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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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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건 따로 있었는데 이게 뭐라고 일케 늘어지는 것임


티케이는 기본적으로 또 다른 통제광-오웬-의 손을 많이 탔던지라, 하기 싫다 투정을 부려도 잘 구슬리면 늘 말을 듣기 마련이었어. 입맛이 없다, 배가 안 고프다 핑계를 대는 것에도 따뜻할 때 먹는 게 낫지, 조금만 먹자 하며 숟가락부터 들이밀면 울 것 같은 표정으로도 입을 벌리는 게 티케이라는 걸 카를로스는 이미 잘 알고 있었지. 감자 스프에 디너롤 한 쪽이 전부지만 어쨌든 요기를 시켰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어.
-이따가 밤에 배고파지면 더 먹을게.
-퍽이나 그러겠어.
입술 근처에 묻은 빵가루를 손가락으로 털어 주려는데 티케이가 삐죽거리며 입술을 내밀어 와서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어. 턱을 살짝 당겨서 입을 맞추면 혀는 엮지 못하도록 입술을 앙 다물었어. 사이클 초기에 항상 구역질에 시달리는 탓에 티케이는 키스를 피하곤 했거든. 물론 턱을 꾹 눌러 입을 벌리게 하고 혀를 섞어낼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카를로스도 순순히 물러났어. 대신 입술을 이마로 옮겨 열을 가늠해 보고 체온계를 집었어. 38도를 조금 넘는 체온에 카를로스가 혀를 찼어.
-이제 약 먹어야겠다. 열이 더 올랐어.
-아직 6.5 같은데.
-어쨌든 낮보단 더 안 좋다는 거네. 아까는 6이랬잖아.
-너 진짜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너만 하겠어? 약 가져 올게.
핀잔을 주는 말투와는 달리 티케이의 귓불을 부드럽게 만지고 카를로스가 일어섰어. 싱크에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를 들으며 티케이가 생각했어. 카를로스가 식사 뒷정리를 미룰 때가 있었나? 없는 기억인 것 같지만 머릿속을 더듬었어. 따뜻한 물과 약을 가져와 내미는 카를로스의 팔을 잡아끌어 다시 소파에 앉히고 가슴에 기댔어. 카를로스가 티케이의 어깨를 가로로 감싸안은 채 약을 까서 입에 넣어 주고는 물컵을 입술에 댔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면서도 티케이는 그대로 물을 받아 마셨고, 뒤이어 카를로스가 강아지를 칭찬하는 듯한 손길로 티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입술을 정수리에 두어 번 부드럽게 내리는데 티케이가 불쑥 뜬금없는 질문을 하지.
-설거지는 왜 안 했어?
-설거지? 식기세척기가 하잖아.
-아니, 그러니까. 식기세척기에 넣지도 않았잖아.
-이따가 너 잘 때 하면 되지. 저건 하나도 안 급해.
평소의 카를로스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에 티케이는 잠시 말문이 막혔어. 그는 상대가 미뤄 놓은 집안일도 눈에 보이는 대로 해결하는 사람이라 그런 대답은 꽤나 어색했거든. 티케이가 갑자기 조용해지자 카를로스는 걱정스럽게 뺨을 살며시 잡아 귓바퀴에 입을 맞췄어.
-자기야. 많이 힘들어?
티케이는 대답 대신 뒤로 돌아봤어. 순식간에 수심이 떠오른 얼굴이 보이지. 턱 밑에 입을 맞추고 웅얼거렸어.
-넌 너무 다정해.
-너무?
-원래 뒷정리 미루는 거 싫어하면서.
카를로스가 눈썹을 찡그리며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어.
-네가 더 중요하니까.
카를로스는 가끔 티케이의 마지막 경계 같은 걸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 버릴 때가 있었어. 게다가 몸이 힘드니 마음도 어딘가 착잡해져서, 티케이는 사이클만 되면 카를로스의 무조건적인 애정에 더더욱 코끝이 싸해지곤 했어. 왠지 갈비뼈 끝이 아려오고 눈꺼풀이 뜨끈해지는 것 같아서 괜히 고개를 홱 돌려버렸어. 사이클 시기의 호르몬 탓도 있지만 티케이가 아플 때면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건 카를로스에게도 이제 꽤나 익숙해진 사실이라, 그는 티케이의 몸을 더 단단히 당겨 안은 후 귓가에 속삭였어.
-타일러. 나한테 너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너도 알잖아.
티케이는 자신이 항상 원해 왔던 말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하릴없이 무방비해지는 말을 듣고서는, 선택권도 없이 꾸역꾸역 눈물이 차올랐어. 훌쩍 코 먹는 소리를 내고 티케이가 민망한지 웅얼거렸어.
-뭐야. 나 우리 아빠처럼 중년의 위기 같은 건가 봐. 짜증나게…
-호르몬 때문인 것 같은데.
-너 때문이거든.
-음, 내가 널 울리는 걸 좋아하긴 하지.
-으, 너 방금 진짜 구식 텍사스 마초남 같았던 거 알아?
-맞아, 맞아.
카를로스는 대충 대꾸하고 티케이의 얼굴을 슬쩍 돌려 입을 맞췄어. 마음이 나긋해져서인지 티케이가 카를로스의 턱을 살짝 잡고 혀를 내어 입술을 살짝 핥았어.

티케이는 아무래도 웬만해서는 어떤 약도 잘 안 먹으려고 하는지라 이부프로펜만 먹어도 노곤한 기운에 맥을 못 췄어. 함께 양치를 하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으면 얼마 안 되어 대답이 느려지고 새근대는 숨소리가 들려왔으니까. 카를로스는 티케이의 몸을 자신에게 기대게 해서 3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식사를 마치고 딱 1시간이 지나면 담요와 함께 그를 그대로 안아올렸어. 따뜻하고 나른한 몸이 그대로 축 늘어지며 자연스럽게 단단한 품으로 파고들지. 자세가 불편한지 말끔한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것에 이마를 살짝 문질러 주며 쉬이, 하고 달랬어. 물 먹은 솜 같은 몸을 침대에 내려놓고 이불을 정리한 뒤 체온을 재면 해열제의 효과가 조금 돌아 열이 약간 떨어져 있었어. 신경이 예민하고 속이 자꾸 뒤집힐 때는 주위를 조용하고 어둡게 해 주는 것이 좋다니까 침대 옆의 스탠드를 끄고 커튼을 쳤어. 더운 공기는 구토감을 일으킬 수 있으니 보일러의 온도를 조금 낮추고. 카를로스는 그제서야 미뤄뒀던 뒷정리를 시작했어. 그릇과 접시를 식기세척기에 넣다가 문득 티케이의 말이 생각나서 피식 웃기도 했어. 약을 챙겨 협탁 위에 올려두고 침대에 기대 앉아 랩탑을 꺼냈어. 잔업을 할 생각이었지.

카를로스는 경찰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감각이 예민했어. 형사 못지 않은 직감을 갖춘 만큼 주위 환경의 변화에 민감했고 그 주위 환경이라는 게 티케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지. 때문에 티케이가 잠꼬대를 하거나 악몽을 꾸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일은 손에 꼽았어. 신호 과속 단속 번호판을 차례로 조회하는데, 코알라처럼 옆구리에 맞붙은 몸이 작게 들썩이는 게 느껴져 시선을 돌렸어. 습관처럼 체온계를 들어 열을 확인해 보고는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 줬어. 무겁게 잠긴 목소리가 뒤를 이었어.
-자기야…
-응. 어디 불편해?
-8만큼 어지러워.
-8? 잠깐 앉아 있을래?
축 늘어진 팔을 뻗는 것에 겨드랑이를 받쳐 일으키고 어깨에 기대어 줬어. 목덜미를 주물러 주고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면 바람 빠지는 듯한 숨소리를 내며 뒤통수를 부볐어.
-많이 안 좋아?
-토할 것 같은데.
-그래, 일어나야겠다.
-혼자 해도 돼.
등을 감아 안고 일으켜 주려는 카를로스의 팔을 뿌리치고 티케이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섰어. 정확히는 일어서려고 했지. 바닥을 딛고 몸을 일으키는데 갑자기 몸이 으슬거리는 느낌과 함께 머리카락 아래는 반대로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어. 순간적으로 흐려지는 시야에 그는 그대로 속을 게워냈어.
-우욱-!
-티케이, 세상에.
몸을 일으키다 말고 세차게 굽혀지는 그의 등에 카를로스가 허리를 감싸 안았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구토감에 티케이는 다리 밑으로 균형 감각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어. 카를로스가 비틀거리는 몸을 다시 침대에다 앉혀 줬지만 여전히 눈 앞이 번져가듯이 어지러웠어. 만취한 사람처럼 자꾸만 허리를 숙이고 토해대는 티케이가 쓰러지지 않도록 한 손으로 가슴을 가로질러 안고 지탱했어. 다른 한 손으로는 끊임없이 그의 등을 쓸어내렸지만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탓에 토사물이 이젠 카를로스의 팔이나 티케이의 바지와 발 위로 쏟아지기도 했어. 카를로스는 입술을 깨물고 티케이를 더욱 꼭 당겨 잡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었어.
-쉬이이, 괜찮아. 나 여기 있잖아, 자기야. 참지 말고.
티케이는 카를로스의 팔을 동아줄마냥 붙잡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어. 카를로스가 옆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들리지 않았지. 붉어진 눈시울 위로 생리적인 눈물이 하염없이 차올라 줄줄 흘러내렸어. 가슴께가 타는 듯한 느낌에 티케이가 기운없이 명치를 문질렀어. 한참 동안 계속되던 구역질이 멎자 그가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 쉬었어.
-좀 진정됐어?
티케이가 대답도 없이 눈을 꾹 감고 고인 눈물을 흘려낸 뒤 소매로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자 카를로스가 손목을 붙잡았어.
-피부 틀라.
어느 정도 맑아진 시야에 카를로스의 옷과 오른손, 제 바지며 침실 바닥까지 엉망이 된 게 눈에 들어왔어. 티케이가 신경질적으로 이마를 문질렀어.
-미안, 미안해. 카를로스…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말에 속이 쓰려야 하는 건 매번 카를로스의 몫이었어. 낮게 한숨을 쉬고 아직까지도 들썩거리는 어깨를 문질렀어.
-나 봐. 티케이.
흔들리는 녹색 눈동자는 여전히 도망 다니듯 굴렀고, 단단한 팔이 티케이의 어깨를 붙잡았어.
-타일러 케네디. 나 똑바로 봐. 이건 사과할 일이 아니야. 난 너를 사랑하니까 같이 사는 거야. 연민이나 동정으로 널 돌보는 게 아니라고. 네가 아플 때 챙기는 것도 널 사랑하는 것의 일부야. 그러니까 제발 그런 표정으로 사과하는 건 그만해.
카를로스의 진한 갈색의 눈동자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정복 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티케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물이 도르륵 희게 질린 뺨을 타고 떨어졌어. 카를로스는 그게 더 이상 생리적인 눈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
-화내지 마. 너 화내면 무섭단 말이야.
티케이의 풀 죽은 투정에 카를로스의 분위기가 약간 누그러졌어. 입술을 말아 물고 타이르듯 나지막하게 말했어.
-화난 거 아니야.
-화났을 때만 내 이름 그렇게 부르잖아.
-음, 화난 사람이라면 지금 이 꼴을 하고 있는 너한테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은데.
티케이가 질색하며 어깨를 감싼 손을 뿌리치자 카를로스가 표정을 풀고 장난스럽게 웃었어. 그러면서도 밤이 길겠는데, 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어.
2023.09.23 23: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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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손타는 티케이 너무 사랑스럽고 발끝이 저릿하다ㅠㅠㅠㅠㅠ 카를로스 진짜 어디까지 벤츠인거냐고벤중벤 진짜ㅠㅠ 티케이 상태 점점 더 안좋아지는거 같은데 어케될지 센세 억나더ㅠㅠㅠㅠㅠ
[Code: a0ca]
2023.09.24 0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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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역시 티케이는 아파야 제맛..... 티케이 상태에 예민한 카를로스 최고다..... 카다정ㅠㅠㅠ
[Code: 555c]
2023.09.24 11: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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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케이는 아파야 제맛 ㅜㅜㅜ 하나하나 카를로스 손타는 거 최고야!!
[Code: b338]
2023.09.24 13: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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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중벤 카를로스에 센세가 옵션 추가 했나여ㅠㅠㅠㅠ저세상 다정함에 아픈 티케이라니 너무 맛있다ㅠㅠㅠㅠㅠㅠㅠ
[Code: 5d15]
2023.09.24 14: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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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티케이는 병약미 카를로스는 벤츠미다
[Code: d800]
2023.09.24 18: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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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진짜 억나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열병나서 데굴데굴 티케이 너무마히따 ...
[Code: 8d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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