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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19:42

#플로이드길들이기

메이저는 마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세러신 가의 장남으로 전직 군인이었고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유명했다. 다소 강박적으로 보이는 스타일이지만 막상 그의 얼굴을 보면 그 모든 것에 수긍하게 만드는 남자. 최근 몇 년간 최고의 신랑감으로 굳건히 서서 수많은 미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면서도 스캔들 하나 나지 않는 철저한 사람. 그게 바로 마크 세러신이었다. 

사실, 메이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크에 대해 그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테다. 그렇지만 마크는 메이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을 것이다. 세간에 떠도는 메이저에 대한 소문은 메이저 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플로이드'에 대한 것이었다. 서로 꼭 닮은 플로이드 가의 3형제, 그 중에서도 가장 얌전하다는 베일에 가려진 첫째. 메이저는 이 기묘한 정보의 격차가 과연 그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세러신의 위신을 떨어트릴 만한 이야기는 없으니 그 정도면 마크 세러신에게도 나쁜 거래가 아니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삼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메이저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였다. 손에 꼭 쥔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 알림과 함께 진동이 미친듯이 울리고 있었고 맞은편 자리는 아직 비어있었지만... 일단은 여기 앉아 있는 건 메이저였다. 그것도 로버트 플로이드를 대신해서, 마크 세러신의 허락조차 받지 않고. 메이저는 찌르르 울리는 손바닥을 애써 외면하며 머릿속으로 오늘 말할 것들을 되뇌었다. 로버트가 아닌 메이저가 줄 수 있는 이득, 로버트의 천재성과 메이저의 유순함, 플로이드가가 제시할 혼전 계약서의 내용. 마크 세러신이 어떤 것을 제시할지에 대한,

"플로이드 씨?"

딸꾹.
첫인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는데! 눈 앞에 보이는 남자의 한 마디로 인해 준비했던 그 모든 말들이 휘발되었다. 맹수의 분위기를 문명의 사치품으로 가린 세러신 가의 가주이자 맹수, 마크 세러신이 마침내 메이저의 앞에 서 있었다. 메이저는 벌떡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거두었다 꼼지락거렸다. 심히 부산스러운 움직임에도 마크는 미소를 유지하며 자리에 앉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결심했던 말들을 모두 잊은 채로 자연스레 마크의 리드대로 고기를 썰고 있었다.

마크 세러신의 태도는 놀라웠다. 여느 알파들처럼 고압적으로 굴지도 않고 페로몬을 흘리며 자신의 형질을 과시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왜 밥이 아닌 메이저가 나왔는지 묻지도 않았다! 오히려 몇 번이나 메이저를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레 말을 걸고 이야기를 이끌었다. 그러다가도 메이저의 말이 늘어지거나 버거워할 때면 자연스럽게 와인을 시키고 한숨 돌리며 긴장을 풀어줬다. 물론 메이저는 그것조차 힘들어 종종 마크 몰래 접시나 와인잔에 고개를 처박고 한숨을 쉬었지만. 세러신 가의 알파들은 모두 맹수처럼 눈치가 빠르다더니 메이저의 눈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였다. 다행이었다. 여기가 가족 식사자리였다면 매너가 없다고 벌써 불효령을 열 번은 들었을 테다.

"음식은 입에 맞으신가요?"

"네에... 맛있어요!"

"다행이에요. 앞으로 가족이 될텐데 이런 기호부터 서로 맞춰가야죠."

"어... 음, 네. 그러고보니 저는 사실...!"

메이저는 신나게 고개를 치켜들고 지난 여름에 별장에서 로버트가 스테이크를 구우려다 자빠진 얘기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여기 선자리였지... 아무리 메이저가 둔해도 할 얘기와 못할 얘기는 잘 알고 있었다. 메이저가 슬쩍 눈을 굴리자 마크가 시계 광고에서 나올법한 미소로 화답했다.

"맛있어요..."

"그래요.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죠. 앞으로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메이저는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가주라 책임감이 강하다더니 정말로 그런가 보다. 이 자리에 로버트가 있었다면 그 동그란 눈을 치켜뜨고 '형, 사람을 열받게 하는 두 가지 중에 하나는 말을 하려다 마는 것이고.'를 외쳤을 텐데. 아, 로버트! 귀여운 내 동생. 거하게 혼날 걸 각오하고 여기까지 나온 이상 뭐라도 매듭을 지어야 했다. 메이저는 스믈스믈 사라져가던 이 자리의 진짜 목적을 되뇌이며 결연하게 속삭였다.

"세러신 씨. 지금 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제가 할 말이 있거든요."

"여기서 할 말인가요? 로맨틱한 말이었으면 좋겠네요."

세러신 씨는 로맨틱한 말을 좋아하는구나! 다행히 결혼 얘기는 대개 로맨틱하다. 그런데 신부가 바뀌는 결혼도 로맥틱한 말에 속하나? 엄밀히 말하자면 정략혼에 마크에게는 밑지는 결혼이니까 그리 로맨틱하지는 않았다. 어쩌지? 메이저는 축 처지는 눈썹을 애써 갈무리하며 마크의 눈치를 봤다.

"그런 말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꼭 여기서 할 필요는 없을 듯 하군요. 지금 조명 아래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메이저. 이 곳을 만날 장소로 고르기 잘했군요. 기념일에 다시 오기도 괜찮겠어요. 물론 다음 약속때는 더 좋은 곳에 데려다줄테지만."

마크는 달콤한 미소로 샴페인을 권했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도 싫지 않아 보여요. 샴페인이 입에 맞나 보군요. 내 앞에서는 좀 더 마셔도 괜찮아요. 긴장이 더 풀릴 거고. 지금 우리가 함께 마주보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메이저? 이 순간을 깨지 말아요."

메이저의 입술이 열리며 샴페인을 삼켰다. 달콤한 탄산이 입 속을 두드리며 기분을 고양시켰다. 이토록 매너있고 잘생긴 남자라니, 로버트만 괜찮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메이저의 기분이 좋아졌다. 투명한 잔 너머로 비치는 마크도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뭐야. 그래서 아무 말도 안했다고?"

밥이 얼굴이 달아오른 메이저의 어깨를 쥐고 세게 흔들었다. 메이저는 맥없이 흔들리면서도 배시시 웃었다.

"응? 어어. 근데 네가 아니라 나인 것도 알고 있었는데 별 말 없던걸. 로버트, 그 분이 소문만큼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형은 왜 또... 하아.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한테 뭐라고 하지도 않았고, 또 되게 친절했어. 내가 멋대로 너와의 약속을 방해한 건데도. 그 정도면 네게 호감이 있어서 나한테 잘해주는 거 아닐까?"

"글쎄."

로버트의 표정은 영 찝찝해 보였지만 메이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의 동생은 다 좋은데, 걱정이 좀 많았다. 메이저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 배게를 껴안았다.

"난 괜찮은 것 같아. 너를 무시하지 않고, 내게도 친절하고. 그런 분이면 가장 좋겠어."

정말로 메이저는 그 정도면 족했다.


밥이 돌아간 뒤로 메이저는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신나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사실 마크 세러신과 연락처를 다시 교환할 때 로버트의 번호를 넘겨줬다. 어쩌다 보니 신부를 만나기도 전에 신랑 검사를 한 셈이라 양심에 상당히 찔렸지만, 그 탓은 제가 받고 로버트는 로버트 그대로 봐 달라는 게 메이저의 진심이었다. 마크는 헤어지기 직전 메이저가 명함 위에 꼬물꼬물 쓴 밥의 번호를 물끄러미 보더니 근사하게 웃었다.

'연락할게요.'

지금쯤이면 연락했을까? 밥이 있는 옆방 쪽으로 귀를 기울여봤지만 돌아오는 건 아쉽게도 풀벌레 우는 소리뿐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 모든 무례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큐피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비록 제대로 만난 건 오늘로 끝이겠지만 메이저는 정말로 마크가 좋았다. 로버트의 우려처럼 강압적이지도 않았고 떠도는 소문처럼 차갑지도 않았다. 둘이 잘 되었으면! 결혼이 성사되면 로버트는 올해가 가기 전에 플로이드 저택을 떠나겠지. 이제는 크리스마스 때나 휴가 때만 같이 자고 또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터였다. 세러신 가는 배우자를 밖으로 내돌리지 않는다는데 밥이 답답해하면 어떡하지? 메이저는 인상을 힘껏 찌푸렸다 푸우, 소리를 내며 다시 풀었다.

그럼 내가 가지 뭐.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메이저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메이저의 단잠은 몸을 잡아 흔드는 동생 때문에 단박에 달아났다. 로버트는 드물게도 아침부터 또렷한 눈으로 메이저를 추궁했다.

"메이저,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 아무 일도 없었는데..."

메이저는 정신을 못차리면서도 쭈그러든 얼굴로 밥의 눈치를 살폈다. 밥은 눈이 크고 또랑또랑하게 생겨서 엄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메이저는 진실만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협박이 먹히지 않자 밥이 한숨을 쉬며 메이저의 앞에 액정을 들이밀었다.

- 달링, 무사히 들어갔나요? 문 앞까지 바래다주지 못해 아쉬웠답니다. 다음에는 꼭 안전한 곳까지 직접 데려다줄게요. 그것도 잠시뿐이겠지만요.

- 누구세요?

- 메이저 플로이드 씨 번호 아닌가요?

- 로버트 플로이드입니다.

- 처제군요. 마크 세러신입니다. 이렇게 인사하게 되어 아쉽습니다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메이저 번호 좀 알려주겠어요?

처제가 어떨 때 쓰는 거더라...? 메이저가 호칭을 더듬는 사이 로버트가 메이저의 볼을 꾹 눌렀다.

"내 번호는 왜 넘겼는데? 그런 말 없었잖아."

왜냐면 너랑 잘되면 좋을 것 같아서... 메이저의 목소리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밥이 뾰족한 목소리로 계속 캐물었다.

"그리고 왜 세러신 씨가 형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지?"

"응? 그러게?"

밥은 옷장 문을 열어 웃옷 속에 있던 메이저의 핸드폰을 바로 낚아챘다. 꼼지락거리며 따라온 메이저가 밥의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밥의 손가락을 눈으로 쫓았다. 비밀번호도 걸리지 않은 핸드폰에는 메세지가 15건, 부재중은 9건이나 와있었다.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그것보다 뭐 할 말이 있다고 연락을 이렇게나 한거야."

"어? 모르겠는데... 뭐 물어볼 게 있었나?"

밥의 손가락이 빠르게 액정 위를 움직였다. 메이저는 쩔쩔매며 밥의 옆에서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메이저에게 밥은 영특한 만큼 섬세한 동생이었고, 솔직히 대개는 왜 밥이 그렇게까지 화가 나는지도 잘 몰랐다. 지금도 그랬다. 마크 세러신이 나한테까지 연락해서 화가 난걸까?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밥은 확실한 걸 좋아하니까. 밥은 빠르게 핸드폰을 누르더니 메이저의 손에 핸드폰을 얹어줬다.

"연락 받지 말아봐. 문자도 하지 말고. 무슨 꿍꿍인지 일단 알아야겠어. 내 연락오면 꼭 받고."

"꿍꿍이랄 게 있나...?"

어차피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말 역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더 수상해. 알겠지?"

"웅... 네가 뭐 잘 알아서 하겠지."

메이저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눈 앞에 없는 마크보다 사랑하는 동생의 화가 좀 풀렸으면 했다. 돌려받은 핸드폰 역시 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대로였다. 메이저는 다시 핸드폰을 던져두고 밥과 아침식사를 하러 걸음을 옮겼다.

 

아침을 먹고 밥을 배웅한 메이저는 바로 시내로 향했다. 어제부터 세러신 씨 눈치 살피랴, 밥의 눈치까지 살피랴 아주 고단했다. 그러고 보니 군대에 있을 때도 그랬다. 그때는 그렇게 일이 싫었는데, 막상 그만두고 나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아무래도 백수는 그의 체질인가보다. 그의 마음처럼 화창한 봄 햇살에 맞춰 꽃망울을 터트리는 한산한 길거리가 즐거웠다. 메이저는 빠르지 않아도 부지런히 계속 걸었다. 조금만 더 가면 미니어쳐를 파는 가게가 메이저를 반길 테니까. 이 골목에서 꺾으면 바로 가게 간판이 보이고, 그 앞에...

"메이저!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잘 들어갔나요? 연락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아 걱정했어요."

"어, 어어? 세러신 씨? 여기는 어떻게?"

마크는 어제만큼 멋있는 모습으로 어제처럼 인사를 건넸다. 결이 좋아 보이는 감색 정장 위에 코트를 걸치고 앞머리를 넘긴 모습에 메이저가 헤 입을 벌리고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약간 바보같아 보일 것 같아 급하게 입을 다물고 말을 골랐다. 어제 밤에 보고 아침에 또 만난 동생의 예비 신랑.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하지?

"정말 멋있어 보이세요. 아! 그리고 좋은 아침이에요...!"

"정말인가요? 메이저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군요. 좋은 아침이에요."

마크의 환한 얼굴을 보자 메이저도 마음이 놓였다. 자고로 칭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메이저는 웃으며 옆으로 살금살금 걸었다. 벌써 말을 두 마디나 주고받았다. 밥이 알았다간 불호령이 떨어질 일이었다.

"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어딜 가나요?"

"네?"

"어딜 가느냐고요. 메이저의 말처럼 좋은 하루가 되려면 메이저가 필요해요. 당신이 가는 길을 함께 걷는 영광을 주겠어요? 점심때는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 데려다 줄게요. 틀림없이 좋아할 겁니다."

갑자기? 메이저에게는 난감한 제안이었다. 우선 로버트가 연락하지 말라고 했고, 두 번째로 메이저는 계획이 있었다. 그것도 마크가 썩 반기지 않을 만한 계획. 메이저는 여태까지 모형배를 파는 골동품 상점을 좋아하는 신사를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숙녀고 신사고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메이저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다니는 밥과 댄조차 이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까. 밥은 먼지쌓인 물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고 댄은 영혼없는 표정으로 발을 굴러 메이저를 정신사납게 했다. 그러니 메이저는 마크에게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짐작컨대 마크는 모형배보다는 크루즈 위에 서는 게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지만 메이저 역시 마음속에 숨겨둔 은밀하고 비밀스런 욕심이 있었다. 같이 골동품 상점 문을 열고 들어가 먼지쌓인 보물을 찾아내는 꿈. 어떻게 감히 메이저가 그럴 사람을 거절할 수 있을까. 그것도 상대가 동생의 예비 신랑인데...! 그래서 메이저는 우물쭈물하며 마크가 알아서 물러나주기만을 바랐다.

"같이 갑시다. 이 가겐가요?"

통하지 않았나보다. 마크는 대답도 듣지 않고 문부터 열고 메이저에게 손짓했다. 메이저는 조금은 불안하고 또 흥분되는 마음으로 걸어갔다.

휘황찬란한 건물들 사이에 끼어있는 작은 가게 안은 발디딜 곳을 빼곤 온통 조잡하고 오밀조밀하고 낡은 것들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어떤 규율도 없이 그저 낑겨있거나 서로를 지탱하며 쌓여 있는 낡은 것들을 보고 있으면 메이저의 마음도 고요한 호수처럼 가라앉곤 했다. 좋은 성을 타고나 귀하게 자란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메이저는 플로이드 저택보다 이 곳이 편안할 때가 많았다. 군데군데 칠과 요철이 엇나간 것들도 누군가의 쓰임을 기다리고, 끝내 자신처럼 모자란 사람의 손에 담긴다는 게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메이저가 쓰는 욕실보다 좁은 이 곳이 플로이드로서 행동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의 유일한 바깥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 마크가 동행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크는 안그래도 작은 가게 안에 갇혀버린 것처럼 보였다. 워낙 키가 커서 상자들에 부딪치거나 묵은 먼지를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마크가 화를 내거나 가족들에게 이곳을 알리면 메이저는 다시는 이 곳을 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너무도 침통하고 속상하고 부끄러운 일일 테다.

"꼭 들어올 필요는 없는데... 괜찮으신가요?"

"메이저가 좋아하는 곳이 아닌가요? 제 허락을 구하는 건가요."

"그렇긴 한데... 세러신 씨가 좋아하실지 잘 모르겠어요."

메이저의 아주 완곡한 거절에도 마크는 별다른 대꾸 없이 메이저의 어깨를 감싸고 부드럽게 가게 안으로 밀었다. 쿵쿵거리던 가슴은 슬며시 눈을 뜨자 단번에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늘 똑같은 자리에 낑겨 있듯이 들어찬 박스들과 오래 가라앉아 있던 먼지들의 냄새. 메이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떼며 그 모든 것을 눈으로 어루만졌다. 지난번에 보았던 미니어처 보트와 새로 들어온 모형 선박, 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는 빛바랜 박스들까지 모두 반갑고 또 새로웠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는데 상자들 사이에 자리잡은 작은 거울 너머로 무언가 보였다.

"아. 아!!"

"정말 이 곳을 좋아하는군요? 이제껏 존재감이 약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요."

메이저는 놀라 고개를 돌리자마자 메이저만큼이나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마주쳤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메이저의 가슴이 쿵쿵거렸다.

"저..."

"음?"

"세러신 씨도 좋아하세요?"

메이저가 먼지쌓인 상자를 꼭 안고 속삭였다. 마크는 아리송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게 있군요. 확실히요."

아... 메이저는 상자를 더 꽉 끌어안았다. 온통 낡고 어둡고 빛바랜 색들 사이에서 마크가 빛나고 있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마크에게 메이저가 만든 모형 배들을 소개하고 또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메이저가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정말 좋은 분이세요."

그 순간 반짝이는 먼지 속에서 둘의 눈이 마주쳤다. 메이저는 결연히 다짐했다. 

꼭 로버트와 마크를 결혼시키기로.

2023.04.03 19: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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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그거 아니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랑의 짝대기가 왜 거기로 튀냐곸ㅋㅋㅋㅋㅋㅋㅋ마크 대환장하겠넼ㅋㅋㅋㅋㅌㅋㅋ
[Code: 5104]
2023.04.03 19:52
ㅇㅇ
아아아아앙아악 메이저야 거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53b3]
2023.04.03 19: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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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 들린다 마크가 환장하는 소리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이저 너무 순수하고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
[Code: 3873]
2023.04.03 19: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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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방수가 너무 이겨버린 세계관
[Code: cf61]
2023.04.03 2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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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이 고답 느낌 너무 좋아!!!!!!!! 메이저야 그거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삽질 존나 재밌어....
[Code: a6a2]
2023.04.03 20: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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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메이저 너무 사랑스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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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20:47
ㅇㅇ
아 시발 메이저야 ㅋㅋㅋㅋㅋㅋㅋ 마크가 알면 존나 머리 짚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c6c5]
2023.04.03 2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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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지막에 그렇게 가냐고 이 메이저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귀여운데 너무 몽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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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2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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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사람들은 생각도 없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방수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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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2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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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렇게 일이 싫었는데, 막상 그만두고 나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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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21: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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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줄 아아아아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아니야 그거 아니야 메이저야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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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22:19
ㅇㅇ
꼭 로버트와 마크를 결혼시키기로. 아니 결론이 왜 거기로 튀는데ㅋㅋㅋㅋㅋㅋㅋ 아!!는 무슨 깨달음의 아! 였던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3e67]
2023.04.03 23: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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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서 막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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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23: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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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존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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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23:35
ㅇㅇ
그 정도면 네게 호감이 있어서 나한테 잘해주는 거 아닐까?
그 모든 무례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큐피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어떻게 감히 메이저가 그럴 사람을 거절할 수 있을까. 그것도 상대가 동생의 예비 신랑인데...!
메이저는 결연히 다짐했다. 꼭 로버트와 마크를 결혼시키기로.

마크는 첫만남부터 쭉 시종일관 메이저한테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있는데 메이저는 마크의 시그널의 ㅅ자도 못받고 다 튕겨내고 있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 마크는 심지어 이미 로버트를 처제라고 부르고 있다고ㅋㅋㅋㅋㅋㅋ
[Code: 42fc]
2023.04.04 0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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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메이저 그거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답한데 귀여워 ㅠㅠㅜㅜㅜㅜㅜㅜ 마크가 한눈에 반할만 하다 ㅋㅋㅋ
[Code: 545d]
2023.04.04 00: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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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뒤에 1이 붙어있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나 너무 행복해ㅠㅠㅠㅠㅠㅠㅠ
[Code: 73f8]
2023.04.04 0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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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러신은 저 공간에서 빛나는 메이저를 보고 다시 반한 으낌인데 그게 뭔가 으스스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골동품과 메이저..... 메이저야 도망가야되는데 갈수 있을까ㅠㅠㅠㅠㅠㅠ
[Code: 3147]
2023.04.04 01: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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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붙었다니 너무너무너무 감사해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147]
2023.04.04 10:01
ㅇㅇ
와 셰익스피어가 햎하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재밌다!!!!!! 아니 메이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크는 계속 "메이저"가 맘에 든다고 표현하고 자기도 무의식적으로 마크 꼬시고 있는데 왜 자꾸 로버트의 결혼상대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4488]
2023.04.04 10:02
ㅇㅇ
로버트의 천재성 대신 메이저의 유순함 그게 바로 플로이드가 줄수 있는 최고의 이득인데... 이미 마크는 밥을 처제라고 부르고 있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방수라서 더 좋다 너무 재밌어
[Code: 4488]
2023.04.04 10: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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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친 존잼이야ㅠㅠㅠㅠㅠㅠ 제목 옆에 1이 있다니 붕키 오늘 생일인가?
- 달링, 무사히 들어갔나요? 문 앞까지 바래다주지 못해 아쉬웠답니다. 다음에는 꼭 안전한 곳까지 직접 데려다줄게요. 그것도 잠시뿐이겠지만요.
마크 지금 혼자 식장잡은것 같은디요.. 그런데도 자기한테 뜻을 품은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메이저의 아방수력이 대단하다 지금 돌아가는 이 상황이 너무 귀여워ㅋㅋㅋㅋ
[Code: 77ba]
2023.04.04 12: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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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데 골때리넼ㅋㅋㅋㅋㅋ마크야 고생좀 해야겠다
[Code: a9b1]
2023.04.04 22:26
ㅇㅇ
아니 골동품상점에서 조명,온도,습도 모든 분위기가 마크메이저의 로맨스이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마크와 로버트 결혼시키기 다짐으로 끝나는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 아방수가 이기는 세계관의 첫 시작인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09d4]
2023.04.13 09:49
ㅇㅇ
센세 제목에 01로 나를 흥분시켜놓고 이렇게 가버리시면 안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맨날 센세만 기다려ㅠㅠㅠㅠ
[Code: 4c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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