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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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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오인씹과 황실물을 더한.

미치에다가 처음 우성 오메가로 판정받았을때, 어머니는 울었다. 더이상 집안을 일으킬 사람이 없다는 절망때문에. 아버지는 화를 냈다. 할아버지는 알파였는데 너는 어째서 쓸모없는 오메가로 발현되었느냐고. 그러는 당신은 뭣도 아닌 베타면서. 당사자보다 세상이 끝날것처럼 울고불고 불같이 화를 내는 인간들때문에 정작 미치에다는 울지도 화를 내지도 못했다. 그저...피곤해서 자고싶다고 생각했을뿐이다.

"쌤, 쌤 무슨향이에요?힛싸 보낸적 있어요? 저랑 보내실래요?"

과외학생들한테도.

"캬 미치에다 너무 예쁘지않냐?여자 오메가였으면 바로 결혼해줬을텐데."
"저 얼굴몸매면 상관없지"
"근데 너무 얌전해서 좀....재미없을거같기도."
"야 뭘 모르네 원래 저런애들이 반전인거야"

그 어떤 사람들에게도 미치에다는 그저 예쁜 오메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그때문에 상처받거나 절망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 미치에다에게 그럴 시간이나 여유따위 없었다. 그래 지금 이 순간도.

귀찮아...빨리 끝내고 돈이나 받고 집에 가고 싶다. 심드렁한 표정의 미치에다가 다리를 꼬자 짧은 바지 아래의 하얀 허벅지가 여과없이 드러나며 주변에서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부동의 1위이자 라이벌이 영문과였댔나 뭐랬나. 영문과를 꺾고 학과 우승을 가져와주기만하면 낙찰액과 상금까지 전부 주겠다는 말에 참가한 교내 오메가 경매였다. 그때, 집에는 빚더미뿐이였으니까 사실상 미치에다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아 메구로선배! 오셨어요?"
"선배!"

그가 등장하자마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메구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후배들의 인사를 받아주다가 미치에다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굳어갔다.

"미치...에다?"

뭐지...방금 인상 쓴건가?

"미치에다 오늘 장난 아니죠 선배?"
"오늘입니다 선배! 경매장에서 영문과 알파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날!"
"경매?"
"오메가 경매말이에요! 최고의 오메가는 늘 영문과가 차지했었거든요."

"영문과 과대녀석 아까 의기양양하는거 봤어? 미치에다면 게임 끝이지 으하하하"
"...아, 학과주점말인데, 칵테일까지는 허락받아왔어. 도수 제한은 있지만."
"와 정말요?!메구로 선배 짱!!!"
"역시 선배밖에 없어요!!!!"

연신 메구로의 이름을 환호하는 학우들에

"하하 너무 비행기 띄우지마."

메구로는 민망한듯 웃었지만 미치에다는 어쩐지 기시감을 느꼈다. 지금...일부러 화제 돌린거같은데. 미심쩍은 눈으로 메구로를 쳐다보던 미치에다는 이만 나갈 준비를 해야한다는 진행요원의 부름에 기분탓이려니 넘기고는 걸음을 옮겼다.

"50만엔! 더 없으십니까 기계공학과 쿠리모토 학우 50만엔입니다!"

아아 하필이면....미치에다는 저를 보며 안광을 희번득이는 쿠리모토를 발견하고는 속으로 탄식을 금할수가 없었다. 교내 오메가들을 제 장난감취급하기로 악명이 높은 기계공학과의 3학년, 쿠리야마. 그의 아버지가 어디 대기업의 이사라고 했던가. 그렇다고 진짜로 이렇게 냅다 거금을 걸어버릴줄이야.

미치에다가 막 입학했을때 우연히 교양수업을 같이 듣게된 때부터 시도때도없이 접근을 시도해오던 그를 그동안은 과제나 아르바이트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피해가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오늘로 끝인듯 보였다. 더 없으시면 3번 부르고 낙찰하겠습니다. 50만엔!50만엔!5...네..?

"바...방금 익명으로 100만엔이 나왔습니다!!!"

쿠리모토가 아닌걸 감사하게 생각해야하나, 사실 그보다 더한놈인거 아냐?무려 학교 측에서 준비해줬다는 호텔이 가까워질수록 그제야 조금씩 불안함이 몰려왔다.

"그럼 두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기분나쁠 정도로 실실 웃어대는 안내요원이 방문을 닫고 나가고, 방안에 오도카니 남은 미치에다는 화려하다못해 야릇하게 꾸며진 호텔 방을 살펴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애들이 등록금이 다 어디로 갔냐고 울부짖었는데 이런곳으로 가고있었던거야? ...혹시라도 콘돔 안하려고 하면 저걸로 뒤통수라도 깨고 도망쳐야하나...내가 도망칠수는 있나. 같은 생각을 하며 테이블 위의 도자기 화병을 만지작거리던 미치에다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불에 덴듯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메구로 선배?"

방안으로 걸어들어오는 메구로의 모습은 그 미치에다마저 포커페이스에 실패할 정도로 무덤덤하고 이상할정도로 평온했다.

"선배가 어떻게..?설마...절 사신게 선배에요?"

얼마인지 가늠이 가지도 않지만 비쌀게 분명한 자켓을 벗어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는 미치에다쪽으로 걸어오는 메구로에 미치에다는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메구로는 그런 미치에다를 무심히 스쳐지나가 쇼파에 길게 드러누워서는 입을 열었다.

"집에 가."
"네?"
"여긴 내가 있을테니까 너는 집 가라고. 축제기간 끝나면 바로 시험이잖아."

미치에다는 쳐다보지도않고는 말하는 메구로에 할말을 잃고 그저 떨떠름하게 쳐다보던 미치에다가 입을 열었다. 선배는요?

"선배도 시험기간이잖아요."
"이번에는 나 이겨야되는거 아니야?"

그의 말에 미치에다는 울컥하려는것을 눌러참아야했다. 내가 누구때문에 전체수석 장학금 못받고있는데!!!

"대체 저 왜 사셨어요."
"그냥."
"그냥...이요?"

그래, 그냥. 더없이 건조하고 서늘하기 짝이 없는 검은 눈동자와 차가운 목소리.

"안 나가? 그럼 내가 나가주고."

탕- 문이 닫히고 메구로가 사라진 방안에 홀로 남은 미치에다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제 밑바닥까지 보여버렸다는 수치심으로, 오메가의 인생따위 아무것도 모르는 저 잘나고 무지한 우성알파에 대한 분노로, 마음같아선 그가 적선하듯 저에게 지불한 백만엔을 도로 그 조각같은 낯짝에 던지고싶었으나 그러지못하는 제자신의 현실에 대한 경멸로.

"....에다, 미치에다?"
"아..."
"괜찮아? 안색이 안좋은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회상에서 겨우 빠져나온 미치에다는 과거가 아닌 지금 현실에서 제 앞에 있는 메구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저 눈동자에 담겨있는건 걱정. 그때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저를 걱정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미치에다의 안에서 불쑥 심술과 반항이 솟아올라왔다.

"저 선배랑 도저히 결혼 못하겠어요."
"내가 싫어?"
"선배가 싫은건 아니에요."
"그럼?"
"그냥요."
"...그냥?"
"네, 그냥요."

선배, 너는 어떻게 대답할래?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