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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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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는 허니의 회사 앞 카페에 앉아 허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치 않은 일이 터져서 칼퇴하려던 계획이 삼십분 정도 미뤄진다고 해서, 가기로 했던 레스토랑 예약을 미루고, 잠을 깊게 못 자는 허니 덕분에 요즘 습관이 된 캐모마일 티 한잔을 시켜놓고 책을 읽고 있는데, 하나도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분명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는데, 이 커플은 기억력이 나쁜 건지 심성이 못된 건지. 둘다겠지만.


전여친과 전친구... 심지어 전여친은 저와 사귈 때부터 바람을 피웠다는 게 사실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배가 불러있었다. 앉아도 된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앞에 앉아서 신혼여행이 어땠다는 둥 얘기하는 걸 듣고 한귀로 흘리며 억지로 웃고 있었다. 임산부 앞에서 쌍욕을 할 수도 없고. 누굴 기다리고 있는 거냐 묻기에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하니, 양심도 없는지 전여친의 표정이 굳어왔다.



"자기야, 오래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클라이언트만 아니어도..."



직종상 항상 차려입는 허니였지만, 오늘은 같이 레스토랑에 가기로 해서인지 더 깔끔하게 라인이 떨어지고 예쁜 네이비색 오피스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유독 오늘따라 명품 악세사리에 잘 신지도 않는다는 루_탱 하이힐까지 신은 거 보면 엄청난 클라이언트였나보다 싶었다. 상대에게 기가 죽으면 안되니까. 허니의 차림새와 자연스럽게 테일러의 볼에 입을 맞추는 행동을 보고 커플은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앞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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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얘기했던... 곧 결혼한다던 친구 커플 기억나요? 나보고 인사하고 싶었대요. 이쪽은 내 여자친구 허니."



"아, 그 커플... 결혼 축하드려요. 허니문 베이빈가봐요. 겹경사네요."



여자의 배를 허니가 힐끗 보더니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손을 맞잡고 흔들 때마다 약지에 끼운 볼드한 디자인의 샤_ 반지가 빛났고, 매번 그들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면 기분 탓일까. 



"좋겠다. 발리는 어땠어요? 저랑 테일러는 둘다 길게 휴가 내기 너무 어려워서 신혼여행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중이거든요."



"좋았어요. 날씨도 따뜻하고, 보시다시피 임신 중이라서 뭐 액티비티를 많이 하진 못했는데-"



"허니 씨는 직업이 어떻게 되시길래 휴가를 길게 못내는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까 명함 한 장을 안 드렸네. 여기, 제 명함이요."



저와 비슷하게 이 근처 회사의 사무직일 거라고 생각했는지 제 친구가 당당하게 물어왔다. 다만 허니가 내민 명함에는 Honey B, 와 대형 로펌의 로고도 모자라서 이름 밑에는 조금 더 작은 글씨로 Divorce Lawyer, 이혼 변호사라고 적혀있었다. 허니는 상대로 하여금 아무 의심도 못하게 하는 그 말갛고 강단 있어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필요할 때 연락 주세요. 형사사건도 맡아요. 어머,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쩌죠, 저희는 예약해놓은 레스토랑 예약시간이 늦을 거 같아서 이만 가봐야할 것 같아요."



"그러게. 가요, 허니. 나중에, 아냐, 뭐 지나가다 되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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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을 기약하지도 않고, 허니의 명함을 멍하게 바라보는 둘을 두고 지나쳐나왔다. 명백하게 불운을 빈 거나 다름없었다. 갓 결혼한 커플에게 이혼변호사 명함을 주고, 필요하면 연락 달라니. 심지어 형사사건도 맡는다니. 이내 허니와 테일러가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둘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허니는 푸스스 웃어버렸고, 테일러는 빵터졌다.



"나 좀 멋있었다. 그쵸."



"거의 백마 탄 왕자였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타이밍을 잘 맞췄지."



"어쩐지 오늘 반지를 사무실 책상 위에 빼고 온 게 되게 생각나서 다시 들어갔다 나왔는데 타이밍이 끝내줬죠. 오늘 엄청난 클라이언트 오신다고 차려입으라고 하도 그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빼입었는데, 와, 나 아까 그 분들 무슨 공항 보안 검색대 스캔하는 줄 알았어요. 너무 훑어보던데."



"어쩐지 오늘 하나부터 열까지 다 명품이더라구요."



"그니까. 평소엔 포인트만 주다가 오늘은 투머치하게 입어봤는데, 효과 좋은 거 같은데요."



제 팔에 딱 붙어 종알종알거리는 이 사람과, 아까 명함을 내밀면서 우아하게 웃던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말없이 저를 내려다보는 테일러를 올려다보더니, 그만 반해요. 좀 힘들다. 하며 너스레를 떠는 허니의 어깨를 꼭 끌어안아 제 쪽으로 당겼다. 



"와, 난 농담이었는데 진짜 또 반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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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솔직히 너무 멋있었잖아요."



"그렇긴 해요. 뭐, 데려가던가."



"조만간 데려갈게요."



다 잘 맞는 건 아니었다. 둘다 통제하고 싶은 게 많았고, 자라온 배경이 달랐기 때문에 항상 같을 순 없었는데...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져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오늘처럼 상대 체면 세워주는 것도 좋아했고, 다정했고... 



"우리 신혼여행 멀리 못가요?"



"? 멀리 가고 싶음 멀리 가는 거죠. 아까야 그냥 명함 줄 타이밍 노리느라 대충 말한 거고. 그정도는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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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토리니 가고 싶은데. 아까 멀리 못 간다 했어서.. 그럼 다행이구요."



"간 김에 이탈리아도 갈까요?"



"싫어요."



"왜요. 나 이탈리아어도 좀 할 줄 알아요. 독학했는데. 내가 계획 짤게요."



"... 가면 미남 많댔어요. 플러팅도 엄청 심하고."



"옆에 남편 있는 유부녀한테까지 그러려고? 에이. 아예 커플인 거 저 멀리서도 눈치채게 맨날 옷 맞춰입고 다녀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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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생각해볼게요."



"하여튼 진짜 귀여워."



면역 없는 허니의 귀엽단 말에 테일러의 귀부터 시작해서 목까지 붉어졌다. 레스토랑 계산대가 그다지 밝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테일러는 서둘러 문을 열어 찬 바람을 맞았다. 자기는 귀엽다고만 하면 꼭 대꾸를 안하더라고요. 진짜 귀여워서 그런 건데. 하며 허니가 뒤따라나왔다. 



"남들 다 듣는데 귀엽다고 하지 마요..."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하는데 뭐가 문제람. 둘이 있을 땐 해도 상관 없어요?"



테일러가 끄덕거리자 허니가 웃으며 팔짱을 껴왔다. 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줄게요, 하며 씩 웃는 게 좋아서 테일러는 프로포즈 계획을 조금 더 앞당기기로 했다. 매일 하던 건 거의 세뇌에 가까웠으니, 이제 진짜 실행할 때가 됐다고.










이렇게 길어질 글이 아니었는데
이제야 프로포즈 계획 세우고 있음;





테잨너붕붕
#테잨뻔한롬콤

2024.03.24 13: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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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허니 짱멋
[Code: ed59]
2024.03.24 14: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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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륵흑흑 짤선정도 찰떡이에요 센세
[Code: 32b1]
2024.03.24 17: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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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ᵕ̣̣̣̣̣̣﹏ᵕ̣̣̣̣̣̣) 하 제가 반하것어….요…멋져
[Code: e472]
2024.03.24 18:41
ㅇㅇ
모바일
하 센세 진짜 최고,,, 팔만대장경 가자..
[Code: 3f76]
2024.03.24 22: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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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 ㅠㅠㅠㅠ 길어질 글이라고 너무 소중하다고 ㅠㅠㅠㅠ
[Code: 3fea]
2024.03.24 22: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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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달달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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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 23:31
ㅇㅇ
모바일
으아아아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프로포즈!!!!!!!!! 결혼가보자고!!! 하지만 결혼을 한다고 해서 어나더가 없으면 저는 좀 슬플것 같습니다 자녀 둘-셋 떡밥을 주셨으니 결혼 신혼여행 임신 출산 육아 얘기 길게길게 어나더로 주세요ㅠ
[Code: 0adb]
2024.03.25 02: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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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너무 달달해…….
[Code: 3caa]
2024.03.25 07: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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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비 언니 짱 멋있어
[Code: 0b8b]
2024.03.26 00: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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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내 광대가 내려오질않아 하아아ㅏㅇ아 진짜 너무 달다 간질간질해 ㅠㅠㅠㅠㅠ 둘의 사랑 계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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