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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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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잨너붕붕 뻔한 롬콤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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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은 눈을 떴고, 결혼식장이 아닌 똑같은 제 방 침대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다가 울고 있었는지 베갯잇이 축축했고,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었는지 아직도 조금 버겁다고 생각했다. 겨우 몸을 일으켜 마른세수를 하다가 옆을 돌아봤더니, 허니가 자고 있었다. ... 꿈이었다. 죄다 꿈이었다.



허니가 자고있는 것조차도 꿈일까봐, 닉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허니의 등에 손을 댔다.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꿈이 아니었다. 닉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허니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안는 동안 살짝 깼는지 돌아눕더니 배시시 웃고는 닉의 품 속에 파고들어 다시 잠이 드는 허니를 눈에 담았다. 허니의 머리칼에서 나는 제 샴푸 냄새를 맡고, 이마에 입을 맞추고, 곤히 잠들어있는 허니를 한참이나 지켜보다 몸을 일으켰다.



"네, 팀장님... 그땐 당황해서 생각해보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실은 제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생각해주셨는데 죄송합니다. 대신 청첩장 제일 먼저 드릴게요."



주말 오전에 전화해서 알릴 만큼이나 급했나며 팀장이 웃었다. 많이 급했지. 그 제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꿈에서 맞이한 최후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침대에 돌아가니 허니가 잠이 덜 깼는지 멍하니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일어났어?"



"으응... 통화했어?"



"어어, 팀장님이랑. 있잖아, 자기야, 우리..."



잠은 좀 덜 깼고, 조금 부었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그 얼굴로 허니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가 얼마를 더 망설여도 기다려주겠다는 표정으로. 허니 앞에 앉아서 손을 잡고 머뭇거리다가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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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 하나도 없이 얘기해서 미안한데. 우리 내년 이맘쯤에 결혼할까?"



"... 갑자기?"



"응... 싫으면 거절해도 돼. 그래도, 우리 공개연애라도 하면 안될까?"



"어어, 그래... 지금 자다 일어나서 정신 하나도 없으니까 막 이렇게 불쌍한 표정 지으면서 프러포즈 날로 먹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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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냥, 꿈을 너무 무서운 걸 꿔서 그래."



"왜, 꿈에서 내가 죽기라도 했어?"



"아니... 내가 잘못해서 우리가 헤어졌는데, 자기가 고향으로 가버리고... 내가 잡으러 갔는데... 남자친구 생겼다고, 우린 이미 끝난 사이라고 하고... 그 남자친구랑 결혼했어. 내가 근데 자기 마지막으로 보고싶어서 결혼식장에 갔는데, 자기는 그 사람이랑 너무 행복해보이고..."



"얼씨구... 꿈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꾸셨... 니키, 자기야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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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진짜 무서웠어."



허니가 안아주겠다는 듯 팔을 벌리자 닉은 품에 파고들었다. 그런 꿈을 다 꾸고, 나를 너무 좋아하네. 하며 웃음섞인 허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닉은 끄덕거렸다. 허니를 다신 못 안아볼 거 같아서, 그 남자와 평생을 약속하는 입맞춤을 하는 허니가 너무 행복해보이는데 온 마음으로 축하해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싫어서 고통스러웠다.



"알았어, 결혼해줄 거니까 울지 마. 꿈이 뭐 얼마나 실감났길래 이렇게 울어."



"... 나 반지 예쁜 거 사올 거니까 거절하지 마. 알겠지?"



"알았어. 살다살다 프러포즈 예고하는 남자는 또 처음 보네."



닉은 하루종일 허니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심지어는 허니는 집에 있고 싶다 했는데, 부득불 데리고 나가서 뉴욕 도심에서 제일 사람이 많은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허니의 곁에 붙어서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기도 하고, 내내 손을 잡고 다니고, 허니가 귀걸이를 보고 싶다 해서 옆에서 골라주기도 하고... 



"뭐 먹지? ... 자기야, 나 그만 쳐다보고 아이스크림을 골라. 자기 오늘 진짜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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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언제 그렇게 쳐다봤다고 그래. 난 피스타치오 먹을래."



"피스타치오 하나... 남자친구분이 엄청 좋아하시나봐요."




"원래 안 이랬는데, 오늘 좀 이상해요. 그럼 전 레몬맛 주세요."



"... 내가 자기 엄청 사랑하니까 그렇지. 자기도 알잖아."



왐마야. 하고 아이스크림 트럭 아저씨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아이스크림을 펐다. 허니는 두 뺨이 붉어져서는 그만해, 하며 닉의 어깨를 한대 툭 쳤다. 싫은 눈치는 아니었지만 그저 하루종일 폭격처럼 쏟아지는 애정표현에 당황한 듯 했다.



"비 변호사님, 이번 주말에 날씨도 좋았는데 뭐하셨어요?"



"아, 저... 늦잠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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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랑 데이트했다던데요. 맞죠, 비 변호사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동료와 닉을 번갈아보는 허니였다. 동료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데 허니만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 좋겠다. 갈리친 변호사님은요? 하고 동료가 물어오자 닉도 웃으면서 저도 여자친구랑 데이트했어요. 하고 대답했다.


여름휴가를 같은 날짜에 신청하자 다들 암암리에 눈치챈 듯 했다. 둘다 유난을 떨면서 사내연애를 하지는 않았지만, 둘이 같이 출근한다던지, 닉이 허니 볼에 냅다 뽀뽀를 갈기고 떨어지는 걸 누가 봐버렸다던지... 주말에 데이트하는 걸 누군가 봤다던지.. 저렇게 둘이 사귀는구나, 하고 조용히 소문이 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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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예고해서 좀 덜 로맨틱하고, 당신도 눈치챘을 수도 있긴 한데... 지금이 제일 좋을 거 같아서."



여름휴가로 둘은 영국에 와서 닉의 부모님과도 식사를 하고, 허니가 가고 싶다던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가고... 사실 둘의 연차가 짧아 이렇게 멀리 와서 마음 편하게 돌아다녀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내향적인 닉을 위주로 실내에서 보냈기도 하고. 런던 브릿지에서 한참 허니의 사진을 찍어주고, 둘이 호텔 테라스에 나란히 서서 다리의 불빛에 반짝거리는 윤슬을 바라보다가 닉은 겨우 청혼했다. 허니가 대답이 없자 누가 변호사가 아니랄까봐 자꾸 조건을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 당신이 맨날 그렇게 말하던 LA로 가자. 날씨도 따뜻하고, 다정한 당신 부모님도 계시고... 당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나도 평생 같이 살고 싶어. ... 당신 없이는 못 살 거 같아. 나랑 결혼해줄래?"



"...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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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내가 진짜 잘할게."



"나도 잘할게."



"... 그리고 나 저 배우 싫어."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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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어제 간밤에 시켜먹은 피자 박스에 허니가 너무 잘생겼다고 몇 번이나 말했던 배우의 사진이 빛나고 있었다. 닉은 그 꿈이 또 생각나서 박스를 재빨리 내다버렸다. 당신이 쓸데없이 잘생겼지만, 허니는 내 거야. 하며 닉은 쓰레기통에 피자박스를 우겨넣고 조금 씩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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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은 본인의 결혼식에서, 꿈에서처럼 허니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게 아니라, 저에게로 한걸음한걸음 걸어오는 허니를 보고 벅차서 주례 내내 울었다. 허니가 장난섞인 말투로 누가 보면 팔려온 줄 알겠다, 자기야. 하자 아니라면서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면서도 훌쩍거렸다. 성혼성언을 할 때도, 웨딩댄스를 출 때도 울어서 허니는 나중에 체념하는 표정으로 본인 가방에서 새 손수건을 꺼내와 바꿔주었다.



"이제 피로연이니까, 벅찰 순간 다 지났어. 진짜 그만 울어. 누가 보면 내가 당신 납치해서 강제로 결혼하는 줄 알아. 응? 더 울면 나 진짜 이대로 당신 여기 혼자 두고 집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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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허니는 그새 조금 부은 닉의 얼굴에 아이스팩도 가져다대주면서 달랬다. 태어나서 이렇게 결혼식에서 많이 우는 신랑도 처음 보는데, 그 신랑이 내 신랑이라니... 심지어 이 울보가 나보다 나이도 많고 연차도 있는 변호사라는 걸 누가 믿을까.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 많이 있는 데 오래 있는 거 힘들지. 좀만 버티면 돼. 디저트라도 좀 먹을까?"



"나 이제 괜찮아..."



닉은 제 신부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네이비블루색의 파티드레스를 입고 제 앞에 앉아서 달래주고 있는 게 그제야 조금 부끄러워졌다. 허니의 손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그제야 조금 당찬 얼굴로 허니의 손을 잡고 다시 피로연장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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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닉은 제 손을 쥐고 있는 이 손을 놓치 않겠다고 결심했다. 겨우 하룻밤 꿈 때문에 여기까지 달려왔다 하면 다들 웃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허니가 그렇게나 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어 감사했다. 너무 늦지 않아서, 평생 꿈이 되어줄 사람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닉갈이 행복하려면 이게 다 꿈이어야 할 거 같음
이제 외전까지 진짜 끝!




닉갈너붕붕
#테잨뻔한롬콤

2024.03.30 16:05
ㅇㅇ
모바일
와 센세...직업셀털미친다 당신 셰익스피어지???? 아니 외전 갓벽이다 진짜ㅜㅜ
[Code: 7a54]
2024.03.30 16:27
ㅇㅇ
모바일
세상에!!!! 닉갈너붕붕도 해피엔딩 이라 좋다. ㅜㅜㅜㅜ
[Code: fbd3]
2024.03.30 17:09
ㅇㅇ
대문호
[Code: 9841]
2024.03.30 19:05
ㅇㅇ
모바일
참나 이맛도 맛있고 저 맛도 맛있네 ㅎ 센세 천재야? 그런가보다
[Code: 5ea6]
2024.03.30 19: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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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ㅠㅠㅠㅠㅠㅠㅠ미쳤다 센세 외전까지 완벽하면 어떡해 이거 ㅇ
[Code: 6bd7]
2024.03.30 19: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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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뭘 아는 센세야🥹🥹😊😊😊
[Code: ca32]
2024.03.30 20:06
ㅇㅇ
모바일
크으 외전까지 완벽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449]
2024.03.30 21: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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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렇게까지 맛있을줄 몰랐는데
[Code: 227c]
2024.03.30 23:29
ㅇㅇ
모바일
하아아아 구ㅏ여워 ㅠㅠㅠ
[Code: be90]
2024.03.30 23:49
ㅇㅇ
모바일
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7bd]
2024.04.04 22: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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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 교주 둘 다 이렇게 행복하게 결말을 주다니..천재만재야...
[Code: 802d]
2024.04.07 03: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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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닉이 정말 순간의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잘 살았을것 같아서 외전이 더 애뜻하다ㅠ
[Code: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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