울꽃궁을 찾아가자 금을 연습하고 있던 태자비가 일어나 태자를 맞았다. 이제 태자비는 어린아이가 아니라서 그저 자신에게 다정하고 상냥한 태자가 좋기만 하던 때를 지나 음양의 이치를 알게 되고 양인과 음인의 차이도 알게 됐으나 6년이나 함께하며 들인 버릇은 쉬 사라지지 않았다. 덕분에 태자비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도 태자에게 다가와 어릴 적부터 늘 그랬던 것처럼 태자를 끌어안았다. 다만 이젠 태자를 끌어안고 눈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꺾어야 했던 시절은 이미 지나 편안하게 태자와 눈을 맞춰왔다. 

"미안하오, 오늘 좀 늦었소. 배고프지 않았소, 나의 비?"
"아닙니다. 일이 많으셨나 봅니다, 전하."
"나의 비의 관례인데 허투로 치를 수는 없으니."

어린 시절에 혼인을 하고 혼인 후에 관례를 치르게 되면 친정에서 축하 음식을 보내는 정도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아무리 봐도 수윤제국의 황제가 너무 건강하고 황실 내에 분란도 없는 상황이라 즉위까지는 먼 것 같아 태자비의 관례를 크게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일이 많았다. 그렇다고 일국의 왕과 후궁이 타국까지 움직이는 것은 불가해서 태자비의 모친이 직접 올 수는 없으나, 보다 운신이 자유로운 풍국의 황자와 황자비를 초대하기로 하였다. 물론 수윤제국의 황실 내에서 약간의 우려와 반대가 있긴 했으나, 태자비의 관례에 가족을 하나라도 초대하고자 하는 태자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저 때문에 전하께서 너무 고생이 많으신 것 같아 송구합니다."
"그대의 관례를 직접 준비해 줄 수 있어서 기쁘니 그런 말은 마시오."

이제 성년을 앞두고 있는 태자비는 여전히 태자가 자리에 앉으면 태자의 무릎 위가 지정석인 것처럼 앉곤 했으나 이제 작은 덩치가 아니라서 식사할 때는 따로 상을 받았다. 어릴 때는 애기인 반려가 언제 다 자라나 애가 타더니 이젠 무릎 위에 앉아 상을 받지 않고 따로 상을 받는 것이 아쉬우니 마음이 이렇게 간사했다. 

"그대의 형과 풍국의 황자는 관례 이틀 전에 도착한다고 하오."
"소라 형님을 뵐 수 있다니 정말 설렙니다."
"그대가 그렇게 좋아하는 형이라니 나도 어서 만나보고 싶소."
"이치로도 함께 온다고 합니까?"
"아직 어리니 함께 와야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거의 한 달이 걸리는데 어떻게 그 어린 아이를 두고 오라 하겠소."

야오토메 류세이와 소라 부부는 4년 전에 드디어 첫 아들을 낳았다. 류세이와 소라의 첫아들 야오토메 이치로는 풍국 황실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라고 있다고 했으나 노부가 혼례를 치른 후 류세이를 직접 만난 적이 없으니 노부도 처음 보게 될 아이였다. 

"형님 말로는 아들이 형님을 안 닮았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아이가 류세이 황자만 닮아 황자가 아쉬워하고 있다고 들었소."
"저도 나중에 태자 전하를 닮은 태손을 낳고 싶습니다."
"나는 그대를 닮은 아이를 보고 싶은데."

예전엔 태자가 뭐라고 하든 그저 뭐든 맞다고 고개를 꾸닥이던 태자비는 이제 많이 큰 탓에 예전처럼 무조건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았다. 

"저는 전하를 닮은 아들이 좋습니다. 전하처럼 잘 생기고 멋있고 다정한 아들을 낳을 겁니다."
"나의 비가 원한다면 그것도 좋겠지. 나는 그대처럼 아름답고 현명한 아이를 원하지만."

그때만 해도 태자비는 10년 만에 만나게 되는 이복형과 이복형을 닮지는 않았다지만 이복형이 그렇게 아끼고 사랑한다는 조카를 볼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지난 6년간 바뀌지 않은 건 태자의 품에 안겨 잠드는 버릇도 마찬가지라서. 매일 태자의 품에 안겨서 잠들면서 풍국의 황자 일행이 함께하는 풍국의 축하 사절단이 도착하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잠을 설치는 날도 늘었다. 그만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태자와 태자비 모두 진심으로 반갑고 즐거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때까지는.





야오토메 류세이를 단장으로 하는 풍국의 축하 사절단은 수윤제국 황제 앞에서 인사를 한 후, 사절단의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야오토메 류세이와 소라는 잠이 든 이치로를 품에 안고 태자가 있다는 은방울꽃궁으로 향했다.

사건은 바로 그때 발생했다. 

류세이가 태자에게 갑자기 검을 들이댄 건 아직 얼굴이 앳된 태자비를 무릎 위에 앉히고 어화둥둥하고 있는 노부가 꼴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류세이는 노부가 류세이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류세이도 노부를 이길 수 없고, 한낱 날붙이 따위로 서로를 해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가벼운 장난으로 노부에게 검을 휘두른 것 뿐이었다. 노부를 해할 수는 없는 검이니 류세이가 예전에 종종 다른 신수들에게 장난칠 때 그랬던 것처럼 노부가 날파리 쫓듯 손 한 번 휘저어서 막아낼 줄 알았건만. 

류세이의 검을 막아낸 건 노부의 손짓이 아니라 노부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앳된 얼굴의 태자비가 어느샌가 뽑아낸 검이었다. 류세이는 검을 걷어내고 류세이의 목에 닿아 온 서늘한 검날에 오랜만에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웃었다.

"이것 참, 수윤국의 태자는 무섭고 귀여운 반려를 얻었군."

청룡의 무섭고 귀여운 반려는 풍국 황자의 너스레에도 웃지 않고 앳된 얼굴을 싸늘하게 굳힌 채로 서늘하게 물었다. 

"사절단의 신분으로 와서 태자에게 검을 휘두르다니 이것이 풍국의 예입니까?"







케이가 성년이 되는데! 주말에 못 옴...ㅠㅠ
#노부마치수수께끼의황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