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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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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쿠는 멍하니 그릇이 비워지고 있는 디저트 접시들을 바라보고 있었음. 겨우 고개를 올려 유세이의 쪽을 쳐다보면, 유세이는 리쿠따윈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디저트를 입에 밀어넣고 있었겠지. 리쿠는 정자세로 앉아 그런 유세이에게 말을 건넸음.

… 저기, 음. 디저트 라는 거 처음 먹어본 거야?

그런 말을 하면, 유세이는 여전히 행복한 듯 입에 넣은 케이크를 우물우물 씹으며 고개를 가로저었음. 아니. 꽤 많이 먹었지. 그래도 맛있는 걸 어떡해.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제일 행복해 보이는 표정의 유세이에 리쿠는 차마 대꾸를 할 힘도 없었겠지. 그저 유세이의 입 안으로 사라지고 있을 케이크와 제 카드 잔고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유세이의 문자 때문이었을 거다. ‘주말인데 잠깐 만날 수 있어?’ 하는 유세이 답게도 간결한 문자. 그 문자에 이끌리듯 리쿠는 유세이의 부름에 바로 나올 수밖에 없었겠지.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홀케이크 한 판을 다 먹어치운 유세이가 그제서야 흡족한 듯 고개를 들어 리쿠를 쳐다봤음. 마지막 남은 양심으로, 딱 한 조각 리쿠에게 주었던 케이크를 리쿠는 먹지 않고 있었겠지. 왜 안 먹어? 물어보면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을 거임.

리쿠는 그 상황에도 안절부절하고 있을 것 같다.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인데 유세이는 그 와중에도 다른 디저트를 찾고 있었겠지. 디저트를 찾아 바삐 움직이는 손 위로 제지하는 리쿠의 손이 덮였음.

우리 할 이야기 있어서 만난 거잖아, 유세이.

유세이는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아! 하고 손을 빼고 박수를 짝 쳤음. 미안, 먹을 거에 정신팔려서 잊고 있었네. 하는 말도 덧붙였지.

방금 너 며칠 굶은 사람 같았어.
에이, 말이 너무 심하잖아, 리쿠.

평범한 동급생같은 대화. 리쿠는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 기다리다 지친 유세이가 먼저 입을 열었음.

그래서, 고민은 좀 해봤어?
… 뭐, 뭘?

나랑 결혼하는 거 말이야. 이어지는 유세이의 말에 또다시 리쿠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음.

아, 그거 말이지…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이,
이미 오래 기다렸다고 생각했는데.

유세이의 입술이 언젠가 본 것 처럼 다시 부루퉁해졌음. 리쿠는 참을 수 없는 질문 보따리를 연 것처럼 질문을 시작했겠지. 정말 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러 온 것이 맞나, 그렇다면 왜 하필 남자의 모습을 택했나, 하는 온갖 물음이 유세이 앞으로 떨어졌음.

남자라서 싫은 거면 말이야, 내가 여자로 변할 수는 있는데.

결국 앞의 질문은 무시당한 채로 뒤 질문의 답으로 이어졌지만.

이래 봐도 나 꽤 오래된 신사의 신이거든. 네가 내 신사에 들어올 수 있던 것도 나에 대한 믿음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야.

그 말은 즉, 아예 믿음이 없다면 발도 들일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겠지. 그 말에 리쿠는 말을 이을 수 없었음.

나, 꽤 오래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거든. 그 중에 들어온 사람들의 소원은 꼭 이루어 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을 해서.

그래서 너의 신부가 되고 싶었어, 리쿠. 하고 이어지는 말에 리쿠는 눈을 동그랗게 떴음. 신, 신부? 놀란 듯한 리쿠의 반응에 유세이는 눈을 살살 접어 웃었음.

그것도 네가 남자가 싫다면, 다른 소원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 고민할 거리 정도는 되겠지?

순간 카페 안에 정적이 흘렀음. 리쿠와 유세이만 있는 카페 안은 오로지 카페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 소리들로만 가득 채우겠지. 리쿠는 겨우겨우 입을 열었음.

유세이가, 남자라서 싫은 게 아니야.

남자라서 싫은 게 아니라니.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제대로 자각도 못했을 때 쯔음, 유세이는 햇살보다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겠지. 그럼 됐네! 내가 너의 신부가 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유세이의 뒤에는 은색빛 여우 꼬리가 보이는 듯한 환상이 보였겠지.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