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이토록 당황스러우면서도 무서울 때가 있을까. 임신이라니. 테스트기가 불량일지도 몰라. 찰리는 테스트기를 하나 더 사서 집에서 윌과 함께 다시 해보기로 했어. 그리고 완벽한 거짓말을 위한 장보기를 시작했지. 임신일 리가 없는데 자꾸 갓구운 빵 냄새에 침이 고이고 달짝지근한 과일 향기에 시선이 돌아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2인분이 아니라 5,6인분은 될 것 같은 식재료를 사고 말았어. 찰리는 막 계산대에서 결제한 것을 도로 무르기도 그렇고 일주일 분량의 식재료를 미리 산 것이라고 합리화시키려 했어.

“마트를 완전히 털어 왔잖아. 대체 무슨 일이야? 누굴 초대라도 한 거야?” 윌은 요즘 찰리가 조금 이상한 것 같단 느낌은 들었어. 갑자기 이런 변화를 보이는 건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라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지. “음, 그게. 귀찮아서? 밖에서 매일 사 먹는 거 몸에 나쁠 것 같아서, 아 그냥 넘어가 줘. 아니면 네 말대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도 괜찮겠네.” 찰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묵직한 장바구니를 윌에게 건넸어.

인기 상품인 플랑을 간신히 쟁취한 찰리는 부스러기를 입가에 묻히며 오물거리기 바빴지. 찰리를 보고 있는 윌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분명 무언가가 있는데 찰리는 식사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아. 그저 음식을 음미할 뿐이지. 게걸스럽게 먹지도 않지만 우아하지도 않아, 그냥 평범하게 먹는데 사랑스러워. 윌은 제 사랑이 무언갈 먹고 있는 모습이 싫지는 않아. 정사 중에 제 것을 탐하는 모습이 겹쳐서 보이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잠시만 네 방으로 돌아가.” “왜?” “확인할 게 있어.” “뭔데?” “아직은 말할 수 없어.”

영문도 모른 채 쫓겨난 윌은 황당했어. 하지만 찰리가 제 곁을 떠날세라 두려운 마음에 시키는 건 무엇이든 따르기로 했지. 가장 먼저 위치추적을 그만두었고 cctv로 감시하는 것도 그만뒀어. 그래서 요즘 들어 묘하게 분위기가 바뀐 찰리가 걱정되었어. 저를 두고 바람이라도 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바람 상대를 흠씬 두들겨 매장해버리면 그만인 거잖아?

방문 뒤에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굉장히 망설이는 것 같아. 가슴이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어. 윌은 심상치 않은 느낌에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찰리의 상태를 확인해. 외견상 멀쩡한 찰리인데 두 손에 무언가 소중하게 들고 있어, 그리고 활짝 웃어.

“윌, 나 임신했어. 이제 어떡하지?” 윌은 아찔했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지. 어떻게 그녀와 똑같은 말과 표정으로 날 당황 시킬 수 있는 거야. 아이 따위 중요하지 않아. 난 네가 소중해. 아이보다는 널 소중히 여겨. 제발. 찰리. 부탁이야. “윌? 표정이 왜 그래? 기쁘지 않아?”

“어? 어. 기쁘지.” 기쁘지만 트라우마에서 완벽하게 헤어 나오지 못했어. 난 아직 그 아이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미안해. 찰리.

*



찰리는 무섭기도하고 축하받고 싶기도 한데
아직 윌의 트라우마 때문에 고거시....
또 다시 시련이 닥칠 것 같네 ㅁ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