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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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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중 사적으로 가장 많이 만나고 동료보다 친구의 느낌이 더 든다는 둘이지만 유독 파리만 가면 이상하게 연애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오미강짱
그래서 이런게 보고 싶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리할 땐 늘 차분하고 여유로운 모습만 보이던 아이가 저에게만 조급함을 드러내며 고민이나 앞으로의 계획 같은 속내를 이야기할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느닷없이 전화해 조금은 어리광을 부리듯 술 마시자 놀이공원 가자 여행 가자 하며 조를 때부터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을 해보는 오미였지만 알고 있었다. 다 핑계라는걸..

자신은 처음부터 아이에게 반해있었다.

보컬들과 퍼포머가 첫 대면을 하던 그때, 자신을 향해 얼굴 한가득 미소를 담아 악수를 청하던 그때,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날 처음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가 방금 전의 일처럼 생생히 떠올랐다. 까만 얼굴에 흑진주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한껏 올라가 있던 입꼬리와 저와 맞잡은 그 가늘고 부드러운 손의 느낌까지.. 어느 하나 잊지 않았다.



깊은 상념에 빠져있던 오미는 곧 착륙을 하니 비행기 창의 덮개를 열라는 기내방송에 자세를 바로잡고 내릴 준비를 했다.
그렇게도 기다리던 파리 여행이다. 
게다가 지금 이태리에서 촬영 중인 강짱도 자신이 머물 동안 엠버서더로 있는 브랜드의 스케줄이 있다고 하니 어쩌면 시간을 내 한두 번 정도는 자신과 함께 차나 식사 정도는 해 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살짝 가져보며 게이트를 통과하는 오미였다.





한두 끼 정도의 식사로도 충분했고 휴가로 온 자신과는 달리 일 때문에 출장을 온 아이라 커피 한잔할 시간 정도만이라도 어쩔 수 없다 생각지 이렇게 매일 얼굴을 볼 수 있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정말 차 한 잔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싶었는데.. 아이는 그 바쁜 와중에 매일 저녁을 함께했고 멀지 않은 곳이라면 간단한 점심까지도 자신과 함께 했다.

마지막 일정을 하나 남겨둔 강짱이 오늘은 함께했던 스태프들이랑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다며 미안한 듯 연락이 왔을 때 괜찮다며 편하게 식사하고 돌아가서 보자 답했지만 파리에서 강짱의 마지막 일정이 끝난 날이니 만큼 근사한 곳에서 함께 추억을 남기고 싶어 종일 고민했던 오미는 전화를 끊은 후 기분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이는 일 때문에 온 거니 마지막 날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식사를 대접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왜 이렇게 서운한 건지.. 역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더니 이곳에서 아이와 함께 보낸 저녁시간이 그의 호의였건만 난 왜 그 시간이 당연히 내 것이라 생각한 건지.. 오미는 스스로가 우스웠다. 

전화기를 테이블 위로 던지듯 내려놓고 소파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오미는 갑작스레 밀려온 피로감에 그대로 두어 시간쯤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창밖은 어두워져있었다. 어차피 식욕도 사라진지라 샤워나 하고 자야겠다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똑똑' 하며 호텔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멈 짓 하며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게 맞는 건지 잠시 귀 기울이자 다시 한번 '똑똑'하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올 사람이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호텔 직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누구세요?' 하며 문을 열자 아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너무 놀라 들어오라는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는 오미와 잠시 동안 눈을 마주한 강짱은 '실례할게요'라는 말과 함께 장난스럽게 윙크를 보내며 안으로 들어갔고 눈앞의 아이가 사라지자 그제야 발을 움직이는 오미였다.



- 스태프들이랑 저녁 먹는다며.. 근데 벌써 끝났어?

- 밥만 먹는 건데 뭐. 오미상은 뭐 먹었어요?


사실대로 말한다면 아이가 미안해할 것 같아 근처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먹었다 하자 아이가 그럼 술이나 한잔하자며 가져온 와인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장식장에서 잔을 두 개 꺼내왔다. 
파리 시내의 야경이 보이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 향 좋은 와인을 한 모금 입에 잠시 담았다 목으로 넘기니 조금 전까지의 피로가 눈 녹듯 녹아버리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빈속에 들어간 와인의 알싸한 알코올 때문이다.. 달콤한 와인의 향 때문이다.. 조금 많이 채워진 와인의 양 때문이다.. 또.. 또 무엇 때문일까..

안다. 저 이유들이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자신은 또다시 핑계를 찾고 있었다.
이건 다 자신의 옆에 앉은 아이 때문이다. 
슬쩍 맞닿은 무릎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이다. 낮게 가라앉아있는 조금은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이다.. 늘 저를 아찔하게 만드는 향기 때문이다.


오미의 옆에 앉은 강짱은 편안한 모습으로 와인을 한잔 마시고 통창 너머로 보이는 파리의 야경을 감상하며 매일 그랬듯 오늘 있었던 일들을 차분히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었다. 누굴 만났고 어디를 갔었으며 촬영 분위기는 이렇고 미팅은 이랬다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강짱은 자신의 말에 응, 응, 하며 대답을 하는 오미였지만 지금 그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무슨 일 있냐 물었을 때 당연히 아니라는 대답과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들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눈치챈 아이는 재차 물었다.


-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오미상 피곤한데 내가 괜히 온 거예요?

- 전혀, 와줘서 고마워


미안한 듯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아이를 붙잡는 손을 힐끗 보고는 무슨 일인지 어서 이야기하라는 듯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에 조금 머뭇거리다 여행 내내 묻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 아니.. 그게.. 강짱 여기 스케줄 무지 바빴잖아..

- 그렇죠. 올해는 몇 년 만에 온 거라그런지 더 정신없는 것 같아.

- 음.. 그런데 어떻게 매일 나랑 저녁을 같이 할 시간을 낼 수 있었어?

- 왜, 부담스러웠어요?

- 아니아니, 전혀. 나야 고맙지. 안 그래도 혼자 하는 여행이라 식사가 제일 고민이었는데..

- 그럼 됐지 뭐.


별거 아니라는 듯 픽 웃으며 말을 끊어버리는 강짱으로 인해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사이 와인잔을 들고 목을 적시는 오미를 슬쩍 보던 강짱이 자신도 와인을 한 모금 넘기며 툭하니 말을 내뱉었다.


- 신경 쓰였거든..


자신이 신경이 쓰였다는 아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를 보고 있는 오미의 시선을 느낌에도 강짱은 뭔가를 생각하듯 창밖을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꿈뻑인후 말을 이었다. 


- 왜 아무 말 안 해요?

- 응?

- 언제 고백할 생각이었어요?

- ... 뭐?


순간 오미는 제 손에 쥐어져있던 와인잔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알지 못한 채 멍하니 아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릴 들은 거지.. 오미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숨이 턱 막혔다. 오미의 머릿속이야 어떻든 푹신한 카펫 위로 떨어진 잔이 붉은 와인을 토해냈고 그 모습을 보며 강짱은 밥은 먹었냐고 묻던 그 차분한 말투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 


- 설마 계속 이렇게 지내려고 하는 건 아니죠?


무슨 소리냐고 했어야 했는데.. 모르는척해야 했는데.. 동료인데 좋아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며 자연스럽게 웃어넘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 어떻게 알았어?


이제 더는 아이가 저를 의지하지 않겠지, 어디 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사람은 아니지만 가장 숨기고 싶은 사람이 알아버려 앞으로 계속 외면당하겠지. 그렇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숨겨지지 않는 마음을 한 번쯤은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 왜 몰라..

- ...

- 어떻게 몰라..


언제부터 알았던 걸까. 알면서도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는 건 저를 마음에 품고 있는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도 않을 만큼 아무 감정이 없다는 거겠지. 그만큼 아이에게 자신은 동료 이상 친한 형 이상은 전혀 아니라는 거겠지..
누구에게 들킬까 몰래 숨어 마음을 키우고 있을 때보다 더 비참함과 절망감을 느끼며 고개를 숙여 바닥에 쏟아진 와인을 보고 있던 오미의 귓가로 낮은 목소리가 들어왔다.





- 좋아하는 사람의 시선도 느끼지 못할 만큼 나, 그렇게 둔하지 않아.













 











삼대 오미강짱 오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